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 정상 공동성명 주인공 ‘경제안보’…어떻게 지킬까?

입력 2022.03.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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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조직 개편 전망에 대한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부의 경우,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산업부로 이관됐던 '통상' 기능을 이번에 다시 가져올지가 안팎의 가장 큰 관심입니다.

부처 간 경쟁을 두고 부처 이기주의라는 비난도 나오지만, 자유무역 질서의 후퇴 속에서 '경제안보'가 주요 과제가 된 정부로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늘(17일) 한국행정학회와 외교부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향후 경제안보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습니다.

■ '경제안보' 중요해진 배경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요소수 품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안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배경에 대한 진단이 나왔습니다.

김진동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은 "과거에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결국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비교우위를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공동 번영으로 가는 길로 여겨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점차 규범에 기반한 자유무역, 다자무역 질서가 후퇴하면서 글로벌 상호의존성이 오히려 취약성으로 반전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의 일방주의 무역 조치를 넓혀 갔고, 수출통제와 투자심사를 강화했습니다.

또 경제와 기술·안보·가치가 융합되면서, 각 국가들이 자국과 동맹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고 기업들도 투자나 대출에서 노동·환경 규범의 이행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김 심의관은 말했습니다.

자료 제공: 외교부자료 제공: 외교부

김선혁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냉전 시대에 국가이익은 주로 군사이익, 국력은 군사력 중심으로 정의됐고 경제 국익이 군사안보 국익에 복속되는 관계가 형성됐었다"면서 "이와 달리 최근엔 경제의 안보화, 무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오히려 취약성으로 갔고, 글로벌 공급망에 방해 요인이 많이 생기면서 각국에 새로운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 美, 동맹·파트너 규합과 새 경제 규범으로 대응

이같은 국제 질서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대외 전략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제시됐습니다.

임상우 외교부 북미국장은 "중국이 미국의 공세적 경쟁자로 변모하고 AI·5G 등 신흥기술 분야에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경제 문제를 안보와 결부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국장은 그 대응책으로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며, 경제안보 대응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는 쿼드(Quad), G20 계기 공급망 정상회의, 가치중립이 아닌 가치를 내포한 경제안보 체계로서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을 거론했습니다.

또 "미국은 공급망과 기술안보,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기존의 틀을 넘어선 경제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믿을 수 있는 우방, 동맹을 강화하는 경향도 짙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정헌주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의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동맹의 전이를 막겠다, 즉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의 총합을 중국을 비롯한 도전국가의 총합보다 훨씬 더 크게 만드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결정적 전략은 동맹 강화, 특히 군사 동맹뿐 아니라 경제 동맹 강조로 나아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선혁 교수도 " 미국은 이제 전세계적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긴 어렵고, 지역적(regional)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게 아닌가 한다"고 했습니다.

■ 한미관계도 확장…"경제안보, 한미동맹 강화의 도구"

미국은 주요 동맹인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경제안보 협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입니다.

임상우 북미국장은 "2021년 5월의 공동성명은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글로벌 협력까지 그 영역이 펼쳐져 있다"면서 "그 내용을 분석해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경제안보가 전체의 43% 분량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에는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강화, 공급망 회복력 향상을 위한 협력 등 경제안보 관련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자료 제공: 외교부)지난해 5월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에는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강화, 공급망 회복력 향상을 위한 협력 등 경제안보 관련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자료 제공: 외교부)

지난 2월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도 비슷한 특징을 보입니다.

공동성명에는 3국이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 신흥기술과 혁신을 촉진하는 등, 경제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공조가 중요함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적시됐습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내용입니다.

임 국장은 "과거 한미일 외교장관의 공동성명, 발표문 내용을 보면 90% 이상이 북한
관련이었다"면서 "마지막으로 공동성명이 발표된 게 2017년이었는데 그때도 거의 전부 북한 관련 사안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초 외교부 북미국장의 주된 업무는 한미동맹 현안과 북한 문제였는데, 이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인 인도태평양 지역과 경제안보까지 포괄하는 업무를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임 국장은 "제가 맡은 역할은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호혜적, 포괄적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인데 그 도구(tool), 의제가 경제안보"라며 최근 업무의 절반 이상을 외교부 경제국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민주 국가들과의 연합 중요"

경제안보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 외교는 어떤 전략과 정책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도 뒤따랐습니다.

김선혁 교수는 "경제의 안보화, 통상의 무기화로 인해 이제는 모든 것이 중대한 이해관계(vital interests)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들로 바뀌었고, 국가이익 간의 상호 의존성과 상호 전환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은 한국의 국가정체성을 고려해 국가 전략을 짜야한다"면서 "민주주의, 시장주의 국가들 간의 연합을 구성한다는 미국의 전략과 동조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정헌주 교수도 "기술적으로 선진국에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쿼드 정상회의의 공동성명 제목은 '쿼드의 정신(The Spirit of the Quad)'이었다"면서 "이젠 협소한 의미의 경제,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외교부가 종합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역시 "과거엔 효율성에 기초한 관행으로 통상 정책이 가능했지만, 시장이 갈라지고 있는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기반 위에서 구상해야 할 시기"라며 "통상과 경제안보, 외교를 종합적으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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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한미 정상 공동성명 주인공 ‘경제안보’…어떻게 지킬까?
    • 입력 2022-03-17 18:33:13
    취재K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조직 개편 전망에 대한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부의 경우,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산업부로 이관됐던 '통상' 기능을 이번에 다시 가져올지가 안팎의 가장 큰 관심입니다.

