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사] ‘남녀차별’ 첫 언급한 대통령은 ○○○이다

입력 2022.03.15 (08:15) 수정 2022.03.1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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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통령으로서의 첫 연설, 취임사입니다. 급변해온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 1대 대통령부터 변함없이 국민 앞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취임사는 시대 정신을 담고, 미래 전망도 제시합니다. 대통령이 할 일을 약속하기도, 넌지시 언급하기도 하지요. 이 때문일까요. 역대 취임사를 전수 분석해보니, '예언서'처럼 대한민국의 5년을 미리 그려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새 대통령의 취임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사기획 창>은 역대 대통령 취임사 분석과 함께 우리에게 필요한 취임사를 조사해봤습니다.


◆ '곡식 생산'이 경제의 중심이었던 시기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하나님의 은혜와 동포의 애호(愛護)로 지금까지 살아오다가 오늘에 이와 같이 영광스러운 추대(推戴)를 받은 나로서는"
대한민국 1대 대통령 취임사의 첫 문장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 무엇을 강조했을까요? 핵심 키워드를 분석해보니, '자유'와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말했습니다. 이때 '자유'는, 공산주의와 대비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공산 제국주의는 전 세계의 민족주의를 타도시킬 목적...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이 세계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처럼 말입니다.

나라 살림의 근간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다소 낯선데, "쌀과 다른 곡식의 생산 수량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50년대에 우리나라가 해외(일본) 수출할 수 있는 품목 중 대표적인 것이 쌀이어서 이 같은 취임사가 나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권위주의 시대, 오히려 '법치' '민주주의' 강조
5차례 취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 '통일' '발전' 그리고 '유신'을 취임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통일'은 대부분 경제 문제와 맞물려서 나왔습니다. 경제 발전 없이는 남북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발전' 또한 경제 개발과 조국 근대화 같은 과제를 이야기하며 말했습니다.

'유신'은 유신 체제로 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집중적으로 말한 것인데, 이때 취임사에서 15번이나 강조했습니다. 유신의 정당성과 국민의 의무를 설파하는, 이런 문장들입니다. "유신 질서는 번영과 통일을 위한 새 질서이며, 도의와 협동과 능률과 생산을 위한 새 질서일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민주', '민주주의'도 주요 키워드로 언급했는데 이는 11, 12대 대통령 전두환 취임사와 비슷한 점입니다. 전 씨는 '법질서', 즉 헌법을 강조했고 그 다음으로는 '자유'를 주로 언급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 두 인물의 취임사에 대해 "평화적인 정권 교체의 모범을 보였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해당 정권에서 결핍된 부분을 오히려 강조했다는 설명입니다.


◆ 민주화 시기 '평화' '경제' 중점

"청와대는 바로 국민 여러분의 친근한 이웃이 될 것입니다."
첫 문민정부, 김영삼 14대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평화'가 중심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평화'는 안으로는 권위주의 시대의 이념적 대립을 해소하고 협력해 '신한국'을 만들자는 의미로 썼습니다.

밖으로는 '인류 평화'에 기여 하겠다는 뜻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에게 말한다"며 북한에 대화를 청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언급한 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한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니란 점이 의외지요.


"올 한 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김대중 15대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시대에 취임했습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 '경제'와 '기업'이었습니다. 이때 대기업 개혁이라는 개념도 등장합니다. 지금은 '재벌 개혁'으로 통칭 되는 그 뜻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취임사 중 처음으로 '남녀차별'과 '노인' '장애인'의 권익을 언급합니다. 소수자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처음 꺼내든 시기가, 1998년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여러 갈래의 취임사
노무현 16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평화'가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평화'와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 북핵 실험 이후였기 때문입니다. ' 동북아 평화'를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심 단어는 ' 국토 균형 발전'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행정 수도 이전 설계가 취임사에서 미리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똑같이 '문화'라는 키워드를 가장 강조했습니다.
'경제 대통령'으로 지지를 얻었던 이 전 대통령은 "문화도 산업이다" " 문화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가 온다" 등 경제 발전의 요소로서 문화를 이야기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강조했는데, IMF 시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작은 정부'를 약속한 맥락과 같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술, 콘텐츠, 경제 등이 '문화'와 융합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를 언급했습니다. '창조경제' '문화융성'이라는 키워드도 이 취임사에서 등장했습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문장으로 많이 기억하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통령'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어떤 공약보다도 '새 대통령' 자체를 요구한 시대를 반영했던 것입니다.


<시사기획 창>과 함께 취임사 키워드 분석을 맡은 빅데이터 전문기업 '사이람'의 데이터 애널리스트 김태령 차장은 "권위주의 시대에는 '이 정부가 정치적으로 공정하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면, 민주화 시기 '계층 통합'을 주로 전했고, 최근에는 문화와 복지 측면을 주로 언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태균 교수는 " 취임사에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담는 동시에, '앞으로 하려고 하지만 반대에 부딪힐 것 같은 일'을 미리 언급하는 속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20대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는다면, 앞으로 5년을 상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시사기획 창<대통령은 말했다> 편에서는 취임사 분석과 함께 각 시기 대통령의 연설을 쓴 비서관 등으로부터 그 뒷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오늘(15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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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현정 이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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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취임사] ‘남녀차별’ 첫 언급한 대통령은 ○○○이다
    • 입력 2022-03-15 08:15:36
    • 수정2022-03-15 08:16:36
    취재K
대통령으로서의 첫 연설, 취임사입니다. 급변해온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 1대 대통령부터 변함없이 국민 앞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했다는 것입니다.<br />취임사는 시대 정신을 담고, 미래 전망도 제시합니다. 대통령이 할 일을 약속하기도, 넌지시 언급하기도 하지요. 이 때문일까요. 역대 취임사를 전수 분석해보니, '예언서'처럼 대한민국의 5년을 미리 그려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br />우리가 새 대통령의 취임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br />&lt;시사기획 창&gt;은 역대 대통령 취임사 분석과 함께 우리에게 필요한 취임사를 조사해봤습니다.<br />

