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26%는 남성이 받았다

입력 2022.04.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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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피해자 A 씨는 채팅 앱으로 20대 여성을 사칭한 사람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 중 가해자는 A 씨에게 자신의 성적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파일을 보냈는데, 이때 악성코드 프로그램이 A 씨 휴대폰에 설치됐습니다.

이후 A 씨는 가해자 요청에 따라 옷을 벗은 채로 영상통화를 했고, 가해자는 이를 녹화해 A 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 연락처로 유포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했습니다. 협박에 의해 수차례 금전적 피해를 본 A 씨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크게 늘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 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 지원하기 위해 2018년 4월 설치됐는데요. 개소 이후 모두 1만 2,661명의 피해자가 이곳을 찾았습니다.

운영 4년 차였던 지난해엔 모두 6,952명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년보다 피해자는 40% 가까이 늘었고, 상담과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 지원 연계 등 서비스 지원 건수도 10% 넘게 증가했습니다.

여가부는 2020년부터 24시간 상담체계를 도입하고, 지난해 6월 성폭력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은 피해자의 요청 없이도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선제적으로 삭제 지원할 수 있게 된 영향으로 분석했습니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4명 중 1명은 남성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곳 지원센터를 찾는 피해자, 예상대로 여성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건 남성 피해자의 증가세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피해자 4명 중 1명은 남성이었습니다. 남성 피해자 수는 2020년 926명에서 2021년 1,843명으로 2배 가량 뛰었습니다.


여가부는 이른바 '몸캠 피싱'으로 불리는 불법 촬영 협박 피해 신고 건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남성 피해자 A 씨의 사례가 그러합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와 20대가 전체의 42.3%를 차지했는데요. 나이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 46.4%를 제외하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나 온라인 환경에 친숙한 저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절반 이상은 가해자 특정 못 해…친밀한 관계는 7.8% 불과

이번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눈에 띄는 건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자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51.7%로 절반이 넘는다는 겁니다.

가해자가 특정은 됐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인 경우도 8%에 가까웠습니다. 공중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가해자가 특정됐을 경우가 이런 사례가 될 수 있겠죠.


이는 디지털 성범죄가 주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 물리적 접촉 없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밖에는 일시적 관계가 28.2%로 많은 편이었고, 친밀한 관계는 7.8% 수준이었습니다.


■ 4건 중 1건은 '유포불안'…유포 관련 피해가 65% 차지

피해 유형별로도 살펴볼까요. 가장 많이 접수된 건 '유포불안'이었습니다. 4건 중 1건이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유포협박은 18.7%, 유포는 20.3%로 나타났는데요. 결국 유포 관련 피해가 64.7%로 절반을 넘게 차지하며,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의 가장 심각한 피해는 유포와 관련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는 불법촬영이 21.5%, 사이버 괴롭힘이 5.1%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 '커뮤니티' 삭제 지원 2배 늘어…'이름·나이' 함께 유출되기도

삭제지원 현황을 플랫폼별로 보면, 성인사이트가 34.8%(5만 9,113건)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소셜미디어 18.8%, 검색엔진 17.9%, 커뮤니티 17.4%, P2P 3.1%, 웹하드 0.2% 순이었는데요.

특히 커뮤니티 삭제지원 건수는 2020년 1만 4,550건(9.2%)에서 지난해 2만 9,608건(17.4%)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피해 촬영물과 함께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는 2021년 전체 삭제지원 16만 9,820건 가운데 15%인 2만 5,43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형을 살펴보면 이름이 47.3%로 절반에 가까웠고 나이 26.1%, 소속 17.7%, 주소 8.8% 등의 순이었습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남녀의 구분이 없다"며 "시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의 특성상 유포 시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하므로 무엇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삭제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여가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협력해 불법 촬영물에서 '특정 얼굴 검색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이를 통해 유포된 영상물을 빠르게 식별하고 신속한 삭제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가부는 또 EU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 미국 쏜(THORN), 캐나다 아동보호센터(C3P)와 공조체계를 구축해, 해외 서버를 쓰는 불법 성인사이트에 게시된 피해영상물을 삭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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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가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26%는 남성이 받았다
    • 입력 2022-04-04 12:00:34
    취재K

# 남성 피해자 A 씨는 채팅 앱으로 20대 여성을 사칭한 사람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 중 가해자는 A 씨에게 자신의 성적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파일을 보냈는데, 이때 악성코드 프로그램이 A 씨 휴대폰에 설치됐습니다.

