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장 수리·영변 원자로 가동 징후…핵실험 재개하나

입력 2022.03.0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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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 4일(위)과 지난달 18일(아래)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 사진. 지난달 18일까지 공터였던 곳에 건축용 목재와 톱밥 등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출처 : www.armscontrolwonk.com)미국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 4일(위)과 지난달 18일(아래)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 사진. 지난달 18일까지 공터였던 곳에 건축용 목재와 톱밥 등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출처 : www.armscontrolwonk.com)

■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 건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국장이 군축 전문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풍계리를 찍은 위성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미국의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달 18일과 이달 4일 찍은 위성 사진을 비교해 보면, 공터였던 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기존 건물이 있던 곳에는 건축용 목재가 쌓여 있는 모습이 보여, 건물 수리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스 국장은 "이런 변화는 최근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폭발력 100kt(킬로톤) 이상의 대형 수소폭탄에 대한 자신감을 더 높이거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위한 새로운 전술핵 무기를 검증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영변 핵시설도 가동 중"

북한 핵시설의 상징인 영변 핵단지도 지난해 7월부터 계속 재가동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7일 열린 이사회에서 "북한이 영변 핵 단지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 중이라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수로 근처의 새로운 건물은 여전히 건설 중이며, 이는 아마 원자로 부품의 제조나 유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일 것"이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북한, 핵 실험 재개할까?

핵물질을 만드는 영변과 핵실험장 풍계리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지난 1월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ICBM 활동 재개를 시사한 직후여서, 작은 움직임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 무기 개발 목표를 제시하면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초대형 핵탄두 생산도 지속적으로 밀고나감으로써"라고 밝히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이미 공표했습니다.

정경운 한국군사학회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고도화를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며 "지금은 미국 반응을 떠보려는 단계일 수 있지만, 이후 핵무력 고도화로 억지력을 완비해야겠다고 결정한다면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핵실험장 갱도가 아닌 주변시설 움직임만 있어서 아직 핵실험 재개 징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 우크라이나 사태도 변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대응도 북한의 이후 행보를 결정할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금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며 "안보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시간에 뭔가 해보고 싶다는 판단으로 북한이 서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금 핵실험을 한다면 유엔 안보리가 강력히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 "파급력 큰 핵실험보다는 ICBM 먼저"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막대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보다는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먼저 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중요 시험을 한다면서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두 번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본 발사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설 대응책으로 핵실험 카드를 활용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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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실험장 수리·영변 원자로 가동 징후…핵실험 재개하나
    • 입력 2022-03-08 18:52:59
    취재K

미국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 4일(위)과 지난달 18일(아래)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 사진. 지난달 18일까지 공터였던 곳에 건축용 목재와 톱밥 등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출처 : www.armscontrolwonk.com)
■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 건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국장이 군축 전문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풍계리를 찍은 위성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미국의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달 18일과 이달 4일 찍은 위성 사진을 비교해 보면, 공터였던 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기존 건물이 있던 곳에는 건축용 목재가 쌓여 있는 모습이 보여, 건물 수리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스 국장은 "이런 변화는 최근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폭발력 100kt(킬로톤) 이상의 대형 수소폭탄에 대한 자신감을 더 높이거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위한 새로운 전술핵 무기를 검증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영변 핵시설도 가동 중"

북한 핵시설의 상징인 영변 핵단지도 지난해 7월부터 계속 재가동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7일 열린 이사회에서 "북한이 영변 핵 단지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 중이라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수로 근처의 새로운 건물은 여전히 건설 중이며, 이는 아마 원자로 부품의 제조나 유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일 것"이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북한, 핵 실험 재개할까?

핵물질을 만드는 영변과 핵실험장 풍계리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지난 1월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ICBM 활동 재개를 시사한 직후여서, 작은 움직임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 무기 개발 목표를 제시하면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초대형 핵탄두 생산도 지속적으로 밀고나감으로써"라고 밝히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이미 공표했습니다.

정경운 한국군사학회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고도화를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며 "지금은 미국 반응을 떠보려는 단계일 수 있지만, 이후 핵무력 고도화로 억지력을 완비해야겠다고 결정한다면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핵실험장 갱도가 아닌 주변시설 움직임만 있어서 아직 핵실험 재개 징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 우크라이나 사태도 변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대응도 북한의 이후 행보를 결정할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금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며 "안보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시간에 뭔가 해보고 싶다는 판단으로 북한이 서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금 핵실험을 한다면 유엔 안보리가 강력히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 "파급력 큰 핵실험보다는 ICBM 먼저"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막대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보다는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먼저 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중요 시험을 한다면서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두 번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본 발사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설 대응책으로 핵실험 카드를 활용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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