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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이용료 2만 원’ 경찰 골프장…예약 어려웠던 숨겨진 이유
입력 2022.03.02 (06:00) 수정 2022.03.02 (06:00) 탐사K

"경찰의 체력은 국민의 안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 경찰 체력단련장'이 있습니다". 명칭만 보면 운동 기구가 즐비한 체육관이 떠오르지만, 이곳은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 경찰 골프장'이다. 경찰 공무원의 복지와 체력 증진을 위해 경기 용인에 286,214㎡, 충남 아산에 400,000㎡ 규모로 두 곳이 있다. 각각 9개 홀과 클럽하우스, 연습장, 라운딩 중 휴식을 위한 그늘집을 갖추고 있다.

■이용료가 단돈 2만 원 … '경찰 골프장'

이용 요금(그린피)은 매우 저렴하다. 현직 경찰 공무원과 배우자는 1인당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2만 원, 20년 이상 근속한 퇴직자는 3만원이다. 일반 골프장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2022년 1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회원제 골프장 주말 평균 1인 이용료는 약 24만 원, 대중제 골프장 주말 평균 1인 이용료는 약 19만 원이다.) 골프장이 위치한 경기 용인시와 충남 아산시 주민들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제한적으로 예약할 수 있고 이용료는 6만 원이다. (주말은 경찰 공무원과 동반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이용료는 9만 원이다.)

이렇게 저렴한 이용료가 가능한 이유가 있다. 골프장 관리와 운영을 경찰공무원들이 직접 하는 데다, 공무원 인건비를 빼고도 한 해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운영 적자가 나도 세금으로 보전되기 때문이다.

경찰 체력단련장은 저렴한 가격에 골프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예약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특히 주말이 심한데 2020년 11월 7일 토요일의 경우 총 33개 시간대에 275개 팀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8 : 1이 넘었다.

예약 배정은 경찰청 훈령에 근거해 엄정하게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점수제'로 운영된다. 예약자와 동반자 등 4명 점수의 합이 가장 높은 팀에게 자리를 먼저 배정한다. 점수는 회원 1인당 기본 25점이 주어지고,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점씩 감점된다. 이용 경험이 적은 회원에게 우선권을 줘 최대한 이용 기회를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원한 팀의 점수가 같다면 추첨을 한다. 이 같은 배정은 모두 이용 예정일 열흘 전에 실시된다.


■"왜 만점인데 예약이 안되나요"…경찰 골프장의 비밀

아산 경찰 체력단련장 직원 A 씨는 근무 중 자주 항의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여기 골프장을 한번 이용하고 싶은데 당첨이 너무 안 된다는 회원들 전화가 굉장히 많이 왔다"고 말한다. 이용 이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거의 만점으로 신청해도 예약이 안된다는 항의가 계속됐다. 그런데 A 씨가 몰랐던 이유가 있었다.

"경찰 회원이 전화를 해서, 같이 근무하시는 누구는 예약을 직접 잡아서 자기한테 주기도 한다며 저에게도 예약을 직접 잡아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예약 관리 업무만을 해야지 직접 예약을 잡아서 회원에게 넘기면 안 되거든요". A 씨는 이 전화를 받고 난 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업무용 프로그램에 접속해봤더니 실제로 다른 직원들과 관리자가 예약 내역을 조작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업무용 프로그램은 예약 관리를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체력단련장 관리자와 예약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만 접속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공정하게 배정하지 않고 미리 자리를 빼돌리는 방법이 보였어요. 또 배정됐던 팀이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정해진 규정에 의해서 다른 일반 회원들에게 이용 기회를 줘야 하는데 자기들이 가져가거나 지인들에게 넘긴 거죠."

■ '예약 비리' 의심 사례 … 지난해 최소 100건

KBS 탐사보도부는 경찰 체력단련장 예약 기록 일부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예약 비리로 추정되는 사례가 아산 골프장에서만 최소 100회가 확인됐다. 정상적인 배정이 아니라 관리자 계정으로 시스템에 손을 댄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들이다.

아산 체력단련장 직원들과 관리자들은 ①추첨 등을 통한 배정 전에 자리를 빼놓거나 ②배정 이후에 새로운 자리를 만들거나 ③취소된 예약을 임의대로 활용하거나 ④만점인 계정 4개로 배정을 받은 뒤 특정인에게 넘겨줬다.


혜택을 본 사람은 현직 경찰 공무원 101명, 현직 배우자 3명, 퇴직자 10명, 퇴직자 배우자 2명, 지역 회원 29명 등 모두 190명이나 됐다. 경찰 골프장 회원이 아닌 비회원(일반인)도 45명이나 됐다. 경찰 공무원이 아닌 비회원(일반인)도 회원을 동반한 경우엔 예약을 지원할 수 있다. 단, 비회원은 점수가 0점이라 주말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에는 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약 비리 문제는 비단 아산 경찰 체력단련장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KBS가 탐사보도부가 확인한 용인 경찰 체력단련장 예약 내역에도 예약 비리가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특히 용인 체력단련장은 퇴직자들에게 예약 특혜가 집중됐다. 한 퇴직 경찰관은 2019년 한 해 용인에서 289번, 아산에서 53번, 총 342번 골프를 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년 365일 중의 342일을 경찰 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예약 시스템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을 제외하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숫자다.

