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태풍 ‘매미’가 덮친 경남 거제시 와현마을
■ 태풍 '매미' 덮친 해수욕장 마을 '150억 원 들여 이주'
모래가 유난히 고운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경남 거제시 와현마을.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이 마을을 덮쳤습니다. 해안가와 접한 마을은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70여 가구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부서지고 무너졌습니다.
태풍 때마다 수해가 이어지자, 거제시는 마을 이주를 추진했습니다. 150억 원을 들여 기존 마을이 있던 해안가에서 50~100m 뒤쪽에 이주단지를 조성했습니다. 기존 마을이 있던 곳에는 모래사장을 넓히고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원은 '매미공원'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 이주 거부한 바닷가 앞 터만 '개인 소유'로 남아
2007년 완공된 이주단지로 대부분 주민이 옮겼습니다. 한 가구만 빼고. 해변 끄트머리 450㎡ 남짓한 땅 주인은 자연녹지여서 다른 가구보다 보상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이주를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초승달 모양의 해변 공원 끝자락은 나대지 공터로 남아 있었습니다. 개인 소유였지만 20년 가까이 아무런 건축 행위가 없었기에 마을 주민들은 공원이 확장 조성될 터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땅에 지난해 말부터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커피숍·펜션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겁니다. 거제시청에 확인하니 이미 2019년 10월 건축 허가가 나 있었습니다.
■ 마을 주민들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결과적 특혜 의혹' 불러"
마을 주민들은 반발했습니다. 주민 40여 명은 지난달 거제시청 앞에서 모여 건축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었습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상대적 박탈감과 특혜 의혹을 불렀다는 겁니다.
일관성 없는 행정 : 거제시는 분명 재해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마을 전체를 해안가와 떨어진 곳으로 이주시켰습니다. 이번에 건축허가가 난 곳 역시 2003년 태풍 매미의 직격탄을 맞아 건물이 무너졌던 곳입니다.
(아래 사진 참고) 재해 우려는 여전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재해 우려가 크다며 마을을 이주시켜놓고 재해 우려가 여전히 큰 그곳에 심지어 침수 우려가 큰 지하층이 포함된 건물을 허가했습니다.
(사진 왼쪽) 2003년 태풍의 직격탄을 맞아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그곳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사진 오른쪽)
이곳에는 2014년에도 건물 건축이 추진됐습니다. 당시 거제시는 허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재해 우려가 크고 해수욕장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으며 도로 건설에 방해된다는 이유였습니다. 5년 사이 도로 계획이 확정된 것 외에 나머지 2가지 이유, 특히 재해 우려가 크다는 점은 바뀐 게 없습니다.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이유. 거제시 담당 공무원은 행정의 재량권이라고 답했습니다. 담당자에 따라, 시기에 따라 허가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2014년 같은 건축 허가 신청에 거제시가 불가 결정을 내린 이유 3가지
상대적 박탈감 :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낍니다. 요즘, 특히 관광도시인 경남 거제에서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건물과 50~100여 m 떨어진 곳의 건물의 가치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허가가 난 건물은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조망이 아주 좋고 또 다른 거제의 관광 명소인 '공곶이'로 가는 곳의 길목에 있어 유동인구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영규 와현마을 이장은 "마을 주민들 모두 재해 위험을 낮추고 관광객을 위한 공원 조성을 하는 데 공감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바닷가 땅을 시에 팔고 이주했는데 이주를 거부한 한 사람에게만 이제 와서 건물을 짓게 해줘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해수욕장 바로 앞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건축허가가 난 곳
특혜 의혹 : 거제시는 2019년 건축허가를 내준 뒤 2020년 이 땅이 감싸고 있는 89㎡의 시유지를 건축주에게 매각해줬습니다. 건축주로서는 전체 면적이 넓어져 지을 수 있는 건물 규모도 커졌습니다.
거제시는 해당 시유지에 해수욕장 화장실 등을 지으려고 했지만, 해당 건물이 들어서면서 행정적인 쓸모가 없어져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땅에 재해 방재 시설이나 관광객을 위한 인도, 잔디밭 등 공공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의도야 어찌 됐든 결과적인 특혜를 안겨준 꼴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여철근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위원장은 "관광객과 주민들을 위한 공공 목적으로 활용될 줄 알았던 곳을 시유지까지 팔아가며 개인 사유지로 이용되게 하는 일은 전국 어디에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경남 양산시 물금읍의 부지
■ 2016~2017년 3차례 불발됐던 아파트 건축 허가 '지난해에는 허가'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가촌리의 만 6천 ㎡ 규모 땅에는 2016~2017년 3차례에 걸쳐 한 시행 업체가 아파트 건축 허가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불발됐습니다. 두 차례 업체가 취하했고, 한 차례 불허가 결정이 났습니다.
