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강조한 ‘경제안보’ 화두…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입력 2022.03.15 (17:44) 수정 2022.03.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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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야 분과 간사에 오늘(15일)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2차관을 임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청사진과 과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문제와 한미 관계 등 대부분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큰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임 정부의 노력을 이어받아 더 총력을 기울이게 될 분야도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며 강조했던 '경제안보'가 바로 그것입니다.

[연관 기사] ‘발등의 불’ 된 경제안보…갈 길 먼데 어디서부터?

국내 전문가들이 꼽는 올해 경제안보의 당면 과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올해 초 출범시키겠다고 예고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IPEF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소통해 왔고, 윤 당선인도 외교안보 공약 발표 당시 IPEF를 통해 역내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IPEF는 바이든 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라고 평가되는 만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내건 윤석열 정부로서는 IPEF 관련 협력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말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이 IPEF 구상을 처음으로 간략히 밝힌 뒤, 미국 정부는 최근 관련 발표를 통해 IPEF의 내용을 조금씩 공개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백악관이 2021년 10월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 관련 보도자료에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내용도 짧게 언급됐다백악관이 2021년 10월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 관련 보도자료에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내용도 짧게 언급됐다

■ 백악관 "IPEF, 미국 인태 전략의 주요 액션 플랜"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백악관이 지난달 11일 공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이 전략을 통해 인도-태평양의 번영을 만들어내겠다며, 그 방법론으로 IPEF를 제시했습니다.

문건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번영은 인도-태평양과 연계돼 있다"면서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사이의 무역·투자 규모를 강조하며, "우리 경제가 지금 이 순간에 맞는 준비를 갖추도록 하기 위해 혁신적인 새 프레임워크를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미국은 파트너들과 함께, 21세기의 다자 파트너십인 IPEF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자 파트너십이라는 말이 다소 모호하지만, 전문가들은 IPEF가 일률적 형식을 띄는 전통적 무역 협정과 달리, 관심 주제마다 개별 협상을 벌이는 일종의 플랫폼 형식일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IPEF가 다루는 협력 주제별로 참여국 구성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IPEF의 구체적 내용으로 이 문건은 ▲높은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무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개발 ▲새로운 디지털 경제 프레임워크 등을 통한 개방된 원칙에 따라 디지털 경제와 국가간 데이터 흐름을 관리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예측 가능한, 회복력 있고 안전한 공급망을 증진 ▲탈탄소화와 청정 에너지에 대한 공동 투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한 자유롭고 공정하며 개방된 무역과 투자 촉진 ▲ G7파트너들과 더 나은 재건(Building Back Better, BBB)을 통한 역내 인프라 격차 해소를 제시했습니다.

더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개인정보 보호 증진 등 디지털 무역과 관련한 구속력 있는 새 규칙에 IPEF 참여국들이 합의하는 것, 공급망 스트레스 테스트와 조기경보시스템 등의 정보를 참여국 사이에 공유하는 것, 노동 기준을 높이고 강제노역 등 불법행위와 연관된 생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 인도-태평양 지역 저개발 국가를 함께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 환경에 도움이 되는 투자를 확대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수요를 높이는 것, 인프라 부문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기준을 높이는 것 등을 상정할 수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 등은 예측합니다.

백악관은 2월 11일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문건을 발표했다백악관은 2월 11일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은 마지막에 인도-태평양 전략의 열 가지 실행 계획(action plan)을 논하면서, 'IPEF 선도'를 두 번째로 언급했습니다.

문건은 "우리는 2022년 초반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개시할 것이다"라고 출범 시기를 분명히 하면서, "이 파트너십은 높은 기준(high-standards)의 무역을 촉진하고, 디지털 경제를 관리(govern)하며, 공급망의 회복탄력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투명하고 높은 기준을 갖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며, 디지털 연결성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美 무역대표부 "IPEF로 미국 노동자·기업 글로벌 경쟁력 지원…세부사항 곧 발표"

미국 무역대표부가 이달 1일 발표한 '2022년 통상 정책 의제와 2021년 연차 보고서' 문건에서도 IPEF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문건은 IPEF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들과의 경제적 관여에 전념한다"면서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쟁력'이라는 것은 개별 국가들이 경제의 기술·디지털 부문, 에너지와 기후 전환을 포괄적 성장을 증진하기 위해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의해 주로 정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인도-태평양의 파트너, 동맹들과의 협력은 중요하다"면서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한 새 길을 닦고, 향우 우리 동맹들과의 공유되는 이해관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3월 1일 ‘2022년 통상 정책 의제 및 2021년 연차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미국 무역대표부는 3월 1일 ‘2022년 통상 정책 의제 및 2021년 연차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0월, 미국이 이 지역의 동맹, 파트너들과 경제적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IPEF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발표한 이유"라면서 "(IPEF는) 노동자와 기업들을 위한 포괄적 성장을 증진하고, 강력한 노동 기준을 발전시키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IPEF로 풀어나갈 분야로는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노동, 디지털 등의 요소를 포함한)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 ▲탈탄소화와 청정 에너지 ▲세금과 반부패를 제시했습니다.

