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산불]① 올해 산불 평년 2배↑…주범은 ‘온난화’

입력 2022.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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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글 싣는 순서
[극한산불①]올해 산불 평년 2배↑…주범은 '온난화'
[극한산불②]]사라진 '산불 시즌'…탄소 못 줄이면 피해면적 16배


올들어 유난히 산불 소식이 많습니다.

오늘(3일)과 내일도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입니다. 강원 산지와 영동지방이 특히 위험합니다. 강릉과 양양, 고성 등 동해안에는 보름 넘게 건조특보가 내려져 있는 데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5m(시속 90k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까지 불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발생한 산불의 주요 원인은 담뱃불 같은 실화, 쓰레기 소각 등입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는 거들뿐,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방심'입니다.

■ 봄도 아닌데… 겨울에 '대형 산불' 주의보?

지난달 마지막 날. 경남 합천에서 시작된 산불이 경북 고령까지 넘어갔습니다. 불길을 잡는 데만 27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피해 면적은 675헥타르(ha)에 달할 거로 추산됩니다.

2월 28일 경남 합천 산불_제공: 산림청2월 28일 경남 합천 산불_제공: 산림청

그동안 우리나라 산불의 절반 이상은 봄에 집중됐습니다. 특히 대형 산불, 피해 면적이 100ha(100만㎡) 이상이거나 24시간 이상 지속된 산불의 경우 3월에서 4월 사이에 90% 이상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합천 산불로 이 '상식'이 깨졌습니다.

올들어 2월 28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모두 222건. 예년 평균(112건)의 2배나 많습니다. 특히 대형 산불도 이미 2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산림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도 빨라졌습니다. 올해는 한겨울인 1월 14일에 처음 발령됐습니다. 1월 '관심' 단계로 시작해 2월 14일에는 '주의'로 격상됐고, 2주 만인 2월 28일에는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효됐습니다.

■ 산불 '급증', 피해면적 '폭증'


자료: 산림청자료: 산림청

위 그래프는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을 표시한 것입니다. 파란색으로 보이는 산불 건수는 2017년 692건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2019년과 2020년에도 2년 연속 600건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초록색으로 표시된 피해 면적인데요. 최근 들어 증가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강원도 고성 산불이 발생했던 2019년은 3,255ha로 한해 전보다 3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럼 산불 피해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은 어디였을까요?

자료 :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산불 발생 빈도 분석 및 산불 위험성 추정’ 논문자료 :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산불 발생 빈도 분석 및 산불 위험성 추정’ 논문

위 그림은 과거 10년(1987~1996년)과 최근 10년(2007~2016년) 산불 발생 건수를 보여주는데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과거(초록색)보다 최근(파란색) 산불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경상북도와 강원도, 전라남도의 산불 발생 빈도가 급증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지역은 최근 들어 대형 산불이 잦은 곳이기도 합니다.

■ 대형 산불 좌우하는 변수는?

산불 발생을 좌우하는 강력한 요인은 바로 날씨입니다. 특히 눈비가 오지 않고 건조한데 바람까지 세게 불면 작은 불씨가 큰 산불로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과거 10년(1987~1996년)과 최근 10년(2007~2016년) 월별 산불 발생 건수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자료 :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산불 발생 빈도 분석 및 산불 위험성 추정’ 논문자료 :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산불 발생 빈도 분석 및 산불 위험성 추정’ 논문

그래프를 보면 4월을 제외한 거의 모든 달에서 최근(파란색) 산불 발생이 늘어난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1월과 2월, 3월, 5월, 6월의 산불 증가 폭이 두드러집니다. 꺾은선으로 표시된 게 적설량인데요.
적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2월의 영향으로 산불도 함께 증가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겨울에 내리는 눈의 양이 산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건조한 날씨도 산불을 키우는 원인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전국 건조특보 일수가 5년간 평균을 웃돌 정도로 많았습니다. 2019년과 2020년은 앞서 말씀드렸던 산불이 폭증한 시기입니다. 건조특보 일수에 비례해 산불 발생 역시 늘어났다는 얘기입니다.

자료: 산림청자료: 산림청

■ '2도 온난화'…산불 위험 '2배' 증가

최근 많은 과학자들은 산불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온난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2도 오르면 전 지구 산불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이렇습니다. '2도 온난화'에선 '1.5도 온난화'보다 '산불 기상지수'(FWI)가 2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산불 기상지수는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수입니다.

그러니까 온난화를 1.5도 수준으로 억제하지 못하면 산불 위험이 2배나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겨울'에 산불 지수가 더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급속한 기후 변화가 우리나라 산불의 특징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따뜻해진 겨울, 눈이 적게 내리고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겨울 산불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봄철 산불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겨울 가뭄이 지독했던 만큼 앞으로 대형 산불이 잦을 전망입니다.

