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쏜 건 “화성-?호”…기만인가? 진보인가?

입력 2022.03.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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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북한이 쏜 건 화성-15형"…근거는?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쏜 그 어떤 미사일보다 멀리, 높이 날았습니다. 다음날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을 등장시켜 한껏 멋을 부린 영상으로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술적 진보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발사 직후부터 화성-17형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2017년 11월에 발사했던 화성-15형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같은 판단은 어제(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비공개로 보고됐습니다.

모든 미사일은 각각의 비행 특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 외형으로 무게를 추정합니다. 추진력 등 엔진 성능도 알고 있습니다.

한미 두나라는 각종 정보 자산으로 미사일의 비행 제원을 초 단위로 파악합니다. 무게 발사 후 몇 초 만에 어느 높이에서 어떤 속도로 비행했는지, 가속도와 단 분리 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화성-15형의 비행 특성을 보였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의 그림자 방향과 길이도 살폈습니다. 당시 태양의 위치 등으로 볼 때 미사일이 발사된 오후 2시 33분이 아니라 오전에 촬영됐다는 겁니다.

24일 미사일을 발사한 평양 순안은 구름으로 덮혀 있지만,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는 하늘은 맑게 보입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 속 맑은 하늘로 날아가는 미사일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 속 맑은 하늘로 날아가는 미사일

3월 16일에 화성-17형을 발사했다가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는 점도 근거입니다.

로켓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발사에 실패하면 미사일에서 신호를 보내는 장치인 텔레메트리 데이터 분석부터 시작해 설계 데이터를 검토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만 두세 달이 걸리고, 수정 보완하는 데도 몇 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합니다.

한 번 발사에 수백억이 드는 미사일을 놓고 결함을 완전히 보완하지 못한 채 쏘는 건 너무 큰 부담이자 낭비라는 것입니다.

미국도 우리 군의 이러한 분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7형보다 조금 작고 더 오래된 모델인 화성-15형의 개조된 버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 어떻게 탐지했나?

군은 미사일의 비행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하진 않고 있습니다. 군사기밀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다만 예비역 군인과 전문가들은 위성과 정찰기, 레이더가 수집한 정보를 종합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우리 정부로부터 분석을 의뢰받기도 하는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동향이 있을 때 미국은 군사용 정찰 위성뿐만 아니라 상용 회사 위성 회사에게도 비용을 내고 발사 지점을 집중 촬영한다"고 합니다.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가 보이면 미국은 일본에서 한반도를 향해 정찰기를 보냅니다. 실제로 이달엔 RC-135S '코브라볼'이 북한이 미사일을 날려 보내는 동해 상공을, RC-135V '리벳조인트'가 서해 일대와 수도권·강원도 상공을 비행하는 궤적이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장 교수는 미국 정찰기가 북한 미사일이 비행하며 북한에 보내는 텔레메트리 신호를 수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공군은 미사일을 추적하는 그린파인레이더를 운용하고 있고 글로벌호크 무인 정찰기도 임무 수행 중입니다. 글로벌호크는 북한 영공에 진입하지 않고도 북한 전역을 인공위성급으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해군 이지스함에도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가 있습니다. 실제 우리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111분 뒤 동해에서 대응 사격 훈련을 했는데, 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지스함에서 함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영상대로라면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때 우리 이지스함이 동해에서 작전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 '영상 짜깁기' 기만술…의도는?

실제로 발사 다음 날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서로 다른 날 촬영된 영상을 짜깁기 편집한 흔적이 있습니다. 한미가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왜 그랬을까요?

우리 군은 3월 16일에 발사한 화성-17형이 고도 20km 미만에서 공중 폭발하는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했기 때문에 유언비어가 퍼지는 걸 막으려면 시급하게 성공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종의 체제 유지술입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지난 16일 발사한 화성-17형이 폭파하면서 파편이 논 등에 떨어졌다"고 보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만이 성공한다면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한층 진보했음을 과시할 수 있고, 대남·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 "혁명적 대경사의 해" 걸맞는 업적 필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기만술을 펴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조작을 해서 얻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도 했습니다.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태양절을 '혁명적 대경사'로 선포한 북한으로선 그에 맞는 업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화성-15형은 2018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도구로 이미 써먹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 더 강력한 ICBM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과 이동식 발사차량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과 이동식 발사차량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했다고 공개한 화성-17형과  이동식 발사차량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했다고 공개한 화성-17형과 이동식 발사차량

2년 전 북한이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을 공개했던 방식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과시하고 싶은 무기, 위력이 센 무기를 뒤에 공개합니다. 이날 열병식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왔던 게 화성-17형입니다. 최초 공개였습니다.