부처 간 경쟁을 두고 부처 이기주의라는 비난도 나오지만, 자유무역 질서의 후퇴 속에서 '경제안보'가 주요 과제가 된 정부로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늘(17일) 한국행정학회와 외교부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향후 경제안보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습니다.

■ '경제안보' 중요해진 배경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요소수 품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안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배경에 대한 진단이 나왔습니다.

김진동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은 "과거에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결국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비교우위를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공동 번영으로 가는 길로 여겨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점차 규범에 기반한 자유무역, 다자무역 질서가 후퇴하면서 글로벌 상호의존성이 오히려 취약성으로 반전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의 일방주의 무역 조치를 넓혀 갔고, 수출통제와 투자심사를 강화했습니다.

또 경제와 기술·안보·가치가 융합되면서, 각 국가들이 자국과 동맹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고 기업들도 투자나 대출에서 노동·환경 규범의 이행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김 심의관은 말했습니다.

자료 제공: 외교부
김선혁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냉전 시대에 국가이익은 주로 군사이익, 국력은 군사력 중심으로 정의됐고 경제 국익이 군사안보 국익에 복속되는 관계가 형성됐었다"면서 "이와 달리 최근엔 경제의 안보화, 무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오히려 취약성으로 갔고, 글로벌 공급망에 방해 요인이 많이 생기면서 각국에 새로운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 美, 동맹·파트너 규합과 새 경제 규범으로 대응

이같은 국제 질서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대외 전략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제시됐습니다.

임상우 외교부 북미국장은 "중국이 미국의 공세적 경쟁자로 변모하고 AI·5G 등 신흥기술 분야에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경제 문제를 안보와 결부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국장은 그 대응책으로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며, 경제안보 대응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는 쿼드(Quad), G20 계기 공급망 정상회의, 가치중립이 아닌 가치를 내포한 경제안보 체계로서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을 거론했습니다.

또 "미국은 공급망과 기술안보,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기존의 틀을 넘어선 경제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믿을 수 있는 우방, 동맹을 강화하는 경향도 짙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정헌주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의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동맹의 전이를 막겠다, 즉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의 총합을 중국을 비롯한 도전국가의 총합보다 훨씬 더 크게 만드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결정적 전략은 동맹 강화, 특히 군사 동맹뿐 아니라 경제 동맹 강조로 나아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선혁 교수도 " 미국은 이제 전세계적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긴 어렵고, 지역적(regional)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게 아닌가 한다"고 했습니다.

■ 한미관계도 확장…"경제안보, 한미동맹 강화의 도구"

미국은 주요 동맹인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경제안보 협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입니다.

임상우 북미국장은 "2021년 5월의 공동성명은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글로벌 협력까지 그 영역이 펼쳐져 있다"면서 "그 내용을 분석해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경제안보가 전체의 43% 분량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에는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강화, 공급망 회복력 향상을 위한 협력 등 경제안보 관련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자료 제공: 외교부)
지난 2월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도 비슷한 특징을 보입니다.

공동성명에는 3국이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 신흥기술과 혁신을 촉진하는 등, 경제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공조가 중요함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적시됐습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내용입니다.

임 국장은 "과거 한미일 외교장관의 공동성명, 발표문 내용을 보면 90% 이상이 북한
관련이었다"면서 "마지막으로 공동성명이 발표된 게 2017년이었는데 그때도 거의 전부 북한 관련 사안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초 외교부 북미국장의 주된 업무는 한미동맹 현안과 북한 문제였는데, 이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인 인도태평양 지역과 경제안보까지 포괄하는 업무를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임 국장은 "제가 맡은 역할은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호혜적, 포괄적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인데 그 도구(tool), 의제가 경제안보"라며 최근 업무의 절반 이상을 외교부 경제국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민주 국가들과의 연합 중요"

경제안보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 외교는 어떤 전략과 정책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도 뒤따랐습니다.

김선혁 교수는 "경제의 안보화, 통상의 무기화로 인해 이제는 모든 것이 중대한 이해관계(vital interests)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들로 바뀌었고, 국가이익 간의 상호 의존성과 상호 전환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은 한국의 국가정체성을 고려해 국가 전략을 짜야한다"면서 "민주주의, 시장주의 국가들 간의 연합을 구성한다는 미국의 전략과 동조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정헌주 교수도 "기술적으로 선진국에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쿼드 정상회의의 공동성명 제목은 '쿼드의 정신(The Spirit of the Quad)'이었다"면서 "이젠 협소한 의미의 경제,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외교부가 종합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역시 "과거엔 효율성에 기초한 관행으로 통상 정책이 가능했지만, 시장이 갈라지고 있는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기반 위에서 구상해야 할 시기"라며 "통상과 경제안보, 외교를 종합적으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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