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주자고?”

입력 2022.03.03 (20:10) 수정 2022.03.03 (20: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남방큰돌고래 이야기네요?

[기자]

네, 너무 딱딱한 주제만 다루는 듯 해서, 제주 해양생태계의 귀염둥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선거를 코 앞에 둔 지금 남방큰돌고래 얘기를 하는 게 맞을까요?

[기자]

10년전 한겨레신문 편집회의에서 똑같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불거지던 때였죠.

한가하게 돌고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냐는 반론이 강하게 나왔다고 합니다.

진통끝에 남종영 기자가 쓴 '제돌이의 운명'이라는 기사가 2012년 3월 3일 한겨레신문 1면 톱뉴스로 다뤄졌습니다.

한국언론은 물론 아마 해외언론을 뒤져봐도 돌고래가 주요 일간지 톱 뉴스를 장식한 전례는 찾기 힘들 겁니다.

기사가 나간 지 열흘 뒤에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제돌이의 야생 방사를 선언했죠.

한국사회가 돌고래 생태를 사회적의제로 다루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억이 납니다.

1년 뒤엔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오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죠.

야생 상태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만, 제돌이는 물론 춘삼이와 삼팔이에 이어 태산이와 복순이까지 야생의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수족관에서 공연을 하던 돌고래가 야생으로 돌아가 생존하기도 힘들텐데, 새끼까지 낳았습니다.

세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사례가 정체성 없는 국제자유도시에서 세계환경수도, 생태도시로 전환하려는 제주도가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남방큰돌고래가 어쩌면 제주의 판다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겁니다.

[앵커]

판다라면, 중국이 자신들의 상징처럼 여기는 귀여운 곰 아닙니까?

[기자]

네. 저절로 미소 짓게되는 귀여운 외모 덕분에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동물이죠.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판다 보호사업으로 연간 2조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경제적 가치도 높습니다.

[앵커]

제주에서도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하는 돌고래 관광을 하고 있잖아요.

판다 관광처럼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단순히 보는 관광에 한정짓는 말씀은 아닙니다.

경제적 수익을 넘어 남방큰돌고래를 통해 제주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체 보호가 중요합니다.

남방큰돌고래는 큰돌고래와도 다른 제주에만 사는 종인데, 개체수가 불과 120마리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에서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정한 멸종위기 해양생물입니다.

아무리 생태관광을 표방한다고 해도 현재 수준에선 돌고래 보호를 우선해야 하는 이윱니다.

[앵커]

제트스키나 선박이 돌고래에 아주 가까이 근접하는 모습을 뉴스로 본 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기자]

그런 문제가 제기되면서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2월에 남방큰돌고래 관찰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관광선박은 남방큰돌고래 무리와 300m 이내로 접근할 경우 속력을 줄여야 하고, 50m 이상 떨어져 운항해야 하며, 3척 이상의 선박이 동시에 돌고래 무리를 둘러싸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돌고래가 사라지면 관련 관광산업은 물론 제주의 생태적 보물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앵커]

제주도민들에게도 잊혀졌던 돌고래라는 존재가 이 정도의 사회적 의제로 올라온 것만 해도 어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야생으로 방사한 최초의 성공 사례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스토리가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돌고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또 하나의 서사극입니다.

이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핫핑크돌핀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2011년 한국에서 최초로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한 시민단체죠.

이 단체에는 두 명의 공동대표가 있는데요.

황현진 대표는 2011년 돌고래쇼를 하던 퍼시픽랜드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한 환경운동갑니다.

환경운동 진영에서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주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죠.

당시 강정마을에 와있던 음악인이자 평화활동가인 조약골씨와 함께 2011년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지금도 공동대표를 맡아 10년 이상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후원 회원도 5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앵커]

공동대표 두 분은 제주와 아무 연고가 없다고 들었는데, 10년 넘게 제주에서 활동하는 그 동력이 궁금하네요.

[기자]

저도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봤는데요.

