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학생은 안되고 강아지는 된다?’…제로 코로나 속 불만 쌓이는 中

입력 2022.03.30 (07:00) 수정 2022.03.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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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정책!

코로나 확진자는 단 1명도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의 코로나 19 방역 대책입니다.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가는 상황이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은 끝날 기미가 없습니다.


코로나 검사해야 한다며 '양(羊)' 데려간 경찰들?

지난 3월 14일 중국 중부 허베이성 런취우시.

이 마을에 사는 천 모씨는 인근 마을과 경계 부근에서 양(羊)들을 방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경찰 제복을 입은 7,8명의 사람들이 경찰차와 검은 승용차를 몰고 다가오더니 천씨에게 방역규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씨에게 양(羊)들이 PCR 검사를 받았냐라고 물었고, 천씨는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라고 답했더니, 이들은 PCR검사를 해야한다며 양 1마리를 데려갔습니다.

황당한 일을 겪은 천씨는 인터넷에 " 양을 데려가 PCR검사를 한다고 했다.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 도대체 고기를 먹은건지 아니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양이 무슨 검사를 하는가?" 라는 불만이 담긴 영상을 올린 뒤 이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양을 데려갔다고 말하는 천 모씨 (출처:신랑스핀)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양을 데려갔다고 말하는 천 모씨 (출처:신랑스핀)

경찰 조사결과 양을 데려간 이들은 경찰이 아닌 옆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조직된 코로나 방역순찰 업무를 하던 순찰대원들이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옆 마을 책임자는 천씨에게 양 값으로 2,600위안( 한화 약 52만 원)을 줬지만 이들은 경찰 사칭과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당적 제명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은 물론 해외에서 오는 우편물이나 소포까지 검사를 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 양을 데려가 검사를 하겠다는 말에 천씨는 대놓고 반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동 증명서' 없인 못 나가!

중국 동부 산둥성의 쯔보시.

지난 3월 17일, 위 모씨는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위원회 방역요원에게 제지 당했습니다. 방역요원이 코로나 19 '이동 증명서'를 요구한 것입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마을이나 아파트가 봉쇄된 상황에서는 증명서가 있어야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 씨는 방역요원과 말다툼을 벌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씨는 방역요원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면 "죽음을 기다리는 증명서"를 보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며 격분했습니다.

결국 경찰과 주민위원회 등이 중재에 나선 뒤에서야 위씨는 겨우 아파트를 나설 수 있었고
부친도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씨의 부친이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상황이었다면 제때 치료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병원 찾다 치료 늦어져 숨진 간호사

상하이 동팡병원의 통지문 .  병원 소속 간호사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에 대한 경위와 애도의 글 (출처: 웨이보)상하이 동팡병원의 통지문 . 병원 소속 간호사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에 대한 경위와 애도의 글 (출처: 웨이보)

상하이 동팡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간호사는 비번인 날 갑자기 오후에 천식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간호사는 그날 사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간호사가 천식 증상이 나타난 건 그날 오후. 가족들은 그녀가 근무하던 병원의 응급실로 갔지만 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19 소독을 한다며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다른 병원들을 찾아다녔지만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상하이 간호사 사망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출처: 웨이보)상하이 간호사 사망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출처: 웨이보)

현지 매체들은 이 간호사가 상하이에서 응급실이 닫혀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첫 사례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코로나만 병이냐?", "자기 병원 직원을 못 구한 병원 "이라는 등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대학생은 안되고,강아지는 된다?'

중국 서부 쓰촨성 청두시에 있는 쓰촨대학교에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혔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중국 쓰촨성 청두의 쓰촨대학교 강의실에 적힌 글 .중국 쓰촨성 청두의 쓰촨대학교 강의실에 적힌 글 .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은 언론,출판,결사,시위할 권리가 있다. 헌법을 배우고, 헌법을 이해하고,헌법을 준수하라"

이 대학교의 한 학생이 적은 것인데,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입니다.

쓰촨성 청두시는 이달 초 코로나 19 감염 사례가 줄어들자 주택가 등에 대한 봉쇄를 해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쓰촨대학교 캠퍼스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반려견을 끌고서도 말이죠.