전체 사업 터의 20%가 넘는 양산시 땅 3,500㎡가량을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양산시는 당시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며 '시유지 매각 불가'를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인 2018년 양산시는 이 땅을 체육시설 터로 지정했고, 지난해 양산시 도시관리계획에도 '체육시설'로 표시돼 있습니다.
누가 봐도 공공 목적으로 쓰일 것 같던 이 땅에 지난해 12월 3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축 허가가 났습니다. 새로운 시행 업체가 신청한 아파트 건축 허가 신청을 이번에는 받아들여 준 겁니다.
새 시행 업체는 시유지 일부를 아파트 용지로 쓰고 나머지에 소공원과 도로, 주차장 등을 만들어 기부채납 하겠다는 계획안을 냈습니다. 설계상으로는 2017년 업체가 신청한 계획안과 유사합니다.
2017년 업체에는 주차장이 포함돼 있지 않은 등 기부채납 규모가 더 작지만, 이는 허가 과정에서 협의를 거치면 될 일입니다.
양산시가 밝힌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2017년 당시에는 이 시유지에 체육관을 지으려 해 허가해줄 수 없었는데, 그 체육관이 2019년 다른 곳에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산시는 새 시행업체가 지난해 1월 건축허가를 신청한 뒤인 지난해 6월 시유지의 체육시설 용도를 폐기했고, 지난해 12월 건축허가를 내줬습니다.
지난해 양산시 도시관리계획에 ‘체육시설’로 표시된 시유지
■ 체육관 터 결정된 뒤 체육시설 터로 지정…"당연히 공공 목적으로 쓰이는 줄"
하지만 다른 곳에 지어졌다는 체육관 터가 결정된 건 2017년 4월로 확인됐습니다. 양산시가 이 시유지를 체육시설 터로 지정한 건 그 이후인 2018년 1월입니다. 체육관 터가 이미 다른 곳으로 결정된 뒤에 굳이 체육시설 부지로 지정한 건 이 땅을 공공 목적으로 보유할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민들도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많은 업자가 해당 시유지에 업자들이 아파트를 지으려고 해서 우리 주민들이 건의해서 시의회에서 체육시설로 용도 변경해 바꿔놨다"면서 "체육시설로 하면 아파트 절대 안 들어온다고 해서 그렇게 믿고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유지는 아직 사업자에게 팔리지 않았습니다. 향후 공유재산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시유지 매각 불가 결정이 나면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업체가 시유지를 매각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특혜 의혹이, 이를 모르고 1년여 동안의 허가 절차를 진행했다면 양산시의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업과 관련 없는 다른 시행 업체 관계자는 "행정관청에서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걸 가지고 절차를 밟아주는 꼴인데 이는 일반적이지 않다."라면서 "행정력 낭비로밖에 볼 수 없는데, 사실상 시유지 매각 여부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제3자는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 2017년에는 "받아야 한다"던 의회 심의·의결도 이번에는 '생략'
양산시는 시유지 매각과 관련해 의회 의결 과정도 생략했습니다. 문제가 된 시유지는 3,500㎡가량.
2,000㎡ 이상 규모의 불하는 의회 의결이 필요합니다. 양산시는 당연히 2017년 아파트 허가를 신청한 업체에는 '의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대답을 180도 바꿨습니다. 3,500여 ㎡ 가운데 1,500여 ㎡를 아파트 용지로 쓰고 나머지는 기부채납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의회 반발에도 행정안전부 유권해석까지 받아서 땅을 반으로 쪼개 2,000㎡ 이하라며 의회 심의·의결을 생략했습니다.
서진부 양산시의원은 "사전에 공유재산 심의를 거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사업추진을 해야 하는 게 맞다."라면서 "시민들이 행정의 일관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시행업체 "공익적 기부채납 크게 늘려 허가받아"…양산시 "절차상 문제 없는 허가"
해당 업체는 지난해 4월 시유지 맞은 편에 또 다른 300가구 규모의 아파트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기부채납 하겠다던 용지는 두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하게 됩니다. 기부채납 하겠다는 땅이 입주민 전용 공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근 마을 김봉규 이장은 "주민들의 편의시설이라든지 체육시설 터로 지정한 부분이었는데 시민을 위한 터지, 건설회사의 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행 업체는 2017년 신청 업체보다 공익적 기부채납을 크게 늘렸고, 시유지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양산시 역시 사전에 시유지 매각 가능성을 알려주는 등의 특혜는 없었고, 허가 과정에 법과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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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행정 재량권 어디까지?…오락가락 행정에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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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3-18 16:16:13
■ 태풍 '매미' 덮친 해수욕장 마을 '150억 원 들여 이주'
모래가 유난히 고운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경남 거제시 와현마을.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이 마을을 덮쳤습니다. 해안가와 접한 마을은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70여 가구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부서지고 무너졌습니다.
