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민정수석실 폐지하겠다”는 윤 당선인…‘왕수석’ 잔혹사 끊을까?

입력 2022.03.15 (15:49) 수정 2022.03.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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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다양한 조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민정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법무비서관실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 '왕 수석'으로 불립니다.

■ 청와대 민정수석, 사정기능 총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

사정 기능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비위 감찰, 대통령 법률 자문 등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주요 사정기관을 총괄해 각종 정보 동향과 비리 첩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도 민정수석의 주요 역할입니다.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지만 사정·인사·감찰 등의 권한이 집중돼 있고, 국정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정권과 상관없이 복심, 또는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를 민정수석에 앉혔습니다.

안 그래도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데, 대통령의 신임까지 받는 자리다 보니 늘 정치권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합니다.


■ 역대 정권마다 '민정수석' 잔혹사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기 마련입니다. 사정 업무를 하다 사정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입니다. 우병우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리다 부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나온 뒤,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을 거쳐 2015년 민정수석에 임명됐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임 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국가정보원을 통해 자신을 감찰하던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5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거친 끝에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방조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국정원을 통한 불법 뒷조사 혐의는 인정돼 징역 1년이 확정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도 '민정수석 잔혹사'의 주요 사례로 꼽힙니다.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조국 전 장관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깜짝 발탁됐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인선 배경에 대해 '비검찰 출신 법학자로서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의 아이콘'인 셈이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2년 간 민정수석 업무를 수행한 뒤, 법무부장관에 지명되는 등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장관 취임 한 달여 만에 경질됐습니다.

그 뒤, 검찰 수사를 거쳐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정수석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 윤석열 "민정수석실 폐지하겠다"

대선 후보 때부터 '제왕적 대통령'의 주 원인으로 민정수석실을 꼽으며, 이를 없애겠다고 예고해 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며 다시 한번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식화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당선인은 이어 "일명 사직동팀(주로 청와대의 특명에 따라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첩보수집 기능을 담당했던 조직)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실은 사정기능을 없애고 오로지 국민을 받들어 일하는 유능한 정부로,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조정·관리하는 데에만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당선인은 우병우, 조국 전 민정수석 관련 수사와 기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직 민정수석을 수사하며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이 윤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 결정에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검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권력을 이용해 검찰과 경찰을 하수인으로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사정기능을 이용해 첩보자료를 내려 주고, 검찰과 경찰을 통해 반대편을 정치적으로 보복하거나 선거에 개입하는 등 권력을 이용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민정수석이 '왕수석'이라고 불렸던 건 공직기강과 반부패 기능 때문이었다"면서 "사정수사를 청와대에서 지휘하거나 관련 첩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공직기강은 특별감찰관, 인사 검증은 법무부·경찰

하지만 민심을 바로 읽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실의 고유 기능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윤 당선인 측은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대신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고위공직자 감찰 업무를 청와대 특별감찰관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의 비리를 막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조사하다 물러났고, 문재인 정부에선 내내 공석이었습니다.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겁니다.

민정수석실에서 수행해 온 인사 검증 업무는 법무부와 경찰이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오늘(15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은 인사 추천 기능만 보유하고 검증 대상자뿐만 아니라 청문 대상인 국무 위원, 필요한 공직자 검증에 대해선 법무부와 경찰 등에서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검찰의 상급기관인 법무부와 거대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공직자 인사 검증 역할을 맡게 되면 사정기관인 검·경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수사기관이 인사 검증을 이유로 수집한 첩보·세평을 고스란히 캐비넷에 쌓아 뒀다가, 특정 의도를 갖고 악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통제할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른 '민정수석실 폐지'와 관련해 업무 조정과 기능 보완을 어떻게 할지 숙의를 거친 뒤, 최종 방안을 확정하고 윤 당선인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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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5 15:49:30
    • 수정2022-03-15 15:50:00
    여심야심

청와대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다양한 조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민정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법무비서관실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 '왕 수석'으로 불립니다.

■ 청와대 민정수석, 사정기능 총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

사정 기능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비위 감찰, 대통령 법률 자문 등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주요 사정기관을 총괄해 각종 정보 동향과 비리 첩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도 민정수석의 주요 역할입니다.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지만 사정·인사·감찰 등의 권한이 집중돼 있고, 국정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정권과 상관없이 복심, 또는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를 민정수석에 앉혔습니다.

안 그래도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데, 대통령의 신임까지 받는 자리다 보니 늘 정치권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합니다.


■ 역대 정권마다 '민정수석' 잔혹사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기 마련입니다. 사정 업무를 하다 사정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입니다. 우병우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리다 부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나온 뒤,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을 거쳐 2015년 민정수석에 임명됐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임 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국가정보원을 통해 자신을 감찰하던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5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거친 끝에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방조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국정원을 통한 불법 뒷조사 혐의는 인정돼 징역 1년이 확정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도 '민정수석 잔혹사'의 주요 사례로 꼽힙니다.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조국 전 장관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깜짝 발탁됐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인선 배경에 대해 '비검찰 출신 법학자로서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의 아이콘'인 셈이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2년 간 민정수석 업무를 수행한 뒤, 법무부장관에 지명되는 등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장관 취임 한 달여 만에 경질됐습니다.

그 뒤, 검찰 수사를 거쳐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정수석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 윤석열 "민정수석실 폐지하겠다"

대선 후보 때부터 '제왕적 대통령'의 주 원인으로 민정수석실을 꼽으며, 이를 없애겠다고 예고해 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며 다시 한번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식화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당선인은 이어 "일명 사직동팀(주로 청와대의 특명에 따라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첩보수집 기능을 담당했던 조직)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실은 사정기능을 없애고 오로지 국민을 받들어 일하는 유능한 정부로,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조정·관리하는 데에만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당선인은 우병우, 조국 전 민정수석 관련 수사와 기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직 민정수석을 수사하며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이 윤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 결정에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검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권력을 이용해 검찰과 경찰을 하수인으로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사정기능을 이용해 첩보자료를 내려 주고, 검찰과 경찰을 통해 반대편을 정치적으로 보복하거나 선거에 개입하는 등 권력을 이용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민정수석이 '왕수석'이라고 불렸던 건 공직기강과 반부패 기능 때문이었다"면서 "사정수사를 청와대에서 지휘하거나 관련 첩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공직기강은 특별감찰관, 인사 검증은 법무부·경찰

하지만 민심을 바로 읽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실의 고유 기능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윤 당선인 측은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대신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고위공직자 감찰 업무를 청와대 특별감찰관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의 비리를 막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조사하다 물러났고, 문재인 정부에선 내내 공석이었습니다.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겁니다.

민정수석실에서 수행해 온 인사 검증 업무는 법무부와 경찰이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오늘(15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은 인사 추천 기능만 보유하고 검증 대상자뿐만 아니라 청문 대상인 국무 위원, 필요한 공직자 검증에 대해선 법무부와 경찰 등에서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검찰의 상급기관인 법무부와 거대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공직자 인사 검증 역할을 맡게 되면 사정기관인 검·경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수사기관이 인사 검증을 이유로 수집한 첩보·세평을 고스란히 캐비넷에 쌓아 뒀다가, 특정 의도를 갖고 악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통제할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른 '민정수석실 폐지'와 관련해 업무 조정과 기능 보완을 어떻게 할지 숙의를 거친 뒤, 최종 방안을 확정하고 윤 당선인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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