그런데 이 대학 학생들은 캠퍼스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캠퍼스를 떠나기 위해선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집안의 변고를 제외하곤 대부분 승인을 받지 못한다고 학생들은 말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캠퍼스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과 달리 시민들은 캠퍼스로 들어와 산책을 했고, 심지어 반려견의 모습까지 보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통제 조치를 지지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유롭게 학교를 떠날 수 없는 동안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많은 시민들을 봤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

"대학생들은 캠퍼스를 떠날 수 없지만 강아지는 할 수 있다"
라는 학생들의 불만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올라 파문이 인 뒤에야 학교측은 학생들의 캠퍼스 밖 출입을 허용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상황에서 학교 측이 코로나가 발생하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학생들의 캠퍼스 밖 출입을 과도하게 제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19  확산에 30여 일 동안 봉쇄됐던 산시성 시안시, 2021년 12월 (출처: 신화=연합뉴스)코로나 19 확산에 30여 일 동안 봉쇄됐던 산시성 시안시, 2021년 12월 (출처: 신화=연합뉴스)

'유산'에 '사망'사고 까지… 커지는 불만

지난해 12월 말부터 30여 일 동안 봉쇄됐던 산시성 시안에서는 봉쇄기간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산모가 아이를 유산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30대 남성이 코로나19 PCR 음성 증명서가 없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병 4시간여 만에 숨진 일도 벌어졌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 상황에서 대중의 정상 의료 수요를 보장한다” (출처: 중국 CCTV 캡처)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 상황에서 대중의 정상 의료 수요를 보장한다” (출처: 중국 CCTV 캡처)

이같은 일들이 빚어진 이후 중국의 코로나 19 방역 정책을 관장하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각급 의료기관이 어떤 이유, 특히 PCR검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떠넘기거나 거부해서는 안된다 며 정상적인 진료를 가능하도록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 사망 사례를 보면 실제 현장에서는 이같은 지침이 잘 적용되지는 않고 처벌과 징계에 대한 공포로 지침보다 과도하게 대응하는 부작용도 여전합니다.

1명의 코로나 확진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2년을 넘으면서 중국 곳곳에서 불만과 피로감도 커지는 모양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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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대학생은 안되고 강아지는 된다?’…제로 코로나 속 불만 쌓이는 中
    • 입력 2022-03-30 07:00:12
    • 수정2022-03-30 07:03:44
    특파원 리포트

'제로 코로나' 정책!

코로나 확진자는 단 1명도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의 코로나 19 방역 대책입니다.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가는 상황이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은 끝날 기미가 없습니다.


코로나 검사해야 한다며 '양(羊)' 데려간 경찰들?

지난 3월 14일 중국 중부 허베이성 런취우시.

이 마을에 사는 천 모씨는 인근 마을과 경계 부근에서 양(羊)들을 방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경찰 제복을 입은 7,8명의 사람들이 경찰차와 검은 승용차를 몰고 다가오더니 천씨에게 방역규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씨에게 양(羊)들이 PCR 검사를 받았냐라고 물었고, 천씨는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라고 답했더니, 이들은 PCR검사를 해야한다며 양 1마리를 데려갔습니다.

황당한 일을 겪은 천씨는 인터넷에 " 양을 데려가 PCR검사를 한다고 했다.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 도대체 고기를 먹은건지 아니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양이 무슨 검사를 하는가?" 라는 불만이 담긴 영상을 올린 뒤 이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양을 데려갔다고 말하는 천 모씨 (출처:신랑스핀)
경찰 조사결과 양을 데려간 이들은 경찰이 아닌 옆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조직된 코로나 방역순찰 업무를 하던 순찰대원들이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옆 마을 책임자는 천씨에게 양 값으로 2,600위안( 한화 약 52만 원)을 줬지만 이들은 경찰 사칭과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당적 제명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은 물론 해외에서 오는 우편물이나 소포까지 검사를 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 양을 데려가 검사를 하겠다는 말에 천씨는 대놓고 반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동 증명서' 없인 못 나가!