■ 경찰 고위직도 예약 특혜받아 … 권익위 조사 착수

예약 특혜를 본 사람 가운데 경찰 고위직도 있다. 바로 경찰 계급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이명교 치안감과 이명호 치안감이다. 이명교 치안감은 지난해 12월까지 경찰 인재개발원장이었고, 이명호 치안감은 현 경찰 인재개발원장이다. 경찰 체력단련장이 경찰 인재개발원에 속해 있는데,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장들이 연이어 예약 특혜를 받았다.

이명교 치안감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 사이 모두 11번 경찰 체력단련장을 이용했다. 6월부터 9월 사이는 접대 골프를 받았다가 정직 3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져 경찰 체력단련장을 찾지 않았다. 체력단련장 직원들은 이 치안감을 위해 추첨 전에 자리를 미리 빼두거나 추첨 이후에 새로 자리를 만들었다. 이 치안감은 예약 경쟁이 치열한 주말에 외부인들을 불러 골프를 치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이 외부인 즉 비회원들은 점수가 0점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외부인들을 동반한 주말 골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명호 치안감도 지난해 12월 경찰 인재개발원 부임 이후 평일에 조퇴를 내고 아내와 골프를 쳤다. 이 역시 정상적인 예약이 아니라 직원들이 예약 시스템을 조작해 새로 자리를 만들어 냈다.

전문가들은 인사권자인 경찰 고위직에게 특혜를 제공한 건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영기 호루라기 재단 이사장(변호사)은 "부패 행위라고 하는 것은 공직자가 그 직무와 관련해서 지위 또는 권한을 이용해 자기나 제삼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인데 골프장 예약을 새치기하는 행위는 부패방지법상 부패의 정의에 꼭 부합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명교, 이명호 치안감은 "담당 직원에게 예약을 부탁했을 뿐이고 예약이 취소된 시간에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내부 제보자로부터 신고를 받고 경찰 체력단련장의 예약 비리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 [탐사K] ‘이용료 2만 원’ 경찰 골프장…예약 어려웠던 숨겨진 이유
    • 입력 2022-03-02 06:00:31
    • 수정2022-03-02 06:00:41
    탐사K

"경찰의 체력은 국민의 안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 경찰 체력단련장'이 있습니다". 명칭만 보면 운동 기구가 즐비한 체육관이 떠오르지만, 이곳은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 경찰 골프장'이다. 경찰 공무원의 복지와 체력 증진을 위해 경기 용인에 286,214㎡, 충남 아산에 400,000㎡ 규모로 두 곳이 있다. 각각 9개 홀과 클럽하우스, 연습장, 라운딩 중 휴식을 위한 그늘집을 갖추고 있다.

■이용료가 단돈 2만 원 … '경찰 골프장'

이용 요금(그린피)은 매우 저렴하다. 현직 경찰 공무원과 배우자는 1인당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2만 원, 20년 이상 근속한 퇴직자는 3만원이다. 일반 골프장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2022년 1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회원제 골프장 주말 평균 1인 이용료는 약 24만 원, 대중제 골프장 주말 평균 1인 이용료는 약 19만 원이다.) 골프장이 위치한 경기 용인시와 충남 아산시 주민들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제한적으로 예약할 수 있고 이용료는 6만 원이다. (주말은 경찰 공무원과 동반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이용료는 9만 원이다.)

이렇게 저렴한 이용료가 가능한 이유가 있다. 골프장 관리와 운영을 경찰공무원들이 직접 하는 데다, 공무원 인건비를 빼고도 한 해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운영 적자가 나도 세금으로 보전되기 때문이다.

경찰 체력단련장은 저렴한 가격에 골프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예약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특히 주말이 심한데 2020년 11월 7일 토요일의 경우 총 33개 시간대에 275개 팀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8 : 1이 넘었다.

예약 배정은 경찰청 훈령에 근거해 엄정하게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점수제'로 운영된다. 예약자와 동반자 등 4명 점수의 합이 가장 높은 팀에게 자리를 먼저 배정한다. 점수는 회원 1인당 기본 25점이 주어지고,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점씩 감점된다. 이용 경험이 적은 회원에게 우선권을 줘 최대한 이용 기회를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원한 팀의 점수가 같다면 추첨을 한다. 이 같은 배정은 모두 이용 예정일 열흘 전에 실시된다.


