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북한이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앞에서 간부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 "김정은, 올해 핵 능력 고도화 집중할 것"
북한이 올해 초부터 미사일 시험발사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공중 폭발로 실패한 발사까지 합치면 모두 열 차례에 이릅니다.
이같은 '질주'는 북한이 올해 국방 분야에서 설정한 목표 달성과 동시에 경제발전을 위한 안보적 환경을 갖춰놓으려는 장기적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8일 북한연구학회가 개최한 춘계학술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의 국방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주로 단거리 전술무기 개발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핵 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 등 전략무기 개발에 무게를 두고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공개한 수중·지상 고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보유, 1만 5천㎞ 사정권 명중률 제고 등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내달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최근의 미사일 발사는 대남·대미 '압박용' 아냐"
김 교수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가 남한이나 미국을 향한 '압박'이나 '대화 촉구'의 수단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그보다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력 강화의 흐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질주'가 김정일 시대에 이미 짜 놓은 큰 틀에서 진행된 것이란 견해도 내놨습니다.
지난해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을 맞아 열린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
■ "재래식 무기 개발 병행 불가피"
북한은 핵무력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도 강화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입니다.
핵무력만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안보 우려를 다 해결할 수 없고, 억지력 측면에서 보더라도 재래식 무기 개발을 병행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문제 같은 기술적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괌 미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함께 운용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신규 미사일 전력에 따른 작전 배치와 운용전략전술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 노동미사일(최대 사거리 1,300㎞)이 배치됐던 지역에 KN-15(준중거리), 무수단 급(사거리 3,000~4,000㎞)이 배치됐던 곳에 KN-17(중거리) 등을 배치해 전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국방력 강화, '인민대중제일주의'와도 연결"
김정은의 대표적 통치 이념 가운데 하나가 '인민대중제일주의'입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이 이처럼 국방력 강화에 매달리는 건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안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내놨습니다.
최근 북한이 벌이고 있는 평양시 살림집 건설 사업이나 각종 국토개발 사업에는 인민군 병력이 대거 동원됩니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장마당에서 경제활동을 벌일 수 있는 환경, 군인을 경제 개발 현장으로 빼내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안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무기 개발은 필수라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이처럼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을 위해 국방력 강화의 길을 선택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봤습니다.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주민들 사이에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정보'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주민 불만을 달래고 충성심 고취를 위해선 정권이 인민을 제일로 위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수밖에 없었고, 이걸 실천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짤 수밖에 없었단 것입니다.
대화와 협상의 문을 닫고 '국방력 강화'라는 한 길로만 내달리는 북한의 행보. 주민들에게 쌀밥을 더 주게 될지, 그나마 먹던 밥마저 뺏는 결과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심해지고 고립이 심화된다면, 제아무리 '자력갱생' 경제 구조를 만든다 해도 천재지변이나 역병 같은 돌발변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전력 향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과 미국의 전력이 상승하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국방력 강화가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까지 이어지기는 더욱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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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미사일 개발 질주’…김정은 시대 국방 강화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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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3-18 18:16:20
■ "김정은, 올해 핵 능력 고도화 집중할 것"
북한이 올해 초부터 미사일 시험발사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공중 폭발로 실패한 발사까지 합치면 모두 열 차례에 이릅니다.
이같은 '질주'는 북한이 올해 국방 분야에서 설정한 목표 달성과 동시에 경제발전을 위한 안보적 환경을 갖춰놓으려는 장기적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8일 북한연구학회가 개최한 춘계학술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의 국방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주로 단거리 전술무기 개발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핵 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 등 전략무기 개발에 무게를 두고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공개한 수중·지상 고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보유, 1만 5천㎞ 사정권 명중률 제고 등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내달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최근의 미사일 발사는 대남·대미 '압박용' 아냐"
김 교수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가 남한이나 미국을 향한 '압박'이나 '대화 촉구'의 수단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그보다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력 강화의 흐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질주'가 김정일 시대에 이미 짜 놓은 큰 틀에서 진행된 것이란 견해도 내놨습니다.
■ "재래식 무기 개발 병행 불가피"
북한은 핵무력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도 강화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입니다.
핵무력만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안보 우려를 다 해결할 수 없고, 억지력 측면에서 보더라도 재래식 무기 개발을 병행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문제 같은 기술적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괌 미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함께 운용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신규 미사일 전력에 따른 작전 배치와 운용전략전술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 노동미사일(최대 사거리 1,300㎞)이 배치됐던 지역에 KN-15(준중거리), 무수단 급(사거리 3,000~4,000㎞)이 배치됐던 곳에 KN-17(중거리) 등을 배치해 전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국방력 강화, '인민대중제일주의'와도 연결"
김정은의 대표적 통치 이념 가운데 하나가 '인민대중제일주의'입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이 이처럼 국방력 강화에 매달리는 건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안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내놨습니다.
최근 북한이 벌이고 있는 평양시 살림집 건설 사업이나 각종 국토개발 사업에는 인민군 병력이 대거 동원됩니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장마당에서 경제활동을 벌일 수 있는 환경, 군인을 경제 개발 현장으로 빼내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안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무기 개발은 필수라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이처럼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을 위해 국방력 강화의 길을 선택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봤습니다.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주민들 사이에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정보'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주민 불만을 달래고 충성심 고취를 위해선 정권이 인민을 제일로 위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수밖에 없었고, 이걸 실천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짤 수밖에 없었단 것입니다.
대화와 협상의 문을 닫고 '국방력 강화'라는 한 길로만 내달리는 북한의 행보. 주민들에게 쌀밥을 더 주게 될지, 그나마 먹던 밥마저 뺏는 결과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심해지고 고립이 심화된다면, 제아무리 '자력갱생' 경제 구조를 만든다 해도 천재지변이나 역병 같은 돌발변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전력 향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과 미국의 전력이 상승하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국방력 강화가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까지 이어지기는 더욱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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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기자 j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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