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정규직화? 철저 수사?…토론 소환된 故 김용균

입력 2022.03.03 (08:00) 수정 2022.03.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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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 : "정치인 자식은 산재 당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사고가 났을 때 발전사 일부라도 정규직으로 고용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김용균의 친구 6,561명중에 단 한명도 정규직화 된 사람이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 한 약속인데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정치인들 가족이나 자식들은 비정규직으로 가서 현장에서 그런 참사를 당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절박하지 않은 겁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법정 TV 토론(사회 분야)에서 한 말입니다.

고(故)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혼자 컨베이어 벨트에 낀 석탄 제거를 위해 점거구 안으로 몸을 숙여 작업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1년짜리 비정규직이었던 그는 사고 당시 스물다섯이었습니다.

심 후보는 TV 토론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산재 유가족을 초청해 함께 입장하기도 했습니다.


■ 정규직 전환 '0명'…이재명 "민간은 강행 처리 어려워"

심 후보는 먼저 여당 주자인 이재명 대선 후보를 겨냥했습니다. "민주당은 생명·안전 업무의 경우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공약을 냈지만, 지금까지 김용균의 친구 6,561명 중 단 한 명도 정규직화된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의 1호 공약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 사망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무총리 훈령으로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를 발족시킨 뒤 22개의 권고안을 제출했습니다.

특조위가 첫 번째로 내세운 권고안이 바로 '운전 및 정비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입니다. 하지만 심 후보 주장대로 지난 3년간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발전사의 비정규직 6,561명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 후보가 "180석 갖고 아무것도 안 한 정당이 대선 되면 선거 때마다 공약만 재탕 삼탕하는데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자 이 후보는 "민간에서 벌어진 일을 법적 근거 없이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국민의힘이 동의해야 되는 것이지 민주당보고 강행 처리하라는 취지냐"고 했습니다.


■ 소규모 사업장 제외 타당?… 윤석열 "현실 따져봐야"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작년에 산재로 몇 명이 돌아가셨는지 아느냐"는 심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심 후보는 "2,000명 정도 돌아가셨다"며 "그런데 50인 미만 작업장은 (2024년까지) 유예됐고, 5인 미만 작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연 타당한가"라고 물었습니다.

실제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5인 미만 작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는 전체의 38.3%, 5인 이상 50인 미만은 42.4%를 차지했습니다.

산재 사망 사고의 80% 넘는 사람들이 중대재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2월, 故 김용균 씨 산재 사망사고 1심 판결이 열린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지난 2월, 故 김용균 씨 산재 사망사고 1심 판결이 열린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민주-국힘, "산재 엄정 수사" 윤 발언 두고 장외 공방전

윤석열 후보는 "심상정 후보의 말은 가슴으로 와닿는데 현실에서는 좀 따져봐야 된다"며 "검사 시절에 산재 사건에 대해서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윤 후보의 이 발언을 두고 여야는 장외 여론전을 이어갔습니다. 검찰총장 당시 서산지청을 지휘한 윤 후보 이력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토론회 도중 논평을 내고 "검찰은 김용균 사망 사건에 대해 14명을 무더기로 불구속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김용균 씨 사망 사건 관련 불구속 기소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시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11명 외에도 추가로 3명의 책임자를 확인해 기소했다"며 "특히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한 원하청 대표를 기소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은 '불구속 수사', 국민의힘은 '추가 기소'를 각각 내세우며 '네 탓 공방'을 벌인 겁니다.

■ 법인에 벌금 2,500만 원…원청 대표 '무죄'

그렇다면 김 씨 죽음의 책임을 묻는 판결은 어떻게 됐을까요?

