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배트 VS 나무 배트 [신간]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입력 2022.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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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홈런왕 장종훈과 이승엽이 알루미늄 배트 회귀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왕년의 홈런왕 장종훈과 이승엽이 알루미늄 배트 회귀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왕년의 홈런왕 장종훈과 이승엽은 지난 1월 KBO 넥스트 레벨 유소년 캠프에서 고교야구의 나무 배트, 알루미늄 배트 선택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눠 화제가 됐다.

장종훈 KBO 유소년 캠프 감독은 "고등학교 선수들이 지금 나무 배트를 쓰고 있는데 저는 반대한다. 어렸을 때 타자들은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 일단 타자라면 무조건 자기 스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민타자 이승엽 위원 역시 "나무 배트 관련된 것은 장종훈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어른들이 많이 생각하셔서 어떻게 가는 방향이 좋을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만수, 박용택 등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강타자들이 알루미늄 배트 회귀 제안을 했고 올 해 이승엽과 장종훈 등 왕년의 홈런왕들까지 동참한 것이다.

현재 한국 야구의 육성 실패 등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손꼽히는 고교야구의 '나무 배트' 사용을 또 한 번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무 배트 사용은 현재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특급 신인 부재, 하향 평준화 논란 등과 일맥상통한다.

반면, 반대 견해도 있다.

정민태 전 국가대표 투수는 나무 배트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정민태 코치는 "토종 선발 투수가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고교야구부터 알루미늄 배트를 다시 도입하자는 건 투수들이 더 부담감을 가지고 공을 던져야 한다."며 "나무 배트를 쓰는 타자 상대로 50구 던질 걸, 알루미늄 타자 상대로 60~80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일본 야구 만화에 종종 등장하듯 고시엔 경기에서 진 팀은 고시엔 구장의 흙을 가져가는 풍습이 있다.일본 야구 만화에 종종 등장하듯 고시엔 경기에서 진 팀은 고시엔 구장의 흙을 가져가는 풍습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고교야구의 나무 배트와 알루미늄 배트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 출간돼 세간의 화제를 끌고 있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일본 고시엔 야구 전문 서적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나무 배트 논쟁이 일고 있는데, 일본은 유일하게 금속 배트를 쓴다. 미국은 반발력을 낮춘 금속을 쓰고, 우리는 나무를 쓴다. 최근 엘리트 쪽에서는 거포 양성을 위해 알루미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일본에서 금속을 쓰는 이유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공존하는 특성상 금속을 써야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알루미늄 반발력이 너무 커서 투수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올해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반발력을 낮춘 금속 배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국내 엘리트들의 주장은 귀를 기울일 부분이 있지만, 안전 문제는 고려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신간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의 작가 한성윤 기자(이하 작가)의 말이다.

이처럼 한성윤 작가는 최근 야구계 일각의 고교야구 알루미늄 배트 도입 주장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 배트에 대한 한일 양국의 견해 차이와 접근법, 그리고 그 이면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논점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성윤 작가는 2008년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한국 야구의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취재했고 일본 고교야구도 전문적으로 취재해왔다.

2008년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한국 야구 대표팀은 베이징에서 일본과 명승부를 펼쳤다. 당시 일본팀엔 아오키, 이와세, 와다, 아라이, 스기우치, 아베 신노스케 등 쟁쟁한 스타들이 포진해 있었다.

한 작가는 당시 베이징에서 일본 대표팀 호시노 감독을 직접 일본어로 인터뷰하며 호시노 감독의 한국 야구를 보는 시각 등에 대해 깊이 있는 기사를 작성했다. 우커송 야구장을 직접 누볐던 한 작가는 일본 프로야구 해설가로도 활동했다.

2021년 8월 일본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소재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구장에서 제103회 고시엔 대회에서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2021년 8월 일본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소재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구장에서 제103회 고시엔 대회에서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책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 보자.

신간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은 한국에서 출간됐던 고시엔 관련 서적으로는 가장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서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일본 고시엔에 출전하는 10개 지구를 상징하는 10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49개 학교를 나타내는 49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이 완성됐다. 이 책에는 3월 열리는 봄 고시엔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도 가득하다.

