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 공약…인수위에 낼 경찰 답변은?

입력 2022.03.24 (06:00) 수정 2022.03.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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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공약한 가운데, 오늘(24일)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검찰과 경찰이 어떤 의견을 낼지 주목됩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윤 당선인 공약대로 검찰이 모든 사건을 직접 보완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확대하더라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사건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사건 각각에 대해, 검·경이 기준을 세워야, 사건 처리가 예측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다소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도 깔려 있습니다.


■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당선인이 공약한 이유는?

윤 당선인의 공약은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로 요약됩니다.

윤 당선인은 공약 취지에 대해 수사 체제를 단순화해서 ① 사건처리를 신속하게 하고 ② 보완수사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해서 검찰에 보내면, 이후에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말고, 직접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겁니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사건이 검찰에서 경찰로 다시 옮겨지고,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건데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의견이 다를 경우, 사건이 계속 양쪽을 이른바 ‘핑퐁’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사준칙에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준칙 59조)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접 보완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경찰청은 이 같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을 흔드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원점으로 돌리려 했다면, 보완수사가 아니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고치려 했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검찰은 현재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에 한해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또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선거 캠프에서 ‘검찰에 접수된 고소 사건은 모두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자, 직접 나서서 이를 서둘러 취소한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검→경 보완수사 요구’ 한해 8만여 건... 실현 가능한가?

경찰은 다만,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앞으로 공약이 구체화되는 것을 봐야겠지만, 검사가 송치된 사건을 100% 직접 보완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85,325건이었습니다. 전체 송치 사건의 12.3%에 이릅니다. 현재 검사 숫자로는 이 사건들을 직접 처리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경찰 분석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직접수사에 제한이 없을 때도 ‘재지휘’ 형태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왔다”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확대되더라도, 실무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경찰 “보완수사 검사 마음대로, 기준 정해야”…일선은 환영 분위기도

경찰은 공약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은 ‘보완수사 주체에 관한 기준 마련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각각 책임져야 할 보완수사에 관한 기준을 정하자는 겁니다.

현재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검사의 재량에 따라,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도 있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민원인이 이의를 제기해 검찰로 자동 송치된 사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맞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민원인이 경찰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하라고 하면 과연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현재는 이의신청 사건도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실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검경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권 조정의 틀이 흔들릴까봐 우려하는 경찰 수뇌부와 달리,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늘리면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보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일선 경찰들은 수사권 조정 후, 검사의 보완수사가 요구가 크게 늘어 불만입니다. 과거에는 검찰 수사관 등을 통해 직접 보완수사를 했던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현재는 경찰에 떠넘기고 있다는 겁니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확대하더라도, 사건처리가 종전보다 얼마나 빨라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검사 인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보완수사 요구 사건이 검찰에 한꺼번에 몰릴 경우에는 오히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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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 당선인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 공약…인수위에 낼 경찰 답변은?
    • 입력 2022-03-24 06:00:54
    • 수정2022-03-24 11:59:05
    취재K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공약한 가운데, 오늘(24일)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검찰과 경찰이 어떤 의견을 낼지 주목됩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윤 당선인 공약대로 검찰이 모든 사건을 직접 보완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확대하더라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사건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사건 각각에 대해, 검·경이 기준을 세워야, 사건 처리가 예측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다소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도 깔려 있습니다.


■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당선인이 공약한 이유는?

윤 당선인의 공약은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로 요약됩니다.

윤 당선인은 공약 취지에 대해 수사 체제를 단순화해서 ① 사건처리를 신속하게 하고 ② 보완수사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해서 검찰에 보내면, 이후에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말고, 직접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겁니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사건이 검찰에서 경찰로 다시 옮겨지고,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건데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의견이 다를 경우, 사건이 계속 양쪽을 이른바 ‘핑퐁’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사준칙에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준칙 59조)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접 보완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경찰청은 이 같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을 흔드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원점으로 돌리려 했다면, 보완수사가 아니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고치려 했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검찰은 현재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에 한해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또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선거 캠프에서 ‘검찰에 접수된 고소 사건은 모두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자, 직접 나서서 이를 서둘러 취소한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검→경 보완수사 요구’ 한해 8만여 건... 실현 가능한가?

경찰은 다만,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앞으로 공약이 구체화되는 것을 봐야겠지만, 검사가 송치된 사건을 100% 직접 보완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85,325건이었습니다. 전체 송치 사건의 12.3%에 이릅니다. 현재 검사 숫자로는 이 사건들을 직접 처리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경찰 분석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직접수사에 제한이 없을 때도 ‘재지휘’ 형태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왔다”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확대되더라도, 실무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경찰 “보완수사 검사 마음대로, 기준 정해야”…일선은 환영 분위기도

경찰은 공약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은 ‘보완수사 주체에 관한 기준 마련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각각 책임져야 할 보완수사에 관한 기준을 정하자는 겁니다.

현재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검사의 재량에 따라,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도 있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민원인이 이의를 제기해 검찰로 자동 송치된 사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맞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민원인이 경찰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하라고 하면 과연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현재는 이의신청 사건도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실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검경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권 조정의 틀이 흔들릴까봐 우려하는 경찰 수뇌부와 달리,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늘리면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보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일선 경찰들은 수사권 조정 후, 검사의 보완수사가 요구가 크게 늘어 불만입니다. 과거에는 검찰 수사관 등을 통해 직접 보완수사를 했던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현재는 경찰에 떠넘기고 있다는 겁니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확대하더라도, 사건처리가 종전보다 얼마나 빨라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검사 인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보완수사 요구 사건이 검찰에 한꺼번에 몰릴 경우에는 오히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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