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주기 맞은 현대사의 비극 4·3…전태일과 만나 ‘예술’로 승화

입력 2022.03.31 (19:33) 수정 2022.03.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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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만여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 제주 4.3 사건이 올해 74주년을 앞두고 있죠.

아직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갖지 못한 4.3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데, 장소가 다름 아닌 전태일기념관이라고 합니다.

전태일과 만난 4.3, 정연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이었던 1947년.

미 군정은 잇따른 봉기와 파업으로 혼란스러웠던 제주에 포고령을 내리고, 빨갱이들의 섬, '레드 아일랜드'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듬해 4월 3일 남로당 무장대의 봉기와 정부의 참혹한 토벌이 시작되고, 경찰의 총탄에 턱을 잃은 진아영 할머니처럼, 무고한 희생이 6년이나 이어집니다.

민간인 3만여 명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된 자리마다, 화가는 분홍색으로 염색한 제주 보리로 동백꽃 형상을 새기고, 나비로 환생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담았습니다.

[이수진/화가 : "아프지만 보는 사람들이 따듯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4.3과 관련된 분들이 조금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도로 작품을 이렇게 표현해 봤습니다."]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빌레못굴로 숨었다가 결국, 모두 목숨을 잃었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15살 소녀는 언젠가는 이 비극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거라 희망하지만, 7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4.3을 아예 모르고 있습니다.

[김이수/배우 :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하려고 했습니다."]

단 한 명의 배우가 70분간 독백을 쏟아내는 1인극 형식을 선택한 이유, 언제, 어디서든 연극을 통해 4.3을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최민주/연출 : "심지어 제주공항, 게스트하우스, 프리마켓 이런 곳에서도 하려고 기획을 했던 거라서 많은 인원이 움직이지 않고 배우 한 명만 움직일 수 있게 (기획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추모하는 공간, 그곳에서 그림과 연극으로 소환된 역사는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한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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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31 19:33:07
    • 수정2022-03-31 19: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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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만여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 제주 4.3 사건이 올해 74주년을 앞두고 있죠.

아직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갖지 못한 4.3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데, 장소가 다름 아닌 전태일기념관이라고 합니다.

전태일과 만난 4.3, 정연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이었던 1947년.

미 군정은 잇따른 봉기와 파업으로 혼란스러웠던 제주에 포고령을 내리고, 빨갱이들의 섬, '레드 아일랜드'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듬해 4월 3일 남로당 무장대의 봉기와 정부의 참혹한 토벌이 시작되고, 경찰의 총탄에 턱을 잃은 진아영 할머니처럼, 무고한 희생이 6년이나 이어집니다.

민간인 3만여 명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된 자리마다, 화가는 분홍색으로 염색한 제주 보리로 동백꽃 형상을 새기고, 나비로 환생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담았습니다.

[이수진/화가 : "아프지만 보는 사람들이 따듯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4.3과 관련된 분들이 조금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도로 작품을 이렇게 표현해 봤습니다."]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빌레못굴로 숨었다가 결국, 모두 목숨을 잃었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15살 소녀는 언젠가는 이 비극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거라 희망하지만, 7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4.3을 아예 모르고 있습니다.

[김이수/배우 :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하려고 했습니다."]

단 한 명의 배우가 70분간 독백을 쏟아내는 1인극 형식을 선택한 이유, 언제, 어디서든 연극을 통해 4.3을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최민주/연출 : "심지어 제주공항, 게스트하우스, 프리마켓 이런 곳에서도 하려고 기획을 했던 거라서 많은 인원이 움직이지 않고 배우 한 명만 움직일 수 있게 (기획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추모하는 공간, 그곳에서 그림과 연극으로 소환된 역사는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한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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