중국 동부 산둥성의 쯔보시.

지난 3월 17일, 위 모씨는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위원회 방역요원에게 제지 당했습니다. 방역요원이 코로나 19 '이동 증명서'를 요구한 것입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마을이나 아파트가 봉쇄된 상황에서는 증명서가 있어야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 씨는 방역요원과 말다툼을 벌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씨는 방역요원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면 "죽음을 기다리는 증명서"를 보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며 격분했습니다.

결국 경찰과 주민위원회 등이 중재에 나선 뒤에서야 위씨는 겨우 아파트를 나설 수 있었고
부친도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씨의 부친이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상황이었다면 제때 치료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병원 찾다 치료 늦어져 숨진 간호사

상하이 동팡병원의 통지문 .  병원 소속 간호사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에 대한 경위와 애도의 글 (출처: 웨이보)
상하이 동팡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간호사는 비번인 날 갑자기 오후에 천식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간호사는 그날 사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간호사가 천식 증상이 나타난 건 그날 오후. 가족들은 그녀가 근무하던 병원의 응급실로 갔지만 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19 소독을 한다며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다른 병원들을 찾아다녔지만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상하이 간호사 사망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출처: 웨이보)
현지 매체들은 이 간호사가 상하이에서 응급실이 닫혀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첫 사례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코로나만 병이냐?", "자기 병원 직원을 못 구한 병원 "이라는 등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대학생은 안되고,강아지는 된다?'

중국 서부 쓰촨성 청두시에 있는 쓰촨대학교에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혔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중국 쓰촨성 청두의 쓰촨대학교 강의실에 적힌 글 .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은 언론,출판,결사,시위할 권리가 있다. 헌법을 배우고, 헌법을 이해하고,헌법을 준수하라"

이 대학교의 한 학생이 적은 것인데,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입니다.

쓰촨성 청두시는 이달 초 코로나 19 감염 사례가 줄어들자 주택가 등에 대한 봉쇄를 해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쓰촨대학교 캠퍼스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반려견을 끌고서도 말이죠.

그런데 이 대학 학생들은 캠퍼스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캠퍼스를 떠나기 위해선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집안의 변고를 제외하곤 대부분 승인을 받지 못한다고 학생들은 말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캠퍼스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과 달리 시민들은 캠퍼스로 들어와 산책을 했고, 심지어 반려견의 모습까지 보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통제 조치를 지지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유롭게 학교를 떠날 수 없는 동안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많은 시민들을 봤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

"대학생들은 캠퍼스를 떠날 수 없지만 강아지는 할 수 있다"
라는 학생들의 불만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올라 파문이 인 뒤에야 학교측은 학생들의 캠퍼스 밖 출입을 허용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상황에서 학교 측이 코로나가 발생하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학생들의 캠퍼스 밖 출입을 과도하게 제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19  확산에 30여 일 동안 봉쇄됐던 산시성 시안시, 2021년 12월 (출처: 신화=연합뉴스)
'유산'에 '사망'사고 까지… 커지는 불만

지난해 12월 말부터 30여 일 동안 봉쇄됐던 산시성 시안에서는 봉쇄기간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산모가 아이를 유산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30대 남성이 코로나19 PCR 음성 증명서가 없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병 4시간여 만에 숨진 일도 벌어졌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 상황에서 대중의 정상 의료 수요를 보장한다” (출처: 중국 CCTV 캡처)
이같은 일들이 빚어진 이후 중국의 코로나 19 방역 정책을 관장하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각급 의료기관이 어떤 이유, 특히 PCR검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떠넘기거나 거부해서는 안된다 며 정상적인 진료를 가능하도록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 사망 사례를 보면 실제 현장에서는 이같은 지침이 잘 적용되지는 않고 처벌과 징계에 대한 공포로 지침보다 과도하게 대응하는 부작용도 여전합니다.

1명의 코로나 확진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2년을 넘으면서 중국 곳곳에서 불만과 피로감도 커지는 모양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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