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낀 것 아니다”라는 노브랜드 피자…핵심 아이디어는 왜?

입력 2022.03.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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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신세계의 '노브랜드 피자'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2019년 처음 등장한 '노브랜드 버거'의 성공에 힘입어 이번에는 '가성비 있는 피자'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낮추겠다는 게 신세계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노브랜드 피자는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찬가지로 1호점이 있는 또다른 피자 브랜드 '고피자'와, 디자인· 핵심 콘셉트 등 많은 유사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거리를 기준으로 마주보고 있는 ‘고피자’와 ‘노브랜드 피자’사거리를 기준으로 마주보고 있는 ‘고피자’와 ‘노브랜드 피자’

브랜드의 대표 색깔과 직원 복장, 그릇 디자인까지 얼핏 유사해보이는 점이 많습니다. 거기다 상대는 국내 유통업계의 1인자입니다. 고피자 입장에서 충분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고피자 측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신세계가 '노브랜드 피자'의 콘셉트로 들고 나온 '스마트 피자 키친'입니다. 신세계는 '스마트 피자 키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피자에 업계 최단시간인 8분 내에 피자가 완성되는 ‘스마트 피자 키친’ 시스템도 개발해 도입했다. 빠른 조리가 가능하도록 개발한 피자 도우볼과 신규 도입 장비로 구현한 ‘스마트 피자 키친’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의 주문 후 대기시간을 줄였고, 점주도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피자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였다.

고피자는 '1인 피자'를 내걸고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2018년 첫 매장을 지금의 대치동에 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 110여 개의 매장을 내고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로 진출하며 사업을 키워왔습니다.

고피자는 처음 매장을 낼 때부터 '스마트키친'을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로 잡고 홍보해왔다고 설명합니다.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실제 피자 생산 전 과정에서 다른 피자 업체와 차별점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고피자의 과거 홍보자료 등을 보면 꾸준히 '스마트키친'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다른 피자업체의 홍보 자료에는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고피자는 2차례에 걸쳐 자체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한 화덕을 이용, 빠른 시간 내에 조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특징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고피자’의 자체 개발 화덕과 로봇 조리 설비‘고피자’의 자체 개발 화덕과 로봇 조리 설비

또 나머지 조리 과정을 모두 로봇이 진행하는 설비를 개발해 일부 지점에 도입을 시작했고, 인공지능(AI)이 토핑 작업 전과정을 이끄는 'AI 스마트토핑 테이블' 시스템도 최근 개발을 마치고 현장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피자는 이같은 기술에 대해 미국에서도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식품 개발 부서와는 별도의 '기술 연구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키친'이라는 내용은 기업의 뼈대가 되는 핵심 내용인 만큼 노브랜드 피자 측이 이것마저 판촉 내용에 포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토로합니다.

