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즉결 처형에 성폭력”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증언

입력 2022.04.04 (16:32) 수정 2022.04.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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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 군대가 북부 지역에서 퇴각하면서, 러시아군이 주둔했던 지역에서 저지른 민간인 집단학살과 성폭력, 약탈 등 전쟁범죄가 뒤늦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러시아 정부는 "공개된 사진과 영상은 서방 언론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요구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러시아 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명백한 전쟁범죄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에 증언한 이들은 러시아군의 통제에 놓였던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키이우 인근 지역의 민간인 10명으로, 직접 사건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당했습니다.

■ "집에서 남자들 끌어내 즉결 처형"

증언자들은 2월 27일부터 지난달 14일 사이에 러시아 군인들이 즉결 처형과 성폭행, 약탈 행위와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위협을 자행했다고 말했습니다.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부차에서는 3월 4일 러시아 군이 한 남성을 즉결 처형했습니다. 증언자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남성 5명을 도로가에 무릎꿇게 하고, 그들의 티셔츠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등 뒤에서 한 남성의 머리에 총격을 가했습니다. 이 목격자는 "총을 맞고 남성이 쓰러졌고 현장에 있던 여성은 소리를 질렀어요." 라고 전했습니다.

2월 27일 체르니히브에서도 민간인이 즉결 처형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은 집집마다 문을 열고 지하실을 뒤져 남자들을 끌어냈습니다. 세 가정에서 남성 6명이 끌려나갔고, 이들은 마을 외곽에서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의 어머니가 체포 과정과 6명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키이우 북서부 인근 자부치야에 사는 60대 남성도 3월 4일 자신의 아들과 함께 즉결 처형을 당할 뻔했다고 밝혔습니다. 총을 든 러시아 군인이 집에 침입해 연료를 훔쳐갔는데, 자신이 살해당할 뻔한 순간에 다른 군인이 나타나 행동을 멈추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의 딸도 이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3월 6일 보르젤에서는 러시아 군인들이 주민들이 대피해있는 지하실에 수류탄을 던지고, 지하실 밖으로 나오는 주민들에게 총을 쐈습니다. 총격으로 14살 어린이가 숨졌고, 부상을 입은 여성은 이틀 뒤에 숨을 거뒀습니다.


■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생활용품까지 약탈"

하르키우에서는 3월 13일 어린 자녀와 함께 대피해있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2월 25일 러시아 군인들이 마을에 들이닥치자, 이 마을 여성과 어린이들은 학교로 대피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유리창을 깨고 학교에 침입해 총으로 위협하며 음식과 담배를 요구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며칠 간, 러시아 군인은 총으로 위협해 한 여성을 따로 불러내 성폭행했습니다. 이 러시아 군인은 여성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폭행하고, 얼굴과 목, 머리에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이 피해자는 러시아 군인들이 학교를 떠난 뒤 가족과 함께 걸어서 다른 도시로 탈출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피해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부상당한 사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례는 우크라이나 지방정부에 보고돼 전쟁범죄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밖에 체르니히우, 마리우폴 지역에서도 세 건의 성폭력 사례를 들었지만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의 약탈 행위도 빈번했다고 증언자들은 말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음식과 장작, 연료는물론 옷, 톱, 도끼 등을 가져갔습니다.

■ "명백한 전쟁범죄, 조사와 처벌해야"

이 같은 증언을 토대로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잔혹하고 의도적인 폭력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자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전 상태에서는 제네바협약을 비롯한 전쟁에 관한 국제 규약을 준수해야 하고 국제 인권법도 위반해선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전쟁 중에도 자의적인 살해나 성폭력, 고문, 포로나 민간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는 법으로 금지됩니다.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르거나 돕거나 교사한 경우 전쟁범죄로 간주되고, 이를 알고도 제지하지 않거나 처벌하지 않은 지휘관도 지휘 책임을 지게 됩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휴 윌리엄슨 유럽·중앙아시아 국장은 "러시아 군의 관리 기간 발생한 민간인에 대한 성범죄와 살인, 폭력 행위는 전쟁범죄로 조사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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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군, 즉결 처형에 성폭력”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증언
    • 입력 2022-04-04 16:32:23
    • 수정2022-04-04 17:58:20
    세계는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 군대가 북부 지역에서 퇴각하면서, 러시아군이 주둔했던 지역에서 저지른 민간인 집단학살과 성폭력, 약탈 등 전쟁범죄가 뒤늦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러시아 정부는 "공개된 사진과 영상은 서방 언론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요구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러시아 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명백한 전쟁범죄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에 증언한 이들은 러시아군의 통제에 놓였던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키이우 인근 지역의 민간인 10명으로, 직접 사건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당했습니다.