보통 일본의 장인정신은 흔히 '모노즈쿠리(物作り)'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서양에선 크래프트맨십(craftsmanship)이라고 표현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이고 인간의 영혼을 쏟아붓는 자세를 말한다.

일본은 고교야구에도 일명 '모노즈쿠리'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한성윤 작가가 쓴 신간 역시 일본 특유의 '모노즈쿠리'를 엿볼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비단 야구 이야기뿐이 아니다.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와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도장과 팩스 문화, 그리고 매뉴얼 사회인 일본의 유토리 교육과 빡빡머리의 관계 등 일본 내에선 당연한 전통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궁금해할 내용들이 분석돼있다.

유니폼과 교복의 차이, 일본이 자랑하는 부카츠의 명암 등도 마찬가지이다. 우승컵 대신 깃발을 주는 대회와 일본의 독특한 합숙문화 등도 밖에서 보는 시각과는 다른 내용들도 있다.

본래의 알루미늄 배트 이야기로 또 돌아가 보자.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얼마 전 장종훈과 이승엽 등 왕년의 홈런왕들이 알루미늄 배트 회귀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했던 장면을 기억한다. 여기에 알루미늄 배트에 의한 빠른 타구 스피드에서 파생되는 고교야구 투수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마침 3월 고시엔부터 일본도 2년간 반발력을 낮춘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 고교야구의 알루미늄 배트 회귀 이슈 역시 여러 가지로 다각도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일본 고시엔 야구전문 서적이 출간돼 시선을 끌고 있다. 한성윤 지음국내 최초의 일본 고시엔 야구전문 서적이 출간돼 시선을 끌고 있다. 한성윤 지음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책 소개를 하자면?

A: 우리나라에서도 박노준 김건우로 대표되는 고교야구의 전성기가 있었지만, 프로야구의 출범 이후 고교야구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진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은 프로야구와 고교야구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오히려 고교야구의 인기가 더 높다는 사실의 원인에 대해 주목해 오던 차에 일본 야구 취재 및 고시엔 야구 취재, 개인적인 고시엔 관람 등의 경험을 통해 고시엔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국내에서 고시엔을 보는 관점은 지극히 편향되어 있고,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고시엔의 장점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는 어두운 면까지 소개해 진짜 고시엔을 알리고 싶었다.

Q: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이란 책 제목의 의미는?

A: 고시엔 야구는 청춘의 야구다. 실제 선수로 뛰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면서 청춘의 시기를 지난 사람들에게는 과거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기를 회상하는 의미로 작용한다. 청춘은 모두가 공유하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여름은 고시엔 대회가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위와 땀으로 대표되는 어려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고시엔을 향한 끝없는 도전은 바로 여름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꿈의 무대의 경우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의 대부분은 프로야구를 위한 고교야구가 아니라 고시엔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에 어쩌면 프로야구보다, 메이저리그보다 고시엔 무대 자체가 꿈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사실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부제인 '100년 고교야구의 역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이다. 고시엔 서적을 집필하면서 고시엔은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며 고시엔에 나타나는 장단점은 한국 고교야구와 한국 사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고시엔을 분석하면 일본 사회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난다.

Q: 이 책을 집필한 동기도 소개한다면?

A: 한국 스포츠는 지금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라는 패러다임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고 야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엘리트 쪽에서는 4,000개에 가까운 고교 팀이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대등한 실력을 갖춘다는 점에 주목하고, 생활 체육 쪽에서는 대다수 학교가 취미 활동으로 야구를 한다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엘리트와 생활체육계 모두 고시엔의 한쪽만을 바라볼 뿐 다른 부분은 보려 하지 않고 있다. 고시엔은 교사가 감독을 하면서 동아리 수준인 90퍼센트의 학교와 전문 감독을 고용하고 한국 못지 않은 합숙 훈련을 하는 200개에 가까운 학교가 공존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또한, 국내에서 나무 배트 논쟁이 일고 있는데, 일본은 유일하게 금속배트를 쓴다. 미국은 반발력 낮춘 금속을 쓰고, 우리는 나무를 쓴다. 최근 엘리트 쪽에서는 거포 양성을 위해 알루미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일본에서 금속을 쓰는 이유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공존하는 특성상 금속을 써야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알루미늄 반발력이 너무 커서 투수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올해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반발력을 낮춘 금속 배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국내 엘리트들의 주장은 귀를 기울일 부분이 있지만, 안전 문제는 고려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Q: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A: 우리에게는 식민지 지배의 기억을 영원히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더욱 많은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야구의 경우 분명 미국보다 일본 야구가 더 친숙하다. 야구를 야구라고 부르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과 일본뿐이기 때문이다.

