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동네 미술관에서 만난 거장과 우리 사회

입력 2022.03.24 (19:43) 수정 2022.03.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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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봄의 길목에 선 요즘, 미술관 나들이 어떨까요?

가까운 동네 미술관에서도 유명 작가의 작품과 우리 시대 사회상을 담은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동네 미술관 나들이 함께 떠나보시죠.

이화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성 착취 공간에서 문화 예술촌으로 거듭난 동네, 동네 한복판에 있는 미술관에서 뜻밖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벽 한쪽을 뒤덮은 컬러 텔레비전 화면.

화면 모서리에 붙은 모니터에서 영상이 무작위로 돌아갑니다.

[한리안/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기획자 : "미디어 세대에 대한 창시자이자, 앞으로 미래를 말하는 작품이죠."]

미디어아트 장르를 개척한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입니다.

화려한 샹들리에 위에 설치된 풀과 모니터, 부의 상징인 샹들리에의 의미가 사라지고, 자연과 미디어가 중요해진 시대를 내다본 것 같습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그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 16점이 전시됐습니다.

'자화상'과 '갈 곳 없는 부처' 같은 대표작이 포함됐고, 백남준의 생애와 작품활동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습니다.

[조소현/관람객 : "말 그대로 동네 한가운데 있어서 정말 뜻밖의 장소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눈으로 직접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보니까 감회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거침없이 틀을 깨는 백남준의 철학이 성 착취 그늘에서 벗어난 이 동네 미술관에서 빛을 발할 거라는 기대도 담겨 있습니다.

[한리안/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기획자 : "백남준 선생님의 혁명적인 생각들, 시대를 바꾸는, 이 장소를 바꾸는 정신이 깃든 전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골목 끝자락에서 마주친 사진미술관.

공간은 작지만 우리 이웃들의 묵직한 이야기가 전시돼있습니다.

굽은 허리로 밭작물을 살피고, 깻잎을 따는 할머니들, 지난 10여 년 동안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걸 반대했던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 주민들입니다.

길 위에서 먹었던 라면과 밥은 우리 사회의 연대를 상징합니다.

[이재각/사진작가 : "산 속에서든 길 위에서든 같이 밥을 나눠 먹었던 것이 주민에게도 그렇고 밀양을 찾아주신 분들에게도 되게 기억에 많이 남는, 연대의 힘이라고 다들 느끼고 있어서…."]

송전탑은 이미 세워졌고, 더이상 물리적 충돌은 없지만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주민들.

송전탑 공사 문제로 갈등을 겪은 시골 마을, 분열된 공동체 속에서 일상의 노동으로 묵묵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재각/사진작가 : "밀양이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 싸우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말없이 싸워도 싸우는 건 싸우는 거다."]

그들의 말 없는 싸움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물음도 던집니다.

[이재각/사진작가 : "밀양 싸움이 단순히 우리 동네 철탑 하나 들어온 것을 반대하는 싸움을 넘어서 과연 정의로운 에너지인가 올바른 에너지인가라는 생각들을 한 번쯤 해보셨으면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방명록에 남긴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일순/'서학동사진미술관' 대표 : "이 투쟁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연대의 모습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라는 것, 그 사실을 저희가 앎으로 인해서 더 지지해드리고 싶고 응원해드리고 싶고…."]

작고 평범해 보이는 동네 미술관, 들어가 보면 뜻밖의 예술적 감동과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김환대/편집:공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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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4 19:43:51
    • 수정2022-03-24 20:21:03
    뉴스7(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봄의 길목에 선 요즘, 미술관 나들이 어떨까요?

가까운 동네 미술관에서도 유명 작가의 작품과 우리 시대 사회상을 담은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동네 미술관 나들이 함께 떠나보시죠.

이화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성 착취 공간에서 문화 예술촌으로 거듭난 동네, 동네 한복판에 있는 미술관에서 뜻밖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벽 한쪽을 뒤덮은 컬러 텔레비전 화면.

화면 모서리에 붙은 모니터에서 영상이 무작위로 돌아갑니다.

[한리안/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기획자 : "미디어 세대에 대한 창시자이자, 앞으로 미래를 말하는 작품이죠."]

미디어아트 장르를 개척한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입니다.

화려한 샹들리에 위에 설치된 풀과 모니터, 부의 상징인 샹들리에의 의미가 사라지고, 자연과 미디어가 중요해진 시대를 내다본 것 같습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그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 16점이 전시됐습니다.

'자화상'과 '갈 곳 없는 부처' 같은 대표작이 포함됐고, 백남준의 생애와 작품활동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습니다.

[조소현/관람객 : "말 그대로 동네 한가운데 있어서 정말 뜻밖의 장소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눈으로 직접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보니까 감회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거침없이 틀을 깨는 백남준의 철학이 성 착취 그늘에서 벗어난 이 동네 미술관에서 빛을 발할 거라는 기대도 담겨 있습니다.

[한리안/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기획자 : "백남준 선생님의 혁명적인 생각들, 시대를 바꾸는, 이 장소를 바꾸는 정신이 깃든 전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골목 끝자락에서 마주친 사진미술관.

공간은 작지만 우리 이웃들의 묵직한 이야기가 전시돼있습니다.

굽은 허리로 밭작물을 살피고, 깻잎을 따는 할머니들, 지난 10여 년 동안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걸 반대했던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 주민들입니다.

길 위에서 먹었던 라면과 밥은 우리 사회의 연대를 상징합니다.

[이재각/사진작가 : "산 속에서든 길 위에서든 같이 밥을 나눠 먹었던 것이 주민에게도 그렇고 밀양을 찾아주신 분들에게도 되게 기억에 많이 남는, 연대의 힘이라고 다들 느끼고 있어서…."]

송전탑은 이미 세워졌고, 더이상 물리적 충돌은 없지만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주민들.

송전탑 공사 문제로 갈등을 겪은 시골 마을, 분열된 공동체 속에서 일상의 노동으로 묵묵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재각/사진작가 : "밀양이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 싸우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말없이 싸워도 싸우는 건 싸우는 거다."]

그들의 말 없는 싸움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물음도 던집니다.

[이재각/사진작가 : "밀양 싸움이 단순히 우리 동네 철탑 하나 들어온 것을 반대하는 싸움을 넘어서 과연 정의로운 에너지인가 올바른 에너지인가라는 생각들을 한 번쯤 해보셨으면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방명록에 남긴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일순/'서학동사진미술관' 대표 : "이 투쟁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연대의 모습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라는 것, 그 사실을 저희가 앎으로 인해서 더 지지해드리고 싶고 응원해드리고 싶고…."]

작고 평범해 보이는 동네 미술관, 들어가 보면 뜻밖의 예술적 감동과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김환대/편집:공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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