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탈출 우크라이나 교민들 “韓대사관 고맙습니다”

입력 2022.03.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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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침공 9일째인 오늘(5일), 우크라이나 체류 한국인은 30명 대로 줄었습니다. 교민 상당수가 침공이 임박할 때까지도 전면전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철수를 주저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에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우리 국민들은 20명이 넘습니다. 이들 중 KBS가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한 교민들은 긴박한 대피 과정에서 현지 우리 공관원들의 몸 사리지 않는 노력이 고마웠다며 감사 인사를 전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 교민 권 희 씨 "대사관 제공 태극기가 '프리패스' 같았어요."

17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거주해온 교민 권 희 씨는 러시아군의 침공 위기가 고조되자 김형태 주 우크라이나 대사로부터 출국을 권고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했지만 러시아군의 전격 침공이 이뤄지며 하늘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이후 권 씨는 김 대사의 안내에 따라 루마니아로 대피하기위해 현지인 남편과 아들 3명의 긴급여권과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주말에도 외교부 본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발급 업무를 진행해줬다고 합니다.

권 씨는 고마움을 전하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영사과 분들은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뒤에 현지에 남아 계속 업무를 하는 상황이었어요. '나중에 한국에 들어간 후 나올 때까지 여권은 어떻게 하면 된다' 등등 모든 것을 상세히 설명해주셨어요. 제가 직원 분들이 걱정돼서 '한국에 안 들어가세요?' 물었더니 '교민들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나가겠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참 든든하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우크라이나 교민 권 희 씨 가족이 탈출 과정에서 멘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 제공 ‘긴급 배낭’. 배낭에는 대사관이 제공한 태극기 스티커를 붙였다. (사진제공=권 희)우크라이나 교민 권 희 씨 가족이 탈출 과정에서 멘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 제공 ‘긴급 배낭’. 배낭에는 대사관이 제공한 태극기 스티커를 붙였다. (사진제공=권 희)

권 씨는 대사관이 긴급택배로 보내온 '비상 배낭'이 탈출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비상 배낭 안에는 손전등, 라디오, 우비, 태극기 등이 들어있었는데, 이 중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태극기'였습니다. 권 씨는 특히 루마니아 국경을 넘는 순간 '태극기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5명의 가족이 모두 배낭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이고 이동했습니다. 태극기를 붙이는 게 저희 안전에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중국인 등 다른 외국인들은 국경에서 굉장히 꼼꼼히 체크 당하는 것을 봤는데, 저희는 전혀 제재받지 않고 대사관 차량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검문소 현지 경찰들이 한국 사람들은 이쪽으로 와서 기다리라고 먼저 제안해줬고, 한국인임을 밝힌 것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프리패스'처럼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저녁, 권 씨 가족은 출발 9시간 만에 드디어 루마니아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김용호 주 루마니아 대사가 보낸 외교관 차량을 이용해 국경을 완전히 넘을 때까지 수많은 외교관들로부터 안전을 확인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외교부 본부와 우크라이나 대사관, 루마니아 대사관 직원들이 '국경까지는 얼마나 남으셨나, 국경은 수월하게 넘으셨나, 불리함이나 부당함을 느끼진 않으셨나' 계속해서 전화로, 또 문자로 물어봐주셨습니다.

루마니아 대사관 이수진 영사님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계속 저희 가족을 안심시켜주셨고요. 그리고 국경을 다 넘어가자 모두가 본인 일처럼 함께 안도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외교관들께 너무 감사하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교민 강현창 씨 "외교관 차량으로 10시간 대피…공관원들 안전 걱정돼"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턱밑까지 진군해오자 키이우 교민 강현창 씨는 아내와 딸과 함께 부랴부랴 피란행렬에 동참했습니다. 폴란드행 열차를 타기 위해 꼬박 20시간을 운전해 리비우에 도달했는데, 암담한 소식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는 것입니다.

강현창 씨가 헝가리 국경을 넘을 때 탔던 오중근 공사참사관이 운전한 승합차. (사진제공=강현창)강현창 씨가 헝가리 국경을 넘을 때 탔던 오중근 공사참사관이 운전한 승합차. (사진제공=강현창)

그때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오중근 공사참사관이 함께 차량으로 헝가리 국경을 넘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강 씨 가족은 오 공사참사관이 직접 운전하는 승합차량에 몸을 싣고 꼬박 10시간을 이동했습니다.

