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사라졌다” UAE전 도 넘은 ‘가상 광고’…축구협회 공식 문제 제기

입력 2022.03.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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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전에서 손흥민의 돌파가 중계방송 화면의 가상 광고에 의해 보이지 않게 된 장면.UAE전에서 손흥민의 돌파가 중계방송 화면의 가상 광고에 의해 보이지 않게 된 장면.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UAE 전 전반 25분. 손흥민이 측면 수비수 김태환이 찔러준 패스를 받기 위해 UAE 진영 골라인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손흥민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 절반 이상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손흥민의 몸통 절반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티빙'이라고 쓰여 있는 광고판이었다. 축구팬들은 손흥민이 골 기회를 놓친 아쉬움에 더해, TV 속에서 벌어진 이 기괴한 장면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골 라인 근처만 가면 선수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런 장면은 90분 내내 반복됐다. '가상 광고' 탓이었다. 가상 광고는 실제 경기장에 물리적으로 배치된 광고판이 아닌, 방송사가 화면에 인위적으로 그래픽을 입혀 시청자들에게 노출하는 방식이다. 보통 경기 진행이 멈춘 하프 타임에 가상 광고가 붙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UAE 전은 골 라인 근처에 이 가상 광고판을 배치해 선수들의 동선과 정면으로 겹쳤다. 코너킥과 문전 돌파 등 경기에서 중요한 득점이 이뤄질 수 있는 장면마다 이런 화면이 전파를 타 버렸다. 거의 방송 사고 수준이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방송사 중계제작 PD는 "여태껏 그 어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런 방식의 가상 광고를 본 적이 없다"며 혀를 찼다.

사실 UAE 전 골 라인 근처 광고는 보통의 경우, 가상 광고가 아닌 이른바 '카펫 광고'라고 불리는 물리적 광고판이 그라운드 바닥에 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축구 K리그도 직각으로 세우는 A 보드 광고판에 더해, 골라인 근처 그라운드에 카펫 형태로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을 꾸준히 선호한다. 하지만 선수들 동선이 수시로 겹치는 곳에 가상 광고를 버젓이 내놓는 경우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각종 축구 온라인 게시판에는 도를 넘은 가상 광고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방송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법 제59조 2항 '가상 광고'에 관한 시행령을 살펴보면 "운동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경기 장소, 관중석 등에 있는 선수, 심판 또는 관중 위에 가상 광고를 하지 아니할 것. 다만 개인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렵고 경기 흐름 또는 시청자의 시청 흐름에 방해되지 아니하는 경우 가상 광고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정섭 마케팅 본부장은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는 AFC가 모든 광고의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데 방해가 되는 수준까지 과도하게 광고를 하는 건 문제가 있으므로, AFC에 재발 방지를 요청할 계획이다"면서 "또 앞으로 축구협회가 광고를 주관할 수 있는 친선경기 등 A매치를 방송사와 계약할 때, 가상 광고의 수위를 제한하는 조건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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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이 사라졌다” UAE전 도 넘은 ‘가상 광고’…축구협회 공식 문제 제기
    • 입력 2022-03-30 15:17:02
    스포츠K
UAE전에서 손흥민의 돌파가 중계방송 화면의 가상 광고에 의해 보이지 않게 된 장면.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UAE 전 전반 25분. 손흥민이 측면 수비수 김태환이 찔러준 패스를 받기 위해 UAE 진영 골라인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손흥민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 절반 이상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손흥민의 몸통 절반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티빙'이라고 쓰여 있는 광고판이었다. 축구팬들은 손흥민이 골 기회를 놓친 아쉬움에 더해, TV 속에서 벌어진 이 기괴한 장면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골 라인 근처만 가면 선수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런 장면은 90분 내내 반복됐다. '가상 광고' 탓이었다. 가상 광고는 실제 경기장에 물리적으로 배치된 광고판이 아닌, 방송사가 화면에 인위적으로 그래픽을 입혀 시청자들에게 노출하는 방식이다. 보통 경기 진행이 멈춘 하프 타임에 가상 광고가 붙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UAE 전은 골 라인 근처에 이 가상 광고판을 배치해 선수들의 동선과 정면으로 겹쳤다. 코너킥과 문전 돌파 등 경기에서 중요한 득점이 이뤄질 수 있는 장면마다 이런 화면이 전파를 타 버렸다. 거의 방송 사고 수준이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방송사 중계제작 PD는 "여태껏 그 어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런 방식의 가상 광고를 본 적이 없다"며 혀를 찼다.

사실 UAE 전 골 라인 근처 광고는 보통의 경우, 가상 광고가 아닌 이른바 '카펫 광고'라고 불리는 물리적 광고판이 그라운드 바닥에 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축구 K리그도 직각으로 세우는 A 보드 광고판에 더해, 골라인 근처 그라운드에 카펫 형태로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을 꾸준히 선호한다. 하지만 선수들 동선이 수시로 겹치는 곳에 가상 광고를 버젓이 내놓는 경우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각종 축구 온라인 게시판에는 도를 넘은 가상 광고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방송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법 제59조 2항 '가상 광고'에 관한 시행령을 살펴보면 "운동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경기 장소, 관중석 등에 있는 선수, 심판 또는 관중 위에 가상 광고를 하지 아니할 것. 다만 개인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렵고 경기 흐름 또는 시청자의 시청 흐름에 방해되지 아니하는 경우 가상 광고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정섭 마케팅 본부장은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는 AFC가 모든 광고의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데 방해가 되는 수준까지 과도하게 광고를 하는 건 문제가 있으므로, AFC에 재발 방지를 요청할 계획이다"면서 "또 앞으로 축구협회가 광고를 주관할 수 있는 친선경기 등 A매치를 방송사와 계약할 때, 가상 광고의 수위를 제한하는 조건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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