그동안 사이버공간에서만 활동하다가 4년 전엔 대정읍 신도리 마을에 빈집을 빌려 제주돌핀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언제까지 활동을 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제주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말하더군요.

"남방큰돌고래를 보고 느꼈던 자신의 감동과 힐링을 후세들에게 꼭 남겨주고 싶어서 이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넘는 활동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우리 제주도민들이 오히려 그 가치를 몰랐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네,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입법 정책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기 위한 '생태법인'을 입법화하자는 토론회였습니다.

[앵커]

돌고래에 법인격을 주자?

동물을 법적인 사람으로 보자는 건가요?

대단히 낯선 개념인데요.

[기자]

생태법인이라는 용어는 아직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제화되지 않았습니다.

낯설 수밖에 없는데요.

진희종 전 제주도감사위원이 2년전 국내 철학학회지에 개념을 처음 발표했고, 지난해 후속 논문도 발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법인 제도라는 건 원래 사회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인간들이 만든거죠.

"사단법인"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일정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결합한 단체를 말합니다.

"재단법인"도 있습니다.

특정한 목적에 바쳐진 재산으로 결합한 단체죠.

두 가지 유형 모두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체제라지만 재산에도 인격을 부여하는데, 자연의 존재물에 법인격을 부여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겁니다.

[앵커]

그렇다고해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제화되지 않았다는데, 한국에서 제도로 만들 수 있을까요?

[기자]

지금 말씀드리는 일반적인 의미인 생태법인은 세계 최초입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7년 뉴질랜드 의회가 원주민인 마우리족의 오랜 삶의 터전인 왕가누이 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률을 만든 게 대표적인데요.

직접 들어보실까요?

["법률 12조, (왕가누이 강을 이루는) 모든 물리적, 형이상학적 요소들을 통합하는 분리할 수 없는 살아있는 전체이다."]

["뉴질랜드 의회는 왕가누이 강을 살아있는 개체로, 사람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원주민이 1870년대부터 정부와 싸운 결과, (왕가누이) 강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법적 정체성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왕가누이 강은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강인데요.

이 지역에 살고있던 원주민들과 뉴질랜드 정부 간에 1870년대부터 소유권 분쟁을 해온 곳입니다.

의회가 왕가누이강 분쟁해결법을 제정하면서 강에 법인격을 줬는데요.

인간이 아닌 특정 지역 생태계에 법인격을 부여한 획기적인 사례입니다.

뉴질랜드는 이 법률 제정 3년 전엔 국립공원이었던 북섬 동해안 근처 '테 우레웨라' 산악 지역에도 법인격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특정 지역의 산이나 강에 예외적으로 적용했던 생태법인을 일반화시켜보자는 거군요.

하지만 말도 못하는 돌고래를 법인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돌고래가 어떻게 자신의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거죠?

[기자]

현행 법체계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나타낼 수 없는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인 경우 후견인이 대신 법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않습니까?

그런 방식을 적용하면 되겠죠.

뉴질랜드 왕가누이 강의 경우에도 정부와 원주민이 추천한 사람들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후견인 지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요?

[기자]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논의할 쟁점은 많을 겁니다.

말씀하신 그런 문제의 중재를 위해 진희종 전 감사위원은 가정법원 처럼 생태 문제를 전담하는 법원을 신설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법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앵커]

결국 새로운 법률이 뒷받침되야 가능하다는 얘기네요?

[기자]

이와 관련한 국회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인 박규환 영산대 법학과 교수는 제주특별법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일반법으로 제정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국가 전체에 동시에 적용하는 방안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고, 특히 제주의 생태적 가치를 고려하면 적용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더 나아가 돌고래는 물론 곶자왈도 생태법인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사회적 법치국가에 이어 생태적 법치국가 논의를 진행중인 독일의 법 이론을 소개하면서 생태법인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앵커]

돌고래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결국 법률 얘기로 마무리되는군요.

어쨌든 제주에서 시작한 이 논의가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봅니다.

