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지금 미얀마 법정에서는

입력 2022.04.03 (14:04) 수정 2022.04.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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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3월 27일 쿠데타 군부는 시위대에 무차별 공세를 벌였다. 미얀마 '국군의 날'인 이날 하루에만 시민 141명이 군경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같은날 22살의 공대생 '흘라잉 표 아웅'도 고향인 중부 마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군경의 총격에 중상을 입은 그는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손과 오른쪽 눈을 잃었다. 이날 함께 체포된 37명 중 30명이 풀려났지만, '흘라잉 표 아웅' 등 7명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미얀마 특별법원은 '형법 505a의 국민선동죄'를 적용해 그에게 '징역 3년의 노동형(in prison with hard labour)'을 선고했다.


재판에 참석할 수 없었던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보낸 약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도 어렵다고 현지 언론에 호소했다. 가족들은 그가 다른 한쪽 눈도 시력을 잃고 있으며 다리에도 총을 맞아 노동이 어렵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가족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흘라잉 표 아웅(22)’. 가족들은 그가 치료도 마치기 전에 교도소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은 쿠데타 이전 대학생이었던 ‘흘라잉 표 아웅’의 사진/ 미얀마나우 제공병원에서 가족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흘라잉 표 아웅(22)’. 가족들은 그가 치료도 마치기 전에 교도소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은 쿠데타 이전 대학생이었던 ‘흘라잉 표 아웅’의 사진/ 미얀마나우 제공

2.

지난해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사흘만인 2월 4일, '윈 테인'(80) 상원의원은 직접 당사를 찾아 "군부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달라"는 '아웅 산 수 치'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메시지는 곧바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곧바로 연행된 뒤 '반역'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아웅산 수 치의 정치적 동지인 노(老)정치인은 공교롭게 지난 70년대에도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감옥에서 20년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만달레이의 우보(Ubo)교도소로 이감됐다.

쿠데타 직후 연행된 아웅 산 수 치의 ‘시민 불복종 운동’ 메시지를 전한 직후,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는 윈 테인(80) 상원의원.  곧바로 연행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쿠데타 직후 연행된 아웅 산 수 치의 ‘시민 불복종 운동’ 메시지를 전한 직후,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는 윈 테인(80) 상원의원. 곧바로 연행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미얀마 민영 미치마(MIZZIMA)TV의 기자 '따 타익 아웅'은 '윈 테인'이 전한 메세지를 보도했다.

며칠뒤 윈 테인 의원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뉴스를 탔다. 쿠데타 직후 미얀마 군부는 상당수 신문사와 방송사의 허가를 취소했다. 미치마 미디어 그룹의 출판과 방송 허가도 취소됐다. 3월 9일 양곤의 미치마TV 본사에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3월 19일 '딴 타익 아웅' 기자는 법원에서 '윈 테인' 의원의 재판을 취재하던 중 체포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2년 3월 22일 미얀마 특별법원은 '선동죄' 등의 혐의로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미치마 헤럴드의 기자 '예 잉 툰'에게도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미치마TV의 기자와 PD, 엔지니어 등 100여 명은 쿠데타 직후 국경 산악지대로 피신해 천막 스튜디오에서 매일 뉴스를 제작 송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KBS방콕 지국은 미치마TV의 '소 민트 편집장'과 화상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전국에 흩어진 기자들이 여전히 기사를 보내오고 있으며, 우리는 언젠가 양곤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제작하는 뉴스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에서 매일 만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k9f0cLiMmtchQySOogzoig

미치마TV  ‘딴 타익 아웅’ 기자 , 지난해 쿠데타 직후 구속된 ‘윈 테인’ 상원의원의 재판을 취재하다 연행됐다. 1년 뒤인 지난 3월 22일 선동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 SNS미치마TV ‘딴 타익 아웅’ 기자 , 지난해 쿠데타 직후 구속된 ‘윈 테인’ 상원의원의 재판을 취재하다 연행됐다. 1년 뒤인 지난 3월 22일 선동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 SNS

3.

특별법원은 또 지난달 말 양곤 경제대 학생연합회장인 '고 한투 아웅' 등 4명의 학생들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외신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양곤 인세인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미얀마 남부 다웨이 법원은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체포된 '다 쏘우 미 미 쿄' 등 3명에 대해 기존 2년형에 더해 5년형을 추가로 선고했다.

그중 '다 쏘우 미미 쿄'는 고문을 받던 중 자살을 시도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다웨이 법원은 지난달 28일 시민저항군에 13,500 짯(1만 원 정도)을 기부한 혐의로 '사웅 힌 퓨'(1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 3월 30일 특별법원은 테러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8명의 학생들에게 또 사형을 선고했다. 여학생 한 명은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다. 사진/ 이라와디지난 3월 30일 특별법원은 테러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8명의 학생들에게 또 사형을 선고했다. 여학생 한 명은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다. 사진/ 이라와디

그리고 지난 3월 30일, 미얀마 특별법원은 대학생 등 8명에 대해 테러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시민방위대(PDF)와 함께 양곤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다 체포됐다.


