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화이자 백신 접종하면 난소암에 걸린다?

입력 2022.03.22 (08:00) 수정 2022.11.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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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 완료자가 32,370,84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 인구의 63.1%에 해당합니다(2022.03.21.0시 기준). 오는 31일부터는 5~11세 소아도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합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부에서는 백신 무용론도 제기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 효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게 하는 감염 예방효과뿐만 아니라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화·사망으로 진행될 위험을 낮추는 중증 예방효과, 접종자의 바이러스 전파력을 떨어뜨려 고위험군으로의 감염 확산을 막는 추가전파 예방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질병관리청의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 신고 현황(2022.03.10.~03.16.)을 보면 이상자궁출혈(월경 이상 반응)이 3,56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사가 걸린 중대한 이상 반응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백신 접종 후 평소보다 생리량이 늘고 생리 주기가 바뀌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월경 이상 반응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 난소에 백신 성분이 축적돼 난소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까지 인터넷에 등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여성이 화이자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과연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네이버 블로그 캡처

■ 주장: "화이자 백신 맞으면 난소암 발생 증가"…출처는 '백신 반대' 사이트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우선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난소에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화이자사의 기밀 문서가 공개됐다고 지적합니다. 문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표1)

표1(출처: https://phmpt.org)표1(출처: https://phmpt.org)

이 시험은 쥐를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쥐 42마리(암수 각각 21마리)의 근육에 화이자 백신 50µg(마이크로그램)을 1차례 투여한 뒤 정해진 시간마다(15분 후, 1시간 후, 2시간 후, 4시간 후, 8시간 후, 24시간 후, 48시간 후)각 부위의 지질 농도를 측정했더니 난소(Ovaries)의 지질 농도는 위의 표와 같았습니다.

이들은 위의 데이터와 함께 스코틀랜드 보건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21년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발병 사례가 2017~2019년 평균치는 물론, 2020년 보다 많았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표2)

표2(출처: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표2(출처: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

그래프는 최근 3년간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환자 수를 나타냅니다. 파란색 선은 난소암 환자 수를 보여주는데 2021년은 6월 14일까지 자료만 있습니다. 점선은 2019년, 초록색 선은 2020년 수치입니다.

국내 블로그들은 이 두 가지 내용을 근거로 여성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 난소암 발생이 늘어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은 스스로 대안 매체라고 주장하는 영국의 사이트에 실린 것들입니다.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주장을 해 온 곳입니다( https://dailyexpose.uk/2022/03/11/pfizer-docs-vaccine-accumulates-ovaries-cancer).

■ 검증① : 화이자사 기밀 문서? 정보공개청구 결과 공개 명령은 사실

취재진은 먼저 이 문서가 실제로 화이자사가 생산한 자료가 맞는지부터 확인해 봤습니다. 지난 1월 6일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화이자사 코로나19 백신 승인 과정에 사용된 자료를 신속히 추가 공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 내용은 폭스뉴스 등에서 보도한 바 있습니다.( https://www.foxnews.com/health/fda-ordered-to-speed-up-release-of-approval-data-for-covid-19-vaccine)

앞서 미국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투명성을 위한 공중 보건과 의료 전문가 모임(PHMPT: Public Health and Medical Professionals for Transparancy)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2021년 3월 FDA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화이자사 코로나19 백신 승인 관련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FDA는 자료가 방대한 데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22년 1월 말까지 12,000쪽을 공개하고, 이후 한 달에 적어도 500쪽씩 공개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PHMPT는 자료가 400,000쪽이 넘는데 이런 식이면 2097년이 돼도 자료 전체가 공개되기 어렵다며 소송을 진행했고, 그 결과 텍사스 연방법원은 지난 1월 FDA에 관련 자료를 한 달에 55,000쪽씩, 약 8개월에 걸쳐 공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표1은 PHMPT가 이 명령에 따라 FDA로부터 받았다며 자사 사이트에 공개한 문서 중 하나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https://phmpt.org/wp-content/uploads/2022/03/125742_S1_M4_4223_185350.pdf)

KBS는 FDA에 이 문서를 공개한 사실이 있는지, 법원 명령에 따라 자료를 어느 정도 공개했는지 문의했지만 FDA는 소송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FDA가 KBS에 보내온 회신FDA가 KBS에 보내온 회신