오늘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주 돋보기]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주자고?”
    • 입력 2022-03-03 20:10:03
    • 수정2022-03-03 20:42:58
    뉴스7(제주)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남방큰돌고래 이야기네요?

[기자]

네, 너무 딱딱한 주제만 다루는 듯 해서, 제주 해양생태계의 귀염둥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선거를 코 앞에 둔 지금 남방큰돌고래 얘기를 하는 게 맞을까요?

[기자]

10년전 한겨레신문 편집회의에서 똑같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불거지던 때였죠.

한가하게 돌고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냐는 반론이 강하게 나왔다고 합니다.

진통끝에 남종영 기자가 쓴 '제돌이의 운명'이라는 기사가 2012년 3월 3일 한겨레신문 1면 톱뉴스로 다뤄졌습니다.

한국언론은 물론 아마 해외언론을 뒤져봐도 돌고래가 주요 일간지 톱 뉴스를 장식한 전례는 찾기 힘들 겁니다.

기사가 나간 지 열흘 뒤에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제돌이의 야생 방사를 선언했죠.

한국사회가 돌고래 생태를 사회적의제로 다루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억이 납니다.

1년 뒤엔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오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죠.

야생 상태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만, 제돌이는 물론 춘삼이와 삼팔이에 이어 태산이와 복순이까지 야생의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수족관에서 공연을 하던 돌고래가 야생으로 돌아가 생존하기도 힘들텐데, 새끼까지 낳았습니다.

세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사례가 정체성 없는 국제자유도시에서 세계환경수도, 생태도시로 전환하려는 제주도가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남방큰돌고래가 어쩌면 제주의 판다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겁니다.

[앵커]

판다라면, 중국이 자신들의 상징처럼 여기는 귀여운 곰 아닙니까?

[기자]

네. 저절로 미소 짓게되는 귀여운 외모 덕분에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동물이죠.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판다 보호사업으로 연간 2조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경제적 가치도 높습니다.

[앵커]

제주에서도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하는 돌고래 관광을 하고 있잖아요.

판다 관광처럼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단순히 보는 관광에 한정짓는 말씀은 아닙니다.

경제적 수익을 넘어 남방큰돌고래를 통해 제주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체 보호가 중요합니다.

남방큰돌고래는 큰돌고래와도 다른 제주에만 사는 종인데, 개체수가 불과 120마리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에서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정한 멸종위기 해양생물입니다.

아무리 생태관광을 표방한다고 해도 현재 수준에선 돌고래 보호를 우선해야 하는 이윱니다.

[앵커]

제트스키나 선박이 돌고래에 아주 가까이 근접하는 모습을 뉴스로 본 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기자]

그런 문제가 제기되면서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2월에 남방큰돌고래 관찰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관광선박은 남방큰돌고래 무리와 300m 이내로 접근할 경우 속력을 줄여야 하고, 50m 이상 떨어져 운항해야 하며, 3척 이상의 선박이 동시에 돌고래 무리를 둘러싸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돌고래가 사라지면 관련 관광산업은 물론 제주의 생태적 보물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앵커]

제주도민들에게도 잊혀졌던 돌고래라는 존재가 이 정도의 사회적 의제로 올라온 것만 해도 어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야생으로 방사한 최초의 성공 사례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스토리가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돌고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또 하나의 서사극입니다.

이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핫핑크돌핀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2011년 한국에서 최초로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한 시민단체죠.

이 단체에는 두 명의 공동대표가 있는데요.

황현진 대표는 2011년 돌고래쇼를 하던 퍼시픽랜드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한 환경운동갑니다.

환경운동 진영에서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주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죠.

당시 강정마을에 와있던 음악인이자 평화활동가인 조약골씨와 함께 2011년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지금도 공동대표를 맡아 10년 이상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후원 회원도 5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앵커]

공동대표 두 분은 제주와 아무 연고가 없다고 들었는데, 10년 넘게 제주에서 활동하는 그 동력이 궁금하네요.

[기자]

저도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봤는데요.