양곤 등 대도시는 대부분 계엄령이 선포돼 재판은 1심으로 끝난다. 쿠데타 특별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시민은 지금까지 모두 11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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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지금 미얀마 법정에서는
    • 입력 2022-04-03 14:04:06
    • 수정2022-04-03 14:25:59
    특파원 리포트

1.

지난해 3월 27일 쿠데타 군부는 시위대에 무차별 공세를 벌였다. 미얀마 '국군의 날'인 이날 하루에만 시민 141명이 군경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같은날 22살의 공대생 '흘라잉 표 아웅'도 고향인 중부 마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군경의 총격에 중상을 입은 그는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손과 오른쪽 눈을 잃었다. 이날 함께 체포된 37명 중 30명이 풀려났지만, '흘라잉 표 아웅' 등 7명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미얀마 특별법원은 '형법 505a의 국민선동죄'를 적용해 그에게 '징역 3년의 노동형(in prison with hard labour)'을 선고했다.


재판에 참석할 수 없었던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보낸 약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도 어렵다고 현지 언론에 호소했다. 가족들은 그가 다른 한쪽 눈도 시력을 잃고 있으며 다리에도 총을 맞아 노동이 어렵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가족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흘라잉 표 아웅(22)’. 가족들은 그가 치료도 마치기 전에 교도소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은 쿠데타 이전 대학생이었던 ‘흘라잉 표 아웅’의 사진/ 미얀마나우 제공
2.

지난해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사흘만인 2월 4일, '윈 테인'(80) 상원의원은 직접 당사를 찾아 "군부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달라"는 '아웅 산 수 치'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메시지는 곧바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곧바로 연행된 뒤 '반역'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아웅산 수 치의 정치적 동지인 노(老)정치인은 공교롭게 지난 70년대에도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감옥에서 20년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만달레이의 우보(Ubo)교도소로 이감됐다.

쿠데타 직후 연행된 아웅 산 수 치의 ‘시민 불복종 운동’ 메시지를 전한 직후,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는 윈 테인(80) 상원의원.  곧바로 연행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미얀마 민영 미치마(MIZZIMA)TV의 기자 '따 타익 아웅'은 '윈 테인'이 전한 메세지를 보도했다.

며칠뒤 윈 테인 의원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뉴스를 탔다. 쿠데타 직후 미얀마 군부는 상당수 신문사와 방송사의 허가를 취소했다. 미치마 미디어 그룹의 출판과 방송 허가도 취소됐다. 3월 9일 양곤의 미치마TV 본사에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3월 19일 '딴 타익 아웅' 기자는 법원에서 '윈 테인' 의원의 재판을 취재하던 중 체포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2년 3월 22일 미얀마 특별법원은 '선동죄' 등의 혐의로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미치마 헤럴드의 기자 '예 잉 툰'에게도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미치마TV의 기자와 PD, 엔지니어 등 100여 명은 쿠데타 직후 국경 산악지대로 피신해 천막 스튜디오에서 매일 뉴스를 제작 송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KBS방콕 지국은 미치마TV의 '소 민트 편집장'과 화상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전국에 흩어진 기자들이 여전히 기사를 보내오고 있으며, 우리는 언젠가 양곤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제작하는 뉴스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에서 매일 만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k9f0cLiMmtchQySOogzoig

미치마TV  ‘딴 타익 아웅’ 기자 , 지난해 쿠데타 직후 구속된 ‘윈 테인’ 상원의원의 재판을 취재하다 연행됐다. 1년 뒤인 지난 3월 22일 선동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 SNS
3.

특별법원은 또 지난달 말 양곤 경제대 학생연합회장인 '고 한투 아웅' 등 4명의 학생들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외신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양곤 인세인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미얀마 남부 다웨이 법원은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체포된 '다 쏘우 미 미 쿄' 등 3명에 대해 기존 2년형에 더해 5년형을 추가로 선고했다.

그중 '다 쏘우 미미 쿄'는 고문을 받던 중 자살을 시도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다웨이 법원은 지난달 28일 시민저항군에 13,500 짯(1만 원 정도)을 기부한 혐의로 '사웅 힌 퓨'(1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 3월 30일 특별법원은 테러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8명의 학생들에게 또 사형을 선고했다. 여학생 한 명은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다. 사진/ 이라와디
그리고 지난 3월 30일, 미얀마 특별법원은 대학생 등 8명에 대해 테러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시민방위대(PDF)와 함께 양곤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다 체포됐다.


양곤 등 대도시는 대부분 계엄령이 선포돼 재판은 1심으로 끝난다. 쿠데타 특별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시민은 지금까지 모두 11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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