이후 A 씨는 가해자 요청에 따라 옷을 벗은 채로 영상통화를 했고, 가해자는 이를 녹화해 A 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 연락처로 유포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했습니다. 협박에 의해 수차례 금전적 피해를 본 A 씨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크게 늘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 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 지원하기 위해 2018년 4월 설치됐는데요. 개소 이후 모두 1만 2,661명의 피해자가 이곳을 찾았습니다.

운영 4년 차였던 지난해엔 모두 6,952명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년보다 피해자는 40% 가까이 늘었고, 상담과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 지원 연계 등 서비스 지원 건수도 10% 넘게 증가했습니다.

여가부는 2020년부터 24시간 상담체계를 도입하고, 지난해 6월 성폭력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은 피해자의 요청 없이도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선제적으로 삭제 지원할 수 있게 된 영향으로 분석했습니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4명 중 1명은 남성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곳 지원센터를 찾는 피해자, 예상대로 여성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건 남성 피해자의 증가세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피해자 4명 중 1명은 남성이었습니다. 남성 피해자 수는 2020년 926명에서 2021년 1,843명으로 2배 가량 뛰었습니다.


여가부는 이른바 '몸캠 피싱'으로 불리는 불법 촬영 협박 피해 신고 건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남성 피해자 A 씨의 사례가 그러합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와 20대가 전체의 42.3%를 차지했는데요. 나이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 46.4%를 제외하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나 온라인 환경에 친숙한 저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절반 이상은 가해자 특정 못 해…친밀한 관계는 7.8% 불과

이번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눈에 띄는 건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자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51.7%로 절반이 넘는다는 겁니다.

가해자가 특정은 됐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인 경우도 8%에 가까웠습니다. 공중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가해자가 특정됐을 경우가 이런 사례가 될 수 있겠죠.


이는 디지털 성범죄가 주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 물리적 접촉 없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밖에는 일시적 관계가 28.2%로 많은 편이었고, 친밀한 관계는 7.8% 수준이었습니다.


■ 4건 중 1건은 '유포불안'…유포 관련 피해가 65% 차지

피해 유형별로도 살펴볼까요. 가장 많이 접수된 건 '유포불안'이었습니다. 4건 중 1건이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유포협박은 18.7%, 유포는 20.3%로 나타났는데요. 결국 유포 관련 피해가 64.7%로 절반을 넘게 차지하며,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의 가장 심각한 피해는 유포와 관련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는 불법촬영이 21.5%, 사이버 괴롭힘이 5.1%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 '커뮤니티' 삭제 지원 2배 늘어…'이름·나이' 함께 유출되기도

삭제지원 현황을 플랫폼별로 보면, 성인사이트가 34.8%(5만 9,113건)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소셜미디어 18.8%, 검색엔진 17.9%, 커뮤니티 17.4%, P2P 3.1%, 웹하드 0.2% 순이었는데요.

특히 커뮤니티 삭제지원 건수는 2020년 1만 4,550건(9.2%)에서 지난해 2만 9,608건(17.4%)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피해 촬영물과 함께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는 2021년 전체 삭제지원 16만 9,820건 가운데 15%인 2만 5,43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형을 살펴보면 이름이 47.3%로 절반에 가까웠고 나이 26.1%, 소속 17.7%, 주소 8.8% 등의 순이었습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남녀의 구분이 없다"며 "시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의 특성상 유포 시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하므로 무엇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삭제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여가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협력해 불법 촬영물에서 '특정 얼굴 검색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이를 통해 유포된 영상물을 빠르게 식별하고 신속한 삭제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가부는 또 EU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 미국 쏜(THORN), 캐나다 아동보호센터(C3P)와 공조체계를 구축해, 해외 서버를 쓰는 불법 성인사이트에 게시된 피해영상물을 삭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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