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강원 산불 났는데”…‘제주들불축제’ 어쩌나?

입력 2022.03.09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열린 제주들불축제 영상지난해 3월 열린 제주들불축제 영상

강원·경북지역 대규모 산불로 정부가 특별재난지역까지 선포한 상황 속에, 제주에선 이달 중순 열리는 지역 대표 축제를 놓고 때아닌 '적절성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제주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제주 들불 축제' 이야기입니다.

주최 측인 제주시는 이달 18일부터 사흘간 들불축제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며, 최근 개최 일정을 알렸는데요.

지난해 3월 열린 제주들불축제 영상지난해 3월 열린 제주들불축제 영상

오름 일대에 대규모로 불을 놓는 이번 축제가 '재난급 화마'를 연상케 하는 데다 가뜩이나 재난을 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주에선 축제 개최를 놓고 다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 제주 최대 축제 앞두고 벌어진 산불 재난…주최 측 '난감'

제주시는 최근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를 주제로 한 제24회 제주 들불 축제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올해 축제는 참가자들이 자동차를 타고 입장하는 '드라이브인'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제주 들불 축제는 1970년대 초까지 제주 도내 중산간에서 묵은 풀을 비롯해 진드기 등 각종 해충을 없애기 위해, 새 풀이 돋아나기 전 불을 놓던 제주의 목축 풍습을 축제로 재현한 겁니다. 목초지에서 소와 말을 방목하기 위해선, 이 같은 구제(驅除)가 반드시 필요했죠.

축제는 1997년부터 시작돼, 4회째를 맞은 2000년부터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 들불을 놓고 있습니다.


또 해마다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에 맞춰 축제를 열다가, 겨울철 추위와 궂은 날씨 탓에 2013년부터는 매년 3월에 열고 있습니다.

들불축제는 지금까지 두 번 취소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축제가 비대면으로 열렸습니다.

■ "산불로 고통받는 이들 있는데…축제 개최 부적절"

축제 기간 사람들은 오름에 붙은 장엄한 불을 보며 한해 액운을 사르고 새해 소망을 기원합니다.

거대한 새별오름을 휘감으며 불타오르는 화염 등 독특한 야경을 보기 위해,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도 축제를 찾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북과 강원 지역에서 화마가 이어지며 주택 수백 채가 불에 타고,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지자, 들불축제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도 점차 따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시청 홈페이지에는 '들불축제 취소하고 그 비용을 울진 산불 기부하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제주시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올라온 축제 취소를 요구하는 시민의 글. 제주시 홈페이지제주시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올라온 축제 취소를 요구하는 시민의 글. 제주시 홈페이지

동해안 산불 장기화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제주시도 당초 축제 정상 개최 기조에서 '재검토'로 선회한 상황입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축제 개최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결정이 나면, 보도자료를 내거나 브리핑을 통해 알리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들불축제 행사장 주변엔 민가가 없고, 들불을 놓는 주변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화재에 철저히 대비하며 축제를 준비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북·강원 산불 났는데”…‘제주들불축제’ 어쩌나?
    • 입력 2022-03-09 07:00:10
    취재K
지난해 3월 열린 제주들불축제 영상
강원·경북지역 대규모 산불로 정부가 특별재난지역까지 선포한 상황 속에, 제주에선 이달 중순 열리는 지역 대표 축제를 놓고 때아닌 '적절성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제주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제주 들불 축제' 이야기입니다.

주최 측인 제주시는 이달 18일부터 사흘간 들불축제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며, 최근 개최 일정을 알렸는데요.

지난해 3월 열린 제주들불축제 영상
오름 일대에 대규모로 불을 놓는 이번 축제가 '재난급 화마'를 연상케 하는 데다 가뜩이나 재난을 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주에선 축제 개최를 놓고 다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 제주 최대 축제 앞두고 벌어진 산불 재난…주최 측 '난감'

제주시는 최근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를 주제로 한 제24회 제주 들불 축제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올해 축제는 참가자들이 자동차를 타고 입장하는 '드라이브인'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제주 들불 축제는 1970년대 초까지 제주 도내 중산간에서 묵은 풀을 비롯해 진드기 등 각종 해충을 없애기 위해, 새 풀이 돋아나기 전 불을 놓던 제주의 목축 풍습을 축제로 재현한 겁니다. 목초지에서 소와 말을 방목하기 위해선, 이 같은 구제(驅除)가 반드시 필요했죠.

축제는 1997년부터 시작돼, 4회째를 맞은 2000년부터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 들불을 놓고 있습니다.


또 해마다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에 맞춰 축제를 열다가, 겨울철 추위와 궂은 날씨 탓에 2013년부터는 매년 3월에 열고 있습니다.

들불축제는 지금까지 두 번 취소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축제가 비대면으로 열렸습니다.

■ "산불로 고통받는 이들 있는데…축제 개최 부적절"

축제 기간 사람들은 오름에 붙은 장엄한 불을 보며 한해 액운을 사르고 새해 소망을 기원합니다.

거대한 새별오름을 휘감으며 불타오르는 화염 등 독특한 야경을 보기 위해,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도 축제를 찾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북과 강원 지역에서 화마가 이어지며 주택 수백 채가 불에 타고,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지자, 들불축제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도 점차 따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시청 홈페이지에는 '들불축제 취소하고 그 비용을 울진 산불 기부하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제주시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올라온 축제 취소를 요구하는 시민의 글. 제주시 홈페이지
동해안 산불 장기화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제주시도 당초 축제 정상 개최 기조에서 '재검토'로 선회한 상황입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축제 개최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결정이 나면, 보도자료를 내거나 브리핑을 통해 알리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들불축제 행사장 주변엔 민가가 없고, 들불을 놓는 주변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화재에 철저히 대비하며 축제를 준비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