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현장에 낯익은 여행 가방 있었다”…일가족 잃은 남성의 절규

입력 2022.03.12 (09:08) 수정 2022.03.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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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어머니를 간병하러 갔다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발이 묶인 세르히이 페레비니스.

그는 트위터에 올라온 러시아군의 폭격 현장 사진을 보고 절망에 빠졌습니다. 숨진 민간인의 옆에는 익숙한 여행 가방이 놓여있었습니다.

■ "폭격 현장 속 여행 가방 보고 가족 사망 알아"

18살 아들, 9살 딸과 함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이르핀에 머물던 아내 테티아나는 포탄이 그들의 건물을 강타하자 도시를 떠날 결심을 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아내는 키이우로 대피하겠다고 알렸고 그 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후 오전 10시쯤 핸드폰으로 아내의 위치 신호가 잡혔는데, 그곳은 이르핀의 병원이었습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때 트위터에 불길한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대피하던 일가족이 러시아군의 폭격에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곧이어 올라온 사진을 본 페레비니스는 절망했습니다. 사진 속 회색 여행 가방은 가족의 것이었습니다.

러시아군의 폭격에 가족을 모두 잃은 그는 지난 9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습니다. 페레비니스는 "(피격) 바로 전날 밤 아내에게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며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르핀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위험을 무릅쓰고 이르핀에서 탈출하는 사람들

■ "사랑하는 아내 검은 가방에 담겨 바닥에 놓여 있어"

아내 테티아나는 미국과 영국 등에 지사를 둔 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폴란드에 숙소를 마련해 놓고 직원에게 대피를 권고했고 비상 자금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테티아나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어떻게 데리고 갈지 고민하며 쉽게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 뒤 머물던 건물이 폭격을 당하자 지하실에 대피했던 그는 6일 오전 7시쯤 자녀들을 데리고 키이우로 향했습니다. 도로가 끊기자 차를 버린 뒤 육로로 이동했습니다. 폭격을 피해 몸을 숨길 곳이 없는 길을 이동하다 파손된 다리로 향하던 그때 약 11m 옆에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수백 개의 들쭉날쭉한 금속 파편이 튀었고 그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페레비니스는 가족을 모두 잃은 후에야 키이우로 간신히 돌아왔습니다. 도네츠크에서 러시아 본토로, 이어 폴란드 북쪽 칼리닌그라드로 비행기를 탄 뒤 폴란드 육로를 지나는 수천㎞의 여정을 거쳤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키이우 도착 사실을 공개하고 "영안실이 넘쳐나 장례식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랑하는 아내가 검은 가방에 담겨 바닥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러시아 당국자에게 "당신들이 '특수 작전'이라고 부르는 그것 때문에 가족이 몰살당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할 테면 하라. 더 잃을 것도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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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격 현장에 낯익은 여행 가방 있었다”…일가족 잃은 남성의 절규
    • 입력 2022-03-12 09:08:40
    • 수정2022-03-12 09:11:41
    세계는 지금

아픈 어머니를 간병하러 갔다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발이 묶인 세르히이 페레비니스.

그는 트위터에 올라온 러시아군의 폭격 현장 사진을 보고 절망에 빠졌습니다. 숨진 민간인의 옆에는 익숙한 여행 가방이 놓여있었습니다.

■ "폭격 현장 속 여행 가방 보고 가족 사망 알아"

18살 아들, 9살 딸과 함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이르핀에 머물던 아내 테티아나는 포탄이 그들의 건물을 강타하자 도시를 떠날 결심을 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아내는 키이우로 대피하겠다고 알렸고 그 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후 오전 10시쯤 핸드폰으로 아내의 위치 신호가 잡혔는데, 그곳은 이르핀의 병원이었습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때 트위터에 불길한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대피하던 일가족이 러시아군의 폭격에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곧이어 올라온 사진을 본 페레비니스는 절망했습니다. 사진 속 회색 여행 가방은 가족의 것이었습니다.

러시아군의 폭격에 가족을 모두 잃은 그는 지난 9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습니다. 페레비니스는 "(피격) 바로 전날 밤 아내에게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며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르핀에서 탈출하는 사람들
■ "사랑하는 아내 검은 가방에 담겨 바닥에 놓여 있어"

아내 테티아나는 미국과 영국 등에 지사를 둔 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폴란드에 숙소를 마련해 놓고 직원에게 대피를 권고했고 비상 자금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테티아나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어떻게 데리고 갈지 고민하며 쉽게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 뒤 머물던 건물이 폭격을 당하자 지하실에 대피했던 그는 6일 오전 7시쯤 자녀들을 데리고 키이우로 향했습니다. 도로가 끊기자 차를 버린 뒤 육로로 이동했습니다. 폭격을 피해 몸을 숨길 곳이 없는 길을 이동하다 파손된 다리로 향하던 그때 약 11m 옆에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수백 개의 들쭉날쭉한 금속 파편이 튀었고 그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페레비니스는 가족을 모두 잃은 후에야 키이우로 간신히 돌아왔습니다. 도네츠크에서 러시아 본토로, 이어 폴란드 북쪽 칼리닌그라드로 비행기를 탄 뒤 폴란드 육로를 지나는 수천㎞의 여정을 거쳤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키이우 도착 사실을 공개하고 "영안실이 넘쳐나 장례식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랑하는 아내가 검은 가방에 담겨 바닥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러시아 당국자에게 "당신들이 '특수 작전'이라고 부르는 그것 때문에 가족이 몰살당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할 테면 하라. 더 잃을 것도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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