태풍 때마다 수해가 이어지자, 거제시는 마을 이주를 추진했습니다. 150억 원을 들여 기존 마을이 있던 해안가에서 50~100m 뒤쪽에 이주단지를 조성했습니다. 기존 마을이 있던 곳에는 모래사장을 넓히고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원은 '매미공원'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 이주 거부한 바닷가 앞 터만 '개인 소유'로 남아
2007년 완공된 이주단지로 대부분 주민이 옮겼습니다. 한 가구만 빼고. 해변 끄트머리 450㎡ 남짓한 땅 주인은 자연녹지여서 다른 가구보다 보상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이주를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초승달 모양의 해변 공원 끝자락은 나대지 공터로 남아 있었습니다. 개인 소유였지만 20년 가까이 아무런 건축 행위가 없었기에 마을 주민들은 공원이 확장 조성될 터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땅에 지난해 말부터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커피숍·펜션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겁니다. 거제시청에 확인하니 이미 2019년 10월 건축 허가가 나 있었습니다.
■ 마을 주민들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결과적 특혜 의혹' 불러"
마을 주민들은 반발했습니다. 주민 40여 명은 지난달 거제시청 앞에서 모여 건축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었습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상대적 박탈감과 특혜 의혹을 불렀다는 겁니다.
일관성 없는 행정 : 거제시는 분명 재해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마을 전체를 해안가와 떨어진 곳으로 이주시켰습니다. 이번에 건축허가가 난 곳 역시 2003년 태풍 매미의 직격탄을 맞아 건물이 무너졌던 곳입니다.
(아래 사진 참고) 재해 우려는 여전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재해 우려가 크다며 마을을 이주시켜놓고 재해 우려가 여전히 큰 그곳에 심지어 침수 우려가 큰 지하층이 포함된 건물을 허가했습니다.
이곳에는 2014년에도 건물 건축이 추진됐습니다. 당시 거제시는 허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재해 우려가 크고 해수욕장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으며 도로 건설에 방해된다는 이유였습니다. 5년 사이 도로 계획이 확정된 것 외에 나머지 2가지 이유, 특히 재해 우려가 크다는 점은 바뀐 게 없습니다.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이유. 거제시 담당 공무원은 행정의 재량권이라고 답했습니다. 담당자에 따라, 시기에 따라 허가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상대적 박탈감 :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낍니다. 요즘, 특히 관광도시인 경남 거제에서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건물과 50~100여 m 떨어진 곳의 건물의 가치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허가가 난 건물은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조망이 아주 좋고 또 다른 거제의 관광 명소인 '공곶이'로 가는 곳의 길목에 있어 유동인구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영규 와현마을 이장은 "마을 주민들 모두 재해 위험을 낮추고 관광객을 위한 공원 조성을 하는 데 공감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바닷가 땅을 시에 팔고 이주했는데 이주를 거부한 한 사람에게만 이제 와서 건물을 짓게 해줘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혜 의혹 : 거제시는 2019년 건축허가를 내준 뒤 2020년 이 땅이 감싸고 있는 89㎡의 시유지를 건축주에게 매각해줬습니다. 건축주로서는 전체 면적이 넓어져 지을 수 있는 건물 규모도 커졌습니다.
거제시는 해당 시유지에 해수욕장 화장실 등을 지으려고 했지만, 해당 건물이 들어서면서 행정적인 쓸모가 없어져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땅에 재해 방재 시설이나 관광객을 위한 인도, 잔디밭 등 공공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의도야 어찌 됐든 결과적인 특혜를 안겨준 꼴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여철근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위원장은 "관광객과 주민들을 위한 공공 목적으로 활용될 줄 알았던 곳을 시유지까지 팔아가며 개인 사유지로 이용되게 하는 일은 전국 어디에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2016~2017년 3차례 불발됐던 아파트 건축 허가 '지난해에는 허가'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가촌리의 만 6천 ㎡ 규모 땅에는 2016~2017년 3차례에 걸쳐 한 시행 업체가 아파트 건축 허가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불발됐습니다. 두 차례 업체가 취하했고, 한 차례 불허가 결정이 났습니다.
