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뒤 가장 늙은 나라”…연금개혁·정년연장 논의 사라진 대선

입력 2022.03.04 (18:01) 수정 2022.03.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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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여러분은 후보들의 어떤 면을 선택 기준으로 삼고 계십니까?

우리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인 만큼, "정책, 공약을 보고 뽑겠다"는 답변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최우선 순위로 꼽힙니다.

그래서 KBS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 그리고 정책의 방향, 방향에 담긴 가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 합니다. 먼저 '유권자가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엇인가'를 국민들께 물어 10대 의제를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제들에 대한 공약을 각 후보에게 질의해 답을 받았습니다.

KBS의 정책·공약 검증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입니다.

■ 대한민국 "23년 뒤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저출생뿐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 역시 우리 인구 구조상의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일단 3년 뒤인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23년 뒤인 2045년엔 고령 인구 비중이 37%로 올라,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전망입니다.


이렇게 고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지만,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유지한다면 2039년엔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측했습니다. 지금 연금 체계가 유지된다면 2055년에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현재 정년 구조상 퇴직하는 중년은 국민연금을 받기 전 몇 년 동안 소득에 공백이 생기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별다른 노후 대책이 없다면 국민연금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국민연금이 바닥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KBS 여론조사에서는 은퇴 후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답이 10명 중 4명꼴이었습니다.

은퇴 후 노후대책
준비하고 있다 46.9%
준비하지 않고 있다 41.4%

그래서 연금 개혁 문제와 정년 연장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피할 수 없이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사안입니다.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 '국민적 합의' 이유로 개혁에 소극적인 양강 후보

이번 대선에선 연금개혁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 자체가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양강 후보들은 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구체적인 개혁안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두 후보 모두 '연금개혁위원회'와 같은 논의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 민주당 대선 후보 (1월 3일 KBS 뉴스9 출연)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해야 된다, 그리고 결국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 연금 개혁 위원회와 같은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거기서 가능한 방안을 만들겠다까지밖에 말할 수 없는 거죠."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월 3일 대선후보 TV토론)
"연금개혁을 해야 하고, 연금 개혁은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거라 후보들이 대선 기간에 짧게 어떤 방향을 만들어서 공약으로 발표하기에는 대단히 위험해서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그래서 초당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선거 전에 꺼내서 유리할 것 없는 의제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윤석명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연금 개혁의 방향성은 부담을 지금보다 더 높이거나 아니면 받는 수준을 낮추는 수밖에 없는데 논의 자체가 득표, 대선에서 표를 얻는 데 전혀 도움이 된다고 생각 안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연금 개혁에 대한 어떤 이슈들은 수면 아래로 들어가고요."

■ 심상정 "보험료율 인상"…안철수 개혁 의지, 윤석열 이어받을까?


심상정 후보는 연금 개혁과 관련, 세 후보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을 언급했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로 1998년부터 20년 이상 그대로입니다. 심 후보는 현재 9%에서 3%포인트 이상, 그러니까 12~13% 정도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 방식으로 통합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심상정 / 정의당 대선 후보 (2월 7일 연금개혁 공약 발표)
"더 이상 보험료율 인상을 미룰 수 없습니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우리 세대의 책임을 높여야 합니다. 비록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국민 여러분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제안 드립니다."

연금개혁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지난 3일에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였습니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간의 불평등 해소가 핵심이라면서 재정 구조를 국민연금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와 달리 적극적인 개혁안을 내놓았던 건데, 단일화 이후 윤석열 후보가 이 연금개혁 의지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 '청년 표 의식'…'정년 연장'에 미온적인 후보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여론조사에서도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7명꼴이었습니다.

정년 연장에 대한 인식
연장해야 71.3%
연장하지 말아야 26.7%

조사 의뢰자 : KBS
조사 기관 : (주)케이스탯리서치
조사 기간 : 2월 9일~10일 (2일간)
(전체 질문지와 조사 결과는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확인)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정년을 없앴고, 일본은 70살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스페인도 65살에서 67살로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청년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된 대선이라 정년 연장에 대한 이슈 자체를 후보들이 꺼내기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 민주당 대선 후보 (1월 3일 KBS 뉴스9 출연)
"정년 연장이라는 걸 통해서 청년들한테 이중의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청년과 경쟁하는 영역에서 정년 연장을 하면 청년의 기회를 또 뺏는 결과가 되지 않습니까?"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월 10일 대한노인회 예방)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정년 연장한다는 문제는 우리 또 실태를 봐야 되고요. 그걸 또, 법으로 강제해서 늘리게 되면, 또 한국 현실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만, 정년 대책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소득 사각 지대를 줄일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윤석열 후보는 청년 일자리와 충돌을 피할 대책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세 후보의 사회 갈등 해소 공약을 KBS 공약검증 자문단이 세대별로 따져보니 청년층 관련 공약은 92개였지만 고령층 관련 공약은 28개로 3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단은 고령층도 청년층 못지 않은 사회적 약자라며, 다양한 세대를 포용하는 공약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KBS 정치사회인식 관련 여론조사 결과 통계표 [PDF]

(그래픽: 솔미디어컴퍼니 윤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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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년 뒤 가장 늙은 나라”…연금개혁·정년연장 논의 사라진 대선
    • 입력 2022-03-04 18:01:54
    • 수정2022-03-04 18:02:08
    취재K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여러분은 후보들의 어떤 면을 선택 기준으로 삼고 계십니까?

