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코로나 걸렸어? 넌 퇴사야!”…5인 미만 사업장 ‘구멍’

입력 2022.04.05 (14:25) 수정 2022.04.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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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4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국민 4명 중 적어도 1명은 코로나에 걸린 셈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이유로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퇴사 압박까지 받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텔레마케터로 근무하던 안 모 씨의 이야기인데요, [취재후]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관련기사] 코로나가 죄?…“확진됐다고 막말·퇴사 압력”(2022.04.04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31805


■“코로나 걸리면 내가 뭐라고 했어? 너 퇴사야”

안 씨는 지난달 6일, 가족 모임을 하고 이튿날 직장에 출근했습니다. 팀장을 포함한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낸 딸에게서 “확진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안 씨는 간이 키트로 검사해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몰라 팀장에게 보고한 뒤 귀가했습니다. 결국, 안 씨는 10일 양성 판정을 받고 집에서 격리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건 팀장의 반응이었습니다. 이튿날 안 씨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 걸렸으면서 출근했다며? 너 때문에 나도 걸렸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당시 함께 점심을 먹었던 직원은 총 3명인데 확진된 건 팀장뿐이었습니다. 다른 감염 요인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팀장이 자신의 탓으로만 돌렸다는 게 안 씨의 말입니다.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격리해제 하루 전날인 15일, 언제 출근할지를 묻는 안 씨의 전화에 팀장은 “시끄럽고,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며 출근을 못 하게 했습니다.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가 바뀌어 동료에게 물어보는 문자메시지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가 바뀌어 동료에게 물어보는 문자메시지

■직장 내 괴롭힘 시작...퇴사 압력까지

직장에 복귀하긴 했지만, 이후에는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안 씨 모르게 회사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가 바뀌었습니다. 안 씨는 동료 직원에게 출입문 비밀번호를 따로 물어봐야 했습니다.

해당 팀장은 ‘근무 중 직원 상호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시 퇴사 조치한다’는 사내 공지사항을 언급하며, 안 씨를 향해 “인간의 탈을 쓰고 뻔뻔스럽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급기야 팀장은 안 씨에게 퇴사를 압박했습니다. 안 씨가 격리 해제 뒤 출근한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팀장은 욕설과 함께 “코로나 걸리면 내가 뭐라고 했어? 너 퇴사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그날 퇴사했고, 지금까지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안 씨의 정신과 소견서안 씨의 정신과 소견서

■ “화가 나면 뭔 말을 못하나…복귀 지시했다”

해당 팀장은 안 씨에게 욕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퇴사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팀장은 “화가 나면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라며 “본인에게는 인사권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문자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팀장은 “(코로나를 옮긴 것에 대해) 안 씨가 자신에게 빈말이라도 죄송하다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업체 사장은 “팀장을 통해 출근 지시를 했기에 안 씨가 돌아올 줄 알았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사건 발생 직후 본인이 직접 안 씨에게 전화해 ‘출근하라’고 말하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장은 노동청에서 전화를 받은 뒤에야 안 씨에게 연락해 ‘출근은 어려우시겠지요?’ 라고 물었지만 안 씨의 상황이 어려워 보였다며, 이번 일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 “5인 이상 사업장이었다면 구제됐을 것”

김광훈 노무사는 이번 일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어났다면 근로자가 구제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안 씨의 회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구제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광훈 노무사는 “부당해고 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며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받게 돼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기 어렵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규정 역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 노무사는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더라도 조사 의무가 없다”라면서 “이 경우 근로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민사소송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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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코로나 걸렸어? 넌 퇴사야!”…5인 미만 사업장 ‘구멍’
    • 입력 2022-04-05 14:25:28
    • 수정2022-04-05 14:25:34
    취재후·사건후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4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국민 4명 중 적어도 1명은 코로나에 걸린 셈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이유로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퇴사 압박까지 받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텔레마케터로 근무하던 안 모 씨의 이야기인데요, [취재후]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관련기사] 코로나가 죄?…“확진됐다고 막말·퇴사 압력”(2022.04.04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31805


■“코로나 걸리면 내가 뭐라고 했어? 너 퇴사야”

안 씨는 지난달 6일, 가족 모임을 하고 이튿날 직장에 출근했습니다. 팀장을 포함한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낸 딸에게서 “확진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안 씨는 간이 키트로 검사해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몰라 팀장에게 보고한 뒤 귀가했습니다. 결국, 안 씨는 10일 양성 판정을 받고 집에서 격리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건 팀장의 반응이었습니다. 이튿날 안 씨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 걸렸으면서 출근했다며? 너 때문에 나도 걸렸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당시 함께 점심을 먹었던 직원은 총 3명인데 확진된 건 팀장뿐이었습니다. 다른 감염 요인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팀장이 자신의 탓으로만 돌렸다는 게 안 씨의 말입니다.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격리해제 하루 전날인 15일, 언제 출근할지를 묻는 안 씨의 전화에 팀장은 “시끄럽고,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며 출근을 못 하게 했습니다.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가 바뀌어 동료에게 물어보는 문자메시지
■직장 내 괴롭힘 시작...퇴사 압력까지

직장에 복귀하긴 했지만, 이후에는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안 씨 모르게 회사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가 바뀌었습니다. 안 씨는 동료 직원에게 출입문 비밀번호를 따로 물어봐야 했습니다.

해당 팀장은 ‘근무 중 직원 상호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시 퇴사 조치한다’는 사내 공지사항을 언급하며, 안 씨를 향해 “인간의 탈을 쓰고 뻔뻔스럽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급기야 팀장은 안 씨에게 퇴사를 압박했습니다. 안 씨가 격리 해제 뒤 출근한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팀장은 욕설과 함께 “코로나 걸리면 내가 뭐라고 했어? 너 퇴사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그날 퇴사했고, 지금까지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안 씨의 정신과 소견서
■ “화가 나면 뭔 말을 못하나…복귀 지시했다”

해당 팀장은 안 씨에게 욕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퇴사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팀장은 “화가 나면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라며 “본인에게는 인사권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문자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팀장은 “(코로나를 옮긴 것에 대해) 안 씨가 자신에게 빈말이라도 죄송하다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업체 사장은 “팀장을 통해 출근 지시를 했기에 안 씨가 돌아올 줄 알았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사건 발생 직후 본인이 직접 안 씨에게 전화해 ‘출근하라’고 말하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장은 노동청에서 전화를 받은 뒤에야 안 씨에게 연락해 ‘출근은 어려우시겠지요?’ 라고 물었지만 안 씨의 상황이 어려워 보였다며, 이번 일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 “5인 이상 사업장이었다면 구제됐을 것”

김광훈 노무사는 이번 일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어났다면 근로자가 구제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안 씨의 회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구제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광훈 노무사는 “부당해고 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며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받게 돼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기 어렵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규정 역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 노무사는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더라도 조사 의무가 없다”라면서 “이 경우 근로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민사소송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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