■ 검증② : 이 시험으로는 백신과 난소암 발병 상관관계 입증 불가

그렇다면 문서에 나타난 동물시험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시험에서는 쥐에게 화이자 백신 50µg을 투여했습니다. 투여한 지질량은 1.29mg입니다. 현재 접종 중인 화이자 백신 1회 접종량은 30µg(지질 0.46mg) 정도입니다. 쥐의 체중을 고려했을 때 일반 성인 백신 투여량보다 훨씬 많은 지질을 투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접종 후 암컷쥐 난소의 지질 농도는 48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높아졌는데, 블로그 주장처럼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지질 농도가 난소에 축적된다는 점이 난소암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국내 전문가 5명에게 확인해봤습니다.


Q1. 이 시험의 목적과 의미는?

신영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백신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 주로 어디에 분포하느냐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라고 했습니다. 백신이 우리 몸에 어떻게 분포해서 우리가 위해(危害) 반응을 볼 때 어느 장기나 어느 기관을, 몸의 시스템 중에 어디를 좀 더 자세히 봐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라는 겁니다. 신 교수는 "임상 시험에서는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난소의 기능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지만 이런 비임상 시험에서는 환경적으로 백신(지질)이 어디에 주로 분포하느냐를 중점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영기 교수는 이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에게도 백신을 투여했을 때 난소에 지질이 축적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 시험은 분포 시험이지 독성 시험이라 할 수 없다"면서 "보통 독성 실험을 할 때는 인간에게 투여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넣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교수는 " 시험 결과 난소에 지질이 좀 축적이 되더라, 그러니 민간에서 임상 시험할 때 난소를 좀 유의 깊게 보면 좋겠다 정도"라면서 "이걸 가지고 (백신이)독성이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이 데이터를 과잉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백신에 있는 지질을 측정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양이 증가됐다는 것은 의미는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동물 시험이어서) 사람과는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정원 교수는 " 쥐 시험과 인간 임상시험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시험에서 사용한 (지질) 양이 정말 상대적으로 좀 조절해서 했긴 했겠지만 인체에 들어가는 백신의 양이랑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많기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동물 대상 시험과 인간 대상 시험은 매칭이 거의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김희승 교수는 "동물 시험 거치고 나서 원래는 영장류까지 테스트를 하고 보통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최근에는 이제 약 개발이 빠르다 보니까 쥐 실험만 하고 임상 쪽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그런데 그 약 중에서 100개 중에 1개 살아남으면 많이 살아남을까 해요. 그러니까 동물 시험 데이터만 가지고 위해성을 평가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또한 "동물 시험하고 사람 시험하고 차이가 많아 요새는 동물 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처하려는 경향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송용상 교수는 "최근 동물 시험에서 획기적인 결과가 나왔는데 사람에서 (효과가) 전혀 없고 오히려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떠한 한 가지 사실을 갖고 전체를 이렇게 막 추론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Q2. 화이자 백신 접종과 난소암과의 연관성은?

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체내 난소에 지질 농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난소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영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 결과와 난소암 발생을 연결하는 건 더 말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신영기 교수는 "난소를 싸고 있는 한 축으로 된 세포 난소를 싸고 있는 얇은 막이 있는데 거기에서 생기는 게 난소암"이라면서 "이 시험에서는 지질이 그 껍질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난소를 둘러싼 여러 세포에서 지질이 들어간 걸로 해석되지, 난소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로 연결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영기 교수는 "(화이자) 백신이 난소암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신 교수는 "난소의 기능에 정말 문제가 있었으면 지금 백신 부작용 보고서에 어마어마하게 나올 것"이라면서 "백신과 난소암 얘기를 하는 건 너무 무리한 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이 시험만으로는 난소암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희승 교수는 "난소에 지질이 많이 쌓일 수 있는 상황이 어떤 임상과 연관이 있는지를 좀 얘기를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시험만 가지고 지질 농도가 높아져 암 발생이 늘어난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고 했습니다.

