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공약 ‘소멸국가 1호’ 막을 수 있을까?…평가는 “역부족”

입력 2022.03.03 (18:02) 수정 2022.03.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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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여러분은 후보들의 어떤 면을 선택 기준으로 삼고 계십니까?
우리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인 만큼, "정책, 공약을 보고 뽑겠다"는 답변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최우선 순위로 꼽힙니다.

그래서 KBS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 그리고 정책의 방향, 방향에 담긴 가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 합니다. 먼저 '유권자가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엇인가'를 국민들께 물어 10대 의제를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제들에 대한 공약을 각 후보에게 질의해 답을 받았습니다.

KBS의 정책·공약 검증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입니다.

■ 저출생 예산 200조 원 투입했는데 …왜?

"지구상 최우선 소멸국가 1호" -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인구문제 연구소 (2006년)

"북핵보다 무서운 것이 저출산 문제" - 전재희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2009년)

지난 10여 년간, 국내외에서 우리 저출생 문제를 꼬집은 말들입니다. 이 경고들,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2015년 43만 명 8천 명이었던 신생아 수. 지난해 26만 5백 명으로 줄었습니다. 17만명 넘게 감소한 것입니다.

정부도 15년 간 저출생 예산으로 200조 원 넘게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바뀔수록 출생률은 떨어지고, 저출생 정책이 도움이 된다는 시민들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왜 그런 것인지, 지난해 저출생 예산안을 뜯어봤습니다.

지원 뒤에 다시 회수되는 신혼 부부 주거 대출 지원에 9조 9천억 원으로 가장 많이 배정됐고 신혼부부 행복주택 공급에 3조 5천억 원,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에 4조 천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 간접지원 비중 60% 넘어… "OECD 평균까지 올려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생 예산 가운데 이 같은 간접 지원의 비중이 62%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드는 직접 지원을 우리 식의 저출생 예산으로 보는 OECD 기준에 대입해보면, 우리나라의 직접 지원 예산은 GDP 대비 1.3%로 저출생을 겪다 출생률이 반등한 프랑스 (3.6%) 영국 (3.3%)은 물론 OECD 평균 (2.34%)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2017년 OECD)

예산을 많이 쓰는 것만이 아니라 어디에다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올해 초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대 이상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 우리도 저출산 예산의 직접 지원 비중을 OECD 평균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李 ·尹 육아 휴직 활성화 공약 집중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의 저출생 공약 가운데 직접 지원책은 어떤지 분석해봤습니다. 대부분 후보 '육아 휴직 활성화'에 집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80%인 육아 휴직 급여 소득 대체율을 100%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출산과 동시에 부모 모두 육아 휴직이 자동 신청되도록 하겠다고도 공약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기존 육아 휴직 급여에, 출산 뒤 1년 동안 월 100만 원을 더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육아 휴직 기간은 부부 합산 3년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육아 휴직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집중했습니다. 2026년까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모든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겠다 했습니다. 일터의 공백은 국가 차원의 대체 인력 지원센터를 만들어, 막겠다고 했습니다.


■ "저출생 정책 기조 전환에는 역부족"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KBS 공약 검증 자문단은 "간접 지원에 쏠려있는 저출생 정책 기조를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하였습니다.

출생률이 반등한 선진국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절대적인 지원 규모의 증가였는데, 이런 구상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또 대표적인 직접 지원의 하나인 조세를 통한 현금 지원처럼, 현재 부족한 상태인 정책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대부분의 후보가 공약한 난임 부부 지원사업 등 저출생 공약 특성상 건강보험 재정과도 연관된 정책이 많은데, 건보 재정에 대한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단 강우창 고려대 교수는 "저출생이 심화되면 심화 될수록 건보 재정에 대한 부담도 오히려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건보재정으로만 해결하겠다는 것은 결국 건보 재정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성이 일터에서 출산 전후 겪는 경력 단절 같은 불이익을 어떻게 풀건지, 이 역시 저출생 문제 해소와 연관되지만, 이번 대선 후보들은 정작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왔습니다.

후보들의 저출생 공약이 부실하단 평가를 받은 이유는 뭘까?

KBS 공약검증 자문단 강우창 고려대 교수는 "전반적인 선거의 분위기가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저출생 공약처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데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저출생 공약이 후보들이 내놓는 생활 밀착형 공약과 달리, 당장 한 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관심도가 떨어진단 말입니다.