오 공사참사관은 검문소에 들를 때마다 '외교관 차다, 한국인이 대피하려고 한다'며 국경을 신속히 통과했습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강 씨는 현지에 남은 공관원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본인들 목숨까지 걸면서 한국인들을 구출해주신 것 너무 감사하고요. 제가 걱정되는 건 오히려 대사관 분들 안전입니다. 만약에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정부 차원에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계획에도 신경을 써주셔서 무사히 한국에 잘 도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교민 "사나흘 걸리는 국경 통과, 대사관 덕에 4시간만에 통과"


한 남성 교민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까지 이용한 외교관 차량 내부 모습 (사진제공=현지 교민)한 남성 교민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까지 이용한 외교관 차량 내부 모습 (사진제공=현지 교민)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 살던 한 남성 교민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육로로 1천km를 달려 서부 리비우로 피신했다가 리비우부터는 외교관 차량을 타고 80km를 더 달려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피란행렬이 몰리면서 검문소 앞에서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교민은 줄을 섰다면 검문까지 사나흘이 걸렸을 텐데 우리 대사관에서 신속히 조치해 4시간 만에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차량과 인파가 몰리며 폴란드 메디카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는 통상 사나흘이 걸립니다. 제가 탄 외교관 차량도 메디카 검문소 앞에서 4시간을 기다리다 통과를 포기하고 또 다른 검문소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동한 지 10분 만에 한 대사관 직원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검문소 측에 조치를 다 취했으니 가서 다시 시도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차량을 탄 채로 아주 순조롭게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교민들도 큰 도움이 필요할 때는 대사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고요.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교민은 워낙 경황이 없어 당시 피란길을 함께한 우크라이나·폴란드 대사관 직원들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피 이후 매일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은 대사관 직원 이전에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지 않습니까. 이분들이 남아서 희생을 하고 계신 건데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종교는 없지만 공관원들의 안전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의 보로디안카 지역의 건물들이 2일(현지시각) 포격으로 인해 파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의 보로디안카 지역의 건물들이 2일(현지시각) 포격으로 인해 파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 태극기 달고 12시간 이동한 공관원들…"한 분이라도 더 모시려고 노력했다"

공관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우크라이나 내 전황이 악화하며 김형태 대사를 비롯한 주 우크라이나 공관원들은 지난 2일(현지시각) 밤 키이우에서 루마니아 접경인 체르니우치로 이동했습니다.

키이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는 약 600㎞ 거리로 평소 5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대사 일행은 검문소 통과와 교통체증 등으로 12시간 남짓 걸려서야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대사 일행 역시 이동 중 차량 앞유리창 등에 태극기를 부착했는데, "검문을 통과하거나 다른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이 키이우에서 이동하면서 한 분이라도 더 모셔가려고 노력했었다"면서 "대사관이 새로운 지역에서 업무를 계속하겠지만 키이우에 남은 이들에게도 연락을 계속하며 (철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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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박한 탈출 우크라이나 교민들 “韓대사관 고맙습니다”
    • 입력 2022-03-05 07:00:57
    취재K

러시아군의 침공 9일째인 오늘(5일), 우크라이나 체류 한국인은 30명 대로 줄었습니다. 교민 상당수가 침공이 임박할 때까지도 전면전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철수를 주저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에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우리 국민들은 20명이 넘습니다. 이들 중 KBS가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한 교민들은 긴박한 대피 과정에서 현지 우리 공관원들의 몸 사리지 않는 노력이 고마웠다며 감사 인사를 전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 교민 권 희 씨 "대사관 제공 태극기가 '프리패스' 같았어요."

17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거주해온 교민 권 희 씨는 러시아군의 침공 위기가 고조되자 김형태 주 우크라이나 대사로부터 출국을 권고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했지만 러시아군의 전격 침공이 이뤄지며 하늘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이후 권 씨는 김 대사의 안내에 따라 루마니아로 대피하기위해 현지인 남편과 아들 3명의 긴급여권과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주말에도 외교부 본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발급 업무를 진행해줬다고 합니다.