김희승 교수는 " 사람에 대한 임상 역학적으로 백신이 난소에 어떻게 작용하냐가 해석이 돼야 하는데 이 시험은 아직 관련된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고 일단은 지금 데이터로는 (화이자 백신이 난소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 발병 원인에 대해서도 지금 이론은 많지만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면서 "이게(지질 농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게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렇게 한 몇 달 사이에 난소암이 늘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역시 백신 자체가 이게 암을 유발하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암이라는 게 금방 생기는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 백신 한 번, 부스터까지 세 번을 맞았다고 해서 금방 암을 유발하거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 검증③ : 난소암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 …원인 규명 안 돼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 접종시 지질 농도 증가와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환자 증가를 연관짓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광범 가천의대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경우 상피성 난소암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데 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광범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난소암이 1999~2018 년까지 해마다 약 2%씩 증가했지만 이 상승을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면서 " 스코틀랜드 자료에서 난소암 환자 상승 폭이 몇 년 사이 약간 커졌다고 이걸 백신으로 원인을 설명한다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임을 강조했습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제시된 자료는 스코틀랜드 난소암 환자 수를 3년치만 비교했는데 더 장기적으로 비교한 자료가 있어야 제대로 된 추이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3년간의 데이터만 가지고 난소암이 늘었다, 안 늘었다 판단할 수 없다는설명입니다.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암 발생은 장기적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난소암은 보통 60세부터 많이 느는 질환으로, 암은 1년 내 발생하는 게 아니고 굉장히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한다"면서 " 백신을 맞았는데 그게 난소암이 늘었다고 하는 건 이론적으로 맞지는 않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불가능하며 사람들의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했습니다.

■ 판정: 대체로 사실 아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나왔다는 동물 시험 결과가 화이자사의 것인지 100% 확증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자문을 종합해 볼 때 화이자사 자료라고 할지라도 이 시험 결과로는 화이자 백신 접종으로 난소암 발생이 늘어났다는 점은 입증할 수 없습니다. 화이자 백신 접종 이후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환자가 증가했다는 주장도 근거라 없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으로 월경 이상 반응은 나타날 수 있고 실제로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난소 관련 질환이 연관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몇 년이 지났을 때 화이자 백신 접종자와 다른 백신 접종자 사이 난소암 발생률이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난소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기에 이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신영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이광범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취재지원: 최유리 SNU 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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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화이자 백신 접종하면 난소암에 걸린다?
    • 입력 2022-03-22 08:00:10
    • 수정2022-11-20 09:09:55
    팩트체크K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 완료자가 32,370,84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 인구의 63.1%에 해당합니다(2022.03.21.0시 기준). 오는 31일부터는 5~11세 소아도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합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부에서는 백신 무용론도 제기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 효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게 하는 감염 예방효과뿐만 아니라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화·사망으로 진행될 위험을 낮추는 중증 예방효과, 접종자의 바이러스 전파력을 떨어뜨려 고위험군으로의 감염 확산을 막는 추가전파 예방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질병관리청의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 신고 현황(2022.03.10.~03.16.)을 보면 이상자궁출혈(월경 이상 반응)이 3,56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사가 걸린 중대한 이상 반응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백신 접종 후 평소보다 생리량이 늘고 생리 주기가 바뀌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월경 이상 반응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 난소에 백신 성분이 축적돼 난소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까지 인터넷에 등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여성이 화이자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과연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 주장: "화이자 백신 맞으면 난소암 발생 증가"…출처는 '백신 반대' 사이트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우선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난소에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화이자사의 기밀 문서가 공개됐다고 지적합니다. 문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표1)

표1(출처: https://phmpt.org)
이 시험은 쥐를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쥐 42마리(암수 각각 21마리)의 근육에 화이자 백신 50µg(마이크로그램)을 1차례 투여한 뒤 정해진 시간마다(15분 후, 1시간 후, 2시간 후, 4시간 후, 8시간 후, 24시간 후, 48시간 후)각 부위의 지질 농도를 측정했더니 난소(Ovaries)의 지질 농도는 위의 표와 같았습니다.

이들은 위의 데이터와 함께 스코틀랜드 보건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21년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발병 사례가 2017~2019년 평균치는 물론, 2020년 보다 많았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표2)

표2(출처: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
그래프는 최근 3년간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환자 수를 나타냅니다. 파란색 선은 난소암 환자 수를 보여주는데 2021년은 6월 14일까지 자료만 있습니다. 점선은 2019년, 초록색 선은 2020년 수치입니다.