■"왜 만점인데 예약이 안되나요"…경찰 골프장의 비밀

아산 경찰 체력단련장 직원 A 씨는 근무 중 자주 항의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여기 골프장을 한번 이용하고 싶은데 당첨이 너무 안 된다는 회원들 전화가 굉장히 많이 왔다"고 말한다. 이용 이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거의 만점으로 신청해도 예약이 안된다는 항의가 계속됐다. 그런데 A 씨가 몰랐던 이유가 있었다.

"경찰 회원이 전화를 해서, 같이 근무하시는 누구는 예약을 직접 잡아서 자기한테 주기도 한다며 저에게도 예약을 직접 잡아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예약 관리 업무만을 해야지 직접 예약을 잡아서 회원에게 넘기면 안 되거든요". A 씨는 이 전화를 받고 난 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업무용 프로그램에 접속해봤더니 실제로 다른 직원들과 관리자가 예약 내역을 조작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업무용 프로그램은 예약 관리를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체력단련장 관리자와 예약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만 접속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공정하게 배정하지 않고 미리 자리를 빼돌리는 방법이 보였어요. 또 배정됐던 팀이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정해진 규정에 의해서 다른 일반 회원들에게 이용 기회를 줘야 하는데 자기들이 가져가거나 지인들에게 넘긴 거죠."

■ '예약 비리' 의심 사례 … 지난해 최소 100건

KBS 탐사보도부는 경찰 체력단련장 예약 기록 일부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예약 비리로 추정되는 사례가 아산 골프장에서만 최소 100회가 확인됐다. 정상적인 배정이 아니라 관리자 계정으로 시스템에 손을 댄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들이다.

아산 체력단련장 직원들과 관리자들은 ①추첨 등을 통한 배정 전에 자리를 빼놓거나 ②배정 이후에 새로운 자리를 만들거나 ③취소된 예약을 임의대로 활용하거나 ④만점인 계정 4개로 배정을 받은 뒤 특정인에게 넘겨줬다.


혜택을 본 사람은 현직 경찰 공무원 101명, 현직 배우자 3명, 퇴직자 10명, 퇴직자 배우자 2명, 지역 회원 29명 등 모두 190명이나 됐다. 경찰 골프장 회원이 아닌 비회원(일반인)도 45명이나 됐다. 경찰 공무원이 아닌 비회원(일반인)도 회원을 동반한 경우엔 예약을 지원할 수 있다. 단, 비회원은 점수가 0점이라 주말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에는 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약 비리 문제는 비단 아산 경찰 체력단련장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KBS가 탐사보도부가 확인한 용인 경찰 체력단련장 예약 내역에도 예약 비리가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특히 용인 체력단련장은 퇴직자들에게 예약 특혜가 집중됐다. 한 퇴직 경찰관은 2019년 한 해 용인에서 289번, 아산에서 53번, 총 342번 골프를 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년 365일 중의 342일을 경찰 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예약 시스템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을 제외하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숫자다.

■ 경찰 고위직도 예약 특혜받아 … 권익위 조사 착수

예약 특혜를 본 사람 가운데 경찰 고위직도 있다. 바로 경찰 계급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이명교 치안감과 이명호 치안감이다. 이명교 치안감은 지난해 12월까지 경찰 인재개발원장이었고, 이명호 치안감은 현 경찰 인재개발원장이다. 경찰 체력단련장이 경찰 인재개발원에 속해 있는데,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장들이 연이어 예약 특혜를 받았다.

이명교 치안감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 사이 모두 11번 경찰 체력단련장을 이용했다. 6월부터 9월 사이는 접대 골프를 받았다가 정직 3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져 경찰 체력단련장을 찾지 않았다. 체력단련장 직원들은 이 치안감을 위해 추첨 전에 자리를 미리 빼두거나 추첨 이후에 새로 자리를 만들었다. 이 치안감은 예약 경쟁이 치열한 주말에 외부인들을 불러 골프를 치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이 외부인 즉 비회원들은 점수가 0점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외부인들을 동반한 주말 골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명호 치안감도 지난해 12월 경찰 인재개발원 부임 이후 평일에 조퇴를 내고 아내와 골프를 쳤다. 이 역시 정상적인 예약이 아니라 직원들이 예약 시스템을 조작해 새로 자리를 만들어 냈다.

전문가들은 인사권자인 경찰 고위직에게 특혜를 제공한 건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영기 호루라기 재단 이사장(변호사)은 "부패 행위라고 하는 것은 공직자가 그 직무와 관련해서 지위 또는 권한을 이용해 자기나 제삼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인데 골프장 예약을 새치기하는 행위는 부패방지법상 부패의 정의에 꼭 부합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명교, 이명호 치안감은 "담당 직원에게 예약을 부탁했을 뿐이고 예약이 취소된 시간에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내부 제보자로부터 신고를 받고 경찰 체력단련장의 예약 비리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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