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하람이,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입력 2022.03.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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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생 하람이는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애교가 많고, 긍정적인 아이였다고 합니다. 부모가 퇴근 뒤 집에 오면 "엄마, 아빠 사랑해!"라고 외치며 안기는 살가운 아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동굴 탐험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부모는 말했습니다.

그런 하람이가 갑작스레 감기를 동반한 경련으로 쓰러진 건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이었습니다. 좋아했던 동굴 여행을 앞두고 쓰러진 하람이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석 달 가까이 치료를 받다 지난 16일 숨졌습니다.

만 9살의 짧은 생이었습니다. 슬픔에 젖어있던 가족들은 하람 군의 심장과 간, 양측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람이 장기 기증으로 4명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람이 아버지 차태경 씨는 "재주가 많던 하람이의 꿈이 이뤄지진 못했지만, 장기 기증을 통해 우리 아이의 못다 핀 꿈을 이뤄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 기증자·수혜자 알 수 없지만…"서신교환 프로그램 운영 중"

하람 군의 부모는 기증을 결심한 배경으로 "누군가의 몸속에서 하람이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위안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면서, 하람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 소식이 궁금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기증자와 수혜자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기증자가 의료기관에 기증 의사를 전하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직원이 병원으로 가, 수술과정과 예우를 담당하고,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서 순위에 따라 기증자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직접 만날 수 없는 대신,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신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증원 측은 "슬픔 속에 이런 결정을 내린 하람이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며 서신교환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해 장기 기증자 442명…0~9세 기증자는 5명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뇌사 장기를 기증한 사람의 수는 매년 4백에서 5백 명 안팎입니다. 지난해 장기 기증자 수는 442명이었는데, 이 중에는 0살에서 9살 사이 기증자도 5명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 장기 기증자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이나 정진석 추기경, 탤런트 김성민 씨 등 유명 인사의 장기 기증이 사회적으로 알려질 때 기증자도 함께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람이 부모는 하람이의 장기 기증 사례가 알려져, 우리 사회의 장기기증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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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살 하람이,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 입력 2022-03-28 18:11:20
    취재K

2012년생 하람이는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애교가 많고, 긍정적인 아이였다고 합니다. 부모가 퇴근 뒤 집에 오면 "엄마, 아빠 사랑해!"라고 외치며 안기는 살가운 아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동굴 탐험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부모는 말했습니다.

그런 하람이가 갑작스레 감기를 동반한 경련으로 쓰러진 건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이었습니다. 좋아했던 동굴 여행을 앞두고 쓰러진 하람이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석 달 가까이 치료를 받다 지난 16일 숨졌습니다.

만 9살의 짧은 생이었습니다. 슬픔에 젖어있던 가족들은 하람 군의 심장과 간, 양측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람이 장기 기증으로 4명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람이 아버지 차태경 씨는 "재주가 많던 하람이의 꿈이 이뤄지진 못했지만, 장기 기증을 통해 우리 아이의 못다 핀 꿈을 이뤄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 기증자·수혜자 알 수 없지만…"서신교환 프로그램 운영 중"

하람 군의 부모는 기증을 결심한 배경으로 "누군가의 몸속에서 하람이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위안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면서, 하람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 소식이 궁금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기증자와 수혜자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기증자가 의료기관에 기증 의사를 전하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직원이 병원으로 가, 수술과정과 예우를 담당하고,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서 순위에 따라 기증자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직접 만날 수 없는 대신,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신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증원 측은 "슬픔 속에 이런 결정을 내린 하람이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며 서신교환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해 장기 기증자 442명…0~9세 기증자는 5명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뇌사 장기를 기증한 사람의 수는 매년 4백에서 5백 명 안팎입니다. 지난해 장기 기증자 수는 442명이었는데, 이 중에는 0살에서 9살 사이 기증자도 5명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 장기 기증자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이나 정진석 추기경, 탤런트 김성민 씨 등 유명 인사의 장기 기증이 사회적으로 알려질 때 기증자도 함께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람이 부모는 하람이의 장기 기증 사례가 알려져, 우리 사회의 장기기증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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