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험한 말 퍼붓는 北…‘4월 빅이벤트’ 도발 명분쌓기?

입력 2022.04.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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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먹은 개가 요란히 짖어”

북한이 또 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4일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등장한 표현들입니다. 원색적이고 거칠어 옮기기조차 꺼려지지만, 이 또한 북한의 의도와 선전 방식을 드러내고 있기에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조선 호전광들이 하늘이 무너진듯이 헤덤벼치며 지랄발광하고있다.”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어대는 법이다.”
“허둥지둥 발광하는 꼴은 물본 미친개 그대로이다.”

지난달 24일 북한은 ‘화성-17형’이라 주장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한미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의 주장과 달리 이 미사일이 ‘화성-17형’이 아니라 ‘화성-15형’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발사 당일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해 합동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했고, 다음날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한 지상 활주 훈련인 일명 ‘엘리펀트 워크’를 했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이를 요격하는 최신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인 ‘천궁-Ⅱ’ 추가 양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북한이 아파하는 것들입니다. 합동미사일 실사격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원점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상정한 가상 표적에 우리 군의 다양한 미사일을 일거에 퍼붓는 겁니다. F-35A는 도발 원점은 물론 그 지휘부까지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천궁 체계가 완성되면 북한군이 우리를 향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우위가 상당 부분 무력화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두고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제 푼수도 모르고 ‘강력한 응징’이니 ‘즉각적인 대응’이니 하고 목을 빼 들고 고아대며 허둥지둥 발광”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우리(북한)의 강력한 힘에 얼마나 질겁했으면 이렇듯 히스테리적 발작을 일으키겠는가”라며 “제 죽을 줄도 모르는 무분별한 군사적 망동으로 차례질 것은 재앙뿐임을 똑바로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파멸만 초래할 것”

또 다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자멸을 재촉하는 부질없는 망동’ 제하의 기사에서 윤석열 당선인을 겨냥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가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일일이 열거했다면 이 매체는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대북 정책 방향을 주욱 늘어놨습니다.

인수위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하려고 한다면서 제재, 압박을 위한 주변국과의 공조 강화, 북한 인권 대사 임명 등의 정책 방향을 망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스스로 화를 불러오는 얼간망둥이들”
“자멸을 재촉하는 부질없는 망동”
“후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설쳐대던 역도들의 비참한 말로를 그대로 보는 듯”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

그러면서 인수위의 대북정책을 “남북관계 파탄의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 씌우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그리고 ‘북이 개방하면 경제지원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와 일맥상통한가”라고 비난했습니다.

매체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군사력이 엄청나게 강화된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지도 않은 섣부른 정책”이라고 폄훼하며 “시대착오와 현실 오판은 실패와 파멸만 초래하는 법”이라고 위협했습니다.

■ 연일 대남 비방·군사적 위협…‘열등감?’

북한은 3일에도 서욱 국방부 장관의 지난 1일 ‘원점 정밀 타격’ 발언을 겨냥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냈고, 북한군부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군사 대응을 경고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이 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에는 열등감이 깔려있다고 봤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매우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가 선제타격을 결심할 경우 그것을 미리 탐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전략 자산과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비록 ‘최후의 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한국군에 대한 감시와 정밀타격 능력은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 ‘4월 빅이벤트’ 도발 준비하나?

하지만 최근 강대강 국면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데다 한미연합훈련과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4월 15일을 앞둔 시점이라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대남 비방과 군사적 위협은 대외 매체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다 보는 대내 매체에도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나라에서 인민들에게 떠들어놨으니 무엇이라도 보여줘야 합니다.

