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금리가 오르면 누가 좋을까

입력 2022.03.03 (10:11) 수정 2022.03.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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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이 올라갑니다. 대출 받은 서민은 힘들어지지만 누군가는 이자를 더 챙겨가겠죠.
우리 정부도 빚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채인데 그럼 이제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겁니다. 그럼 누가 이익일까요?

1.한국인은 대출만큼 예금도 많다


대출 이자율이 올라가니 가계는 큰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예금도 1,869조 원이나 됩니다. 그 중 가계가 787조, 나머지는 기업(613조)이나 정부의 몫입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 2021년 4월 기준). 사실은 대출보다 예금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러니 금리가 올라가면 이들 예금주들은 더 이익이죠, 1년 전에 비해 예금 금리도 1%p 가량 올랐으니 벌써 이자 수익이 한해 18조 원 이상 늘었습니다. (은행은 이렇게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이자를 받아 -은행의 예대마진을 빼고- 돈이 남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곳입니다. 가난에는 이렇게 이자가 붙습니다).

2. 사실 우리 국민은 흑자다


경제신문을 보면 경기가 최악이라고들 하는데 지난 2월 5대 은행의 정기예금에만 11조 8,410억 원이 몰렸습니다. 우리 가계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50조 원 가까이 예금을 늘렸습니다. 국민의 ‘흑자율’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대입니다.

누군가 또는 어느 계층이-이 계층은 생각보다 두텁습니다- 꾸준히 흑자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저축’을 많이 하는 국민이 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거의 3%대까지 떨어졌던 우리 국민의 저축률은 2020년 이후 11%를 넘어섰습니다. 남는 돈이 투자할 곳을 못찾는다는 건데 어찌됐건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은 늘어납니다.

3. 한쪽은 예금부자, 한쪽은 대출부자

그럼 누가 이렇게 예금을 잔뜩 할까. 예를 들어 지난해 4분기 우리 국민은 소득이 크게 늘었습니다. 경기가 나아진 것도 있고 전년도 쪼그라든 소득의 기저효과 덕분입니다. 그 중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는 전년 동기 대비 105만 원을 더 벌었습니다. 그런데 전년 동기 대비 119만 원을 더 썼습니다. 적자입니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는 전년 대비 1,013만 원을 더 벌었는데 그 중 426만 원만 지출했습니다. 남는 돈의 상당부분은 은행에 예금을 했을 겁니다(통계청 2021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 가계부채 증가율(7.95%) - 명목GDP 성장률(0.45%) = 7.5%p(사상 최대)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사실 전체 가계는 흑자입니다. 흑자율은 사상 최고입니다. GDP갭도 사상 최대입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우리 GDP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빠릅니다. 정리하면, 우리 국민의 어느 한 쪽은 자꾸 흑자가 커지고, 어느 한 쪽은 자꾸 빚이 많아집니다(자료 기재부).

4. 정부의 국채 이자부담도 커진다

우리 정부는 놀랄 만큼 낮은 이자율로 채권 발행을 해왔습니다(해외 투자자들이 그만큼 우리 정부와 우리 경제를 믿는다는 뜻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국고채 발행은 300조 가량 껑충 뛰었는데 덕분에 이자부담은 연평균 1~2%밖에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온 셈이죠.

하지만 2020년 여름 0.8% 정도였던 3년물 국채발행 이자율이 요즘은 2%를 훌쩍 넘습니다. 8년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그만큼 우리정부의 이자부담이 높아지는 겁니다. 물론 이 국채 상당부분을 국내 투자자가 갖고 있으니정부가 부담하는 이자는 이들 국내 투자자에게 돌아가겠지만요.

5. 그럼 우리가 외국에 빌려준 돈은 없을까? (그럼 우리가 갖고 있는 외국 채권은 얼마나 될까?)


마침 며칠 전에 기재부에서 따끈따근한 자료를 내놨습니다. 우리 대외 채무는 정부 국채발행 등이 증가하면서 6,285억 달러가 됐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특히 우리 국민의 대외 금융투자가 늘면서 오히려 우리 정부나 기업이 들고 있는 대외채권은 1조 779억 달러로 더 늘었습니다.

