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렌터카 돌진 20대…햄버거 먹다 ‘베테랑’형사에 ‘덜미’
입력 2022.03.05 (10:00)
수정 2022.03.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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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한 빚 갚으려’ 렌터카로 휴대전화 매장 돌진한 간 큰 20대
별다른 직업이 없는 20살 강 모씨는 렌터카 사고로 생긴 1,500여만 원의 빚과 친구들에게 빌린 500여만 원을 갚기 위해 검색창에 대형 휴대전화 매장을 검색했습니다.
과거 휴대전화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훔친 휴대전화를 중고로 팔면 돈이 된다는 것과 파는 방법 등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대전의 한 대형 휴대전화 매장을 점찍은 강 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달 18일 저녁, 해당 매장을 방문해 고가의 폰을 사려는 시늉을 하며, 고가 폰을 보관하는 진열대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몇 시간 뒤인 19일 새벽 1시, 렌터카를 몰고 현장에 왔지만 교통량이 많아 범죄를 실행하지 못했고, 다음날인 20일 새벽 2시, 결국 렌터카로 유리벽을 부수고 절도에 성공했습니다.
천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 7대를 훔치는 데에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 차량 버리고 도주…‘장물처리’까지 완료했지만
300여 미터 떨어진 인근 골목길에 차량을 버리고 천변을 따라 도망친 강씨.
강 씨는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대전 일대 휴대전화 매장 30여 곳을 돌아다니며, 휴대전화 7대를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포장을 뜯어 ‘가개통 중고폰’으로 속였습니다.

한 대당 50여만 원에 판 경우도 있었지만, 손에 쥔 돈은 정상가의 4분의 1 수준인 220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돈으로는 대전에서 새 렌터카를 빌려 2차 범행을 준비했습니다.
■ 수사 난항…직접 나선 ‘수사 30년 베테랑 형사’
경찰은 사건 직후 CCTV 분석과 렌터카 추적을 통해 용의자 ‘강 씨’를 특정했습니다.
다행히 렌터카를 빌릴 때 남긴 연락처는 실제 연락처였고, 휴대전화를 꺼두지도 않았습니다.
시작된 통신 추적, 하지만 강 씨를 잡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통신 기지 범위가 넓은데다, 한 군데에 10분 이상 머무르는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추적을 시작한 지 10시간이 지난 오후 1시쯤, 안에서 지휘를 내리던 ‘수사경력 30년의 베테랑 형사’는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현장에 나온 대전중부경찰서 조남청 형사과장은 강씨의 휴대전화 이동 속도가 빨라진 것을 확인하고, 새롭게 ‘렌터카’를 빌렸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직원들과 차량을 나눠타고, 언제 끝날지 모를 추격전을 시작했습니다.
■ 햄버거 받는 남자…‘강 씨’ 직감, 차 번호 외웠다 검거 성공
조 과장은 통신 추적을 하며 대전의 한 도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직접 현장에 나온지 벌써 4시간, 오후 5시쯤이었습니다.
그 순간, 길가의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에서 ‘햄버거’를 받아드는 남성을 목격했습니다. 인상착의 등을 볼 때 ‘강 씨가 아닐까’하는 강한 직감이 온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원을 확인하기 전 차량이 떠나갔고, 조 과장은 해당 차량의 번호를 외워 차량 추적을 지시했습니다.
동시에 통신 추적도 계속 해나갔습니다. 강 씨의 휴대전화는 대전 신탄진을 넘어 청주로 향했고, 충북대 인근 원룸촌에 상당 시간 머물렀습니다.
조 과장과 직원들은 통신 기록이 멈춘 원룸촌 인근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봤던 렌터카를 찾았고, 확신이 서자 사건 발생 20시간 만인 같은 날 밤 10시, 잠복 끝에 강 씨를 붙잡았습니다.
장물을 판 돈으로 햄버거를 사 먹다가 베테랑 형사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
■ ‘막무가내식’ 범죄 만연…“강력 범죄 발전 가능성 높아”
“완전 범죄를 노린 것도 아니다. 잡히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막무가내식 범죄다”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추적수사 전문 과정’의 교수를 맡기도 한 조 과장은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강 씨를 조사한 결과, 렌터카를 이용하면 금방 잡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빚을 갚기 위해 쉽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경찰 측은, 젊은 층이 저지르는 범죄 중에는 뒤를 생각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범죄가 종종 목격된다면서, 강도 등 더 심각한 강력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검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기사] 차량으로 매장 돌진…휴대전화 쓸어간 간 큰 20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08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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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렌터카 돌진 20대…햄버거 먹다 ‘베테랑’형사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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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3-05 10:00:21
- 수정2022-03-05 10:01:15

