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말고 ‘멍텅구리폰’?…“삶의 영역 오히려 넓어져”

입력 2022.03.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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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3310 모델노키아 3310 모델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일종의 금단 현상을 가리키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 No mobile-phone phobia).

이제 현대인은 이 개념에서 진화해 스마트폰과 하나가 되어 이를 항상 지니고 다니며 눈을 떼지 않는 신인류인 '스마트포노이드'(smartphonoid)가 됐습니다.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된 건데, 한편에선 구식 폰을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합니다.

■ '멍텅구리폰' 검색 3년 사이 89% 증가…"배터리 수명, 내구성 장점"

BBC는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라디오를 듣고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인터넷 연결이 안 돼 어플리케이션(앱)을 쓸 수 없는 '멍텅구리폰'(dumbphones)이 부활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소프트웨어회사인 'SEM러시'에 따르면 이 구식 폰이 검색된 건수는 2018년과 2021년 사이 89%나 증가했습니다.

멍텅구리폰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일일이 추적할 수는 없지만, 한 보고서는 지난해 이 구식 폰이 10억 대나 팔려 2019년 4억 대와 비교하면 2.5배나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4억 대로 전년과 비교해 12.5% 줄었습니다.

회계사 단체인 들로이트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가진 영국인 10명 중 1명은 멍텅구리폰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인 '어스위치 닷 컴'의 모바일 기기 전문가인 에르네스트 도쿠 씨는 노키아가 2000년 시판돼 당시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였던 3310 모델을 2017년 재출시한 것이 멍텅구리폰 부활의 발화점이었다며 "노키아는 이 모델을 값비싼 고성능 스마트폰의 대체재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멍텅구리폰은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과 경쟁할 수 없지만, "배터리 수명이나 내구성 면에서는 그들을 압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공유, 댓글 없어지자 삶의 영역 더 넓어져"…"스마트폰 안 살 것"

BBC는 1990년대 말에 유행했던 이 구식 폰의 판매가 다시 늘어난 것은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기 삶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멍텅구리폰이 사용자에게 기능 외에도 또 다른 장점을 가져다준다는 겁니다.

5년 전부터 노키아 3310 모델을 사용 중인 심리학자 플레멕 올레니작은 "전에는 뭘 찾거나 페이스북을 뒤적이고 뉴스를 보고 또 내가 알 필요가 없는 것까지 찾아보는 등 나의 모든 일상이 스마트폰에 매여 있었다"며 "지금은 내 가족과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큰 장점은 지금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남들과 무엇을 공유할지에 대해 댓글을 달거나 설명하는 등 내 삶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내 사생활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17살 로빈 웨스트 양은 8파운드(약 만 3천 원)에 불과한 기곗값과 매달 데이터 사용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멍텅구리폰을 샀습니다.

그는 "이 휴대전화기를 사기 전에는 내 삶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영역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며 "각종 소셜미디어 앱에 매달리느라 일을 못 할 지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마트폰을 다시 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이 구식 폰 때문에 내 삶이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지금은 모든 일에 앞서 나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멍텅구리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말합니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그들은 휴대전화가 인간을 통제하는 우월한 종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며 우리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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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말고 ‘멍텅구리폰’?…“삶의 영역 오히려 넓어져”
    • 입력 2022-03-22 15:41:11
    세계는 지금
노키아 3310 모델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일종의 금단 현상을 가리키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 No mobile-phone phobia).

이제 현대인은 이 개념에서 진화해 스마트폰과 하나가 되어 이를 항상 지니고 다니며 눈을 떼지 않는 신인류인 '스마트포노이드'(smartphonoid)가 됐습니다.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된 건데, 한편에선 구식 폰을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합니다.

■ '멍텅구리폰' 검색 3년 사이 89% 증가…"배터리 수명, 내구성 장점"

BBC는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라디오를 듣고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인터넷 연결이 안 돼 어플리케이션(앱)을 쓸 수 없는 '멍텅구리폰'(dumbphones)이 부활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소프트웨어회사인 'SEM러시'에 따르면 이 구식 폰이 검색된 건수는 2018년과 2021년 사이 89%나 증가했습니다.

멍텅구리폰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일일이 추적할 수는 없지만, 한 보고서는 지난해 이 구식 폰이 10억 대나 팔려 2019년 4억 대와 비교하면 2.5배나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4억 대로 전년과 비교해 12.5% 줄었습니다.

회계사 단체인 들로이트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가진 영국인 10명 중 1명은 멍텅구리폰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인 '어스위치 닷 컴'의 모바일 기기 전문가인 에르네스트 도쿠 씨는 노키아가 2000년 시판돼 당시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였던 3310 모델을 2017년 재출시한 것이 멍텅구리폰 부활의 발화점이었다며 "노키아는 이 모델을 값비싼 고성능 스마트폰의 대체재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멍텅구리폰은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과 경쟁할 수 없지만, "배터리 수명이나 내구성 면에서는 그들을 압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공유, 댓글 없어지자 삶의 영역 더 넓어져"…"스마트폰 안 살 것"

BBC는 1990년대 말에 유행했던 이 구식 폰의 판매가 다시 늘어난 것은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기 삶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멍텅구리폰이 사용자에게 기능 외에도 또 다른 장점을 가져다준다는 겁니다.

5년 전부터 노키아 3310 모델을 사용 중인 심리학자 플레멕 올레니작은 "전에는 뭘 찾거나 페이스북을 뒤적이고 뉴스를 보고 또 내가 알 필요가 없는 것까지 찾아보는 등 나의 모든 일상이 스마트폰에 매여 있었다"며 "지금은 내 가족과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큰 장점은 지금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남들과 무엇을 공유할지에 대해 댓글을 달거나 설명하는 등 내 삶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내 사생활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17살 로빈 웨스트 양은 8파운드(약 만 3천 원)에 불과한 기곗값과 매달 데이터 사용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멍텅구리폰을 샀습니다.

그는 "이 휴대전화기를 사기 전에는 내 삶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영역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며 "각종 소셜미디어 앱에 매달리느라 일을 못 할 지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마트폰을 다시 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이 구식 폰 때문에 내 삶이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지금은 모든 일에 앞서 나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멍텅구리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말합니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그들은 휴대전화가 인간을 통제하는 우월한 종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며 우리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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