덕분에 순대외채권도 334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자꾸 빚을 내서 갚을 돈이 늘어나는데 우리 기업과 정부가 들고 있는 채권은 더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니 이자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이익입니다. 정부의 부채는 크게 늘었지만 우리 국민 전체(특히 기업)가 해외를 상대로 장사와 투자를 참 잘한 덕분입니다.

■ 대외채권 - 1조 779억 달러 (502억 달러 증가)
대외채무 - 6,285억 달러 (836억 달러 증가)
순대외채권 - 4,494억 달러 (334억 달러 감소)
- 기획재정부 '2021년 말 대외채권·채무 동향'



6. 가계대출 1위의 선진국


우리는 세계 10번째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해진 스페인이나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 좀 산다는 나라 중에 국가부채가 한 해 GDP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 나라 중 ‘한국’이 가계부채 비율이 제일 높습니다. 정부 재정을 아끼고 아껴서 국민의 부채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가 된 것입니다. 사실은 자살률도, 근로시간도, 공공주택 보급비율도, 죄다 꼴찌 수준입니다. 그래서 ‘출산률’도 압도적으로 꼴찌인 나라가 됐습니다.

답은 정부의 재정 지출일 텐데, 그래서 또 지난 5년간 280조 가량 국가 부채가 늘었습니다.
세상에 ‘공짜’와 ‘비밀’ 그리고 ‘정답’은 없다는데 국가 부채는 어디까지가 정답일까요? 그 빚은 절대 공짜가 아닐텐데요.

이자율이 자꾸 올라갑니다.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고...이제 이자를 좀 많이 낼 시간입니다. 참고로 자꾸 국채를 발행하다 보니 한 해 국채 이자만 거의 20조 원에 달합니다. 우리 GDP의 무려 1%를 국채 이자로 냅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GDP의 거의 3%를 국채 이자로 부담합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빚을 늘렸을까.

■ 주요국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 변화(‘16년말→’21. 6월말, % 자료 기획재정부)
일본: 57.3→63.9 프랑스:56.2→65.8 독일:52.9→57.8 영국: 85.3→89.4 미국 77.5→79.2
한국: 87.3→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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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금리가 오르면 누가 좋을까
    • 입력 2022-03-03 10:11:15
    • 수정2022-03-03 15:26:38
    특파원 리포트

이자율이 올라갑니다. 대출 받은 서민은 힘들어지지만 누군가는 이자를 더 챙겨가겠죠.
우리 정부도 빚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채인데 그럼 이제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겁니다. 그럼 누가 이익일까요?

1.한국인은 대출만큼 예금도 많다


대출 이자율이 올라가니 가계는 큰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예금도 1,869조 원이나 됩니다. 그 중 가계가 787조, 나머지는 기업(613조)이나 정부의 몫입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 2021년 4월 기준). 사실은 대출보다 예금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러니 금리가 올라가면 이들 예금주들은 더 이익이죠, 1년 전에 비해 예금 금리도 1%p 가량 올랐으니 벌써 이자 수익이 한해 18조 원 이상 늘었습니다. (은행은 이렇게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이자를 받아 -은행의 예대마진을 빼고- 돈이 남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곳입니다. 가난에는 이렇게 이자가 붙습니다).

2. 사실 우리 국민은 흑자다


경제신문을 보면 경기가 최악이라고들 하는데 지난 2월 5대 은행의 정기예금에만 11조 8,410억 원이 몰렸습니다. 우리 가계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50조 원 가까이 예금을 늘렸습니다. 국민의 ‘흑자율’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대입니다.

누군가 또는 어느 계층이-이 계층은 생각보다 두텁습니다- 꾸준히 흑자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저축’을 많이 하는 국민이 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거의 3%대까지 떨어졌던 우리 국민의 저축률은 2020년 이후 11%를 넘어섰습니다. 남는 돈이 투자할 곳을 못찾는다는 건데 어찌됐건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은 늘어납니다.

