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아기 학대 치사’ 항소심서 더 무거운 처벌

입력 2022.03.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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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태어난 지 일곱 달된 아기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서 넘겨진 20대 베트남 국적 여성이 있습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여성은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처벌인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어떤 이유로 달랐는지 판결문을 톺아보며 살펴보겠습니다.

자료사진자료사진

■ 생후 7개월 딸 숨지게 한 결혼이주여성… '때리고 내동댕이까지'

베트남 출신 여성 A 씨는 2019년 11월 국내로 들어와 결혼 뒤 전북 익산에 정착했습니다. A 씨는 이듬해인 2020년 8월 여자 아기를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7개월이 지난 2021년 3월, 딸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A 씨는 아기가 구토해 이불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내다가 남편으로부터 '아이가 우선이고 청소가 다음이다'라는 말을 듣자 화가 나 딸의 얼굴과 몸을 6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닷새 뒤에는 딸이 잠에서 깨 칭얼대자 아기를 바닥으로 내던졌으며, 이런 행위가 7차례나 반복됐고 폭행도 이어진 것도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사건 당일 밤, 남편이 딸의 이상증세를 발견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했으나 7개월 아기는 이미 뇌사에 빠졌고 결국, 한 달 뒤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 1심 재판부 "살인하려는 고의성은 없었다."


1심 재판부인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혐의'로 기소된 이 여성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생후 7개월 아기가 A씨에게 수차례 학대를 당하면서도 어떠한 의사표현이나 최소한의 방어조차 할 수 없었고 사망 당시 대뇌가 광범위하게 손상되어 괴사가 진행되는 등의 참혹한 상태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야 할 피해 아동은 오히려 자신의 친모인 피고인에 의하여 소중한 생명을 잃어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중하므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피해 아동이 사망하였다는 죄책감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과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 자신보다 20살이 많은 배우자와 국제결혼 해 타국인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의사소통과 육아 등 생활 전반적인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거의 대부분 시간을 홀로 피해 아동을 양육하며 지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사진자료사진

그러나 피고인이 딸을 살해하고자 하는 확정적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미필적 고의란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 혹은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이르게 한 심리상태를 뜻합니다.

피고인은 딸이 칭얼거리지 않게 할 목적으로 유사한 행동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피고인의 배우자와 함께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진료를 받게 한 점 등에 비추어 봤을 때 피고인이 사건 당일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이전의 학대행위보다 조금 더 강한 강도로 피해자를 학대했지만, 이를 넘어 피고인이 자신의 어린 자녀인 피해자를 죽일 생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 2심 재판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피고인이 딸을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기 때문에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종합적으로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는 7개월의 아동의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머리 부분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바닥에 떨어뜨려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피고인 A 씨는 항소심 공판 최종 변론에서 서툰 한국말로 "아기에게 너무 잘못했다"며 "집에 다시 돌아가면 열심히 살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극히 중대한 범죄이면서 동시에 '극단의 아동학대 관련 범죄'라고 규정하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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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후 7개월 아기 학대 치사’ 항소심서 더 무거운 처벌
    • 입력 2022-03-27 09:01:00
    취재K
태어난 지 일곱 달된 아기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서 넘겨진 20대 베트남 국적 여성이 있습니다.<br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여성은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처벌인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br /><br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어떤 이유로 달랐는지 판결문을 톺아보며 살펴보겠습니다.
자료사진
■ 생후 7개월 딸 숨지게 한 결혼이주여성… '때리고 내동댕이까지'

베트남 출신 여성 A 씨는 2019년 11월 국내로 들어와 결혼 뒤 전북 익산에 정착했습니다. A 씨는 이듬해인 2020년 8월 여자 아기를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7개월이 지난 2021년 3월, 딸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A 씨는 아기가 구토해 이불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내다가 남편으로부터 '아이가 우선이고 청소가 다음이다'라는 말을 듣자 화가 나 딸의 얼굴과 몸을 6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닷새 뒤에는 딸이 잠에서 깨 칭얼대자 아기를 바닥으로 내던졌으며, 이런 행위가 7차례나 반복됐고 폭행도 이어진 것도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사건 당일 밤, 남편이 딸의 이상증세를 발견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했으나 7개월 아기는 이미 뇌사에 빠졌고 결국, 한 달 뒤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 1심 재판부 "살인하려는 고의성은 없었다."


1심 재판부인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혐의'로 기소된 이 여성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생후 7개월 아기가 A씨에게 수차례 학대를 당하면서도 어떠한 의사표현이나 최소한의 방어조차 할 수 없었고 사망 당시 대뇌가 광범위하게 손상되어 괴사가 진행되는 등의 참혹한 상태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야 할 피해 아동은 오히려 자신의 친모인 피고인에 의하여 소중한 생명을 잃어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중하므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피해 아동이 사망하였다는 죄책감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과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 자신보다 20살이 많은 배우자와 국제결혼 해 타국인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의사소통과 육아 등 생활 전반적인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거의 대부분 시간을 홀로 피해 아동을 양육하며 지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사진
그러나 피고인이 딸을 살해하고자 하는 확정적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미필적 고의란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 혹은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이르게 한 심리상태를 뜻합니다.

피고인은 딸이 칭얼거리지 않게 할 목적으로 유사한 행동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피고인의 배우자와 함께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진료를 받게 한 점 등에 비추어 봤을 때 피고인이 사건 당일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이전의 학대행위보다 조금 더 강한 강도로 피해자를 학대했지만, 이를 넘어 피고인이 자신의 어린 자녀인 피해자를 죽일 생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 2심 재판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피고인이 딸을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기 때문에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종합적으로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는 7개월의 아동의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머리 부분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바닥에 떨어뜨려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피고인 A 씨는 항소심 공판 최종 변론에서 서툰 한국말로 "아기에게 너무 잘못했다"며 "집에 다시 돌아가면 열심히 살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극히 중대한 범죄이면서 동시에 '극단의 아동학대 관련 범죄'라고 규정하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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