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대표, ‘北 안보리 새 결의’ 언급…제재 가능할까?

입력 2022.04.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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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북핵 대표가 현지시간 4일 미국 워싱턴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2월 하와이에서 만난 지 두 달여 만입니다.

두 대표의 만남은 최근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조치(모라토리엄)를 깨고 ICBM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높이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 "새 안보리 결의 협력하길 기대"

두 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새 대북 제재를 언급했습니다.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최근 ICBM을 포함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을 재확인했다"며 "이는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응의 중요성에 동의했다"면서 "나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 본부장 및 그의 팀, 유엔의 동료들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특히 지난 3월 24일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감안해 새로운 결의 추진을 포함해 강력한 조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습니다.

■ "새 결의 추진"… '원유·정제유 추가 축소' 포함될 듯

북한에 대한 마지막 유엔 결의는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채택된 제2397호입니다.

이 대북 결의에는 북한이 다시 ICBM을 쏘면 연간 400만 배럴, 50만 배럴로 각각 설정된 대북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추가로 줄일 수 있도록 규정한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

만약 새로운 안보리 대북 결의를 추진하게 되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추가로 유류 공급량을 대폭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 새 대북 결의 변수, 중국·러시아…"새 결의 추진은 어렵다"

그렇다면 한미 두 북핵대표가 언급한 유엔 차원의 새로운 대북 결의 추진은 현실화 될까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입니다.

2017년 12월, 북한에 대한 마지막 유엔 결의안이 통과될 당시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에 협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4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직후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행위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하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습니다.

당시 장쥔 주 유엔 중국대사는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에 대해 "북한은 약속을 지켰지만, 미국은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한반도 주변에 전략적 핵무기를 배치해 북한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 유엔 러시아 부대사도 "더 이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열린 회의에서 밝힌 중국의 입장이 더 선명해진 점에 주목합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ICBM 발사는 중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장쥔 대사의 발언에는 (안보리 대북 제재와 관련한) 중국의 명확한 방침이 담겨 있다"면서 "한반도 주변 전략자산 전개, 한미 연합훈련을 언급한 것은 결국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든, 핵실험을 하든 향후 중국이 같은 논리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새 제재 채택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한미 북핵대표들이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박 교수는 "2397호의 트리거 조항을 그냥 둘 수는 없고 유엔을 통해야 북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 되지만 (언급은)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미 "그럼에도 외교엔 열려 있어…北 대화 복귀해야"

한미 북핵대표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결의를 언급하면서도 아직 북한과의 외교에는 열려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성김 대표는 "우리는 외교에 열려 있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며 "진전에 대한 결심 여부는 정말로 북한에 달려 있다. 그들은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에 대한 협상을 놓고 대화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규덕 본부장도 "특히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에 대한 관여 노력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자리를 빌려 북한에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자제하고 대화와 외교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노규덕 본부장이 성김 특별대표를 서울로 초청함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두 대표의 만남은 조만간 한 차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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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북핵대표, ‘北 안보리 새 결의’ 언급…제재 가능할까?
    • 입력 2022-04-05 10:34:50
    취재K

한국과 미국의 북핵 대표가 현지시간 4일 미국 워싱턴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2월 하와이에서 만난 지 두 달여 만입니다.

두 대표의 만남은 최근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조치(모라토리엄)를 깨고 ICBM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높이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 "새 안보리 결의 협력하길 기대"

두 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새 대북 제재를 언급했습니다.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최근 ICBM을 포함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을 재확인했다"며 "이는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응의 중요성에 동의했다"면서 "나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 본부장 및 그의 팀, 유엔의 동료들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특히 지난 3월 24일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감안해 새로운 결의 추진을 포함해 강력한 조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습니다.

■ "새 결의 추진"… '원유·정제유 추가 축소' 포함될 듯

북한에 대한 마지막 유엔 결의는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채택된 제2397호입니다.

이 대북 결의에는 북한이 다시 ICBM을 쏘면 연간 400만 배럴, 50만 배럴로 각각 설정된 대북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추가로 줄일 수 있도록 규정한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

만약 새로운 안보리 대북 결의를 추진하게 되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추가로 유류 공급량을 대폭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 새 대북 결의 변수, 중국·러시아…"새 결의 추진은 어렵다"

그렇다면 한미 두 북핵대표가 언급한 유엔 차원의 새로운 대북 결의 추진은 현실화 될까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입니다.

2017년 12월, 북한에 대한 마지막 유엔 결의안이 통과될 당시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에 협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4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직후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행위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하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습니다.

당시 장쥔 주 유엔 중국대사는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에 대해 "북한은 약속을 지켰지만, 미국은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한반도 주변에 전략적 핵무기를 배치해 북한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 유엔 러시아 부대사도 "더 이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열린 회의에서 밝힌 중국의 입장이 더 선명해진 점에 주목합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ICBM 발사는 중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장쥔 대사의 발언에는 (안보리 대북 제재와 관련한) 중국의 명확한 방침이 담겨 있다"면서 "한반도 주변 전략자산 전개, 한미 연합훈련을 언급한 것은 결국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든, 핵실험을 하든 향후 중국이 같은 논리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새 제재 채택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한미 북핵대표들이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박 교수는 "2397호의 트리거 조항을 그냥 둘 수는 없고 유엔을 통해야 북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 되지만 (언급은)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미 "그럼에도 외교엔 열려 있어…北 대화 복귀해야"

한미 북핵대표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결의를 언급하면서도 아직 북한과의 외교에는 열려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성김 대표는 "우리는 외교에 열려 있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며 "진전에 대한 결심 여부는 정말로 북한에 달려 있다. 그들은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에 대한 협상을 놓고 대화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규덕 본부장도 "특히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에 대한 관여 노력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자리를 빌려 북한에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자제하고 대화와 외교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노규덕 본부장이 성김 특별대표를 서울로 초청함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두 대표의 만남은 조만간 한 차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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