Q: 일본 야구는 ○○○이다?

A: 일본 야구는 아날로그다. 과거 노무라 감독이 쓴 책 중에 '무형의 힘'이라는 책이 있다. 노무라 감독이 말한 ID 야구에서 임폴턴트는 굉장히 주관적인 개념이다. 일본 야구와 일본 사회가 그렇다. 고시엔의 경우도 선공 후공을 가위바위보를 통해 가리고, 여전히 사이렌을 통해 경기가 시작되며, 교가 제창이 있고, 올림픽보다 더 감동적인 선수 선서를 하면서 금속 배트를 사용한다. 고시엔 야구는 일본 아날로그 문화의 정점을 찍는다고 할 수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본 야구 선수는?

A: 마츠자카 다이스케이다. 고교 시절 봄 고시엔 여름 고시엔 연패를 한 위대한 선수로 시작해서 WBC 우승, 월드시리즈 우승을 모두 경험한 만화 같은 존재였다. 마치 H2의 히로가 현실에 등장한 것이 마츠자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츠자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시드니 올림픽 때 직접 취재했었는데, 2021년 은퇴를 했다. 기자로서 마츠자카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선수로 다가온다.

Q: 이 책이 나오기까지 영향을 받았거나 영감을 준 인물들이 있다면?

A: 고교야구의 영웅 박노준, 한국 야구의 대부인 허구연, 한국 야구의 뿌리를 만들어온 한영관 회장 등으로부터 평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책으로는 무형의 힘을 비롯한 노무라 감독의 서적을 좋아한다.

Q: 독자에게 한 마디?

A: 이 책은 봄 고시엔에 출전하는 10개 지구를 상징하는 10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여름 고시엔에 나서는 49개 학교를 나타내는 49개의 이야기로 구성한 목차이다. 고시엔이라는 주제로 국내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을 보면 3월 열리는 봄 고시엔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계 학교의 교토 국제고의 우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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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루미늄 배트 VS 나무 배트 [신간]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 입력 2022-03-07 11:00:06
    스포츠K

왕년의 홈런왕 장종훈과 이승엽이 알루미늄 배트 회귀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왕년의 홈런왕 장종훈과 이승엽은 지난 1월 KBO 넥스트 레벨 유소년 캠프에서 고교야구의 나무 배트, 알루미늄 배트 선택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눠 화제가 됐다.

장종훈 KBO 유소년 캠프 감독은 "고등학교 선수들이 지금 나무 배트를 쓰고 있는데 저는 반대한다. 어렸을 때 타자들은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 일단 타자라면 무조건 자기 스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민타자 이승엽 위원 역시 "나무 배트 관련된 것은 장종훈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어른들이 많이 생각하셔서 어떻게 가는 방향이 좋을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만수, 박용택 등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강타자들이 알루미늄 배트 회귀 제안을 했고 올 해 이승엽과 장종훈 등 왕년의 홈런왕들까지 동참한 것이다.

현재 한국 야구의 육성 실패 등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손꼽히는 고교야구의 '나무 배트' 사용을 또 한 번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무 배트 사용은 현재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특급 신인 부재, 하향 평준화 논란 등과 일맥상통한다.

반면, 반대 견해도 있다.

