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이파크 붕괴, “공법·콘크리트 총체적 부실”

입력 2022.03.14 (11:33) 수정 2022.03.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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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습니다. 추가적인 붕괴 위험으로 마지막 실종자를 수습하는 데 29일이 걸렸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컸는데요.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제공: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①무단 공법 변경·동바리(지지대) 철거

사고는 옥상층인 39층의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난 뒤 PIT층(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 바닥이 무너지며 시작됐습니다. 이후 연쇄적으로 16개층의 외벽과 기둥이 무너져 내렸는데요.

위원회는 39층 바닥 시공방법과 지지방식이 당초 설계와는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됐다고 지적했습니다.

1층에서 38층까지는 나무합판으로 거푸집과 지지대를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재래식 공법으로 시공이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39층만 콘크리트 가벽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철근자재인 ‘데크 플레이트’를 사용하는 ‘무지보 공법’이 적용됐습니다. 사실상 PIT층 바닥이 모든 무게를 견뎌야했고, 설계보다 하중이 2배 넘게 증가하며 중앙부로 쏠려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36층에서 38층까지 동바리를 조기 철거한 점도 연속 붕괴를 불렀습니다.

■②물 탄 콘크리트·품질관리도 ‘엉망’


벽과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의 품질도 말그대로 부실했는데요.

위원회는 붕괴 아파트에서 콘크리트 벽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원형 시험체를 채취했습니다. 시험체의 강도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시험체가 설계기준 강도의 8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도 대비 60% 내외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불합격으로 평가됐다고 사조위는 설명했습니다.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하면 철근과 잘 붙지 않아 안정성 저하로 이어집니다.

위원장은 “동일한 콘크리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표준공시체와 실제 채취한 공시체의 강도의 차이가 매우 컸다”며 “콘크리트 제조와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으로 물을 넣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시공사와 감리의 품질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밖에도 건축구조기술사가 주기적으로 시공 상황을 확인해야 했지만 이 부분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현장 문제 없나

조사위는 대책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관련법과 건설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전문기술자 등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감리자가 발주자와 시공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지자체의 감리 관리 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콘크리트 부실이 확인된 만큼 레미콘의 생산과정부터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등 자재와 품질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도급 계약 방지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당장 화정 아이파크의 다른 동이나 같은 레미콘 업체의 콘크리트를 납품받은 현장에서 안전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 봐야 할 지점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받아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조치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이달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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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아이파크 붕괴, “공법·콘크리트 총체적 부실”
    • 입력 2022-03-14 11:33:17
    • 수정2022-03-14 11:33:44
    취재K

지난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습니다. 추가적인 붕괴 위험으로 마지막 실종자를 수습하는 데 29일이 걸렸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컸는데요.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제공: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①무단 공법 변경·동바리(지지대) 철거

사고는 옥상층인 39층의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난 뒤 PIT층(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 바닥이 무너지며 시작됐습니다. 이후 연쇄적으로 16개층의 외벽과 기둥이 무너져 내렸는데요.

위원회는 39층 바닥 시공방법과 지지방식이 당초 설계와는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됐다고 지적했습니다.

1층에서 38층까지는 나무합판으로 거푸집과 지지대를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재래식 공법으로 시공이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39층만 콘크리트 가벽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철근자재인 ‘데크 플레이트’를 사용하는 ‘무지보 공법’이 적용됐습니다. 사실상 PIT층 바닥이 모든 무게를 견뎌야했고, 설계보다 하중이 2배 넘게 증가하며 중앙부로 쏠려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36층에서 38층까지 동바리를 조기 철거한 점도 연속 붕괴를 불렀습니다.

■②물 탄 콘크리트·품질관리도 ‘엉망’


벽과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의 품질도 말그대로 부실했는데요.

위원회는 붕괴 아파트에서 콘크리트 벽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원형 시험체를 채취했습니다. 시험체의 강도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시험체가 설계기준 강도의 8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도 대비 60% 내외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불합격으로 평가됐다고 사조위는 설명했습니다.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하면 철근과 잘 붙지 않아 안정성 저하로 이어집니다.

위원장은 “동일한 콘크리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표준공시체와 실제 채취한 공시체의 강도의 차이가 매우 컸다”며 “콘크리트 제조와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으로 물을 넣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시공사와 감리의 품질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밖에도 건축구조기술사가 주기적으로 시공 상황을 확인해야 했지만 이 부분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현장 문제 없나

조사위는 대책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관련법과 건설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전문기술자 등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감리자가 발주자와 시공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지자체의 감리 관리 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콘크리트 부실이 확인된 만큼 레미콘의 생산과정부터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등 자재와 품질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도급 계약 방지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당장 화정 아이파크의 다른 동이나 같은 레미콘 업체의 콘크리트를 납품받은 현장에서 안전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 봐야 할 지점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받아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조치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이달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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