국내 블로그들은 이 두 가지 내용을 근거로 여성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 난소암 발생이 늘어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은 스스로 대안 매체라고 주장하는 영국의 사이트에 실린 것들입니다.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주장을 해 온 곳입니다( https://dailyexpose.uk/2022/03/11/pfizer-docs-vaccine-accumulates-ovaries-cancer).

■ 검증① : 화이자사 기밀 문서? 정보공개청구 결과 공개 명령은 사실

취재진은 먼저 이 문서가 실제로 화이자사가 생산한 자료가 맞는지부터 확인해 봤습니다. 지난 1월 6일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화이자사 코로나19 백신 승인 과정에 사용된 자료를 신속히 추가 공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 내용은 폭스뉴스 등에서 보도한 바 있습니다.( https://www.foxnews.com/health/fda-ordered-to-speed-up-release-of-approval-data-for-covid-19-vaccine)

앞서 미국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투명성을 위한 공중 보건과 의료 전문가 모임(PHMPT: Public Health and Medical Professionals for Transparancy)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2021년 3월 FDA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화이자사 코로나19 백신 승인 관련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FDA는 자료가 방대한 데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22년 1월 말까지 12,000쪽을 공개하고, 이후 한 달에 적어도 500쪽씩 공개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PHMPT는 자료가 400,000쪽이 넘는데 이런 식이면 2097년이 돼도 자료 전체가 공개되기 어렵다며 소송을 진행했고, 그 결과 텍사스 연방법원은 지난 1월 FDA에 관련 자료를 한 달에 55,000쪽씩, 약 8개월에 걸쳐 공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표1은 PHMPT가 이 명령에 따라 FDA로부터 받았다며 자사 사이트에 공개한 문서 중 하나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https://phmpt.org/wp-content/uploads/2022/03/125742_S1_M4_4223_185350.pdf)

KBS는 FDA에 이 문서를 공개한 사실이 있는지, 법원 명령에 따라 자료를 어느 정도 공개했는지 문의했지만 FDA는 소송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FDA가 KBS에 보내온 회신
■ 검증② : 이 시험으로는 백신과 난소암 발병 상관관계 입증 불가

그렇다면 문서에 나타난 동물시험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시험에서는 쥐에게 화이자 백신 50µg을 투여했습니다. 투여한 지질량은 1.29mg입니다. 현재 접종 중인 화이자 백신 1회 접종량은 30µg(지질 0.46mg) 정도입니다. 쥐의 체중을 고려했을 때 일반 성인 백신 투여량보다 훨씬 많은 지질을 투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접종 후 암컷쥐 난소의 지질 농도는 48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높아졌는데, 블로그 주장처럼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지질 농도가 난소에 축적된다는 점이 난소암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국내 전문가 5명에게 확인해봤습니다.


Q1. 이 시험의 목적과 의미는?

신영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백신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 주로 어디에 분포하느냐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라고 했습니다. 백신이 우리 몸에 어떻게 분포해서 우리가 위해(危害) 반응을 볼 때 어느 장기나 어느 기관을, 몸의 시스템 중에 어디를 좀 더 자세히 봐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라는 겁니다. 신 교수는 "임상 시험에서는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난소의 기능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지만 이런 비임상 시험에서는 환경적으로 백신(지질)이 어디에 주로 분포하느냐를 중점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영기 교수는 이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에게도 백신을 투여했을 때 난소에 지질이 축적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 시험은 분포 시험이지 독성 시험이라 할 수 없다"면서 "보통 독성 실험을 할 때는 인간에게 투여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넣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교수는 " 시험 결과 난소에 지질이 좀 축적이 되더라, 그러니 민간에서 임상 시험할 때 난소를 좀 유의 깊게 보면 좋겠다 정도"라면서 "이걸 가지고 (백신이)독성이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이 데이터를 과잉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백신에 있는 지질을 측정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양이 증가됐다는 것은 의미는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동물 시험이어서) 사람과는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정원 교수는 " 쥐 시험과 인간 임상시험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시험에서 사용한 (지질) 양이 정말 상대적으로 좀 조절해서 했긴 했겠지만 인체에 들어가는 백신의 양이랑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많기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동물 대상 시험과 인간 대상 시험은 매칭이 거의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김희승 교수는 "동물 시험 거치고 나서 원래는 영장류까지 테스트를 하고 보통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최근에는 이제 약 개발이 빠르다 보니까 쥐 실험만 하고 임상 쪽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그런데 그 약 중에서 100개 중에 1개 살아남으면 많이 살아남을까 해요. 그러니까 동물 시험 데이터만 가지고 위해성을 평가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또한 "동물 시험하고 사람 시험하고 차이가 많아 요새는 동물 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처하려는 경향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송용상 교수는 "최근 동물 시험에서 획기적인 결과가 나왔는데 사람에서 (효과가) 전혀 없고 오히려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떠한 한 가지 사실을 갖고 전체를 이렇게 막 추론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Q2. 화이자 백신 접종과 난소암과의 연관성은?