정민태 전 국가대표 투수는 나무 배트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정민태 코치는 "토종 선발 투수가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고교야구부터 알루미늄 배트를 다시 도입하자는 건 투수들이 더 부담감을 가지고 공을 던져야 한다."며 "나무 배트를 쓰는 타자 상대로 50구 던질 걸, 알루미늄 타자 상대로 60~80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일본 야구 만화에 종종 등장하듯 고시엔 경기에서 진 팀은 고시엔 구장의 흙을 가져가는 풍습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고교야구의 나무 배트와 알루미늄 배트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 출간돼 세간의 화제를 끌고 있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일본 고시엔 야구 전문 서적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나무 배트 논쟁이 일고 있는데, 일본은 유일하게 금속 배트를 쓴다. 미국은 반발력을 낮춘 금속을 쓰고, 우리는 나무를 쓴다. 최근 엘리트 쪽에서는 거포 양성을 위해 알루미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일본에서 금속을 쓰는 이유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공존하는 특성상 금속을 써야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알루미늄 반발력이 너무 커서 투수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올해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반발력을 낮춘 금속 배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국내 엘리트들의 주장은 귀를 기울일 부분이 있지만, 안전 문제는 고려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신간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의 작가 한성윤 기자(이하 작가)의 말이다.

이처럼 한성윤 작가는 최근 야구계 일각의 고교야구 알루미늄 배트 도입 주장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 배트에 대한 한일 양국의 견해 차이와 접근법, 그리고 그 이면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논점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성윤 작가는 2008년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한국 야구의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취재했고 일본 고교야구도 전문적으로 취재해왔다.

2008년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한국 야구 대표팀은 베이징에서 일본과 명승부를 펼쳤다. 당시 일본팀엔 아오키, 이와세, 와다, 아라이, 스기우치, 아베 신노스케 등 쟁쟁한 스타들이 포진해 있었다.

한 작가는 당시 베이징에서 일본 대표팀 호시노 감독을 직접 일본어로 인터뷰하며 호시노 감독의 한국 야구를 보는 시각 등에 대해 깊이 있는 기사를 작성했다. 우커송 야구장을 직접 누볐던 한 작가는 일본 프로야구 해설가로도 활동했다.

2021년 8월 일본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소재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구장에서 제103회 고시엔 대회에서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책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 보자.

신간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은 한국에서 출간됐던 고시엔 관련 서적으로는 가장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서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일본 고시엔에 출전하는 10개 지구를 상징하는 10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49개 학교를 나타내는 49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이 완성됐다. 이 책에는 3월 열리는 봄 고시엔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도 가득하다.

보통 일본의 장인정신은 흔히 '모노즈쿠리(物作り)'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서양에선 크래프트맨십(craftsmanship)이라고 표현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이고 인간의 영혼을 쏟아붓는 자세를 말한다.

일본은 고교야구에도 일명 '모노즈쿠리'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한성윤 작가가 쓴 신간 역시 일본 특유의 '모노즈쿠리'를 엿볼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비단 야구 이야기뿐이 아니다.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와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도장과 팩스 문화, 그리고 매뉴얼 사회인 일본의 유토리 교육과 빡빡머리의 관계 등 일본 내에선 당연한 전통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궁금해할 내용들이 분석돼있다.

유니폼과 교복의 차이, 일본이 자랑하는 부카츠의 명암 등도 마찬가지이다. 우승컵 대신 깃발을 주는 대회와 일본의 독특한 합숙문화 등도 밖에서 보는 시각과는 다른 내용들도 있다.

본래의 알루미늄 배트 이야기로 또 돌아가 보자.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얼마 전 장종훈과 이승엽 등 왕년의 홈런왕들이 알루미늄 배트 회귀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했던 장면을 기억한다. 여기에 알루미늄 배트에 의한 빠른 타구 스피드에서 파생되는 고교야구 투수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마침 3월 고시엔부터 일본도 2년간 반발력을 낮춘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 고교야구의 알루미늄 배트 회귀 이슈 역시 여러 가지로 다각도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일본 고시엔 야구전문 서적이 출간돼 시선을 끌고 있다. 한성윤 지음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책 소개를 하자면?

A: 우리나라에서도 박노준 김건우로 대표되는 고교야구의 전성기가 있었지만, 프로야구의 출범 이후 고교야구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진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은 프로야구와 고교야구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오히려 고교야구의 인기가 더 높다는 사실의 원인에 대해 주목해 오던 차에 일본 야구 취재 및 고시엔 야구 취재, 개인적인 고시엔 관람 등의 경험을 통해 고시엔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국내에서 고시엔을 보는 관점은 지극히 편향되어 있고,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고시엔의 장점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는 어두운 면까지 소개해 진짜 고시엔을 알리고 싶었다.

Q: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이란 책 제목의 의미는?

