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3년째인데 직불금은 신청도 못해…“신청 기준 불합리”

입력 2022.03.28 (09:38) 수정 2022.03.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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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올해로 공익직불제 시행 3년째
'과거 직불금 수령 이력' 없으면 신청 불가
"사각지대 놓인 실경작자 구제해야"

농림축산식품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공익직불제’농림축산식품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공익직불제’

공익형직불제가 2020년 제도 개편 이후 올해로 3년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지급 요건을 '기존 직불금 수령 이력이 있는 농지'로 제한하면서, 일부 농민들이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실제 농사를 짓고도 수혜 대상에 제외되지 않도록 서둘러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쌀·밭·조건불리 직불제→2020년 '공익직불제' 통합

농림축산식품부 ‘공익직불제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농림축산식품부 ‘공익직불제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공익형직불제는 농업활동을 통해 식품안전과 환경보전, 농촌 유지 등 공익을 창출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기존 쌀·밭·조건불리 직불제를 2020년 통합했습니다.

쌀 중심의 농정 패러다임을 바꾸고, 논과 밭 작물 간의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밭이나 조건불리 직불금의 단가가 논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평균 2배 정도입니다.

작물에 상관없이 면적을 구간별로 나누눠 1㏊당 100만 원~205만 원을 지급합니다.

중·소규모 농가에 대한 지원도 생겼습니다.

농지면적이 5,000㎡ 이하인 소규모 농가에게는 면적에 관계없이 1년에 120만 원을 주는 소농 직불금입니다.


공익직불금 시행 첫 해인 2020년에는 121만 9,000여 농가와 농업인에게 2조 3,564억 원이 지급됐습니다.

직불금 수령 농지면적은 112만 8,000㏊로, 전체 농지면적의 72%에 해당합니다.

제도 개편 직전인 2019년 기준 쌀과 밭, 조건불리 직불로 지급된 금액이 1조 2,356억 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농가 당 직불금도 2019년 평균 109만 원에서 2020년 203만 원으로, 8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2017~2019년 직불금 못 받았으면 신청 못해"

정부는 공익직불제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기존 직불제의 지급대상에 일부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우선, 기존 조건은 쌀 직불의 경우 1998~2000년 동안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입니다.

밭 직불은 2012년~2014년 사이 밭농업에 이용된 농지이고, 조건불리 직불은 2003년∼2005년 농업에 이용된 조건불리지역에 있는 농지 등입니다.

문제는 새롭게 추가된 지급 조건입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동안 1회 이상 직불금을 받은 농지'로 한정했습니다.

‘2017~2019년 지급실적 있는 농지’여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2020 공익직불제 따라잡기’ 교육영상 화면.‘2017~2019년 지급실적 있는 농지’여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2020 공익직불제 따라잡기’ 교육영상 화면.

이 때문에 제도가 개편되기 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어도 당시 '10만 원도 안 되는 조건불리 직불금을 안 받고 말지'라는 생각에 직불금 신청을 아예 안했거나, 제도를 잘 몰라서 지나쳤던 농가들은 앞으로도 돈을 계속 못 받게 된 겁니다.

신규 농업인과 귀농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신규 농업인이라도 운좋게 해당기간 직불금을 수령한 농지를 구입했다면, 직불금 신청 자격을 얻게 돼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강원도 홍천에서 40,000㎡ 땅에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찬대씨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직불금 신청을 거절당했다며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농자재 구매와 농산물 판매 등 영농 증명은 충분한데, 그동안 농지에서 직불금을 받지 않았다고 배제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는 청년농업인 육성과 농촌유입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해놓고 기본적인 농업 직불금에 진입장벽을 만들어 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익직불제 신청을 받는 각 시군별 농정과 직원들도 "밭농업을 주로 하는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라며 "이 같은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찬대 씨는 2020년 신규농업인으로, 공익직불금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강원도 홍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찬대 씨는 2020년 신규농업인으로, 공익직불금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 정부 "한정된 예산에 불가피"…사각지대 실태조사

