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쟁점은?

입력 2022.03.28 (20:24) 수정 2022.03.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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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주에 이어 2공항 이야기를 이어가보죠.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이 쉽지 않은 이유를 알아보겠다고 예고해드렸죠?

[기자]

지난 시간에 2공항 조속 착공이 대통령 당선인 공약임에도 바로 착공을 하기엔 여러 변수가 있다.

특히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앵커]

그랬죠.

7월 1일 새 제주도정 출범 직전에 보완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한 용역 결과가 공개된다고 했는데, 연구진이 현재 보완가능성을 검토중일텐데, 어떤 사안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나요?

[기자]

그동안 KBS뉴스를 유심히 본 분이라면 익숙하실 겁니다.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새, 조류와 관련된 내용인데요.

항공기와의 충돌 영향, 그리고 조류 서식지 보전 대책에 관한 검토입니다.

둘째는, 항공기 소음 영향과 관련해 재평가를 하라는 주문이구요.

셋째, 법정보호종, 넷째, 숨골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앵커]

익숙한 내용들이긴 한데요.

쟁점들을 하나씩 살펴보죠.

조류 문제가 맨 처음이네요?

[기자]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을 내린 환경부 문서와, 이 결정의 근거가 된 국가 환경 전문기관 5곳의 자문 의견서를 토대로 했다는 점, 먼저 밝혀드립니다.

그 전문기관들은 한국환경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한국환경공단 등입니다.

조류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요.

첫째, 항공 비행 안전을 담보하면서 조류와 그 서식지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

둘째, 조류 이동성 조사 결과의 타당성이 미흡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기관 의견을 반영한 건데, 그 근거가 된 문서를 확인해보니 강도는 더 강했습니다.

공항 예정지와 인근에 130여 종의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기존 공항에서 충돌기록이 있는 매와 갈매기류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충돌 위험 수준이 높고 심각도 또한 매우 높은 법정보호종과 중대형 조류가 있어 항공기-조류 충돌지역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 조류들이 100미터 이상 고도로 이동하거나 선회할 수 있는데도, 그런 자료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국토부는 새들이 높게 날지 않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과 동선이 겹치지 않아 문제 없다고 보는 반면, 환경전문기관들은 새들이 100미터 이상 높게 날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한 연구기관은 심지어 법정보호종의 서식 공간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과제와 공항 운영에 따른 안전활동이 서로 충돌한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했습니다.

[앵커]

공항을 운영하려면 조류를 내쫓아야 하는데 동시에 법정보호종을 보호해야 한다.

정반대 가치가 충돌한다는 얘기네요?

[기자]

핵심을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거기에 조류 충돌 가능성까지 높다는 지적인데요.

공항을 짓기 전에 충돌 위험성을 평가하는 목적은 대안지역을 찾거나 대상지 내에서 위험성이 낮은 곳을 찾으려는 건데, 대상지를 이미 정해놓고 분석하고 있으니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맞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히 현지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구좌 하도리, 성산 오조리 등의 유명한 철새도래지 말고도 공항 주변, 특히 이착륙을 하는 방향에서 철새들을 꽤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그래픽에서 보듯이 크게 표시한 철새도래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거론한 곳이지만, 이곳 말고도 곳곳에서 조류 서식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새들을 항공기 이동 경로에 있는 상공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 용역진이 꼭 검증해야 할 부분입니다.

[앵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소음 문제도 알아보죠.

환경부는 어떤 이유로 반려 결정을 한 겁니까?

[기자]

소음과 관련해서도 환경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반려했는데요.

첫째, 이착륙 방향과 저소음 항공기 도입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악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둘째, 입력자료와 예측 결과에 다수 오류가 나타나고, 검증 역시 미흡해 소음 예측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전문기관들이 지적한 자료 오류는 한 두 가지가 아닌데요.

예를 들어 기존 제주공항의 소음 영향 면적이 23㎢가 넘는 반면, 더 큰 면적의 2공항에서는 5㎢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 운행 실적도 없는 저소음 항공기를 33%나 적용했다는 점 등입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남쪽 바다 방향으로 80%를 이륙하겠다는 국토부 계획인데요.