사고 후 3년 2개월이 흐른 지난달 10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에는 무죄, 다른 관계자들에게는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실형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 후보는 토론회에서 "(김용균 사망 사건과 관련)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2,500만 원 벌금 내는 것으로 판결을 낸 재판 결과에 대해서 김미숙 어머님께서 원통하다고 절규를 하셨다"며 "다음 대통령은 그 절규를 끝내는 책임을 가지는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비참한 희생자를 더이상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렸지만, 현실은 제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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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정규직화? 철저 수사?…토론 소환된 故 김용균
    • 입력 2022-03-03 08:00:02
    • 수정2022-03-03 08:00:28
    팩트체크K

■ 발언 : "정치인 자식은 산재 당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사고가 났을 때 발전사 일부라도 정규직으로 고용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김용균의 친구 6,561명중에 단 한명도 정규직화 된 사람이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 한 약속인데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정치인들 가족이나 자식들은 비정규직으로 가서 현장에서 그런 참사를 당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절박하지 않은 겁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법정 TV 토론(사회 분야)에서 한 말입니다.

고(故)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혼자 컨베이어 벨트에 낀 석탄 제거를 위해 점거구 안으로 몸을 숙여 작업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1년짜리 비정규직이었던 그는 사고 당시 스물다섯이었습니다.

심 후보는 TV 토론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산재 유가족을 초청해 함께 입장하기도 했습니다.


■ 정규직 전환 '0명'…이재명 "민간은 강행 처리 어려워"

심 후보는 먼저 여당 주자인 이재명 대선 후보를 겨냥했습니다. "민주당은 생명·안전 업무의 경우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공약을 냈지만, 지금까지 김용균의 친구 6,561명 중 단 한 명도 정규직화된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의 1호 공약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 사망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무총리 훈령으로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를 발족시킨 뒤 22개의 권고안을 제출했습니다.

특조위가 첫 번째로 내세운 권고안이 바로 '운전 및 정비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입니다. 하지만 심 후보 주장대로 지난 3년간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발전사의 비정규직 6,561명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 후보가 "180석 갖고 아무것도 안 한 정당이 대선 되면 선거 때마다 공약만 재탕 삼탕하는데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자 이 후보는 "민간에서 벌어진 일을 법적 근거 없이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국민의힘이 동의해야 되는 것이지 민주당보고 강행 처리하라는 취지냐"고 했습니다.


■ 소규모 사업장 제외 타당?… 윤석열 "현실 따져봐야"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작년에 산재로 몇 명이 돌아가셨는지 아느냐"는 심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심 후보는 "2,000명 정도 돌아가셨다"며 "그런데 50인 미만 작업장은 (2024년까지) 유예됐고, 5인 미만 작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연 타당한가"라고 물었습니다.

실제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5인 미만 작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는 전체의 38.3%, 5인 이상 50인 미만은 42.4%를 차지했습니다.

산재 사망 사고의 80% 넘는 사람들이 중대재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2월, 故 김용균 씨 산재 사망사고 1심 판결이 열린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민주-국힘, "산재 엄정 수사" 윤 발언 두고 장외 공방전

윤석열 후보는 "심상정 후보의 말은 가슴으로 와닿는데 현실에서는 좀 따져봐야 된다"며 "검사 시절에 산재 사건에 대해서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윤 후보의 이 발언을 두고 여야는 장외 여론전을 이어갔습니다. 검찰총장 당시 서산지청을 지휘한 윤 후보 이력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토론회 도중 논평을 내고 "검찰은 김용균 사망 사건에 대해 14명을 무더기로 불구속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김용균 씨 사망 사건 관련 불구속 기소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시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11명 외에도 추가로 3명의 책임자를 확인해 기소했다"며 "특히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한 원하청 대표를 기소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은 '불구속 수사', 국민의힘은 '추가 기소'를 각각 내세우며 '네 탓 공방'을 벌인 겁니다.

■ 법인에 벌금 2,500만 원…원청 대표 '무죄'

그렇다면 김 씨 죽음의 책임을 묻는 판결은 어떻게 됐을까요?

사고 후 3년 2개월이 흐른 지난달 10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에는 무죄, 다른 관계자들에게는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실형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 후보는 토론회에서 "(김용균 사망 사건과 관련)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2,500만 원 벌금 내는 것으로 판결을 낸 재판 결과에 대해서 김미숙 어머님께서 원통하다고 절규를 하셨다"며 "다음 대통령은 그 절규를 끝내는 책임을 가지는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비참한 희생자를 더이상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렸지만, 현실은 제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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