농림축산식품부는 ' 기존 제도와 연속성', ' 부작용 방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기존 쌀 직불제 또한 1998~2000년 3년간 논 농업에 이용한 농지로 제한했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 허용보조 요건(일정시점 3년)에 활용한 농지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점과 기준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농업에 신규로 활용하는 농지가 무분별하게 늘어 농산물 과잉생산을 유발할 수 있고, 부적격 농민까지 직불금을 받는 일이 발생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7년과 2019년 사이 불가피한 이유로 직불금을 받지 못한 농민들이 전국에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법 개정 등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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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사 3년째인데 직불금은 신청도 못해…“신청 기준 불합리”
    • 입력 2022-03-28 09:38:31
    • 수정2022-03-28 09:40:20
    취재K
올해로 공익직불제 시행 3년째<br />'과거 직불금 수령 이력' 없으면 신청 불가<br />"사각지대 놓인 실경작자 구제해야"
농림축산식품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공익직불제’
공익형직불제가 2020년 제도 개편 이후 올해로 3년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지급 요건을 '기존 직불금 수령 이력이 있는 농지'로 제한하면서, 일부 농민들이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실제 농사를 짓고도 수혜 대상에 제외되지 않도록 서둘러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쌀·밭·조건불리 직불제→2020년 '공익직불제' 통합

농림축산식품부 ‘공익직불제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공익형직불제는 농업활동을 통해 식품안전과 환경보전, 농촌 유지 등 공익을 창출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기존 쌀·밭·조건불리 직불제를 2020년 통합했습니다.

쌀 중심의 농정 패러다임을 바꾸고, 논과 밭 작물 간의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밭이나 조건불리 직불금의 단가가 논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평균 2배 정도입니다.

작물에 상관없이 면적을 구간별로 나누눠 1㏊당 100만 원~205만 원을 지급합니다.

중·소규모 농가에 대한 지원도 생겼습니다.

농지면적이 5,000㎡ 이하인 소규모 농가에게는 면적에 관계없이 1년에 120만 원을 주는 소농 직불금입니다.


공익직불금 시행 첫 해인 2020년에는 121만 9,000여 농가와 농업인에게 2조 3,564억 원이 지급됐습니다.

직불금 수령 농지면적은 112만 8,000㏊로, 전체 농지면적의 72%에 해당합니다.

제도 개편 직전인 2019년 기준 쌀과 밭, 조건불리 직불로 지급된 금액이 1조 2,356억 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농가 당 직불금도 2019년 평균 109만 원에서 2020년 203만 원으로, 8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2017~2019년 직불금 못 받았으면 신청 못해"

정부는 공익직불제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기존 직불제의 지급대상에 일부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우선, 기존 조건은 쌀 직불의 경우 1998~2000년 동안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입니다.

밭 직불은 2012년~2014년 사이 밭농업에 이용된 농지이고, 조건불리 직불은 2003년∼2005년 농업에 이용된 조건불리지역에 있는 농지 등입니다.

문제는 새롭게 추가된 지급 조건입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동안 1회 이상 직불금을 받은 농지'로 한정했습니다.

‘2017~2019년 지급실적 있는 농지’여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2020 공익직불제 따라잡기’ 교육영상 화면.
이 때문에 제도가 개편되기 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어도 당시 '10만 원도 안 되는 조건불리 직불금을 안 받고 말지'라는 생각에 직불금 신청을 아예 안했거나, 제도를 잘 몰라서 지나쳤던 농가들은 앞으로도 돈을 계속 못 받게 된 겁니다.

신규 농업인과 귀농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신규 농업인이라도 운좋게 해당기간 직불금을 수령한 농지를 구입했다면, 직불금 신청 자격을 얻게 돼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강원도 홍천에서 40,000㎡ 땅에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찬대씨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직불금 신청을 거절당했다며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농자재 구매와 농산물 판매 등 영농 증명은 충분한데, 그동안 농지에서 직불금을 받지 않았다고 배제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는 청년농업인 육성과 농촌유입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해놓고 기본적인 농업 직불금에 진입장벽을 만들어 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익직불제 신청을 받는 각 시군별 농정과 직원들도 "밭농업을 주로 하는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라며 "이 같은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찬대 씨는 2020년 신규농업인으로, 공익직불금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 정부 "한정된 예산에 불가피"…사각지대 실태조사

농림축산식품부는 ' 기존 제도와 연속성', ' 부작용 방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기존 쌀 직불제 또한 1998~2000년 3년간 논 농업에 이용한 농지로 제한했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 허용보조 요건(일정시점 3년)에 활용한 농지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점과 기준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농업에 신규로 활용하는 농지가 무분별하게 늘어 농산물 과잉생산을 유발할 수 있고, 부적격 농민까지 직불금을 받는 일이 발생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7년과 2019년 사이 불가피한 이유로 직불금을 받지 못한 농민들이 전국에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법 개정 등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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