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 호미도 못챙겼는데”…“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입력 2022.03.14 (21:17) 수정 2022.03.14 (22: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불을 끄는 데 21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9일 만에 주불이 잡힌 이번 동해안 산불은 최장 진화 시간이란 기록과 함께, 역대 최대 피해를 남겼습니다.

화마가 휩쓴 산림 영향 구역만 약 2만 5천 헥타르, 축구장 3만 4,900여 개에 이르는 엄청난 면적의 산림이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숲뿐만이 아닙니다.

주택 388채, 농축산 시설 232곳 등 908 곳이 피해를 봤고, 주민 430여 명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습니다.

다시 돌아갈 집도, 생업의 터전도 잃은 주민들의 힘겨운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먼저, 이지은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3대째 150년 넘게 살아온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집은 물론이고 트랙터부터 이앙기까지 농사지을 농기계와 농기구 등이 모두 불에 탔습니다.

[장세탁/울진 산불 피해 주민 : "옷이고 뭐고 괭이고 호미고 낫이고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아시다시피 다 녹아내렸고."]

이번 동해안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은 270여 가구 4백여 명, 대피소 등에서 머무르고 있는 이재민 대부분이 농민들입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있지만 농사 준비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천음전/울진 산불 피해 주민 : "얼른 농사철이니까 농사도 좀 지어야 되겠고. 마음은 급해요. 여기 들어와 있지만. 마음은 급하고."]

임시조립주택이 건립될 예정이지만 터 확보 등의 문제로 한 달은 지나야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건립되더라도 1인 가구가 겨우 살 만한 27제곱미터 남짓한 방에 많게는 3명이 살아야 할 처지입니다.

이재민들은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천음전/울진 산불 피해 주민 : "얼른 복구해서 집이라도 얼른 해주고 생활터로 빨리빨리 돌려보냈으면..."]

하지만 주택이 전소돼도 복구 지원금은 최대 천6백만 원, 재해주택 복구자금을 8천8백여 만 원까지 빌려도 집을 새로 짓기에는 부족합니다.

[이종철/울진군 이재민안정지원T/F팀장 : "건립 금액이 부족한 건 사실이나 역대 재난 사례를 보아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국민 성금과 기금으로 보충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역대 최장 시간 이어진 산불은 꺼졌지만 이재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최동희 신상응/영상편집:김상원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영농철, 호미도 못챙겼는데”…“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 입력 2022-03-14 21:17:27
    • 수정2022-03-14 22:02:57
    뉴스 9
[앵커]

불을 끄는 데 21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9일 만에 주불이 잡힌 이번 동해안 산불은 최장 진화 시간이란 기록과 함께, 역대 최대 피해를 남겼습니다.

화마가 휩쓴 산림 영향 구역만 약 2만 5천 헥타르, 축구장 3만 4,900여 개에 이르는 엄청난 면적의 산림이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숲뿐만이 아닙니다.

주택 388채, 농축산 시설 232곳 등 908 곳이 피해를 봤고, 주민 430여 명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습니다.

다시 돌아갈 집도, 생업의 터전도 잃은 주민들의 힘겨운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먼저, 이지은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3대째 150년 넘게 살아온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집은 물론이고 트랙터부터 이앙기까지 농사지을 농기계와 농기구 등이 모두 불에 탔습니다.

[장세탁/울진 산불 피해 주민 : "옷이고 뭐고 괭이고 호미고 낫이고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아시다시피 다 녹아내렸고."]

이번 동해안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은 270여 가구 4백여 명, 대피소 등에서 머무르고 있는 이재민 대부분이 농민들입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있지만 농사 준비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천음전/울진 산불 피해 주민 : "얼른 농사철이니까 농사도 좀 지어야 되겠고. 마음은 급해요. 여기 들어와 있지만. 마음은 급하고."]

임시조립주택이 건립될 예정이지만 터 확보 등의 문제로 한 달은 지나야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건립되더라도 1인 가구가 겨우 살 만한 27제곱미터 남짓한 방에 많게는 3명이 살아야 할 처지입니다.

이재민들은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천음전/울진 산불 피해 주민 : "얼른 복구해서 집이라도 얼른 해주고 생활터로 빨리빨리 돌려보냈으면..."]

하지만 주택이 전소돼도 복구 지원금은 최대 천6백만 원, 재해주택 복구자금을 8천8백여 만 원까지 빌려도 집을 새로 짓기에는 부족합니다.

[이종철/울진군 이재민안정지원T/F팀장 : "건립 금액이 부족한 건 사실이나 역대 재난 사례를 보아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국민 성금과 기금으로 보충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역대 최장 시간 이어진 산불은 꺼졌지만 이재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최동희 신상응/영상편집:김상원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