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 의류가 감염원”…중국 주장, 우려되는 이유

입력 2022.04.04 (17:51) 수정 2022.04.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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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규모 전시장과 체육관에 또다시 격리용 침대가 등장했습니다.

푸둥 신국제엑스포센터에는 1만 5천 상의 침대가 놓였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를 분리시키기 위한 임시 시설입니다.

중국 상하이사에 신국제엑스포센터에 만들어진 감염자 임시 병원시설 (출처: 웨이보)중국 상하이사에 신국제엑스포센터에 만들어진 감염자 임시 병원시설 (출처: 웨이보)

중국은 우한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때만큼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3일 기준 이틀 연속 1만 3천 명 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지린에 세워진 대규모 격리시설 (출처: 연합 뉴스)중국 지린에 세워진 대규모 격리시설 (출처: 연합 뉴스)

그런데 이 상황에 '한국 의류'가 중국인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3일 밤 9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인기 검색어 상위에도 올랐습니다. 랴오닝성 다롄시와 장쑤성 창슈시 방역 당국의 발표를 인용한 기사였는데요.


인민일보 산하 건강시보는 3일 "랴오닝성 다롄시 방역 당국은 양성 감염된 사람은 한국 수입 의류 매장 점원이며, 한국 수입 의류와 포장 비닐 안쪽 표면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핵산 단일 유전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다롄시는 코로나19에 오염된 수입품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 을 배제하지 않는다 ."고 덧붙였습니다.

장쑤성 창슈시 역시 비슷합니다.

"2일 확진자의 집안 옷장에 보관돼 있던 인터넷에서 구매한 한국 후드 티셔츠 네 벌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다른 환경이나 밀접접촉자는 여러 번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종합 분석 결과, 인터넷에서 한국 의류를 구매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건강시보는 이 주장을 하면서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원 실험 결과까지 근거로 들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플라스틱 표면이나 인간의 피부에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 매체는 "상온 25도, 습도 45~55% 환경에서, 델타 변이가 114시간 생존했다면 오미크론 변이는 193.5시간(약 8일) 플라스틱 표면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한국 수입 의류'가 공통적으로 언급된 상황에서, 오늘(4일) 오전에 또다시 '한국 의류'를 오미크론 감염원으로 지목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시 차오양구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5명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들이 모두 한국 의류 전문 옷가게 점원과 동거인이라며 베이징시 당국은 상점 이름도 공개했습니다. 4일 오후 4시 기준, 관련 확진자는 5명에서 8명(무증상 감염자 1명 포함)으로 늘어났습니다.

■중국 "해외 소포가 감염원" 주장 처음 아냐

중국이 코로나19 감염원이 해외 우편물이나 냉동식품 등이라는 '외부 기원설'을 내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월 15일 베이징시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처음 나오자, 당국은 감염 경로로 캐나다와 미국 등을 거쳐 들어 온 우편물을 지목했습니다.

당시 베이징시는 △해외 직접 구매를 자제하고 △택배기사와 1 미터 이상 거리 두기 등을 하라고 구체적인 권고까지 냈습니다. 캐나다는 정부 차원에서 즉각 반박했습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택배를 소독하는 모습 (출처: 바이두)해외에서 들어오는 택배를 소독하는 모습 (출처: 바이두)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의류 감염원설'이 돌고 있는 겁니다. 시점이 공교롭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 확진자 수가 1월에 비해 줄어들고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입니다.

실제 '한국 의류'를 감염원으로 의심하는 상황은 지난달 초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3월 초 저장성 사오싱시는 중국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긴급 알람을 시민들에게 전달했는데요.

저장성 사오싱시 당국은 "최근 항저우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외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판매해서 감염됐을 수 있다."면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수입 물품을 사지 말라. 예를 들면 코로나19 상황이 심한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나 용품들"이라고 꼭 찍어서 한국 수입 의류를 지목했습니다.

■진짜 의류에서 바이러스 생존할까?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해외 우편물이나 택배, 수입 의류 등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 "바이러스가 생식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물이나 인간 숙주가 필요하다."며 택배 포장지 같은 물체나 표면에서 증식할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마디로 사람 간 감염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다릅니다.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방침을 고수하면서 환경 검사라는 이름 아래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물품까지 검사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물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어떻게 사람에게 전파되는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설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국 수입 의류도 마찬가집니다. 앞서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원 실험 결과에서 보듯,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플라스틱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온 25도, 습도 45~55%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조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플라스틱이 아닌 한국 수입 의류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요? 생존한다면, 수입·배송 과정에서 상온 25도· 습도 45~55%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수입 과정에서도 바이러스가 살아남았다면, 사람에게 옮길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4일 감염자가 일하는 매장이 있는 왕징SOHO 빌딩이 봉쇄됐다. (촬영: 이창준 KBS 촬영기자)4일 감염자가 일하는 매장이 있는 왕징SOHO 빌딩이 봉쇄됐다. (촬영: 이창준 KBS 촬영기자)

문제는 중국 매체들이 '한국 의류'가 감염원일 수 있다는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면서, 벌써부터 "한국 수입 음식을 당분간 사 먹지 말라.", "한국에서 직접 구매하지 말라." 등의 말이 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오늘 발표된 확진자 7명과 무증상 감염자 1명과 관련있는 매장은 한국 교민 밀집 지역인 왕징지역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들여오는 제품과 관련된 다른 상점까지 여파가 확산할 수 있습니다.