우리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인 만큼, "정책, 공약을 보고 뽑겠다"는 답변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최우선 순위로 꼽힙니다.

그래서 KBS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 그리고 정책의 방향, 방향에 담긴 가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 합니다. 먼저 '유권자가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엇인가'를 국민들께 물어 10대 의제를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제들에 대한 공약을 각 후보에게 질의해 답을 받았습니다.

KBS의 정책·공약 검증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입니다.

■ 대한민국 "23년 뒤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저출생뿐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 역시 우리 인구 구조상의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일단 3년 뒤인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23년 뒤인 2045년엔 고령 인구 비중이 37%로 올라,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전망입니다.


이렇게 고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지만,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유지한다면 2039년엔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측했습니다. 지금 연금 체계가 유지된다면 2055년에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현재 정년 구조상 퇴직하는 중년은 국민연금을 받기 전 몇 년 동안 소득에 공백이 생기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별다른 노후 대책이 없다면 국민연금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국민연금이 바닥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KBS 여론조사에서는 은퇴 후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답이 10명 중 4명꼴이었습니다.

은퇴 후 노후대책
준비하고 있다 46.9%
준비하지 않고 있다 41.4%

그래서 연금 개혁 문제와 정년 연장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피할 수 없이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사안입니다.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 '국민적 합의' 이유로 개혁에 소극적인 양강 후보

이번 대선에선 연금개혁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 자체가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양강 후보들은 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구체적인 개혁안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두 후보 모두 '연금개혁위원회'와 같은 논의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 민주당 대선 후보 (1월 3일 KBS 뉴스9 출연)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해야 된다, 그리고 결국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 연금 개혁 위원회와 같은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거기서 가능한 방안을 만들겠다까지밖에 말할 수 없는 거죠."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월 3일 대선후보 TV토론)
"연금개혁을 해야 하고, 연금 개혁은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거라 후보들이 대선 기간에 짧게 어떤 방향을 만들어서 공약으로 발표하기에는 대단히 위험해서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그래서 초당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선거 전에 꺼내서 유리할 것 없는 의제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윤석명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연금 개혁의 방향성은 부담을 지금보다 더 높이거나 아니면 받는 수준을 낮추는 수밖에 없는데 논의 자체가 득표, 대선에서 표를 얻는 데 전혀 도움이 된다고 생각 안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연금 개혁에 대한 어떤 이슈들은 수면 아래로 들어가고요."

■ 심상정 "보험료율 인상"…안철수 개혁 의지, 윤석열 이어받을까?


심상정 후보는 연금 개혁과 관련, 세 후보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을 언급했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로 1998년부터 20년 이상 그대로입니다. 심 후보는 현재 9%에서 3%포인트 이상, 그러니까 12~13% 정도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 방식으로 통합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심상정 / 정의당 대선 후보 (2월 7일 연금개혁 공약 발표)
"더 이상 보험료율 인상을 미룰 수 없습니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우리 세대의 책임을 높여야 합니다. 비록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국민 여러분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제안 드립니다."

연금개혁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지난 3일에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였습니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간의 불평등 해소가 핵심이라면서 재정 구조를 국민연금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와 달리 적극적인 개혁안을 내놓았던 건데, 단일화 이후 윤석열 후보가 이 연금개혁 의지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 '청년 표 의식'…'정년 연장'에 미온적인 후보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여론조사에서도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7명꼴이었습니다.

정년 연장에 대한 인식
연장해야 71.3%
연장하지 말아야 26.7%

조사 의뢰자 : KBS
조사 기관 : (주)케이스탯리서치
조사 기간 : 2월 9일~10일 (2일간)
(전체 질문지와 조사 결과는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확인)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정년을 없앴고, 일본은 70살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스페인도 65살에서 67살로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청년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된 대선이라 정년 연장에 대한 이슈 자체를 후보들이 꺼내기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 민주당 대선 후보 (1월 3일 KBS 뉴스9 출연)
"정년 연장이라는 걸 통해서 청년들한테 이중의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청년과 경쟁하는 영역에서 정년 연장을 하면 청년의 기회를 또 뺏는 결과가 되지 않습니까?"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월 10일 대한노인회 예방)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정년 연장한다는 문제는 우리 또 실태를 봐야 되고요. 그걸 또, 법으로 강제해서 늘리게 되면, 또 한국 현실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만, 정년 대책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소득 사각 지대를 줄일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윤석열 후보는 청년 일자리와 충돌을 피할 대책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세 후보의 사회 갈등 해소 공약을 KBS 공약검증 자문단이 세대별로 따져보니 청년층 관련 공약은 92개였지만 고령층 관련 공약은 28개로 3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단은 고령층도 청년층 못지 않은 사회적 약자라며, 다양한 세대를 포용하는 공약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KBS 정치사회인식 관련 여론조사 결과 통계표 [PDF]

(그래픽: 솔미디어컴퍼니 윤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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