때문에 북한 특유의 과장과 거친 언사라는 시각도 있지만,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9.19 군사합의 파기나 남북 통신선 중단, 핵실험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동창리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최근 발사에 실패한 신형 ICBM인 ‘화성-17형’ 재발사에 나설 거란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막말 담화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화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정상 가동됐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한반도에 추가적인 긴장을 조성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정부 교체기에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관리 노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부처나 책임 있는 사람, 정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매체가 내놓는 표현의 수위와 방식은 이렇게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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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험한 말 퍼붓는 北…‘4월 빅이벤트’ 도발 명분쌓기?
    • 입력 2022-04-04 18:51:50
    취재K

■ “겁먹은 개가 요란히 짖어”

북한이 또 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4일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등장한 표현들입니다. 원색적이고 거칠어 옮기기조차 꺼려지지만, 이 또한 북한의 의도와 선전 방식을 드러내고 있기에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조선 호전광들이 하늘이 무너진듯이 헤덤벼치며 지랄발광하고있다.”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어대는 법이다.”
“허둥지둥 발광하는 꼴은 물본 미친개 그대로이다.”

지난달 24일 북한은 ‘화성-17형’이라 주장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한미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의 주장과 달리 이 미사일이 ‘화성-17형’이 아니라 ‘화성-15형’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발사 당일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해 합동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했고, 다음날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한 지상 활주 훈련인 일명 ‘엘리펀트 워크’를 했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이를 요격하는 최신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인 ‘천궁-Ⅱ’ 추가 양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북한이 아파하는 것들입니다. 합동미사일 실사격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원점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상정한 가상 표적에 우리 군의 다양한 미사일을 일거에 퍼붓는 겁니다. F-35A는 도발 원점은 물론 그 지휘부까지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천궁 체계가 완성되면 북한군이 우리를 향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우위가 상당 부분 무력화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두고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제 푼수도 모르고 ‘강력한 응징’이니 ‘즉각적인 대응’이니 하고 목을 빼 들고 고아대며 허둥지둥 발광”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우리(북한)의 강력한 힘에 얼마나 질겁했으면 이렇듯 히스테리적 발작을 일으키겠는가”라며 “제 죽을 줄도 모르는 무분별한 군사적 망동으로 차례질 것은 재앙뿐임을 똑바로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파멸만 초래할 것”

또 다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자멸을 재촉하는 부질없는 망동’ 제하의 기사에서 윤석열 당선인을 겨냥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가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일일이 열거했다면 이 매체는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대북 정책 방향을 주욱 늘어놨습니다.

인수위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하려고 한다면서 제재, 압박을 위한 주변국과의 공조 강화, 북한 인권 대사 임명 등의 정책 방향을 망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스스로 화를 불러오는 얼간망둥이들”
“자멸을 재촉하는 부질없는 망동”
“후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설쳐대던 역도들의 비참한 말로를 그대로 보는 듯”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

그러면서 인수위의 대북정책을 “남북관계 파탄의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 씌우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그리고 ‘북이 개방하면 경제지원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와 일맥상통한가”라고 비난했습니다.

매체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군사력이 엄청나게 강화된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지도 않은 섣부른 정책”이라고 폄훼하며 “시대착오와 현실 오판은 실패와 파멸만 초래하는 법”이라고 위협했습니다.

■ 연일 대남 비방·군사적 위협…‘열등감?’

북한은 3일에도 서욱 국방부 장관의 지난 1일 ‘원점 정밀 타격’ 발언을 겨냥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냈고, 북한군부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군사 대응을 경고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이 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에는 열등감이 깔려있다고 봤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매우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가 선제타격을 결심할 경우 그것을 미리 탐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전략 자산과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비록 ‘최후의 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한국군에 대한 감시와 정밀타격 능력은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 ‘4월 빅이벤트’ 도발 준비하나?

하지만 최근 강대강 국면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데다 한미연합훈련과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4월 15일을 앞둔 시점이라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대남 비방과 군사적 위협은 대외 매체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다 보는 대내 매체에도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나라에서 인민들에게 떠들어놨으니 무엇이라도 보여줘야 합니다.

때문에 북한 특유의 과장과 거친 언사라는 시각도 있지만,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9.19 군사합의 파기나 남북 통신선 중단, 핵실험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동창리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최근 발사에 실패한 신형 ICBM인 ‘화성-17형’ 재발사에 나설 거란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막말 담화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화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정상 가동됐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한반도에 추가적인 긴장을 조성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정부 교체기에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관리 노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부처나 책임 있는 사람, 정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매체가 내놓는 표현의 수위와 방식은 이렇게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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