한 전문기관은 이에 대해 예정지 주변의 주된 바람 방향이 북서풍인데다 지리적 특성상 돌풍이 불어 안전 때문에 남쪽으로 이착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바람 영향 탓에 남쪽보다는 북쪽으로 이착륙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고, 이 경우 소음 피해 면적이 더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앵커]

북쪽이라면 성산과 구좌방향이 될 텐데,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지 않습니까?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되겠네요.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 법정보호종에 관해서도 환경부가 문제를 제기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환경부의 세 번째 반려 사유인데요.

맹꽁이, 휘파람새 등의 서식지로 확인됐음에도, 보전 필요성과 개발에 따른 영향 예측, 안정적 이주 가능성에 대한 대안 마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눈에 띄는 법정보호종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동안 언론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던 남방큰돌고래입니다.

환경부는 남방큰돌고래 관점에서 소음 영향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재검토를 주문했습니다.

성산 앞바다에 무슨 돌고래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남방큰돌고래는 해안가에서 1킬로미터 안팎의 제주 연안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야생으로 돌아간 그 유명한 제돌이, 복순이 역시 2009년 성산 신풍리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됐죠.

과거 퍼시픽랜드에서 사들인 제주남방큰돌고래 27마리 가운데 6마리가 신풍, 신산, 신양 등 성산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 일대 역시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로 확인됩니다.

[앵커]

항공기 소음은 바다 수면 뿐만 아니라 수중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이긴 하죠.

마지막 반려사유는 숨골입니다.

사업 예정지 주변에 많은 숨골이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국토부가 처음 내놓은 초안에 8개밖에 없다고 제시했다가 시민단체들의 현장 조사에서 수십개가 추가로 쏟아지면서 부실조사 논란이 커졌죠.

환경부는 다수의 숨골을 확인했음에도 이에 대한 보전가치 여부를 국토부에서 제시하지 않았다며 반려했는데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의미가 있을 정도로 높은 빈도의 숨골이 분포하는지를 파악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왜냐하면 숨골 분포가 타 지역보다 많다면 사업지구를 투수성 지질구조로 봐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숨골은 제주 지하수를 만드는 원천 아닙니까.

단순히 지하수 함량 감소를 예측하는데 그칠게 아니라 감소량에 대한 보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 판단입니다.

[앵커]

동굴과 관련한 논란도 많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어떤 의견을 냈나요?

[기자]

환경부는 반려 사유에 숨골만 언급 하고 동굴에 대해서는 별도로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기관 사이에서도 동굴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한 연구기관은 숨골과 동굴과의 연계성에 대한 판단이 재조사에서도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한 반면, 다른 연구기관 두 곳에선 재조사가 충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지 않았기에 입지타당성 검토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기관들 모두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앵커]

환경부 반려 사유를 들어보니, 이를 보완하는게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KBS는 2공항 반대하는 언론사 아니야?

그래서 보완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 아니야?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기자]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KBS의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환경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의 공식 의견을 토대로 했다는 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이득을 볼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마련이죠.

때문에 민주사회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할 수 있습니다.

찬반 의견을 내는 것은 시민의 권리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언론은 찬성 반대라는 '입장'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가져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언론은 주장하는 사람, 특히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국토부가 국민 세금으로 수조 원 사업을 하고 싶다면 더욱 철저한 검증을 받는 게 맞습니다.

그 검증 보도로 2공항에 반대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해도 그건 언론의 존재 이유 때문에 빚어진 결과일 뿐입니다.

그런 오해와 비판이 두렵다고 해서 검증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언론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찬성반대가 팽팽하다면 결정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 걸까요?

[기자]

결론은 민주주의, 자치 정신일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은 대통령이나 공무원이 행사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이 맞다면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스스로 통치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게 사회죠.