이 미사일이 광장을 지날 때 화면은 유난히 역동적이었고, 배경 음악은 장엄하고 웅장했습니다. 인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자랑해 놨으니 이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겁니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이 처음 등장한 모습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이 처음 등장한 모습

■ 위험 부담 감수…과감해진 선전·선동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이같은 기만술을 펴는데 큰 위험 부담을 안았다고 봤습니다.

최고 존엄인 김정인이 나서는 '1호 행사'를 거짓으로 했다는 건데, 미사일 개발과 발사에 동원된 인력,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까지 공모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통제사회라 하더라도 김정은이 친필 명령서를 통해 직접 지시한 게 거짓이었다는 것이 퍼지면 체제에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화성-17형 발사 명령서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화성-17형 발사 명령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만술을 감행했다면 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 선동이 한층 과감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수해 현장을 방문할 때 직접 운전을 하거나, 나무 심기 행사에서 허리를 굽혀 삽질을 하는 등 이전의 북한 지도자들에 비해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 부각을 시도하곤 합니다.

2년 전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선 주민들에게 재난을 이겨내자고 호소하며 (최고 존엄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탄도미사일 발사 다음 날 공개한 영상의 김정은 위원장조선중앙TV가 탄도미사일 발사 다음 날 공개한 영상의 김정은 위원장

이번에 공개한 영상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한껏 멋스럽게 연출됐고, 뮤직비디오식 편집과 미속 촬영 등 다양한 효과가 동원됐습니다.

인포그래픽 : 김현수인포그래픽 : 김현수

■ '화성-17형'…한층 발전한 ICBM

이번에 발사한 게 15형인지, 17형인지 확정 하는 건 군사적, 전략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총이 300m가 나간다면 상대가 든 총이 200m를 나가는지 400m를 나가는지에 따라 대응 방식이 전혀 달라지듯이 말입니다.

북한은 2017년 발사한 화성-15형의 탄두부 무게를 줄여 이번에 더 높이, 더 멀리 비행시켰습니다. 북한이 기만술을 폈다는 데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24일의 발사가 개량된 화성-15형이라 하더라도 조만간 화성-17형의 비행실험을 재개할 거란 전망은 일치합니다.

화성-15형과 17형 모두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합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 24일 3차례나 발사 시험을 하며 17형 완성에 사활을 거는 건 17형이 15형에 비해 탄두 운반 능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화성-17형에 위력이 더 센 탄두를 탑재하거나 다탄두 탑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면 기만 탄두도 넣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둘 다 ICBM이지만 17형이 미국으로서는 더 큰 위협입니다.

한미 두나라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제원과 특성을 확정하는데 정보력을 총동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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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쏜 건 “화성-?호”…기만인가? 진보인가?
    • 입력 2022-03-30 07:00:12
    취재K

■ 국방부 "북한이 쏜 건 화성-15형"…근거는?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쏜 그 어떤 미사일보다 멀리, 높이 날았습니다. 다음날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을 등장시켜 한껏 멋을 부린 영상으로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술적 진보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발사 직후부터 화성-17형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2017년 11월에 발사했던 화성-15형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같은 판단은 어제(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비공개로 보고됐습니다.

모든 미사일은 각각의 비행 특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 외형으로 무게를 추정합니다. 추진력 등 엔진 성능도 알고 있습니다.

한미 두나라는 각종 정보 자산으로 미사일의 비행 제원을 초 단위로 파악합니다. 무게 발사 후 몇 초 만에 어느 높이에서 어떤 속도로 비행했는지, 가속도와 단 분리 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화성-15형의 비행 특성을 보였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의 그림자 방향과 길이도 살폈습니다. 당시 태양의 위치 등으로 볼 때 미사일이 발사된 오후 2시 33분이 아니라 오전에 촬영됐다는 겁니다.

24일 미사일을 발사한 평양 순안은 구름으로 덮혀 있지만,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는 하늘은 맑게 보입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 속 맑은 하늘로 날아가는 미사일
3월 16일에 화성-17형을 발사했다가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는 점도 근거입니다.

로켓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발사에 실패하면 미사일에서 신호를 보내는 장치인 텔레메트리 데이터 분석부터 시작해 설계 데이터를 검토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만 두세 달이 걸리고, 수정 보완하는 데도 몇 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합니다.

한 번 발사에 수백억이 드는 미사일을 놓고 결함을 완전히 보완하지 못한 채 쏘는 건 너무 큰 부담이자 낭비라는 것입니다.

미국도 우리 군의 이러한 분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7형보다 조금 작고 더 오래된 모델인 화성-15형의 개조된 버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 어떻게 탐지했나?