◆ '곡식 생산'이 경제의 중심이었던 시기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하나님의 은혜와 동포의 애호(愛護)로 지금까지 살아오다가 오늘에 이와 같이 영광스러운 추대(推戴)를 받은 나로서는"
대한민국 1대 대통령 취임사의 첫 문장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 무엇을 강조했을까요? 핵심 키워드를 분석해보니, '자유'와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말했습니다. 이때 '자유'는, 공산주의와 대비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공산 제국주의는 전 세계의 민족주의를 타도시킬 목적...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이 세계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처럼 말입니다.

나라 살림의 근간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다소 낯선데, "쌀과 다른 곡식의 생산 수량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50년대에 우리나라가 해외(일본) 수출할 수 있는 품목 중 대표적인 것이 쌀이어서 이 같은 취임사가 나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권위주의 시대, 오히려 '법치' '민주주의' 강조
5차례 취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 '통일' '발전' 그리고 '유신'을 취임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통일'은 대부분 경제 문제와 맞물려서 나왔습니다. 경제 발전 없이는 남북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발전' 또한 경제 개발과 조국 근대화 같은 과제를 이야기하며 말했습니다.

'유신'은 유신 체제로 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집중적으로 말한 것인데, 이때 취임사에서 15번이나 강조했습니다. 유신의 정당성과 국민의 의무를 설파하는, 이런 문장들입니다. "유신 질서는 번영과 통일을 위한 새 질서이며, 도의와 협동과 능률과 생산을 위한 새 질서일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민주', '민주주의'도 주요 키워드로 언급했는데 이는 11, 12대 대통령 전두환 취임사와 비슷한 점입니다. 전 씨는 '법질서', 즉 헌법을 강조했고 그 다음으로는 '자유'를 주로 언급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 두 인물의 취임사에 대해 "평화적인 정권 교체의 모범을 보였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해당 정권에서 결핍된 부분을 오히려 강조했다는 설명입니다.


◆ 민주화 시기 '평화' '경제' 중점

"청와대는 바로 국민 여러분의 친근한 이웃이 될 것입니다."
첫 문민정부, 김영삼 14대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평화'가 중심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평화'는 안으로는 권위주의 시대의 이념적 대립을 해소하고 협력해 '신한국'을 만들자는 의미로 썼습니다.

밖으로는 '인류 평화'에 기여 하겠다는 뜻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에게 말한다"며 북한에 대화를 청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언급한 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한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니란 점이 의외지요.


"올 한 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김대중 15대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시대에 취임했습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 '경제'와 '기업'이었습니다. 이때 대기업 개혁이라는 개념도 등장합니다. 지금은 '재벌 개혁'으로 통칭 되는 그 뜻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취임사 중 처음으로 '남녀차별'과 '노인' '장애인'의 권익을 언급합니다. 소수자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처음 꺼내든 시기가, 1998년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여러 갈래의 취임사
노무현 16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평화'가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평화'와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 북핵 실험 이후였기 때문입니다. ' 동북아 평화'를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심 단어는 ' 국토 균형 발전'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행정 수도 이전 설계가 취임사에서 미리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똑같이 '문화'라는 키워드를 가장 강조했습니다.
'경제 대통령'으로 지지를 얻었던 이 전 대통령은 "문화도 산업이다" " 문화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가 온다" 등 경제 발전의 요소로서 문화를 이야기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강조했는데, IMF 시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작은 정부'를 약속한 맥락과 같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술, 콘텐츠, 경제 등이 '문화'와 융합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를 언급했습니다. '창조경제' '문화융성'이라는 키워드도 이 취임사에서 등장했습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문장으로 많이 기억하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통령'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어떤 공약보다도 '새 대통령' 자체를 요구한 시대를 반영했던 것입니다.


<시사기획 창>과 함께 취임사 키워드 분석을 맡은 빅데이터 전문기업 '사이람'의 데이터 애널리스트 김태령 차장은 "권위주의 시대에는 '이 정부가 정치적으로 공정하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면, 민주화 시기 '계층 통합'을 주로 전했고, 최근에는 문화와 복지 측면을 주로 언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태균 교수는 " 취임사에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담는 동시에, '앞으로 하려고 하지만 반대에 부딪힐 것 같은 일'을 미리 언급하는 속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20대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는다면, 앞으로 5년을 상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시사기획 창<대통령은 말했다> 편에서는 취임사 분석과 함께 각 시기 대통령의 연설을 쓴 비서관 등으로부터 그 뒷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오늘(15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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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현정 이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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