다시 산불과의 전쟁에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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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산불]① 올해 산불 평년 2배↑…주범은 ‘온난화’
    • 입력 2022-03-03 06:00:47
    취재K
▼ 글 싣는 순서<br /><strong>[극한산불①]올해 산불 평년 2배↑…주범은 '온난화'</strong><br />[극한산불②]]사라진 '산불 시즌'…탄소 못 줄이면 피해면적 16배<br />

올들어 유난히 산불 소식이 많습니다.

오늘(3일)과 내일도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입니다. 강원 산지와 영동지방이 특히 위험합니다. 강릉과 양양, 고성 등 동해안에는 보름 넘게 건조특보가 내려져 있는 데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5m(시속 90k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까지 불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발생한 산불의 주요 원인은 담뱃불 같은 실화, 쓰레기 소각 등입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는 거들뿐,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방심'입니다.

■ 봄도 아닌데… 겨울에 '대형 산불' 주의보?

지난달 마지막 날. 경남 합천에서 시작된 산불이 경북 고령까지 넘어갔습니다. 불길을 잡는 데만 27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피해 면적은 675헥타르(ha)에 달할 거로 추산됩니다.

2월 28일 경남 합천 산불_제공: 산림청
그동안 우리나라 산불의 절반 이상은 봄에 집중됐습니다. 특히 대형 산불, 피해 면적이 100ha(100만㎡) 이상이거나 24시간 이상 지속된 산불의 경우 3월에서 4월 사이에 90% 이상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합천 산불로 이 '상식'이 깨졌습니다.

올들어 2월 28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모두 222건. 예년 평균(112건)의 2배나 많습니다. 특히 대형 산불도 이미 2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산림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도 빨라졌습니다. 올해는 한겨울인 1월 14일에 처음 발령됐습니다. 1월 '관심' 단계로 시작해 2월 14일에는 '주의'로 격상됐고, 2주 만인 2월 28일에는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효됐습니다.

■ 산불 '급증', 피해면적 '폭증'


자료: 산림청
위 그래프는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을 표시한 것입니다. 파란색으로 보이는 산불 건수는 2017년 692건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2019년과 2020년에도 2년 연속 600건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초록색으로 표시된 피해 면적인데요. 최근 들어 증가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강원도 고성 산불이 발생했던 2019년은 3,255ha로 한해 전보다 3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럼 산불 피해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은 어디였을까요?

자료 :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산불 발생 빈도 분석 및 산불 위험성 추정’ 논문
위 그림은 과거 10년(1987~1996년)과 최근 10년(2007~2016년) 산불 발생 건수를 보여주는데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과거(초록색)보다 최근(파란색) 산불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경상북도와 강원도, 전라남도의 산불 발생 빈도가 급증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지역은 최근 들어 대형 산불이 잦은 곳이기도 합니다.

■ 대형 산불 좌우하는 변수는?

산불 발생을 좌우하는 강력한 요인은 바로 날씨입니다. 특히 눈비가 오지 않고 건조한데 바람까지 세게 불면 작은 불씨가 큰 산불로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과거 10년(1987~1996년)과 최근 10년(2007~2016년) 월별 산불 발생 건수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자료 :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산불 발생 빈도 분석 및 산불 위험성 추정’ 논문
그래프를 보면 4월을 제외한 거의 모든 달에서 최근(파란색) 산불 발생이 늘어난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1월과 2월, 3월, 5월, 6월의 산불 증가 폭이 두드러집니다. 꺾은선으로 표시된 게 적설량인데요.
적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2월의 영향으로 산불도 함께 증가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겨울에 내리는 눈의 양이 산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건조한 날씨도 산불을 키우는 원인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전국 건조특보 일수가 5년간 평균을 웃돌 정도로 많았습니다. 2019년과 2020년은 앞서 말씀드렸던 산불이 폭증한 시기입니다. 건조특보 일수에 비례해 산불 발생 역시 늘어났다는 얘기입니다.

자료: 산림청
■ '2도 온난화'…산불 위험 '2배' 증가

최근 많은 과학자들은 산불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온난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2도 오르면 전 지구 산불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이렇습니다. '2도 온난화'에선 '1.5도 온난화'보다 '산불 기상지수'(FWI)가 2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산불 기상지수는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수입니다.

그러니까 온난화를 1.5도 수준으로 억제하지 못하면 산불 위험이 2배나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겨울'에 산불 지수가 더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급속한 기후 변화가 우리나라 산불의 특징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따뜻해진 겨울, 눈이 적게 내리고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겨울 산불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봄철 산불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겨울 가뭄이 지독했던 만큼 앞으로 대형 산불이 잦을 전망입니다.

다시 산불과의 전쟁에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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