■ ‘급한 빚 갚으려’ 렌터카로 휴대전화 매장 돌진한 간 큰 20대
별다른 직업이 없는 20살 강 모씨는 렌터카 사고로 생긴 1,500여만 원의 빚과 친구들에게 빌린 500여만 원을 갚기 위해 검색창에 대형 휴대전화 매장을 검색했습니다.
과거 휴대전화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훔친 휴대전화를 중고로 팔면 돈이 된다는 것과 파는 방법 등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대전의 한 대형 휴대전화 매장을 점찍은 강 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달 18일 저녁, 해당 매장을 방문해 고가의 폰을 사려는 시늉을 하며, 고가 폰을 보관하는 진열대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몇 시간 뒤인 19일 새벽 1시, 렌터카를 몰고 현장에 왔지만 교통량이 많아 범죄를 실행하지 못했고, 다음날인 20일 새벽 2시, 결국 렌터카로 유리벽을 부수고 절도에 성공했습니다.
천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 7대를 훔치는 데에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 차량 버리고 도주…‘장물처리’까지 완료했지만
300여 미터 떨어진 인근 골목길에 차량을 버리고 천변을 따라 도망친 강씨.
강 씨는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대전 일대 휴대전화 매장 30여 곳을 돌아다니며, 휴대전화 7대를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포장을 뜯어 ‘가개통 중고폰’으로 속였습니다.

한 대당 50여만 원에 판 경우도 있었지만, 손에 쥔 돈은 정상가의 4분의 1 수준인 220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돈으로는 대전에서 새 렌터카를 빌려 2차 범행을 준비했습니다.
■ 수사 난항…직접 나선 ‘수사 30년 베테랑 형사’
경찰은 사건 직후 CCTV 분석과 렌터카 추적을 통해 용의자 ‘강 씨’를 특정했습니다.
다행히 렌터카를 빌릴 때 남긴 연락처는 실제 연락처였고, 휴대전화를 꺼두지도 않았습니다.
시작된 통신 추적, 하지만 강 씨를 잡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통신 기지 범위가 넓은데다, 한 군데에 10분 이상 머무르는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추적을 시작한 지 10시간이 지난 오후 1시쯤, 안에서 지휘를 내리던 ‘수사경력 30년의 베테랑 형사’는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현장에 나온 대전중부경찰서 조남청 형사과장은 강씨의 휴대전화 이동 속도가 빨라진 것을 확인하고, 새롭게 ‘렌터카’를 빌렸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직원들과 차량을 나눠타고, 언제 끝날지 모를 추격전을 시작했습니다.
■ 햄버거 받는 남자…‘강 씨’ 직감, 차 번호 외웠다 검거 성공
조 과장은 통신 추적을 하며 대전의 한 도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직접 현장에 나온지 벌써 4시간, 오후 5시쯤이었습니다.
그 순간, 길가의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에서 ‘햄버거’를 받아드는 남성을 목격했습니다. 인상착의 등을 볼 때 ‘강 씨가 아닐까’하는 강한 직감이 온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원을 확인하기 전 차량이 떠나갔고, 조 과장은 해당 차량의 번호를 외워 차량 추적을 지시했습니다.
동시에 통신 추적도 계속 해나갔습니다. 강 씨의 휴대전화는 대전 신탄진을 넘어 청주로 향했고, 충북대 인근 원룸촌에 상당 시간 머물렀습니다.
조 과장과 직원들은 통신 기록이 멈춘 원룸촌 인근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봤던 렌터카를 찾았고, 확신이 서자 사건 발생 20시간 만인 같은 날 밤 10시, 잠복 끝에 강 씨를 붙잡았습니다.
장물을 판 돈으로 햄버거를 사 먹다가 베테랑 형사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
■ ‘막무가내식’ 범죄 만연…“강력 범죄 발전 가능성 높아”
“완전 범죄를 노린 것도 아니다. 잡히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막무가내식 범죄다”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추적수사 전문 과정’의 교수를 맡기도 한 조 과장은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강 씨를 조사한 결과, 렌터카를 이용하면 금방 잡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빚을 갚기 위해 쉽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경찰 측은, 젊은 층이 저지르는 범죄 중에는 뒤를 생각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범죄가 종종 목격된다면서, 강도 등 더 심각한 강력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검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기사] 차량으로 매장 돌진…휴대전화 쓸어간 간 큰 20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08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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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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