무역대표부는 이 문건 발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캐서린 타이 대표와 무역대표부는 가까운 미래에 IPEF에 대한 추가적인 세부사항들을 공개하기를 고대한다"면서, 곧 IPEF의 내용과 관련한 추가 발표가 있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 "IPEF, 가능성은 있지만…" 美 내부 우려도 상당

이처럼 IPEF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구상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달 25일 낸 보고서에서 "많은 비평가들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높아지고 있는 경제적 영향력에 대항하기에 미국은 충분한 경제, 무역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반면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 14곳과 함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참여하고 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을 신청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장 접근(market access)을 포함한 새로운 무역 규칙을 지우지(bind) 않는다면, IPEF는 (일대일로와 같은) 중국의 구상에 필적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많은 비평가들은 주장한다"면서, 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증진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능력이 잠재적으로 손상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1월 15일 열린 RCEP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1월 15일 열린 RCEP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1월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IPEF는 가능성은 갖고 있지만 잘 제작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몇 가지 유의점을 지적했습니다.

CSIS 보고서는 우선 "파트너들은 주로 미국에게 이득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구상에는 참여할 유인을 거의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국가들, 특히 저개발 국가들에게 IPEF 참여가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할 수 있어야 IPEF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19일 "IPEF가 미국 시장의 개방을 포함하지는 않고, 분석가들이 말하는 '경제적 당근'이 이 전략에서 빠져 있다는 점을 당국자들은 인정한다"고 전했습니다.

VOA는 이어 "미국이 무역 또는 투자 자유화를 논하기를 꺼린다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기후나 노동 기준에 있어 큰 양보를 하는 데 왜 동의하겠나"라는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CSIS 보고서는 IPEF의 전망과 관련한 관련국들의 신뢰도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참여를 고민하는 국가들이 "이 프레임워크 하의 미국의 약속(commitment)은 항구적인 것이며, 미래의 정부에 의해 뒤집힐 것 같지 않다고 확신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CSIS 보고서는 또 "다른 파트너들이 IPEF가 정치화될 것을 우려해 타이완에까지 초청을 확대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면서, IPEF 참여를 원하는 타이완을 받아줄 것인지도 어려운 과제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몇몇 국가들은 중국의 강압적 행동과 같은 보복을 우려해, 반중 동맹으로 비쳐질 수 있는 IPEF에 대한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IPEF의 성공을 위한 열쇠는 ▲미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것 ▲넓은 원칙뿐 아니라 구속력 있는 규칙을 발전시키는 것 ▲IPEF의 다양한 요소를 조율할 책임자 임명 등 효과적인 운영 ▲노동계와 중소기업, 소비자, 환경·시민사회 단체, 미국 의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의하는 등 투명하고 포용적인 원칙에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참가국 측면에서는 "최소한 기존 TPP 협상 참가국들은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의 주요 경제권이 기꺼이 참여해 상당한 책무를 하느냐에 IPEF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통상본부장 "IPEF, 양국의 좋은 플랫폼으로 역할할 것…미국과 긴밀히 논의 중"

우리나라는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와 더불어 초기부터 IPEF 참여를 미국과 논의할 나라로 꼽힙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등을 돌며 IPEF 관련 탐색 성격의 대화를 가져왔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021년 11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021년 11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의 소통에 대해,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한 것은 아니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늘 다소 진전된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 본부장은 현지시각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IPEF에 대해 "지난 10년간 FTA의 성공적 경험 위에 구축될 양국의 좋은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PEF 협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여 본부장은 또 "IPEF 부분은 미국과 긴밀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FTA 경험을 바탕으로 다자간 프레임에서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바란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서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올해 초 IPEF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적어도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오는 5월 이후에는 IPEF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정부는 RCEP, CPTPP와 IPEF와의 관계를 면밀히 따져보고 이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면서 "IPEF의 어느 분야에서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 것인지, 우리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차기 정부가 국익에 기초해 판단하고 일관성 있는 접근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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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도 강조한 ‘경제안보’ 화두…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 입력 2022-03-15 17:44:04
    • 수정2022-03-15 17: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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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야 분과 간사에 오늘(15일)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2차관을 임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청사진과 과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문제와 한미 관계 등 대부분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큰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임 정부의 노력을 이어받아 더 총력을 기울이게 될 분야도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며 강조했던 '경제안보'가 바로 그것입니다.