대선이 끝나도 저출생 문제는 남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저출생 정책 방향의 획기적 전환이 없다면 "지구상 최우선 소멸국가 1호"라는 경고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래픽: 솔미디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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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생 공약 ‘소멸국가 1호’ 막을 수 있을까?…평가는 “역부족”
    • 입력 2022-03-03 18:02:22
    • 수정2022-03-03 19:47:59
    취재K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여러분은 후보들의 어떤 면을 선택 기준으로 삼고 계십니까?
우리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인 만큼, "정책, 공약을 보고 뽑겠다"는 답변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최우선 순위로 꼽힙니다.

그래서 KBS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 그리고 정책의 방향, 방향에 담긴 가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 합니다. 먼저 '유권자가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엇인가'를 국민들께 물어 10대 의제를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제들에 대한 공약을 각 후보에게 질의해 답을 받았습니다.

KBS의 정책·공약 검증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입니다.

■ 저출생 예산 200조 원 투입했는데 …왜?

"지구상 최우선 소멸국가 1호" -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인구문제 연구소 (2006년)

"북핵보다 무서운 것이 저출산 문제" - 전재희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2009년)

지난 10여 년간, 국내외에서 우리 저출생 문제를 꼬집은 말들입니다. 이 경고들,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2015년 43만 명 8천 명이었던 신생아 수. 지난해 26만 5백 명으로 줄었습니다. 17만명 넘게 감소한 것입니다.

정부도 15년 간 저출생 예산으로 200조 원 넘게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바뀔수록 출생률은 떨어지고, 저출생 정책이 도움이 된다는 시민들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왜 그런 것인지, 지난해 저출생 예산안을 뜯어봤습니다.

지원 뒤에 다시 회수되는 신혼 부부 주거 대출 지원에 9조 9천억 원으로 가장 많이 배정됐고 신혼부부 행복주택 공급에 3조 5천억 원,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에 4조 천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 간접지원 비중 60% 넘어… "OECD 평균까지 올려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생 예산 가운데 이 같은 간접 지원의 비중이 62%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드는 직접 지원을 우리 식의 저출생 예산으로 보는 OECD 기준에 대입해보면, 우리나라의 직접 지원 예산은 GDP 대비 1.3%로 저출생을 겪다 출생률이 반등한 프랑스 (3.6%) 영국 (3.3%)은 물론 OECD 평균 (2.34%)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2017년 OECD)

예산을 많이 쓰는 것만이 아니라 어디에다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올해 초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대 이상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 우리도 저출산 예산의 직접 지원 비중을 OECD 평균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李 ·尹 육아 휴직 활성화 공약 집중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의 저출생 공약 가운데 직접 지원책은 어떤지 분석해봤습니다. 대부분 후보 '육아 휴직 활성화'에 집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80%인 육아 휴직 급여 소득 대체율을 100%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출산과 동시에 부모 모두 육아 휴직이 자동 신청되도록 하겠다고도 공약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기존 육아 휴직 급여에, 출산 뒤 1년 동안 월 100만 원을 더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육아 휴직 기간은 부부 합산 3년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육아 휴직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집중했습니다. 2026년까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모든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겠다 했습니다. 일터의 공백은 국가 차원의 대체 인력 지원센터를 만들어, 막겠다고 했습니다.


■ "저출생 정책 기조 전환에는 역부족"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KBS 공약 검증 자문단은 "간접 지원에 쏠려있는 저출생 정책 기조를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하였습니다.

출생률이 반등한 선진국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절대적인 지원 규모의 증가였는데, 이런 구상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또 대표적인 직접 지원의 하나인 조세를 통한 현금 지원처럼, 현재 부족한 상태인 정책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대부분의 후보가 공약한 난임 부부 지원사업 등 저출생 공약 특성상 건강보험 재정과도 연관된 정책이 많은데, 건보 재정에 대한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단 강우창 고려대 교수는 "저출생이 심화되면 심화 될수록 건보 재정에 대한 부담도 오히려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건보재정으로만 해결하겠다는 것은 결국 건보 재정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성이 일터에서 출산 전후 겪는 경력 단절 같은 불이익을 어떻게 풀건지, 이 역시 저출생 문제 해소와 연관되지만, 이번 대선 후보들은 정작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왔습니다.

후보들의 저출생 공약이 부실하단 평가를 받은 이유는 뭘까?

KBS 공약검증 자문단 강우창 고려대 교수는 "전반적인 선거의 분위기가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저출생 공약처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데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저출생 공약이 후보들이 내놓는 생활 밀착형 공약과 달리, 당장 한 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관심도가 떨어진단 말입니다.

대선이 끝나도 저출생 문제는 남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저출생 정책 방향의 획기적 전환이 없다면 "지구상 최우선 소멸국가 1호"라는 경고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래픽: 솔미디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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