3. 한쪽은 예금부자, 한쪽은 대출부자

그럼 누가 이렇게 예금을 잔뜩 할까. 예를 들어 지난해 4분기 우리 국민은 소득이 크게 늘었습니다. 경기가 나아진 것도 있고 전년도 쪼그라든 소득의 기저효과 덕분입니다. 그 중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는 전년 동기 대비 105만 원을 더 벌었습니다. 그런데 전년 동기 대비 119만 원을 더 썼습니다. 적자입니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는 전년 대비 1,013만 원을 더 벌었는데 그 중 426만 원만 지출했습니다. 남는 돈의 상당부분은 은행에 예금을 했을 겁니다(통계청 2021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 가계부채 증가율(7.95%) - 명목GDP 성장률(0.45%) = 7.5%p(사상 최대)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사실 전체 가계는 흑자입니다. 흑자율은 사상 최고입니다. GDP갭도 사상 최대입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우리 GDP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빠릅니다. 정리하면, 우리 국민의 어느 한 쪽은 자꾸 흑자가 커지고, 어느 한 쪽은 자꾸 빚이 많아집니다(자료 기재부).

4. 정부의 국채 이자부담도 커진다

우리 정부는 놀랄 만큼 낮은 이자율로 채권 발행을 해왔습니다(해외 투자자들이 그만큼 우리 정부와 우리 경제를 믿는다는 뜻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국고채 발행은 300조 가량 껑충 뛰었는데 덕분에 이자부담은 연평균 1~2%밖에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온 셈이죠.

하지만 2020년 여름 0.8% 정도였던 3년물 국채발행 이자율이 요즘은 2%를 훌쩍 넘습니다. 8년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그만큼 우리정부의 이자부담이 높아지는 겁니다. 물론 이 국채 상당부분을 국내 투자자가 갖고 있으니정부가 부담하는 이자는 이들 국내 투자자에게 돌아가겠지만요.

5. 그럼 우리가 외국에 빌려준 돈은 없을까? (그럼 우리가 갖고 있는 외국 채권은 얼마나 될까?)


마침 며칠 전에 기재부에서 따끈따근한 자료를 내놨습니다. 우리 대외 채무는 정부 국채발행 등이 증가하면서 6,285억 달러가 됐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특히 우리 국민의 대외 금융투자가 늘면서 오히려 우리 정부나 기업이 들고 있는 대외채권은 1조 779억 달러로 더 늘었습니다.

덕분에 순대외채권도 334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자꾸 빚을 내서 갚을 돈이 늘어나는데 우리 기업과 정부가 들고 있는 채권은 더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니 이자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이익입니다. 정부의 부채는 크게 늘었지만 우리 국민 전체(특히 기업)가 해외를 상대로 장사와 투자를 참 잘한 덕분입니다.

■ 대외채권 - 1조 779억 달러 (502억 달러 증가)
대외채무 - 6,285억 달러 (836억 달러 증가)
순대외채권 - 4,494억 달러 (334억 달러 감소)
- 기획재정부 '2021년 말 대외채권·채무 동향'



6. 가계대출 1위의 선진국


우리는 세계 10번째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해진 스페인이나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 좀 산다는 나라 중에 국가부채가 한 해 GDP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 나라 중 ‘한국’이 가계부채 비율이 제일 높습니다. 정부 재정을 아끼고 아껴서 국민의 부채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가 된 것입니다. 사실은 자살률도, 근로시간도, 공공주택 보급비율도, 죄다 꼴찌 수준입니다. 그래서 ‘출산률’도 압도적으로 꼴찌인 나라가 됐습니다.

답은 정부의 재정 지출일 텐데, 그래서 또 지난 5년간 280조 가량 국가 부채가 늘었습니다.
세상에 ‘공짜’와 ‘비밀’ 그리고 ‘정답’은 없다는데 국가 부채는 어디까지가 정답일까요? 그 빚은 절대 공짜가 아닐텐데요.

이자율이 자꾸 올라갑니다.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고...이제 이자를 좀 많이 낼 시간입니다. 참고로 자꾸 국채를 발행하다 보니 한 해 국채 이자만 거의 20조 원에 달합니다. 우리 GDP의 무려 1%를 국채 이자로 냅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GDP의 거의 3%를 국채 이자로 부담합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빚을 늘렸을까.

■ 주요국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 변화(‘16년말→’21. 6월말, % 자료 기획재정부)
일본: 57.3→63.9 프랑스:56.2→65.8 독일:52.9→57.8 영국: 85.3→89.4 미국 77.5→79.2
한국: 87.3→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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