권 씨는 고마움을 전하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영사과 분들은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뒤에 현지에 남아 계속 업무를 하는 상황이었어요. '나중에 한국에 들어간 후 나올 때까지 여권은 어떻게 하면 된다' 등등 모든 것을 상세히 설명해주셨어요. 제가 직원 분들이 걱정돼서 '한국에 안 들어가세요?' 물었더니 '교민들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나가겠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참 든든하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우크라이나 교민 권 희 씨 가족이 탈출 과정에서 멘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 제공 ‘긴급 배낭’. 배낭에는 대사관이 제공한 태극기 스티커를 붙였다. (사진제공=권 희)
권 씨는 대사관이 긴급택배로 보내온 '비상 배낭'이 탈출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비상 배낭 안에는 손전등, 라디오, 우비, 태극기 등이 들어있었는데, 이 중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태극기'였습니다. 권 씨는 특히 루마니아 국경을 넘는 순간 '태극기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5명의 가족이 모두 배낭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이고 이동했습니다. 태극기를 붙이는 게 저희 안전에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중국인 등 다른 외국인들은 국경에서 굉장히 꼼꼼히 체크 당하는 것을 봤는데, 저희는 전혀 제재받지 않고 대사관 차량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검문소 현지 경찰들이 한국 사람들은 이쪽으로 와서 기다리라고 먼저 제안해줬고, 한국인임을 밝힌 것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프리패스'처럼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저녁, 권 씨 가족은 출발 9시간 만에 드디어 루마니아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김용호 주 루마니아 대사가 보낸 외교관 차량을 이용해 국경을 완전히 넘을 때까지 수많은 외교관들로부터 안전을 확인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외교부 본부와 우크라이나 대사관, 루마니아 대사관 직원들이 '국경까지는 얼마나 남으셨나, 국경은 수월하게 넘으셨나, 불리함이나 부당함을 느끼진 않으셨나' 계속해서 전화로, 또 문자로 물어봐주셨습니다.

루마니아 대사관 이수진 영사님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계속 저희 가족을 안심시켜주셨고요. 그리고 국경을 다 넘어가자 모두가 본인 일처럼 함께 안도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외교관들께 너무 감사하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교민 강현창 씨 "외교관 차량으로 10시간 대피…공관원들 안전 걱정돼"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턱밑까지 진군해오자 키이우 교민 강현창 씨는 아내와 딸과 함께 부랴부랴 피란행렬에 동참했습니다. 폴란드행 열차를 타기 위해 꼬박 20시간을 운전해 리비우에 도달했는데, 암담한 소식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는 것입니다.

강현창 씨가 헝가리 국경을 넘을 때 탔던 오중근 공사참사관이 운전한 승합차. (사진제공=강현창)
그때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오중근 공사참사관이 함께 차량으로 헝가리 국경을 넘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강 씨 가족은 오 공사참사관이 직접 운전하는 승합차량에 몸을 싣고 꼬박 10시간을 이동했습니다.

오 공사참사관은 검문소에 들를 때마다 '외교관 차다, 한국인이 대피하려고 한다'며 국경을 신속히 통과했습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강 씨는 현지에 남은 공관원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본인들 목숨까지 걸면서 한국인들을 구출해주신 것 너무 감사하고요. 제가 걱정되는 건 오히려 대사관 분들 안전입니다. 만약에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정부 차원에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계획에도 신경을 써주셔서 무사히 한국에 잘 도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교민 "사나흘 걸리는 국경 통과, 대사관 덕에 4시간만에 통과"


한 남성 교민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까지 이용한 외교관 차량 내부 모습 (사진제공=현지 교민)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 살던 한 남성 교민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육로로 1천km를 달려 서부 리비우로 피신했다가 리비우부터는 외교관 차량을 타고 80km를 더 달려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피란행렬이 몰리면서 검문소 앞에서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교민은 줄을 섰다면 검문까지 사나흘이 걸렸을 텐데 우리 대사관에서 신속히 조치해 4시간 만에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차량과 인파가 몰리며 폴란드 메디카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는 통상 사나흘이 걸립니다. 제가 탄 외교관 차량도 메디카 검문소 앞에서 4시간을 기다리다 통과를 포기하고 또 다른 검문소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동한 지 10분 만에 한 대사관 직원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검문소 측에 조치를 다 취했으니 가서 다시 시도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차량을 탄 채로 아주 순조롭게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교민들도 큰 도움이 필요할 때는 대사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고요.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교민은 워낙 경황이 없어 당시 피란길을 함께한 우크라이나·폴란드 대사관 직원들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피 이후 매일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은 대사관 직원 이전에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지 않습니까. 이분들이 남아서 희생을 하고 계신 건데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종교는 없지만 공관원들의 안전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의 보로디안카 지역의 건물들이 2일(현지시각) 포격으로 인해 파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 태극기 달고 12시간 이동한 공관원들…"한 분이라도 더 모시려고 노력했다"

공관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우크라이나 내 전황이 악화하며 김형태 대사를 비롯한 주 우크라이나 공관원들은 지난 2일(현지시각) 밤 키이우에서 루마니아 접경인 체르니우치로 이동했습니다.

키이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는 약 600㎞ 거리로 평소 5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대사 일행은 검문소 통과와 교통체증 등으로 12시간 남짓 걸려서야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대사 일행 역시 이동 중 차량 앞유리창 등에 태극기를 부착했는데, "검문을 통과하거나 다른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이 키이우에서 이동하면서 한 분이라도 더 모셔가려고 노력했었다"면서 "대사관이 새로운 지역에서 업무를 계속하겠지만 키이우에 남은 이들에게도 연락을 계속하며 (철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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