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체내 난소에 지질 농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난소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영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 결과와 난소암 발생을 연결하는 건 더 말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신영기 교수는 "난소를 싸고 있는 한 축으로 된 세포 난소를 싸고 있는 얇은 막이 있는데 거기에서 생기는 게 난소암"이라면서 "이 시험에서는 지질이 그 껍질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난소를 둘러싼 여러 세포에서 지질이 들어간 걸로 해석되지, 난소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로 연결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영기 교수는 "(화이자) 백신이 난소암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신 교수는 "난소의 기능에 정말 문제가 있었으면 지금 백신 부작용 보고서에 어마어마하게 나올 것"이라면서 "백신과 난소암 얘기를 하는 건 너무 무리한 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이 시험만으로는 난소암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희승 교수는 "난소에 지질이 많이 쌓일 수 있는 상황이 어떤 임상과 연관이 있는지를 좀 얘기를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시험만 가지고 지질 농도가 높아져 암 발생이 늘어난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고 했습니다.

김희승 교수는 " 사람에 대한 임상 역학적으로 백신이 난소에 어떻게 작용하냐가 해석이 돼야 하는데 이 시험은 아직 관련된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고 일단은 지금 데이터로는 (화이자 백신이 난소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 발병 원인에 대해서도 지금 이론은 많지만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면서 "이게(지질 농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게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렇게 한 몇 달 사이에 난소암이 늘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역시 백신 자체가 이게 암을 유발하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암이라는 게 금방 생기는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 백신 한 번, 부스터까지 세 번을 맞았다고 해서 금방 암을 유발하거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 검증③ : 난소암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 …원인 규명 안 돼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 접종시 지질 농도 증가와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환자 증가를 연관짓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광범 가천의대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경우 상피성 난소암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데 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광범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난소암이 1999~2018 년까지 해마다 약 2%씩 증가했지만 이 상승을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면서 " 스코틀랜드 자료에서 난소암 환자 상승 폭이 몇 년 사이 약간 커졌다고 이걸 백신으로 원인을 설명한다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임을 강조했습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제시된 자료는 스코틀랜드 난소암 환자 수를 3년치만 비교했는데 더 장기적으로 비교한 자료가 있어야 제대로 된 추이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3년간의 데이터만 가지고 난소암이 늘었다, 안 늘었다 판단할 수 없다는설명입니다.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암 발생은 장기적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난소암은 보통 60세부터 많이 느는 질환으로, 암은 1년 내 발생하는 게 아니고 굉장히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한다"면서 " 백신을 맞았는데 그게 난소암이 늘었다고 하는 건 이론적으로 맞지는 않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불가능하며 사람들의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했습니다.

■ 판정: 대체로 사실 아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나왔다는 동물 시험 결과가 화이자사의 것인지 100% 확증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자문을 종합해 볼 때 화이자사 자료라고 할지라도 이 시험 결과로는 화이자 백신 접종으로 난소암 발생이 늘어났다는 점은 입증할 수 없습니다. 화이자 백신 접종 이후 스코틀랜드의 난소암 환자가 증가했다는 주장도 근거라 없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으로 월경 이상 반응은 나타날 수 있고 실제로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난소 관련 질환이 연관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몇 년이 지났을 때 화이자 백신 접종자와 다른 백신 접종자 사이 난소암 발생률이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난소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기에 이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신영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이광범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취재지원: 최유리 SNU 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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