그동안 사이버공간에서만 활동하다가 4년 전엔 대정읍 신도리 마을에 빈집을 빌려 제주돌핀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언제까지 활동을 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제주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말하더군요.

"남방큰돌고래를 보고 느꼈던 자신의 감동과 힐링을 후세들에게 꼭 남겨주고 싶어서 이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넘는 활동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우리 제주도민들이 오히려 그 가치를 몰랐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네,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입법 정책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기 위한 '생태법인'을 입법화하자는 토론회였습니다.

[앵커]

돌고래에 법인격을 주자?

동물을 법적인 사람으로 보자는 건가요?

대단히 낯선 개념인데요.

[기자]

생태법인이라는 용어는 아직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제화되지 않았습니다.

낯설 수밖에 없는데요.

진희종 전 제주도감사위원이 2년전 국내 철학학회지에 개념을 처음 발표했고, 지난해 후속 논문도 발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법인 제도라는 건 원래 사회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인간들이 만든거죠.

"사단법인"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일정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결합한 단체를 말합니다.

"재단법인"도 있습니다.

특정한 목적에 바쳐진 재산으로 결합한 단체죠.

두 가지 유형 모두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체제라지만 재산에도 인격을 부여하는데, 자연의 존재물에 법인격을 부여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겁니다.

[앵커]

그렇다고해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제화되지 않았다는데, 한국에서 제도로 만들 수 있을까요?

[기자]

지금 말씀드리는 일반적인 의미인 생태법인은 세계 최초입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7년 뉴질랜드 의회가 원주민인 마우리족의 오랜 삶의 터전인 왕가누이 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률을 만든 게 대표적인데요.

직접 들어보실까요?

["법률 12조, (왕가누이 강을 이루는) 모든 물리적, 형이상학적 요소들을 통합하는 분리할 수 없는 살아있는 전체이다."]

["뉴질랜드 의회는 왕가누이 강을 살아있는 개체로, 사람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원주민이 1870년대부터 정부와 싸운 결과, (왕가누이) 강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법적 정체성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왕가누이 강은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강인데요.

이 지역에 살고있던 원주민들과 뉴질랜드 정부 간에 1870년대부터 소유권 분쟁을 해온 곳입니다.

의회가 왕가누이강 분쟁해결법을 제정하면서 강에 법인격을 줬는데요.

인간이 아닌 특정 지역 생태계에 법인격을 부여한 획기적인 사례입니다.

뉴질랜드는 이 법률 제정 3년 전엔 국립공원이었던 북섬 동해안 근처 '테 우레웨라' 산악 지역에도 법인격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특정 지역의 산이나 강에 예외적으로 적용했던 생태법인을 일반화시켜보자는 거군요.

하지만 말도 못하는 돌고래를 법인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돌고래가 어떻게 자신의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거죠?

[기자]

현행 법체계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나타낼 수 없는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인 경우 후견인이 대신 법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않습니까?

그런 방식을 적용하면 되겠죠.

뉴질랜드 왕가누이 강의 경우에도 정부와 원주민이 추천한 사람들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후견인 지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요?

[기자]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논의할 쟁점은 많을 겁니다.

말씀하신 그런 문제의 중재를 위해 진희종 전 감사위원은 가정법원 처럼 생태 문제를 전담하는 법원을 신설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법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앵커]

결국 새로운 법률이 뒷받침되야 가능하다는 얘기네요?

[기자]

이와 관련한 국회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인 박규환 영산대 법학과 교수는 제주특별법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일반법으로 제정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국가 전체에 동시에 적용하는 방안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고, 특히 제주의 생태적 가치를 고려하면 적용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더 나아가 돌고래는 물론 곶자왈도 생태법인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사회적 법치국가에 이어 생태적 법치국가 논의를 진행중인 독일의 법 이론을 소개하면서 생태법인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앵커]

돌고래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결국 법률 얘기로 마무리되는군요.

어쨌든 제주에서 시작한 이 논의가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봅니다.

오늘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