■ "집에서 남자들 끌어내 즉결 처형"

증언자들은 2월 27일부터 지난달 14일 사이에 러시아 군인들이 즉결 처형과 성폭행, 약탈 행위와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위협을 자행했다고 말했습니다.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부차에서는 3월 4일 러시아 군이 한 남성을 즉결 처형했습니다. 증언자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남성 5명을 도로가에 무릎꿇게 하고, 그들의 티셔츠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등 뒤에서 한 남성의 머리에 총격을 가했습니다. 이 목격자는 "총을 맞고 남성이 쓰러졌고 현장에 있던 여성은 소리를 질렀어요." 라고 전했습니다.

2월 27일 체르니히브에서도 민간인이 즉결 처형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은 집집마다 문을 열고 지하실을 뒤져 남자들을 끌어냈습니다. 세 가정에서 남성 6명이 끌려나갔고, 이들은 마을 외곽에서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의 어머니가 체포 과정과 6명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키이우 북서부 인근 자부치야에 사는 60대 남성도 3월 4일 자신의 아들과 함께 즉결 처형을 당할 뻔했다고 밝혔습니다. 총을 든 러시아 군인이 집에 침입해 연료를 훔쳐갔는데, 자신이 살해당할 뻔한 순간에 다른 군인이 나타나 행동을 멈추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의 딸도 이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3월 6일 보르젤에서는 러시아 군인들이 주민들이 대피해있는 지하실에 수류탄을 던지고, 지하실 밖으로 나오는 주민들에게 총을 쐈습니다. 총격으로 14살 어린이가 숨졌고, 부상을 입은 여성은 이틀 뒤에 숨을 거뒀습니다.


■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생활용품까지 약탈"

하르키우에서는 3월 13일 어린 자녀와 함께 대피해있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2월 25일 러시아 군인들이 마을에 들이닥치자, 이 마을 여성과 어린이들은 학교로 대피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유리창을 깨고 학교에 침입해 총으로 위협하며 음식과 담배를 요구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며칠 간, 러시아 군인은 총으로 위협해 한 여성을 따로 불러내 성폭행했습니다. 이 러시아 군인은 여성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폭행하고, 얼굴과 목, 머리에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이 피해자는 러시아 군인들이 학교를 떠난 뒤 가족과 함께 걸어서 다른 도시로 탈출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피해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부상당한 사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례는 우크라이나 지방정부에 보고돼 전쟁범죄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밖에 체르니히우, 마리우폴 지역에서도 세 건의 성폭력 사례를 들었지만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의 약탈 행위도 빈번했다고 증언자들은 말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음식과 장작, 연료는물론 옷, 톱, 도끼 등을 가져갔습니다.

■ "명백한 전쟁범죄, 조사와 처벌해야"

이 같은 증언을 토대로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잔혹하고 의도적인 폭력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자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전 상태에서는 제네바협약을 비롯한 전쟁에 관한 국제 규약을 준수해야 하고 국제 인권법도 위반해선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전쟁 중에도 자의적인 살해나 성폭력, 고문, 포로나 민간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는 법으로 금지됩니다.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르거나 돕거나 교사한 경우 전쟁범죄로 간주되고, 이를 알고도 제지하지 않거나 처벌하지 않은 지휘관도 지휘 책임을 지게 됩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휴 윌리엄슨 유럽·중앙아시아 국장은 "러시아 군의 관리 기간 발생한 민간인에 대한 성범죄와 살인, 폭력 행위는 전쟁범죄로 조사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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