그리고 그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사실에 근거해서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앵커]

네, 2공항이 바로 그런 뜨겁고 민감한 사안인만큼 성숙한 민주시민인 제주도민들이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내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돋보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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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돋보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쟁점은?
    • 입력 2022-03-28 20:23:59
    • 수정2022-03-28 20:42:56
    뉴스7(제주)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주에 이어 2공항 이야기를 이어가보죠.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이 쉽지 않은 이유를 알아보겠다고 예고해드렸죠?

[기자]

지난 시간에 2공항 조속 착공이 대통령 당선인 공약임에도 바로 착공을 하기엔 여러 변수가 있다.

특히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앵커]

그랬죠.

7월 1일 새 제주도정 출범 직전에 보완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한 용역 결과가 공개된다고 했는데, 연구진이 현재 보완가능성을 검토중일텐데, 어떤 사안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나요?

[기자]

그동안 KBS뉴스를 유심히 본 분이라면 익숙하실 겁니다.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새, 조류와 관련된 내용인데요.

항공기와의 충돌 영향, 그리고 조류 서식지 보전 대책에 관한 검토입니다.

둘째는, 항공기 소음 영향과 관련해 재평가를 하라는 주문이구요.

셋째, 법정보호종, 넷째, 숨골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앵커]

익숙한 내용들이긴 한데요.

쟁점들을 하나씩 살펴보죠.

조류 문제가 맨 처음이네요?

[기자]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을 내린 환경부 문서와, 이 결정의 근거가 된 국가 환경 전문기관 5곳의 자문 의견서를 토대로 했다는 점, 먼저 밝혀드립니다.

그 전문기관들은 한국환경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한국환경공단 등입니다.

조류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요.

첫째, 항공 비행 안전을 담보하면서 조류와 그 서식지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

둘째, 조류 이동성 조사 결과의 타당성이 미흡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기관 의견을 반영한 건데, 그 근거가 된 문서를 확인해보니 강도는 더 강했습니다.

공항 예정지와 인근에 130여 종의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기존 공항에서 충돌기록이 있는 매와 갈매기류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충돌 위험 수준이 높고 심각도 또한 매우 높은 법정보호종과 중대형 조류가 있어 항공기-조류 충돌지역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 조류들이 100미터 이상 고도로 이동하거나 선회할 수 있는데도, 그런 자료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국토부는 새들이 높게 날지 않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과 동선이 겹치지 않아 문제 없다고 보는 반면, 환경전문기관들은 새들이 100미터 이상 높게 날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한 연구기관은 심지어 법정보호종의 서식 공간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과제와 공항 운영에 따른 안전활동이 서로 충돌한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했습니다.

[앵커]

공항을 운영하려면 조류를 내쫓아야 하는데 동시에 법정보호종을 보호해야 한다.

정반대 가치가 충돌한다는 얘기네요?

[기자]

핵심을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거기에 조류 충돌 가능성까지 높다는 지적인데요.

공항을 짓기 전에 충돌 위험성을 평가하는 목적은 대안지역을 찾거나 대상지 내에서 위험성이 낮은 곳을 찾으려는 건데, 대상지를 이미 정해놓고 분석하고 있으니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맞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히 현지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구좌 하도리, 성산 오조리 등의 유명한 철새도래지 말고도 공항 주변, 특히 이착륙을 하는 방향에서 철새들을 꽤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그래픽에서 보듯이 크게 표시한 철새도래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거론한 곳이지만, 이곳 말고도 곳곳에서 조류 서식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새들을 항공기 이동 경로에 있는 상공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 용역진이 꼭 검증해야 할 부분입니다.

[앵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소음 문제도 알아보죠.

환경부는 어떤 이유로 반려 결정을 한 겁니까?

[기자]

소음과 관련해서도 환경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반려했는데요.

첫째, 이착륙 방향과 저소음 항공기 도입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악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둘째, 입력자료와 예측 결과에 다수 오류가 나타나고, 검증 역시 미흡해 소음 예측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전문기관들이 지적한 자료 오류는 한 두 가지가 아닌데요.

예를 들어 기존 제주공항의 소음 영향 면적이 23㎢가 넘는 반면, 더 큰 면적의 2공항에서는 5㎢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 운행 실적도 없는 저소음 항공기를 33%나 적용했다는 점 등입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남쪽 바다 방향으로 80%를 이륙하겠다는 국토부 계획인데요.

