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검게 타 버린 ‘송이버섯’ 주산지…올가을 ‘금송이’ 될까

입력 2022.03.09 (18:03) 수정 2022.03.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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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 콕입니다.

수북한 솔잎 사이로 뽀얀 자태를 드러낸 이것, 송이버섯입니다.

토실토실 잘도 여물었습니다.

["오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소나무 '송'에 귀 '이'자, 이름처럼 소나무 잔뿌리에서 자랍니다.

특히 금강송에서 난 송이를 최고로 칩니다.

송이만큼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드뭅니다.

소나무라도 어린 나무나 나이 든 노송 주위에선 자라지 않습니다.

30~40년 된 젊은 소나무 뿌리 부근에 잠복했다가 적당히 비가 쏟아진 뒤 어느 날 낙엽 더미를 헤치고 불쑥 머리를 내밉니다.

'하늘이 내리고 신선이 먹는다'고 할 만큼 예부터 대접을 받아 왔습니다.

이런 송이를 산불이 덮쳤습니다.

이번 동해안 산불로 전국 송이 생산량의 40%를 점하는 경북 울진과 영덕의 송이버섯 주산지가 큰 피해를 봤습니다.

울진 산불의 불씨가 일부 금강송 군락지로 번진 탓입니다.

한동안 이곳 소나무 뿌리에서는 송이의 포자 생성이 어려워 회복까지 최소 30년이 걸릴 거란 농가 전망도 나옵니다.

송이 나는 곳은 자식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는데, 울진군 송이 농가 1000여 곳이 시름에 잠겼습니다.

솔향과 흙내음이 짙게 밴 송이는 생으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신선할 때 결대로 찢어 참기름에 찍으면 그 자체로 하나의 찬이 됩니다.

국물에 넣으면 진한 감칠맛을 선사합니다.

얇게 썬 고기와 곁들이면 찰떡궁합이 따로 없습니다.

강원도 양양 시내와 설악산 사이 송이버섯마을 찾으면 으뜸 메뉴는 소고기가 들어간 송이전골입니다.

고기의 기름으로 인해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것을 송이의 풍부한 식이섬유소가 낮추는 역할을 해줍니다.

향도 좋고 생김새도 좋으나 안타깝게도 값이 비쌉니다.

고기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지역과 당일 생산량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데, 보통 1kg에 20만~30만 원(1등급 기준, 10여 개)에 거래됩니다.

산림조합 낙찰값이 이러니 일반 소맷값은 여기에 몇만 원 더 얹어야 합니다.

생산량이 적을 땐 부르는 게 값입니다.

2019년엔 kg당 130만 원대까지 치솟은 적도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인공 재배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크단 뜻입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송이버섯 2톤을 보내 큰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이번 산불로 올해는 자연산 송이 향을 맡기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며 벌써부터 '금송이' 얘기도 나옵니다.

'먹자마자 이빨이 시원한 것 깨닫겠네'라고 한 삿갓 시인 김시습의 풍류도 상상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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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검게 타 버린 ‘송이버섯’ 주산지…올가을 ‘금송이’ 될까
    • 입력 2022-03-09 18:03:40
    • 수정2022-03-09 18:17:09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 콕입니다.

수북한 솔잎 사이로 뽀얀 자태를 드러낸 이것, 송이버섯입니다.

토실토실 잘도 여물었습니다.

["오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소나무 '송'에 귀 '이'자, 이름처럼 소나무 잔뿌리에서 자랍니다.

특히 금강송에서 난 송이를 최고로 칩니다.

송이만큼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드뭅니다.

소나무라도 어린 나무나 나이 든 노송 주위에선 자라지 않습니다.

30~40년 된 젊은 소나무 뿌리 부근에 잠복했다가 적당히 비가 쏟아진 뒤 어느 날 낙엽 더미를 헤치고 불쑥 머리를 내밉니다.

'하늘이 내리고 신선이 먹는다'고 할 만큼 예부터 대접을 받아 왔습니다.

이런 송이를 산불이 덮쳤습니다.

이번 동해안 산불로 전국 송이 생산량의 40%를 점하는 경북 울진과 영덕의 송이버섯 주산지가 큰 피해를 봤습니다.

울진 산불의 불씨가 일부 금강송 군락지로 번진 탓입니다.

한동안 이곳 소나무 뿌리에서는 송이의 포자 생성이 어려워 회복까지 최소 30년이 걸릴 거란 농가 전망도 나옵니다.

송이 나는 곳은 자식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는데, 울진군 송이 농가 1000여 곳이 시름에 잠겼습니다.

솔향과 흙내음이 짙게 밴 송이는 생으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신선할 때 결대로 찢어 참기름에 찍으면 그 자체로 하나의 찬이 됩니다.

국물에 넣으면 진한 감칠맛을 선사합니다.

얇게 썬 고기와 곁들이면 찰떡궁합이 따로 없습니다.

강원도 양양 시내와 설악산 사이 송이버섯마을 찾으면 으뜸 메뉴는 소고기가 들어간 송이전골입니다.

고기의 기름으로 인해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것을 송이의 풍부한 식이섬유소가 낮추는 역할을 해줍니다.

향도 좋고 생김새도 좋으나 안타깝게도 값이 비쌉니다.

고기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지역과 당일 생산량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데, 보통 1kg에 20만~30만 원(1등급 기준, 10여 개)에 거래됩니다.

산림조합 낙찰값이 이러니 일반 소맷값은 여기에 몇만 원 더 얹어야 합니다.

생산량이 적을 땐 부르는 게 값입니다.

2019년엔 kg당 130만 원대까지 치솟은 적도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인공 재배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크단 뜻입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송이버섯 2톤을 보내 큰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이번 산불로 올해는 자연산 송이 향을 맡기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며 벌써부터 '금송이' 얘기도 나옵니다.

'먹자마자 이빨이 시원한 것 깨닫겠네'라고 한 삿갓 시인 김시습의 풍류도 상상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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