[연관 기사] ‘발등의 불’ 된 경제안보…갈 길 먼데 어디서부터?

국내 전문가들이 꼽는 올해 경제안보의 당면 과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올해 초 출범시키겠다고 예고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IPEF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소통해 왔고, 윤 당선인도 외교안보 공약 발표 당시 IPEF를 통해 역내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IPEF는 바이든 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라고 평가되는 만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내건 윤석열 정부로서는 IPEF 관련 협력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말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이 IPEF 구상을 처음으로 간략히 밝힌 뒤, 미국 정부는 최근 관련 발표를 통해 IPEF의 내용을 조금씩 공개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백악관이 2021년 10월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 관련 보도자료에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내용도 짧게 언급됐다
■ 백악관 "IPEF, 미국 인태 전략의 주요 액션 플랜"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백악관이 지난달 11일 공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이 전략을 통해 인도-태평양의 번영을 만들어내겠다며, 그 방법론으로 IPEF를 제시했습니다.

문건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번영은 인도-태평양과 연계돼 있다"면서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사이의 무역·투자 규모를 강조하며, "우리 경제가 지금 이 순간에 맞는 준비를 갖추도록 하기 위해 혁신적인 새 프레임워크를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미국은 파트너들과 함께, 21세기의 다자 파트너십인 IPEF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자 파트너십이라는 말이 다소 모호하지만, 전문가들은 IPEF가 일률적 형식을 띄는 전통적 무역 협정과 달리, 관심 주제마다 개별 협상을 벌이는 일종의 플랫폼 형식일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IPEF가 다루는 협력 주제별로 참여국 구성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IPEF의 구체적 내용으로 이 문건은 ▲높은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무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개발 ▲새로운 디지털 경제 프레임워크 등을 통한 개방된 원칙에 따라 디지털 경제와 국가간 데이터 흐름을 관리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예측 가능한, 회복력 있고 안전한 공급망을 증진 ▲탈탄소화와 청정 에너지에 대한 공동 투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한 자유롭고 공정하며 개방된 무역과 투자 촉진 ▲ G7파트너들과 더 나은 재건(Building Back Better, BBB)을 통한 역내 인프라 격차 해소를 제시했습니다.

더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개인정보 보호 증진 등 디지털 무역과 관련한 구속력 있는 새 규칙에 IPEF 참여국들이 합의하는 것, 공급망 스트레스 테스트와 조기경보시스템 등의 정보를 참여국 사이에 공유하는 것, 노동 기준을 높이고 강제노역 등 불법행위와 연관된 생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 인도-태평양 지역 저개발 국가를 함께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 환경에 도움이 되는 투자를 확대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수요를 높이는 것, 인프라 부문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기준을 높이는 것 등을 상정할 수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 등은 예측합니다.

백악관은 2월 11일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은 마지막에 인도-태평양 전략의 열 가지 실행 계획(action plan)을 논하면서, 'IPEF 선도'를 두 번째로 언급했습니다.

문건은 "우리는 2022년 초반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개시할 것이다"라고 출범 시기를 분명히 하면서, "이 파트너십은 높은 기준(high-standards)의 무역을 촉진하고, 디지털 경제를 관리(govern)하며, 공급망의 회복탄력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투명하고 높은 기준을 갖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며, 디지털 연결성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美 무역대표부 "IPEF로 미국 노동자·기업 글로벌 경쟁력 지원…세부사항 곧 발표"

미국 무역대표부가 이달 1일 발표한 '2022년 통상 정책 의제와 2021년 연차 보고서' 문건에서도 IPEF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문건은 IPEF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들과의 경제적 관여에 전념한다"면서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쟁력'이라는 것은 개별 국가들이 경제의 기술·디지털 부문, 에너지와 기후 전환을 포괄적 성장을 증진하기 위해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의해 주로 정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인도-태평양의 파트너, 동맹들과의 협력은 중요하다"면서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한 새 길을 닦고, 향우 우리 동맹들과의 공유되는 이해관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3월 1일 ‘2022년 통상 정책 의제 및 2021년 연차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0월, 미국이 이 지역의 동맹, 파트너들과 경제적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IPEF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발표한 이유"라면서 "(IPEF는) 노동자와 기업들을 위한 포괄적 성장을 증진하고, 강력한 노동 기준을 발전시키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IPEF로 풀어나갈 분야로는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노동, 디지털 등의 요소를 포함한)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 ▲탈탄소화와 청정 에너지 ▲세금과 반부패를 제시했습니다.