한 전문기관은 이에 대해 예정지 주변의 주된 바람 방향이 북서풍인데다 지리적 특성상 돌풍이 불어 안전 때문에 남쪽으로 이착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바람 영향 탓에 남쪽보다는 북쪽으로 이착륙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고, 이 경우 소음 피해 면적이 더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앵커]

북쪽이라면 성산과 구좌방향이 될 텐데,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지 않습니까?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되겠네요.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 법정보호종에 관해서도 환경부가 문제를 제기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환경부의 세 번째 반려 사유인데요.

맹꽁이, 휘파람새 등의 서식지로 확인됐음에도, 보전 필요성과 개발에 따른 영향 예측, 안정적 이주 가능성에 대한 대안 마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눈에 띄는 법정보호종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동안 언론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던 남방큰돌고래입니다.

환경부는 남방큰돌고래 관점에서 소음 영향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재검토를 주문했습니다.

성산 앞바다에 무슨 돌고래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남방큰돌고래는 해안가에서 1킬로미터 안팎의 제주 연안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야생으로 돌아간 그 유명한 제돌이, 복순이 역시 2009년 성산 신풍리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됐죠.

과거 퍼시픽랜드에서 사들인 제주남방큰돌고래 27마리 가운데 6마리가 신풍, 신산, 신양 등 성산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 일대 역시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로 확인됩니다.

[앵커]

항공기 소음은 바다 수면 뿐만 아니라 수중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이긴 하죠.

마지막 반려사유는 숨골입니다.

사업 예정지 주변에 많은 숨골이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국토부가 처음 내놓은 초안에 8개밖에 없다고 제시했다가 시민단체들의 현장 조사에서 수십개가 추가로 쏟아지면서 부실조사 논란이 커졌죠.

환경부는 다수의 숨골을 확인했음에도 이에 대한 보전가치 여부를 국토부에서 제시하지 않았다며 반려했는데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의미가 있을 정도로 높은 빈도의 숨골이 분포하는지를 파악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왜냐하면 숨골 분포가 타 지역보다 많다면 사업지구를 투수성 지질구조로 봐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숨골은 제주 지하수를 만드는 원천 아닙니까.

단순히 지하수 함량 감소를 예측하는데 그칠게 아니라 감소량에 대한 보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 판단입니다.

[앵커]

동굴과 관련한 논란도 많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어떤 의견을 냈나요?

[기자]

환경부는 반려 사유에 숨골만 언급 하고 동굴에 대해서는 별도로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기관 사이에서도 동굴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한 연구기관은 숨골과 동굴과의 연계성에 대한 판단이 재조사에서도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한 반면, 다른 연구기관 두 곳에선 재조사가 충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지 않았기에 입지타당성 검토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기관들 모두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앵커]

환경부 반려 사유를 들어보니, 이를 보완하는게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KBS는 2공항 반대하는 언론사 아니야?

그래서 보완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 아니야?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기자]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KBS의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환경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의 공식 의견을 토대로 했다는 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이득을 볼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마련이죠.

때문에 민주사회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할 수 있습니다.

찬반 의견을 내는 것은 시민의 권리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언론은 찬성 반대라는 '입장'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가져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언론은 주장하는 사람, 특히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국토부가 국민 세금으로 수조 원 사업을 하고 싶다면 더욱 철저한 검증을 받는 게 맞습니다.

그 검증 보도로 2공항에 반대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해도 그건 언론의 존재 이유 때문에 빚어진 결과일 뿐입니다.

그런 오해와 비판이 두렵다고 해서 검증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언론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찬성반대가 팽팽하다면 결정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 걸까요?

[기자]

결론은 민주주의, 자치 정신일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은 대통령이나 공무원이 행사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이 맞다면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스스로 통치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게 사회죠.

그리고 그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사실에 근거해서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앵커]

네, 2공항이 바로 그런 뜨겁고 민감한 사안인만큼 성숙한 민주시민인 제주도민들이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내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돋보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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