노브랜드 피자 포장에 적힌 ‘스마트 피자 키친’ 문구노브랜드 피자 포장에 적힌 ‘스마트 피자 키친’ 문구

이에 대해 노브랜드 피자 측은 결코 고피자의 핵심 사업 내용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고피자의 1인용 피자가 아닌 3~4인용 피자를 판매하고 있고, 처음부터 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피자 업체를 경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바로 인근에 매장을 낸 것 역시 학생 유동 인구가 많아 20여 개의 피자 업체가 경쟁 중인 대치동을 실험지로 선정했고, 기존에 노브랜드 버거를 운영하던 매장 자리를 택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노브랜드 피자 역시 제조 과정에 상당 부분 신기술을 도입했다며 이 때문에 '스마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도우 발효 기계와, 인력이 아닌 기계로 눌러 펴는 프레스기 등을 도입하는 등 다른 업체에서 도입하지 않은 장비들을 주방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신세계 측은 "'스마트오피스'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사용되듯이 '스마트키친' 역시 한 업체가 고유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세계 측의 이같은 해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노브랜드 피자 매장에서 쓰는 기계를 직접 확인한 결과 도우 프레스기는 우리도 쓰고 있고, 도우 발효기나 오븐 역시 기존에 쓰고 있는 기성품일 뿐"이라며 "새로운 기술이랄 게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노브랜드 피자의 가격대는 국내에 진출한 해외 주요 피자업체가 아닌 중소 피자업체의 가격대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존에 몇몇 업체가 사실상 과점을 했던 버거 시장과 다수의 중소업체가 이미 진출한 피자 시장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몇몇 업체들은 노브랜드 피자에 대해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픽 :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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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30 11:23:01
    취재K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신세계의 '노브랜드 피자'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2019년 처음 등장한 '노브랜드 버거'의 성공에 힘입어 이번에는 '가성비 있는 피자'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낮추겠다는 게 신세계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노브랜드 피자는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찬가지로 1호점이 있는 또다른 피자 브랜드 '고피자'와, 디자인· 핵심 콘셉트 등 많은 유사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거리를 기준으로 마주보고 있는 ‘고피자’와 ‘노브랜드 피자’
브랜드의 대표 색깔과 직원 복장, 그릇 디자인까지 얼핏 유사해보이는 점이 많습니다. 거기다 상대는 국내 유통업계의 1인자입니다. 고피자 입장에서 충분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고피자 측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신세계가 '노브랜드 피자'의 콘셉트로 들고 나온 '스마트 피자 키친'입니다. 신세계는 '스마트 피자 키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피자에 업계 최단시간인 8분 내에 피자가 완성되는 ‘스마트 피자 키친’ 시스템도 개발해 도입했다. 빠른 조리가 가능하도록 개발한 피자 도우볼과 신규 도입 장비로 구현한 ‘스마트 피자 키친’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의 주문 후 대기시간을 줄였고, 점주도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피자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였다.

고피자는 '1인 피자'를 내걸고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2018년 첫 매장을 지금의 대치동에 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 110여 개의 매장을 내고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로 진출하며 사업을 키워왔습니다.

고피자는 처음 매장을 낼 때부터 '스마트키친'을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로 잡고 홍보해왔다고 설명합니다.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실제 피자 생산 전 과정에서 다른 피자 업체와 차별점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고피자의 과거 홍보자료 등을 보면 꾸준히 '스마트키친'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다른 피자업체의 홍보 자료에는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고피자는 2차례에 걸쳐 자체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한 화덕을 이용, 빠른 시간 내에 조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특징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고피자’의 자체 개발 화덕과 로봇 조리 설비
또 나머지 조리 과정을 모두 로봇이 진행하는 설비를 개발해 일부 지점에 도입을 시작했고, 인공지능(AI)이 토핑 작업 전과정을 이끄는 'AI 스마트토핑 테이블' 시스템도 최근 개발을 마치고 현장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피자는 이같은 기술에 대해 미국에서도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식품 개발 부서와는 별도의 '기술 연구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키친'이라는 내용은 기업의 뼈대가 되는 핵심 내용인 만큼 노브랜드 피자 측이 이것마저 판촉 내용에 포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토로합니다.

노브랜드 피자 포장에 적힌 ‘스마트 피자 키친’ 문구
이에 대해 노브랜드 피자 측은 결코 고피자의 핵심 사업 내용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고피자의 1인용 피자가 아닌 3~4인용 피자를 판매하고 있고, 처음부터 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피자 업체를 경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바로 인근에 매장을 낸 것 역시 학생 유동 인구가 많아 20여 개의 피자 업체가 경쟁 중인 대치동을 실험지로 선정했고, 기존에 노브랜드 버거를 운영하던 매장 자리를 택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노브랜드 피자 역시 제조 과정에 상당 부분 신기술을 도입했다며 이 때문에 '스마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도우 발효 기계와, 인력이 아닌 기계로 눌러 펴는 프레스기 등을 도입하는 등 다른 업체에서 도입하지 않은 장비들을 주방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신세계 측은 "'스마트오피스'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사용되듯이 '스마트키친' 역시 한 업체가 고유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세계 측의 이같은 해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노브랜드 피자 매장에서 쓰는 기계를 직접 확인한 결과 도우 프레스기는 우리도 쓰고 있고, 도우 발효기나 오븐 역시 기존에 쓰고 있는 기성품일 뿐"이라며 "새로운 기술이랄 게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노브랜드 피자의 가격대는 국내에 진출한 해외 주요 피자업체가 아닌 중소 피자업체의 가격대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존에 몇몇 업체가 사실상 과점을 했던 버거 시장과 다수의 중소업체가 이미 진출한 피자 시장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몇몇 업체들은 노브랜드 피자에 대해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픽 :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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