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잃은 행정]② 태풍 피해 마을 이주시켜놓고 커피숍 건축은 허가

입력 2022.03.16 (19:15) 수정 2022.03.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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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관성 없는 건축 허가 행정으로 특혜 의혹을 사고 있는 자치단체를 짚어보는 연속보도, 오늘은 거제시입니다.

거제시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입은 와현마을의 전체 70여 가구를 이주시켰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마을 자리에 커피숍 건축 허가를 내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3년 태풍 '매미'가 거제시 와현마을을 덮친 당시,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던 주택 70여 가구가 대부분 부서지고 물에 잠겼습니다.

태풍 때마다 피해가 되풀이되자, 거제시는 2007년 150억 원을 들여 마을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주민들을 모두 이주시키고, 기존 마을에는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원상복구할 것을 거제시장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와현마을 주민 40여 명이 거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거제시장의 허가 철회를 요구한 이유는 뭘까.

거제시가 재해 우려가 크다며 주민들을 이주시켰던 마을 앞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커피숍·펜션 허가를 내준 겁니다.

주민들은 재해 예방과 공원 조성을 위해 해변 땅을 거제시에 팔고 이주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버텼던 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 격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여철근/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위원장 : "시를 위해서 또 해수욕장을 위해서 또 관광객들을 위해서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이주를 했습니다. 혼자 버티다가 (거제시가) 건축 허가를 내준 게 첫 번째 특혜이고…."]

해당 건물은 2014년에도 건축 허가를 신청했지만, 당시에는 거제시가 허가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재해 우려가 크고 해수욕장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으며, 도로 건설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 허가가 난 건물 터는 2003년 태풍 '매미'의 직격탄을 맞아 건물이 무너졌던 지점으로, 재해 우려가 큽니다.

거제시는 허가를 내준 뒤, 이 터가 감싸고 있던 89㎡의 시 땅을 지주에게 팔았습니다.

토지 면적이 넓어지면서 건축 가능 면적도 커진 겁니다.

[지주/음성변조 :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도로) 땅을 시에다가 (수용) 받고 못 쓰는 땅(시유지) 27평인가를 가지고 왔거든요."]

거제시는 건물이 들어서면 시유지가 쓸모없게 돼 매각했으며, 허가 여부는 행정의 재량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거제시 관계자 : "(2014년 허가 반려 이유) 세 가지 중의 하나인 도로 공공시설은 해결됐고, (두 가지 사유는 변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이 재량행위거든요. 판단하는 시점에 따라, 담당자에 따라서 다 다를 수가 있잖아요?"]

주민들은 재량권이라는 명목으로 형평성과 일관성을 잃은 행정이라고 반발합니다.

[이영규/거제시 와현마을 이장 : "(주민들이) 재난 대비해서 양보하고 해서 이주가 된 겁니다.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땅을 개인에게 불하해주고 이건 특혜입니다."]

거제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건축 허가를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그래픽: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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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관성 잃은 행정]② 태풍 피해 마을 이주시켜놓고 커피숍 건축은 허가
    • 입력 2022-03-16 19:15:35
    • 수정2022-03-16 19:56:56
    뉴스7(창원)
[앵커]

일관성 없는 건축 허가 행정으로 특혜 의혹을 사고 있는 자치단체를 짚어보는 연속보도, 오늘은 거제시입니다.

거제시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입은 와현마을의 전체 70여 가구를 이주시켰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마을 자리에 커피숍 건축 허가를 내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3년 태풍 '매미'가 거제시 와현마을을 덮친 당시,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던 주택 70여 가구가 대부분 부서지고 물에 잠겼습니다.

태풍 때마다 피해가 되풀이되자, 거제시는 2007년 150억 원을 들여 마을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주민들을 모두 이주시키고, 기존 마을에는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원상복구할 것을 거제시장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와현마을 주민 40여 명이 거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거제시장의 허가 철회를 요구한 이유는 뭘까.

거제시가 재해 우려가 크다며 주민들을 이주시켰던 마을 앞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커피숍·펜션 허가를 내준 겁니다.

주민들은 재해 예방과 공원 조성을 위해 해변 땅을 거제시에 팔고 이주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버텼던 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 격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여철근/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위원장 : "시를 위해서 또 해수욕장을 위해서 또 관광객들을 위해서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이주를 했습니다. 혼자 버티다가 (거제시가) 건축 허가를 내준 게 첫 번째 특혜이고…."]

해당 건물은 2014년에도 건축 허가를 신청했지만, 당시에는 거제시가 허가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재해 우려가 크고 해수욕장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으며, 도로 건설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 허가가 난 건물 터는 2003년 태풍 '매미'의 직격탄을 맞아 건물이 무너졌던 지점으로, 재해 우려가 큽니다.

거제시는 허가를 내준 뒤, 이 터가 감싸고 있던 89㎡의 시 땅을 지주에게 팔았습니다.

토지 면적이 넓어지면서 건축 가능 면적도 커진 겁니다.

[지주/음성변조 :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도로) 땅을 시에다가 (수용) 받고 못 쓰는 땅(시유지) 27평인가를 가지고 왔거든요."]

거제시는 건물이 들어서면 시유지가 쓸모없게 돼 매각했으며, 허가 여부는 행정의 재량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거제시 관계자 : "(2014년 허가 반려 이유) 세 가지 중의 하나인 도로 공공시설은 해결됐고, (두 가지 사유는 변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이 재량행위거든요. 판단하는 시점에 따라, 담당자에 따라서 다 다를 수가 있잖아요?"]

주민들은 재량권이라는 명목으로 형평성과 일관성을 잃은 행정이라고 반발합니다.

[이영규/거제시 와현마을 이장 : "(주민들이) 재난 대비해서 양보하고 해서 이주가 된 겁니다.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땅을 개인에게 불하해주고 이건 특혜입니다."]

거제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건축 허가를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그래픽: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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