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벚나무 벌채에 시민단체들 “부끄러운 제주 행정 현주소” 성토

입력 2022.03.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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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제주시가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며 주민들이 심은 40년가량 된 벚나무를 벌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제주시장의 공식 사과와 원상 복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오늘(18일) 성명을 내고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40년 된 나무가 잘려나갔다"며 "이는 부끄러운 제주도 행정의 현주소"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주시는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에서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며 과거 주민들이 심은 어른 몸통만 한 벚나무 6그루를 절단했습니다.

80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심은 나무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현장에서 오열했고, 일부 주민은 동의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관광도시를 지향하면서 도로를 넓히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한다고 일 년에 수천억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걷기 좋은 환경 조성은 등한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행정이 자동차 이용을 부채질하는 도로확장에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제 도민들은 더는 무분별하게 도로를 늘리고 확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제주 도정만 도민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원상 복구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또 대구광역시 사례를 들며 "대구광역시는 도심 기온을 낮추기 위해 도로 폭을 좁히고, 인도를 넓히고 큰 가로수를 심어 도심의 기온을 낮춰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며 "걷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도시의 상가가 활성화되고, 자동차의 속도를 늦춰야 관광의 과실이 제주도 곳곳에 파급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주시 "13년 걸친 공사 마무리"…주민들은 반발

제주시는 2009년부터 제주시 신광로터리와 오일장 구간 1.3km를 확장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는 134억 원으로, 토지 보상을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제성마을 입구 인근 760m 구간(공사비 19억 원)만 확장하면 13년에 걸친 사업이 마무리되는 겁니다.

제주시는 "인근에 있는 노형오거리 교통 해소 대책으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벚나무를 벌채하지 않으면 도로가 기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시의 설계도를 보면, 공사가 완료될 경우 벌채된 벚나무 자리 위로 1개 차선이 생기고, 기존에 있던 버스정류장이 자리하게 됩니다.

제성마을 도로 공사 평면도제성마을 도로 공사 평면도

제주시는 벚나무는 수령이 높아 다른 장소로 옮길 경우 고사할 확률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았고, 나무를 이식할 장소도 없어 마을 통장의 동의를 받아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시는 공사가 완료된 뒤 주민들이 요구하는 동일한 종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일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주민 간 갈등마저 불거지고 있습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베어진 나무들은 주민들에게 마을의 문화이자 상징이었을 것"이라며 "나무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한 행정의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통장은 마을회와 달리 주민 대표성이 없다"며 주민 동의 절차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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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살 벚나무 벌채에 시민단체들 “부끄러운 제주 행정 현주소” 성토
    • 입력 2022-03-18 18:43:56
    취재K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제주시가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며 주민들이 심은 40년가량 된 벚나무를 벌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제주시장의 공식 사과와 원상 복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오늘(18일) 성명을 내고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40년 된 나무가 잘려나갔다"며 "이는 부끄러운 제주도 행정의 현주소"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주시는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에서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며 과거 주민들이 심은 어른 몸통만 한 벚나무 6그루를 절단했습니다.

80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심은 나무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현장에서 오열했고, 일부 주민은 동의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관광도시를 지향하면서 도로를 넓히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한다고 일 년에 수천억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걷기 좋은 환경 조성은 등한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행정이 자동차 이용을 부채질하는 도로확장에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제 도민들은 더는 무분별하게 도로를 늘리고 확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제주 도정만 도민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원상 복구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또 대구광역시 사례를 들며 "대구광역시는 도심 기온을 낮추기 위해 도로 폭을 좁히고, 인도를 넓히고 큰 가로수를 심어 도심의 기온을 낮춰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며 "걷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도시의 상가가 활성화되고, 자동차의 속도를 늦춰야 관광의 과실이 제주도 곳곳에 파급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주시 "13년 걸친 공사 마무리"…주민들은 반발

제주시는 2009년부터 제주시 신광로터리와 오일장 구간 1.3km를 확장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는 134억 원으로, 토지 보상을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제성마을 입구 인근 760m 구간(공사비 19억 원)만 확장하면 13년에 걸친 사업이 마무리되는 겁니다.

제주시는 "인근에 있는 노형오거리 교통 해소 대책으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벚나무를 벌채하지 않으면 도로가 기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시의 설계도를 보면, 공사가 완료될 경우 벌채된 벚나무 자리 위로 1개 차선이 생기고, 기존에 있던 버스정류장이 자리하게 됩니다.

제성마을 도로 공사 평면도
제주시는 벚나무는 수령이 높아 다른 장소로 옮길 경우 고사할 확률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았고, 나무를 이식할 장소도 없어 마을 통장의 동의를 받아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시는 공사가 완료된 뒤 주민들이 요구하는 동일한 종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일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주민 간 갈등마저 불거지고 있습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베어진 나무들은 주민들에게 마을의 문화이자 상징이었을 것"이라며 "나무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한 행정의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통장은 마을회와 달리 주민 대표성이 없다"며 주민 동의 절차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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