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반지까지 팔아요”

입력 2022.03.26 (23:00) 수정 2022.04.12 (17: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 외곽에 사는 나즐 씨 가족은 최근 아침식사를 많이 줄였습니다.

장바구니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나즐/이스탄불 시민 : "(이전엔) 계란, 우유, 요구르트 같은 더 건강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었지만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 예전만큼 사먹을 수가 없게 됐어요."]

3주 전부터는 보일러도 껐습니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몹시 춥지만 전기요금을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아이들은 두꺼운 담요로 견딥니다.

동네 가게들은 유지비를 줄이려고 불도 절반만 켜놓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가격표는 수시로 바꿔적어야 합니다.

[쉬린 사일간/이스탄불 상점 관계자 : "일반적으로 터키 내 전기료가 올랐습니다. 절약하기 위해, 전기값을 조금이라도 덜 내도록 불을 반만 켜놔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통시장 물건들도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무함메드 알리 도한/이스탄불 시민 : "3개월 전 치즈는 한 덩이에 40~50리라였는데, 지금은 70~80리라입니다. 계란 한판도 25리라였는데 지금은 45리라입니다."]

시청이 운영하는 한 빵집.

다른 곳보다 값이 싸 가게 앞엔 늘 긴 줄이 생깁니다.

이런 빵집이 이스탄불 시내에 여러 곳인데 최근엔 빵 생산량을 두 배 늘려 하루 150만 개를 만들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에크램 이마모을루/이스탄불 시장 : "할크 에크멕(시청 운영 공공 빵가게)을 지금같이 운영하게 된 건 경제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인근의 무료급식소 역시 점심 시간도 되기 전에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약국도 불안합니다.

리라화 폭락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가격을 맞추기가 어려운데다, 수입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문을 해도 약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세/약사 : "10개의 약을 주문하면 4개만 받을 수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어려워져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뜩이나 어려워진 터키 국민들의 살림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마트에서 해바라기씨유를 서로 가져가려는 모습이 SNS에 공유되기도 했는데, 정부는 선동뉴스라며 단속에 나섰습니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터키 경제가 요동치면서 수치상으로도 최악입니다.

터키 이스탄불 터키의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0% 이상 폭등했습니다.

20년만에 최고칩니다.

일부 자치단체는 1년동안 생활비 50%, 월세는 71% 올랐고, 기초생활용품은 138%올랐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저금리 정책때문이기도 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를 죄악시하며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기준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이는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무라트 사르/터키 경제학자 : "정부가 여러 방어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왔습니다."]

돈이 부족한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금모으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한 시민들은 시장에 금을 내다팔고 있습니다.

[유스푸 균도무스/금은방 관계자 : "안타깝지만 사람들이 결혼반지, 액세서리 조차 환전하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는 건설 인프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경제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현수교인 길이 3.5km의 차낙칼레 대교를 개통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국 건설사가 도맡은 이 프로젝트로 터키 내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물류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이제 차낙칼레 대교를 통해 같은 거리를 6분 안에 통과할 수 있습니다."]

투자와 노동력, 수출 등 모든 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기대되는 절감 효과만 연간 4억 유로, 우리돈 5천350억 원 이상입니다.

하지만,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에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는 국민들의 아우성이 높아지는 상황.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 국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렸지만, 나홀로 금리를 내린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은 내년 선거 전까지 계속될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이스탄불에서 우수경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치솟는 물가에 “반지까지 팔아요”
    • 입력 2022-03-26 23:00:22
    • 수정2022-04-12 17:04:40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터키 이스탄불 외곽에 사는 나즐 씨 가족은 최근 아침식사를 많이 줄였습니다.

장바구니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나즐/이스탄불 시민 : "(이전엔) 계란, 우유, 요구르트 같은 더 건강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었지만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 예전만큼 사먹을 수가 없게 됐어요."]

3주 전부터는 보일러도 껐습니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몹시 춥지만 전기요금을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아이들은 두꺼운 담요로 견딥니다.

동네 가게들은 유지비를 줄이려고 불도 절반만 켜놓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가격표는 수시로 바꿔적어야 합니다.

[쉬린 사일간/이스탄불 상점 관계자 : "일반적으로 터키 내 전기료가 올랐습니다. 절약하기 위해, 전기값을 조금이라도 덜 내도록 불을 반만 켜놔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통시장 물건들도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무함메드 알리 도한/이스탄불 시민 : "3개월 전 치즈는 한 덩이에 40~50리라였는데, 지금은 70~80리라입니다. 계란 한판도 25리라였는데 지금은 45리라입니다."]

시청이 운영하는 한 빵집.

다른 곳보다 값이 싸 가게 앞엔 늘 긴 줄이 생깁니다.

이런 빵집이 이스탄불 시내에 여러 곳인데 최근엔 빵 생산량을 두 배 늘려 하루 150만 개를 만들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에크램 이마모을루/이스탄불 시장 : "할크 에크멕(시청 운영 공공 빵가게)을 지금같이 운영하게 된 건 경제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인근의 무료급식소 역시 점심 시간도 되기 전에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약국도 불안합니다.

리라화 폭락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가격을 맞추기가 어려운데다, 수입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문을 해도 약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세/약사 : "10개의 약을 주문하면 4개만 받을 수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어려워져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뜩이나 어려워진 터키 국민들의 살림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마트에서 해바라기씨유를 서로 가져가려는 모습이 SNS에 공유되기도 했는데, 정부는 선동뉴스라며 단속에 나섰습니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터키 경제가 요동치면서 수치상으로도 최악입니다.

터키 이스탄불 터키의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0% 이상 폭등했습니다.

20년만에 최고칩니다.

일부 자치단체는 1년동안 생활비 50%, 월세는 71% 올랐고, 기초생활용품은 138%올랐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저금리 정책때문이기도 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를 죄악시하며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기준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이는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무라트 사르/터키 경제학자 : "정부가 여러 방어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왔습니다."]

돈이 부족한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금모으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한 시민들은 시장에 금을 내다팔고 있습니다.

[유스푸 균도무스/금은방 관계자 : "안타깝지만 사람들이 결혼반지, 액세서리 조차 환전하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는 건설 인프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경제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현수교인 길이 3.5km의 차낙칼레 대교를 개통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국 건설사가 도맡은 이 프로젝트로 터키 내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물류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이제 차낙칼레 대교를 통해 같은 거리를 6분 안에 통과할 수 있습니다."]

투자와 노동력, 수출 등 모든 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기대되는 절감 효과만 연간 4억 유로, 우리돈 5천350억 원 이상입니다.

하지만,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에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는 국민들의 아우성이 높아지는 상황.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 국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렸지만, 나홀로 금리를 내린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은 내년 선거 전까지 계속될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이스탄불에서 우수경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