주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 측은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해외에서 오는 물품의 생산지를 한국으로 특정해 발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피해로 이어진다면, 안 그래도 심해지는 반중(反中) 정서에 또 한 번 불이 붙을 위험도 있습니다. 우려가 우려로 끝날 수 있도록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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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한국 의류가 감염원”…중국 주장, 우려되는 이유
    • 입력 2022-04-04 17:51:50
    • 수정2022-04-04 17:57:02
    특파원 리포트

중국 대규모 전시장과 체육관에 또다시 격리용 침대가 등장했습니다.

푸둥 신국제엑스포센터에는 1만 5천 상의 침대가 놓였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를 분리시키기 위한 임시 시설입니다.

중국 상하이사에 신국제엑스포센터에 만들어진 감염자 임시 병원시설 (출처: 웨이보)
중국은 우한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때만큼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3일 기준 이틀 연속 1만 3천 명 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지린에 세워진 대규모 격리시설 (출처: 연합 뉴스)
그런데 이 상황에 '한국 의류'가 중국인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3일 밤 9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인기 검색어 상위에도 올랐습니다. 랴오닝성 다롄시와 장쑤성 창슈시 방역 당국의 발표를 인용한 기사였는데요.


인민일보 산하 건강시보는 3일 "랴오닝성 다롄시 방역 당국은 양성 감염된 사람은 한국 수입 의류 매장 점원이며, 한국 수입 의류와 포장 비닐 안쪽 표면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핵산 단일 유전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다롄시는 코로나19에 오염된 수입품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 을 배제하지 않는다 ."고 덧붙였습니다.

장쑤성 창슈시 역시 비슷합니다.

"2일 확진자의 집안 옷장에 보관돼 있던 인터넷에서 구매한 한국 후드 티셔츠 네 벌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다른 환경이나 밀접접촉자는 여러 번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종합 분석 결과, 인터넷에서 한국 의류를 구매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건강시보는 이 주장을 하면서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원 실험 결과까지 근거로 들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플라스틱 표면이나 인간의 피부에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 매체는 "상온 25도, 습도 45~55% 환경에서, 델타 변이가 114시간 생존했다면 오미크론 변이는 193.5시간(약 8일) 플라스틱 표면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한국 수입 의류'가 공통적으로 언급된 상황에서, 오늘(4일) 오전에 또다시 '한국 의류'를 오미크론 감염원으로 지목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시 차오양구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5명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들이 모두 한국 의류 전문 옷가게 점원과 동거인이라며 베이징시 당국은 상점 이름도 공개했습니다. 4일 오후 4시 기준, 관련 확진자는 5명에서 8명(무증상 감염자 1명 포함)으로 늘어났습니다.

■중국 "해외 소포가 감염원" 주장 처음 아냐

중국이 코로나19 감염원이 해외 우편물이나 냉동식품 등이라는 '외부 기원설'을 내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월 15일 베이징시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처음 나오자, 당국은 감염 경로로 캐나다와 미국 등을 거쳐 들어 온 우편물을 지목했습니다.

당시 베이징시는 △해외 직접 구매를 자제하고 △택배기사와 1 미터 이상 거리 두기 등을 하라고 구체적인 권고까지 냈습니다. 캐나다는 정부 차원에서 즉각 반박했습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택배를 소독하는 모습 (출처: 바이두)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의류 감염원설'이 돌고 있는 겁니다. 시점이 공교롭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 확진자 수가 1월에 비해 줄어들고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입니다.

실제 '한국 의류'를 감염원으로 의심하는 상황은 지난달 초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3월 초 저장성 사오싱시는 중국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긴급 알람을 시민들에게 전달했는데요.

저장성 사오싱시 당국은 "최근 항저우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외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판매해서 감염됐을 수 있다."면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수입 물품을 사지 말라. 예를 들면 코로나19 상황이 심한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나 용품들"이라고 꼭 찍어서 한국 수입 의류를 지목했습니다.

■진짜 의류에서 바이러스 생존할까?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해외 우편물이나 택배, 수입 의류 등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 "바이러스가 생식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물이나 인간 숙주가 필요하다."며 택배 포장지 같은 물체나 표면에서 증식할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마디로 사람 간 감염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다릅니다.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방침을 고수하면서 환경 검사라는 이름 아래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물품까지 검사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물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어떻게 사람에게 전파되는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설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국 수입 의류도 마찬가집니다. 앞서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원 실험 결과에서 보듯,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플라스틱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온 25도, 습도 45~55%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조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플라스틱이 아닌 한국 수입 의류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요? 생존한다면, 수입·배송 과정에서 상온 25도· 습도 45~55%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수입 과정에서도 바이러스가 살아남았다면, 사람에게 옮길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4일 감염자가 일하는 매장이 있는 왕징SOHO 빌딩이 봉쇄됐다. (촬영: 이창준 KBS 촬영기자)
문제는 중국 매체들이 '한국 의류'가 감염원일 수 있다는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면서, 벌써부터 "한국 수입 음식을 당분간 사 먹지 말라.", "한국에서 직접 구매하지 말라." 등의 말이 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오늘 발표된 확진자 7명과 무증상 감염자 1명과 관련있는 매장은 한국 교민 밀집 지역인 왕징지역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들여오는 제품과 관련된 다른 상점까지 여파가 확산할 수 있습니다.

주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 측은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해외에서 오는 물품의 생산지를 한국으로 특정해 발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피해로 이어진다면, 안 그래도 심해지는 반중(反中) 정서에 또 한 번 불이 붙을 위험도 있습니다. 우려가 우려로 끝날 수 있도록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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