전체 사업 터의 20%가 넘는 양산시 땅 3,500㎡가량을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양산시는 당시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며 '시유지 매각 불가'를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인 2018년 양산시는 이 땅을 체육시설 터로 지정했고, 지난해 양산시 도시관리계획에도 '체육시설'로 표시돼 있습니다.
누가 봐도 공공 목적으로 쓰일 것 같던 이 땅에 지난해 12월 3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축 허가가 났습니다. 새로운 시행 업체가 신청한 아파트 건축 허가 신청을 이번에는 받아들여 준 겁니다.
새 시행 업체는 시유지 일부를 아파트 용지로 쓰고 나머지에 소공원과 도로, 주차장 등을 만들어 기부채납 하겠다는 계획안을 냈습니다. 설계상으로는 2017년 업체가 신청한 계획안과 유사합니다.
2017년 업체에는 주차장이 포함돼 있지 않은 등 기부채납 규모가 더 작지만, 이는 허가 과정에서 협의를 거치면 될 일입니다.
양산시가 밝힌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2017년 당시에는 이 시유지에 체육관을 지으려 해 허가해줄 수 없었는데, 그 체육관이 2019년 다른 곳에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산시는 새 시행업체가 지난해 1월 건축허가를 신청한 뒤인 지난해 6월 시유지의 체육시설 용도를 폐기했고, 지난해 12월 건축허가를 내줬습니다.
■ 체육관 터 결정된 뒤 체육시설 터로 지정…"당연히 공공 목적으로 쓰이는 줄"
하지만 다른 곳에 지어졌다는 체육관 터가 결정된 건 2017년 4월로 확인됐습니다. 양산시가 이 시유지를 체육시설 터로 지정한 건 그 이후인 2018년 1월입니다. 체육관 터가 이미 다른 곳으로 결정된 뒤에 굳이 체육시설 부지로 지정한 건 이 땅을 공공 목적으로 보유할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민들도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많은 업자가 해당 시유지에 업자들이 아파트를 지으려고 해서 우리 주민들이 건의해서 시의회에서 체육시설로 용도 변경해 바꿔놨다"면서 "체육시설로 하면 아파트 절대 안 들어온다고 해서 그렇게 믿고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유지는 아직 사업자에게 팔리지 않았습니다. 향후 공유재산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시유지 매각 불가 결정이 나면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업체가 시유지를 매각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특혜 의혹이, 이를 모르고 1년여 동안의 허가 절차를 진행했다면 양산시의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업과 관련 없는 다른 시행 업체 관계자는 "행정관청에서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걸 가지고 절차를 밟아주는 꼴인데 이는 일반적이지 않다."라면서 "행정력 낭비로밖에 볼 수 없는데, 사실상 시유지 매각 여부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제3자는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 2017년에는 "받아야 한다"던 의회 심의·의결도 이번에는 '생략'
양산시는 시유지 매각과 관련해 의회 의결 과정도 생략했습니다. 문제가 된 시유지는 3,500㎡가량.
2,000㎡ 이상 규모의 불하는 의회 의결이 필요합니다. 양산시는 당연히 2017년 아파트 허가를 신청한 업체에는 '의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대답을 180도 바꿨습니다. 3,500여 ㎡ 가운데 1,500여 ㎡를 아파트 용지로 쓰고 나머지는 기부채납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의회 반발에도 행정안전부 유권해석까지 받아서 땅을 반으로 쪼개 2,000㎡ 이하라며 의회 심의·의결을 생략했습니다.
서진부 양산시의원은 "사전에 공유재산 심의를 거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사업추진을 해야 하는 게 맞다."라면서 "시민들이 행정의 일관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시행업체 "공익적 기부채납 크게 늘려 허가받아"…양산시 "절차상 문제 없는 허가"
해당 업체는 지난해 4월 시유지 맞은 편에 또 다른 300가구 규모의 아파트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기부채납 하겠다던 용지는 두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하게 됩니다. 기부채납 하겠다는 땅이 입주민 전용 공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근 마을 김봉규 이장은 "주민들의 편의시설이라든지 체육시설 터로 지정한 부분이었는데 시민을 위한 터지, 건설회사의 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행 업체는 2017년 신청 업체보다 공익적 기부채납을 크게 늘렸고, 시유지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양산시 역시 사전에 시유지 매각 가능성을 알려주는 등의 특혜는 없었고, 허가 과정에 법과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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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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