군은 미사일의 비행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하진 않고 있습니다. 군사기밀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다만 예비역 군인과 전문가들은 위성과 정찰기, 레이더가 수집한 정보를 종합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우리 정부로부터 분석을 의뢰받기도 하는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동향이 있을 때 미국은 군사용 정찰 위성뿐만 아니라 상용 회사 위성 회사에게도 비용을 내고 발사 지점을 집중 촬영한다"고 합니다.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가 보이면 미국은 일본에서 한반도를 향해 정찰기를 보냅니다. 실제로 이달엔 RC-135S '코브라볼'이 북한이 미사일을 날려 보내는 동해 상공을, RC-135V '리벳조인트'가 서해 일대와 수도권·강원도 상공을 비행하는 궤적이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장 교수는 미국 정찰기가 북한 미사일이 비행하며 북한에 보내는 텔레메트리 신호를 수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공군은 미사일을 추적하는 그린파인레이더를 운용하고 있고 글로벌호크 무인 정찰기도 임무 수행 중입니다. 글로벌호크는 북한 영공에 진입하지 않고도 북한 전역을 인공위성급으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해군 이지스함에도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가 있습니다. 실제 우리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111분 뒤 동해에서 대응 사격 훈련을 했는데, 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지스함에서 함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영상대로라면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때 우리 이지스함이 동해에서 작전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 '영상 짜깁기' 기만술…의도는?

실제로 발사 다음 날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서로 다른 날 촬영된 영상을 짜깁기 편집한 흔적이 있습니다. 한미가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왜 그랬을까요?

우리 군은 3월 16일에 발사한 화성-17형이 고도 20km 미만에서 공중 폭발하는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했기 때문에 유언비어가 퍼지는 걸 막으려면 시급하게 성공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종의 체제 유지술입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지난 16일 발사한 화성-17형이 폭파하면서 파편이 논 등에 떨어졌다"고 보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만이 성공한다면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한층 진보했음을 과시할 수 있고, 대남·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 "혁명적 대경사의 해" 걸맞는 업적 필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기만술을 펴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조작을 해서 얻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도 했습니다.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태양절을 '혁명적 대경사'로 선포한 북한으로선 그에 맞는 업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화성-15형은 2018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도구로 이미 써먹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 더 강력한 ICBM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과 이동식 발사차량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했다고 공개한 화성-17형과  이동식 발사차량
2년 전 북한이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을 공개했던 방식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과시하고 싶은 무기, 위력이 센 무기를 뒤에 공개합니다. 이날 열병식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왔던 게 화성-17형입니다. 최초 공개였습니다.

이 미사일이 광장을 지날 때 화면은 유난히 역동적이었고, 배경 음악은 장엄하고 웅장했습니다. 인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자랑해 놨으니 이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겁니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이 처음 등장한 모습
■ 위험 부담 감수…과감해진 선전·선동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이같은 기만술을 펴는데 큰 위험 부담을 안았다고 봤습니다.

최고 존엄인 김정인이 나서는 '1호 행사'를 거짓으로 했다는 건데, 미사일 개발과 발사에 동원된 인력,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까지 공모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통제사회라 하더라도 김정은이 친필 명령서를 통해 직접 지시한 게 거짓이었다는 것이 퍼지면 체제에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화성-17형 발사 명령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만술을 감행했다면 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 선동이 한층 과감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수해 현장을 방문할 때 직접 운전을 하거나, 나무 심기 행사에서 허리를 굽혀 삽질을 하는 등 이전의 북한 지도자들에 비해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 부각을 시도하곤 합니다.

2년 전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선 주민들에게 재난을 이겨내자고 호소하며 (최고 존엄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탄도미사일 발사 다음 날 공개한 영상의 김정은 위원장
이번에 공개한 영상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한껏 멋스럽게 연출됐고, 뮤직비디오식 편집과 미속 촬영 등 다양한 효과가 동원됐습니다.

인포그래픽 : 김현수
■ '화성-17형'…한층 발전한 ICBM

이번에 발사한 게 15형인지, 17형인지 확정 하는 건 군사적, 전략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총이 300m가 나간다면 상대가 든 총이 200m를 나가는지 400m를 나가는지에 따라 대응 방식이 전혀 달라지듯이 말입니다.

북한은 2017년 발사한 화성-15형의 탄두부 무게를 줄여 이번에 더 높이, 더 멀리 비행시켰습니다. 북한이 기만술을 폈다는 데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24일의 발사가 개량된 화성-15형이라 하더라도 조만간 화성-17형의 비행실험을 재개할 거란 전망은 일치합니다.

화성-15형과 17형 모두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합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 24일 3차례나 발사 시험을 하며 17형 완성에 사활을 거는 건 17형이 15형에 비해 탄두 운반 능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화성-17형에 위력이 더 센 탄두를 탑재하거나 다탄두 탑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면 기만 탄두도 넣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둘 다 ICBM이지만 17형이 미국으로서는 더 큰 위협입니다.

한미 두나라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제원과 특성을 확정하는데 정보력을 총동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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