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도열시키고 맨땅에 머리를 박게 하는 등 얼차려를 주거나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모습. 과거 문제가 됐던 대학교 신입생들의 신고식 문화입니다.
물리적인 폭행과 사고 속에 신입생들이 사망하기도 하자, 잘못된 문화라는 인식과 자정 노력이 더해져 도를 넘은 신고식은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런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태국인데요. 태국의 한 대학 신입생이 신고식에서 폭행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 강제로 술 먹이고 폭행…19살 신입생 사망
23일(현지시각)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경찰은 북동부 지역의 한 공과대학 학생 32명을 폭력적인 신고식에 관여한 혐의로 전날 기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7명은 신입생이 사망에 이르게 한 폭력에 직접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25명의 학생에게는 신입생들을 모욕한 혐의 및 전염병 관리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습니다.
19살 프렘과 신입생들은 지난 13일 밤, 같이 축구를 하자는 선배들의 말에 야외의 논으로 향했습니다.
논에 도착하자마자 선배들은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고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렘은 의식을 잃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숨졌습니다.
프렘의 부친은 직접적인 폭행을 가한 선배 7명의 부모가 보상금으로 제시한 50만 바트(약 1,800만 원)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학 측은 프렘을 숨지게 하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한 학생들은 퇴학 조치하고, 신고식을 조직한 학생들에게는 정학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 태국 신고식 문화 여전…2019년 고교생 사망하기도
태국의 신고식에서 신입생이 사망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방콕 서부 나콘빠톰주의 한 고교에서 상급생 3명으로부터 가슴을 세 차례 강하게 맞은 뒤 의식을 잃었던 15세 고교생이 숨졌습니다. 2018년에는 한 대학 신입생이 세 명의 상급생에게 발길질을 당해 비장이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14년에는 16세 고교생이 해변에서 신고식을 받다 폭행당해 숨졌습니다.
태국에서는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오랫동안 신고식이 치러져 왔습니다.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직업학교, 대학교, 사관학교 등에서 '상급자·명령·전통·단결·정신'의 영어 단어 앞글자를 딴 이른바 'SOTUS'라는 신고식이 여전히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고식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막기 위해 'ANTI SOTUS'라는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도 이들의 SNS를 통해 상세한 내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고식 금지를 촉구해 온 태국 시민단체에 따르면 태국 내 교육 기관에서는 매년 평균 250건가량의 신고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태국 대학 신고식에서 신입생 사망…32명 무더기 기소
-
- 입력 2022-03-23 17:46:52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도열시키고 맨땅에 머리를 박게 하는 등 얼차려를 주거나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모습. 과거 문제가 됐던 대학교 신입생들의 신고식 문화입니다.
물리적인 폭행과 사고 속에 신입생들이 사망하기도 하자, 잘못된 문화라는 인식과 자정 노력이 더해져 도를 넘은 신고식은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런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태국인데요. 태국의 한 대학 신입생이 신고식에서 폭행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 강제로 술 먹이고 폭행…19살 신입생 사망
23일(현지시각)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경찰은 북동부 지역의 한 공과대학 학생 32명을 폭력적인 신고식에 관여한 혐의로 전날 기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7명은 신입생이 사망에 이르게 한 폭력에 직접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25명의 학생에게는 신입생들을 모욕한 혐의 및 전염병 관리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습니다.
19살 프렘과 신입생들은 지난 13일 밤, 같이 축구를 하자는 선배들의 말에 야외의 논으로 향했습니다.
논에 도착하자마자 선배들은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고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렘은 의식을 잃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숨졌습니다.
프렘의 부친은 직접적인 폭행을 가한 선배 7명의 부모가 보상금으로 제시한 50만 바트(약 1,800만 원)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학 측은 프렘을 숨지게 하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한 학생들은 퇴학 조치하고, 신고식을 조직한 학생들에게는 정학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 태국 신고식 문화 여전…2019년 고교생 사망하기도
태국의 신고식에서 신입생이 사망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방콕 서부 나콘빠톰주의 한 고교에서 상급생 3명으로부터 가슴을 세 차례 강하게 맞은 뒤 의식을 잃었던 15세 고교생이 숨졌습니다. 2018년에는 한 대학 신입생이 세 명의 상급생에게 발길질을 당해 비장이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14년에는 16세 고교생이 해변에서 신고식을 받다 폭행당해 숨졌습니다.
태국에서는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오랫동안 신고식이 치러져 왔습니다.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직업학교, 대학교, 사관학교 등에서 '상급자·명령·전통·단결·정신'의 영어 단어 앞글자를 딴 이른바 'SOTUS'라는 신고식이 여전히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고식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막기 위해 'ANTI SOTUS'라는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도 이들의 SNS를 통해 상세한 내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고식 금지를 촉구해 온 태국 시민단체에 따르면 태국 내 교육 기관에서는 매년 평균 250건가량의 신고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
김세희 기자 3hee@kbs.co.kr
김세희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