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조’ 하라며 ‘찔끔 지원’…“비용·구인은 하청 몫이 됐다”

입력 2022.03.03 (07:01) 수정 2022.03.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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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 1조' 하라는 말에 좋아했어요, 안전해지니까요…하지만 이런 식은 아닙니다."

LG유플러스 측과 도급 계약을 맺고 일하는 광케이블 접속 작업자 A씨가 KBS 취재진에게 꺼낸 말입니다.

통신 광케이블 접속 작업자들은 인터넷 가입 신청이 들어오거나 장애가 접수된 경우 근처에 있는 전신주나 맨홀을 찾아 선을 연장하거나 보수합니다.

관계법에 따라 안전봉이나 수신호를 하는 마네킹 등을 설치해 보호 조치를 한 뒤 대다수 작업자가 혼자 해오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국내 기간통신사들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2인 1조' 작업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 같은 개인업자들은 추가적으로 '안전감시자' 역할을 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인 건데 일부 통신사가 그 부담을 하청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 원청은 명분 챙기고 지원은 '찔끔'…"비용·구인은 하청 몫이 됐다"

LG유플러스는 2월 3일 자 시행으로 '2인 1조' 작업 공문을 전국에 있는 하청업자들에게 내려보냈습니다.

추가 인원에 대한 인건비(노무비)로 작업 한 건당 8,896원을 주겠다고 책정했습니다.

한 달 100건을 작업해도 90만 원이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업계 파악 결과, 통신 3사 가운데 인건비 단가가 가장 적습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 A씨는 지난달 작업을 한 건도 못 나갔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A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광케이블 접속자 커뮤니티에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 신세가 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급한 대로 장인어른이나 아내에게 안전감시자 교육을 받게 한 뒤 현장에 세워두고 일하고 있다'는 글도 보였습니다. 일을 못하면 개인업자들은 수입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A씨를 비롯한 일부 작업자들은 원청 측의 협력업체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말했지만 '모자란 금액은 알아서 부담을 해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통신 광케이블 접속 작업자 A씨:
"누가 월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야외에서 종일 서 있고 낮밤 대중없이 옮겨 다니는 일을 하러 오겠습니까. '2인 1조'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원청이 지침을 세워놓고는 사람을 우리(하청업자) 보고 알아서 구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 중대재해처벌법 살펴보니…"엄연히 원청이 해야 할 일"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어떻게 규정돼 있을까.

관련 시행령에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과 인력 등을 구비 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하게 돼 있습니다.

이는 도급과 용역, 위탁 등을 맡은 노무종사자에게도 해당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안전보건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집행해 적용하라는 내용으로 원청의 의무가 엄연히 법에 명시돼 있고 이를 하청에 떠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LG유플러스 "뒤늦게 상황 인지…인건비 조정 등 다각도로 검토할 것"

LG유플러스는 단독 작업이 많은 것을 확인해 안전상 '2인 1조 구성'을 의무화했고 정부의 표준 품셈(일용직 표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대강의 작업 시간을 산정, 인건비를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서 구인난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도 해명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작업 차질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인터넷 접속 신청이 보름 넘게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LG유플러스는 당초 2인 1조에 따른 추가 인건비로 예상한 80여억 원 외에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700여 개인업자를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해 인건비의 단계적 인상 또는 추가 인원을 공급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설명이 현장에 실제 적용이 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연관 기사] [뉴스9/제보] “안전 위해 ‘2인1조’ 작업”…비용은 하청업체도 공동부담?

인포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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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인1조’ 하라며 ‘찔끔 지원’…“비용·구인은 하청 몫이 됐다”
    • 입력 2022-03-03 07:01:01
    • 수정2022-03-03 10:16:05
    취재K

■ "'2인 1조' 하라는 말에 좋아했어요, 안전해지니까요…하지만 이런 식은 아닙니다."

LG유플러스 측과 도급 계약을 맺고 일하는 광케이블 접속 작업자 A씨가 KBS 취재진에게 꺼낸 말입니다.

통신 광케이블 접속 작업자들은 인터넷 가입 신청이 들어오거나 장애가 접수된 경우 근처에 있는 전신주나 맨홀을 찾아 선을 연장하거나 보수합니다.

관계법에 따라 안전봉이나 수신호를 하는 마네킹 등을 설치해 보호 조치를 한 뒤 대다수 작업자가 혼자 해오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국내 기간통신사들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2인 1조' 작업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 같은 개인업자들은 추가적으로 '안전감시자' 역할을 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인 건데 일부 통신사가 그 부담을 하청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 원청은 명분 챙기고 지원은 '찔끔'…"비용·구인은 하청 몫이 됐다"

LG유플러스는 2월 3일 자 시행으로 '2인 1조' 작업 공문을 전국에 있는 하청업자들에게 내려보냈습니다.

추가 인원에 대한 인건비(노무비)로 작업 한 건당 8,896원을 주겠다고 책정했습니다.

한 달 100건을 작업해도 90만 원이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업계 파악 결과, 통신 3사 가운데 인건비 단가가 가장 적습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 A씨는 지난달 작업을 한 건도 못 나갔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A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광케이블 접속자 커뮤니티에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 신세가 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급한 대로 장인어른이나 아내에게 안전감시자 교육을 받게 한 뒤 현장에 세워두고 일하고 있다'는 글도 보였습니다. 일을 못하면 개인업자들은 수입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A씨를 비롯한 일부 작업자들은 원청 측의 협력업체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말했지만 '모자란 금액은 알아서 부담을 해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통신 광케이블 접속 작업자 A씨:
"누가 월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야외에서 종일 서 있고 낮밤 대중없이 옮겨 다니는 일을 하러 오겠습니까. '2인 1조'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원청이 지침을 세워놓고는 사람을 우리(하청업자) 보고 알아서 구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 중대재해처벌법 살펴보니…"엄연히 원청이 해야 할 일"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어떻게 규정돼 있을까.

관련 시행령에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과 인력 등을 구비 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하게 돼 있습니다.

이는 도급과 용역, 위탁 등을 맡은 노무종사자에게도 해당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안전보건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집행해 적용하라는 내용으로 원청의 의무가 엄연히 법에 명시돼 있고 이를 하청에 떠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LG유플러스 "뒤늦게 상황 인지…인건비 조정 등 다각도로 검토할 것"

LG유플러스는 단독 작업이 많은 것을 확인해 안전상 '2인 1조 구성'을 의무화했고 정부의 표준 품셈(일용직 표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대강의 작업 시간을 산정, 인건비를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서 구인난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도 해명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작업 차질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인터넷 접속 신청이 보름 넘게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LG유플러스는 당초 2인 1조에 따른 추가 인건비로 예상한 80여억 원 외에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700여 개인업자를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해 인건비의 단계적 인상 또는 추가 인원을 공급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설명이 현장에 실제 적용이 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연관 기사] [뉴스9/제보] “안전 위해 ‘2인1조’ 작업”…비용은 하청업체도 공동부담?

인포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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