무역대표부는 이 문건 발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캐서린 타이 대표와 무역대표부는 가까운 미래에 IPEF에 대한 추가적인 세부사항들을 공개하기를 고대한다"면서, 곧 IPEF의 내용과 관련한 추가 발표가 있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 "IPEF, 가능성은 있지만…" 美 내부 우려도 상당

이처럼 IPEF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구상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달 25일 낸 보고서에서 "많은 비평가들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높아지고 있는 경제적 영향력에 대항하기에 미국은 충분한 경제, 무역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반면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 14곳과 함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참여하고 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을 신청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장 접근(market access)을 포함한 새로운 무역 규칙을 지우지(bind) 않는다면, IPEF는 (일대일로와 같은) 중국의 구상에 필적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많은 비평가들은 주장한다"면서, 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증진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능력이 잠재적으로 손상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1월 15일 열린 RCEP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1월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IPEF는 가능성은 갖고 있지만 잘 제작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몇 가지 유의점을 지적했습니다.

CSIS 보고서는 우선 "파트너들은 주로 미국에게 이득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구상에는 참여할 유인을 거의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국가들, 특히 저개발 국가들에게 IPEF 참여가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할 수 있어야 IPEF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19일 "IPEF가 미국 시장의 개방을 포함하지는 않고, 분석가들이 말하는 '경제적 당근'이 이 전략에서 빠져 있다는 점을 당국자들은 인정한다"고 전했습니다.

VOA는 이어 "미국이 무역 또는 투자 자유화를 논하기를 꺼린다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기후나 노동 기준에 있어 큰 양보를 하는 데 왜 동의하겠나"라는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CSIS 보고서는 IPEF의 전망과 관련한 관련국들의 신뢰도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참여를 고민하는 국가들이 "이 프레임워크 하의 미국의 약속(commitment)은 항구적인 것이며, 미래의 정부에 의해 뒤집힐 것 같지 않다고 확신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CSIS 보고서는 또 "다른 파트너들이 IPEF가 정치화될 것을 우려해 타이완에까지 초청을 확대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면서, IPEF 참여를 원하는 타이완을 받아줄 것인지도 어려운 과제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몇몇 국가들은 중국의 강압적 행동과 같은 보복을 우려해, 반중 동맹으로 비쳐질 수 있는 IPEF에 대한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IPEF의 성공을 위한 열쇠는 ▲미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것 ▲넓은 원칙뿐 아니라 구속력 있는 규칙을 발전시키는 것 ▲IPEF의 다양한 요소를 조율할 책임자 임명 등 효과적인 운영 ▲노동계와 중소기업, 소비자, 환경·시민사회 단체, 미국 의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의하는 등 투명하고 포용적인 원칙에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참가국 측면에서는 "최소한 기존 TPP 협상 참가국들은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의 주요 경제권이 기꺼이 참여해 상당한 책무를 하느냐에 IPEF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통상본부장 "IPEF, 양국의 좋은 플랫폼으로 역할할 것…미국과 긴밀히 논의 중"

우리나라는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와 더불어 초기부터 IPEF 참여를 미국과 논의할 나라로 꼽힙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등을 돌며 IPEF 관련 탐색 성격의 대화를 가져왔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021년 11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의 소통에 대해,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한 것은 아니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늘 다소 진전된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 본부장은 현지시각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IPEF에 대해 "지난 10년간 FTA의 성공적 경험 위에 구축될 양국의 좋은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PEF 협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여 본부장은 또 "IPEF 부분은 미국과 긴밀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FTA 경험을 바탕으로 다자간 프레임에서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바란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서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올해 초 IPEF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적어도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오는 5월 이후에는 IPEF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정부는 RCEP, CPTPP와 IPEF와의 관계를 면밀히 따져보고 이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면서 "IPEF의 어느 분야에서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 것인지, 우리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차기 정부가 국익에 기초해 판단하고 일관성 있는 접근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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