A: 고시엔 야구는 청춘의 야구다. 실제 선수로 뛰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면서 청춘의 시기를 지난 사람들에게는 과거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기를 회상하는 의미로 작용한다. 청춘은 모두가 공유하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여름은 고시엔 대회가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위와 땀으로 대표되는 어려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고시엔을 향한 끝없는 도전은 바로 여름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꿈의 무대의 경우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의 대부분은 프로야구를 위한 고교야구가 아니라 고시엔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에 어쩌면 프로야구보다, 메이저리그보다 고시엔 무대 자체가 꿈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사실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부제인 '100년 고교야구의 역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이다. 고시엔 서적을 집필하면서 고시엔은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며 고시엔에 나타나는 장단점은 한국 고교야구와 한국 사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고시엔을 분석하면 일본 사회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난다.

Q: 이 책을 집필한 동기도 소개한다면?

A: 한국 스포츠는 지금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라는 패러다임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고 야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엘리트 쪽에서는 4,000개에 가까운 고교 팀이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대등한 실력을 갖춘다는 점에 주목하고, 생활 체육 쪽에서는 대다수 학교가 취미 활동으로 야구를 한다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엘리트와 생활체육계 모두 고시엔의 한쪽만을 바라볼 뿐 다른 부분은 보려 하지 않고 있다. 고시엔은 교사가 감독을 하면서 동아리 수준인 90퍼센트의 학교와 전문 감독을 고용하고 한국 못지 않은 합숙 훈련을 하는 200개에 가까운 학교가 공존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또한, 국내에서 나무 배트 논쟁이 일고 있는데, 일본은 유일하게 금속배트를 쓴다. 미국은 반발력 낮춘 금속을 쓰고, 우리는 나무를 쓴다. 최근 엘리트 쪽에서는 거포 양성을 위해 알루미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일본에서 금속을 쓰는 이유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공존하는 특성상 금속을 써야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알루미늄 반발력이 너무 커서 투수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올해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반발력을 낮춘 금속 배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국내 엘리트들의 주장은 귀를 기울일 부분이 있지만, 안전 문제는 고려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Q: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A: 우리에게는 식민지 지배의 기억을 영원히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더욱 많은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야구의 경우 분명 미국보다 일본 야구가 더 친숙하다. 야구를 야구라고 부르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과 일본뿐이기 때문이다.

Q: 일본 야구는 ○○○이다?

A: 일본 야구는 아날로그다. 과거 노무라 감독이 쓴 책 중에 '무형의 힘'이라는 책이 있다. 노무라 감독이 말한 ID 야구에서 임폴턴트는 굉장히 주관적인 개념이다. 일본 야구와 일본 사회가 그렇다. 고시엔의 경우도 선공 후공을 가위바위보를 통해 가리고, 여전히 사이렌을 통해 경기가 시작되며, 교가 제창이 있고, 올림픽보다 더 감동적인 선수 선서를 하면서 금속 배트를 사용한다. 고시엔 야구는 일본 아날로그 문화의 정점을 찍는다고 할 수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본 야구 선수는?

A: 마츠자카 다이스케이다. 고교 시절 봄 고시엔 여름 고시엔 연패를 한 위대한 선수로 시작해서 WBC 우승, 월드시리즈 우승을 모두 경험한 만화 같은 존재였다. 마치 H2의 히로가 현실에 등장한 것이 마츠자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츠자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시드니 올림픽 때 직접 취재했었는데, 2021년 은퇴를 했다. 기자로서 마츠자카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선수로 다가온다.

Q: 이 책이 나오기까지 영향을 받았거나 영감을 준 인물들이 있다면?

A: 고교야구의 영웅 박노준, 한국 야구의 대부인 허구연, 한국 야구의 뿌리를 만들어온 한영관 회장 등으로부터 평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책으로는 무형의 힘을 비롯한 노무라 감독의 서적을 좋아한다.

Q: 독자에게 한 마디?

A: 이 책은 봄 고시엔에 출전하는 10개 지구를 상징하는 10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여름 고시엔에 나서는 49개 학교를 나타내는 49개의 이야기로 구성한 목차이다. 고시엔이라는 주제로 국내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을 보면 3월 열리는 봄 고시엔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계 학교의 교토 국제고의 우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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