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자신의 부처에서 통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은 지식경제부로 이관됐고 외교통상부는 외교부로, 지식경제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됐습니다.
외교부는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통상 교섭권은 외교부에 있어야 국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산업부는 산업계와 긴밀하게 연계된 통상 정책을 펴려면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29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백브리핑을 자청했습니다.
최근 산업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무역협회 개최 행사와 산업부 차관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산업연합포럼 설문을 통해 산업부에 유리한 내용이 언론에 부각되자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 "외교부 비판 기사 많아 브리핑 자청"
이 고위 당국자는 백브리핑을 자청한 배경에 대해 "저희를 비판하거나 씹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상당수 내용들이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해 드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 언론에 실린 오늘자 기고문에서 통상 기능의 산업부 존치를 주장하며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 뿐이다'를 언급하며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정부 수립 후 75년의 시간 동안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았던 기간은 단 9년 뿐이라고 바뀌어야 옳은 문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최근 산업부의 통상 업무 유지 필요성을 담은 언론 보도에 대해 "상당수가 근거 없거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통상은 산업간 이해 조정이 핵심…산업부엔 제조업 뿐"
이 당국자는 '산업을 잘 알아야 통상을 잘 할 수 있다'는 산업부의 핵심 주장도 정면 반박했습니다.
그는 "통상의 가장 기본 기능은 각 부처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능"이라며, "산업부가 담당하는 산업은 일부 제조업 등 극히 일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FTA 협상을 예로 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농업 등 각 분야 이해관계를 황금비율로 조정해 상대 국가와의 균형 있는 협상 결과가 나오게 하는 게 대외 통상의 핵심"이지만, 최근 이같은 통상 협상을 할 때 우리 제조업의 비중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농업 부문이 아직 관세가 많고 약한 쪽"이라면서 "과연 제조업 담당 부처(산업부)가 이렇게 민감한 농업이나 수산업 분야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 "통상기능 절실…팔·다리 묶인 채 경주해야 하는 상황"
이 고위 당국자는 통상 기능 이관을 둘러싼 논란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와 경쟁하는 세종시에 있는 부처에서는 이게 밥그릇 싸움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산업부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저희는 그런 조직을 당겨오기 위해 협상하는 게 아니다"라며 "실장 몇 개, 국장 몇 개, 사무관 몇 명 문제가 아니고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난 9년간 통상업무가 없어 보니까 너무 힘들다. 저희는 되게 절실하다"면서 "정부조직법에 통상 및 통상교섭 업무가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저희가 할 수 없는 업무가 너무 많고 팔과 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경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통상 기능 이관과 관련해 "어느 부처로 가면 귀하게 여김을 받고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을 할 것이냐 쪽으로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어느 쪽에서는 왜 계속 (통상 업무를) 등한시 하다가 5년마다 조직 개편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옥동자로 대접을 받는지, (통상 업무가) 외교부에 있을 때는 왜 외교부의 엘리트 직원들이 이 업무를 하겠다고 몰려들었는지 그 점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도 논의됐던 통상조직 이관이 산업부 장관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해 요직에 있던 산업부 전직 관리들을 통한 로비로 무산됐다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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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의 작심 호소…“통상 없어 팔·다리 묶인 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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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3-29 17:54:00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자신의 부처에서 통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은 지식경제부로 이관됐고 외교통상부는 외교부로, 지식경제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됐습니다.
외교부는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통상 교섭권은 외교부에 있어야 국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산업부는 산업계와 긴밀하게 연계된 통상 정책을 펴려면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29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백브리핑을 자청했습니다.
최근 산업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무역협회 개최 행사와 산업부 차관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산업연합포럼 설문을 통해 산업부에 유리한 내용이 언론에 부각되자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 "외교부 비판 기사 많아 브리핑 자청"
이 고위 당국자는 백브리핑을 자청한 배경에 대해 "저희를 비판하거나 씹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상당수 내용들이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해 드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 언론에 실린 오늘자 기고문에서 통상 기능의 산업부 존치를 주장하며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 뿐이다'를 언급하며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정부 수립 후 75년의 시간 동안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았던 기간은 단 9년 뿐이라고 바뀌어야 옳은 문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최근 산업부의 통상 업무 유지 필요성을 담은 언론 보도에 대해 "상당수가 근거 없거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통상은 산업간 이해 조정이 핵심…산업부엔 제조업 뿐"
이 당국자는 '산업을 잘 알아야 통상을 잘 할 수 있다'는 산업부의 핵심 주장도 정면 반박했습니다.
그는 "통상의 가장 기본 기능은 각 부처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능"이라며, "산업부가 담당하는 산업은 일부 제조업 등 극히 일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FTA 협상을 예로 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농업 등 각 분야 이해관계를 황금비율로 조정해 상대 국가와의 균형 있는 협상 결과가 나오게 하는 게 대외 통상의 핵심"이지만, 최근 이같은 통상 협상을 할 때 우리 제조업의 비중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농업 부문이 아직 관세가 많고 약한 쪽"이라면서 "과연 제조업 담당 부처(산업부)가 이렇게 민감한 농업이나 수산업 분야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 "통상기능 절실…팔·다리 묶인 채 경주해야 하는 상황"
이 고위 당국자는 통상 기능 이관을 둘러싼 논란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와 경쟁하는 세종시에 있는 부처에서는 이게 밥그릇 싸움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산업부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저희는 그런 조직을 당겨오기 위해 협상하는 게 아니다"라며 "실장 몇 개, 국장 몇 개, 사무관 몇 명 문제가 아니고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난 9년간 통상업무가 없어 보니까 너무 힘들다. 저희는 되게 절실하다"면서 "정부조직법에 통상 및 통상교섭 업무가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저희가 할 수 없는 업무가 너무 많고 팔과 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경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통상 기능 이관과 관련해 "어느 부처로 가면 귀하게 여김을 받고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을 할 것이냐 쪽으로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어느 쪽에서는 왜 계속 (통상 업무를) 등한시 하다가 5년마다 조직 개편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옥동자로 대접을 받는지, (통상 업무가) 외교부에 있을 때는 왜 외교부의 엘리트 직원들이 이 업무를 하겠다고 몰려들었는지 그 점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도 논의됐던 통상조직 이관이 산업부 장관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해 요직에 있던 산업부 전직 관리들을 통한 로비로 무산됐다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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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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