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매트리스 이벤트라더니…실상은 스펀지 침대

입력 2022.04.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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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에 적발된 침대 매트리스 공장 내부. 중국에서 만든 가짜 커버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단속에 적발된 침대 매트리스 공장 내부. 중국에서 만든 가짜 커버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 인터넷 홈쇼핑 '매트리스 40% 할인' 광고...업자 "정품 인증서 사본도 보내준다"

인터넷 홈쇼핑에서 침대를 구매하려던 A씨는 눈이 번쩍 뜨이는 광고를 봤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매트리스 업체가 금액을 40% 가까이 할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균 2백만 원을 훌쩍 넘는 매트리스를 100만 원 남짓에 살 수 있다는 말에 선뜻 구매에 나섰습니다. 정품 인증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기꺼이 인증서 사본까지 보내준다는 답변도 받았습니다.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평소 해당 회사 제품을 자주 사용하던 A씨는 푹신함부터 메모리폼의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이 달랐다고 합니다. 결국, 침대 커버와 내피를 다 뜯어내고서야 이 매트리스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해당 제품은 30cm 두께에 메모리폼 3겹을 넣어 만들었다고 광고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열어본 매트리스에는 5cm 정도의 얇은 저가 메모리폼과 스펀지 25cm짜리가 떡하니 붙어있었는데요. 결국, 부산본부세관에 신고하기에 이르렀고 세관은 조사에 나서 지난해 9월, 경기도 광주에서 이 가짜 매트리스가 만들어진 공장을 찾아냈습니다.

3겹 메모리폼으로 구성된 진품과 달리 스펀지를 덧댄 가품은 품질도 보장되지 않는다.3겹 메모리폼으로 구성된 진품과 달리 스펀지를 덧댄 가품은 품질도 보장되지 않는다.

■ 가짜 명품 매트리스 780장 유통한 50대,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공장 내부에는 매트리스 커버가 나뒹굴었고, 옆에는 제작 중인 매트리스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단속에 나선 세관 직원들에게 혐의를 부인하던 공장 주인은 나중에 결국 가짜 매트리스 제조 사실을 인정했는데요. 그 수법도 치밀했습니다. 커버는 중국에서, 매트리스는 자신의 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야간 작업까지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팔려나간 가짜 매트리스는 2019년부터 9개월 동안 모두 780장에 이릅니다. 또 중간 유통업자들이 재고를 가지고 있어 언제 다시 팔려나갈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건데요. 검찰은 가짜 매트리스를 만들어 판매한 50대 남성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실제 판매됐던 가짜 매트리스. 내부가 정품과 달리 두 겹으로 되어 있다.실제 판매됐던 가짜 매트리스. 내부가 정품과 달리 두 겹으로 되어 있다.

■ 불법 위조 상품 적발 한 해 12만여 건...판매 중개 '오픈마켓'은 책임 안 져

부산 세관은 최근 위조 제품들이 생활용품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며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얼마 전 한 패션 의류 판매 플랫폼에서도 짝퉁 논란이 일어 회사 측이 대응 마련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 적발된 불법 위조 상품은 12만여 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유통업체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데요. 수만 개에 달하는 물건들을 모두 확인하는 게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위조품이라는 판정을 받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판매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은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상황으로 비대면 구매가 늘어난 만큼, 인터넷 쇼핑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플랫폼 업체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 제공: 부산본부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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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급 매트리스 이벤트라더니…실상은 스펀지 침대
    • 입력 2022-04-05 17:48:32
    취재K
단속에 적발된 침대 매트리스 공장 내부. 중국에서 만든 가짜 커버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 인터넷 홈쇼핑 '매트리스 40% 할인' 광고...업자 "정품 인증서 사본도 보내준다"

인터넷 홈쇼핑에서 침대를 구매하려던 A씨는 눈이 번쩍 뜨이는 광고를 봤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매트리스 업체가 금액을 40% 가까이 할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균 2백만 원을 훌쩍 넘는 매트리스를 100만 원 남짓에 살 수 있다는 말에 선뜻 구매에 나섰습니다. 정품 인증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기꺼이 인증서 사본까지 보내준다는 답변도 받았습니다.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평소 해당 회사 제품을 자주 사용하던 A씨는 푹신함부터 메모리폼의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이 달랐다고 합니다. 결국, 침대 커버와 내피를 다 뜯어내고서야 이 매트리스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해당 제품은 30cm 두께에 메모리폼 3겹을 넣어 만들었다고 광고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열어본 매트리스에는 5cm 정도의 얇은 저가 메모리폼과 스펀지 25cm짜리가 떡하니 붙어있었는데요. 결국, 부산본부세관에 신고하기에 이르렀고 세관은 조사에 나서 지난해 9월, 경기도 광주에서 이 가짜 매트리스가 만들어진 공장을 찾아냈습니다.

3겹 메모리폼으로 구성된 진품과 달리 스펀지를 덧댄 가품은 품질도 보장되지 않는다.
■ 가짜 명품 매트리스 780장 유통한 50대,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공장 내부에는 매트리스 커버가 나뒹굴었고, 옆에는 제작 중인 매트리스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단속에 나선 세관 직원들에게 혐의를 부인하던 공장 주인은 나중에 결국 가짜 매트리스 제조 사실을 인정했는데요. 그 수법도 치밀했습니다. 커버는 중국에서, 매트리스는 자신의 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야간 작업까지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팔려나간 가짜 매트리스는 2019년부터 9개월 동안 모두 780장에 이릅니다. 또 중간 유통업자들이 재고를 가지고 있어 언제 다시 팔려나갈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건데요. 검찰은 가짜 매트리스를 만들어 판매한 50대 남성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실제 판매됐던 가짜 매트리스. 내부가 정품과 달리 두 겹으로 되어 있다.
■ 불법 위조 상품 적발 한 해 12만여 건...판매 중개 '오픈마켓'은 책임 안 져

부산 세관은 최근 위조 제품들이 생활용품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며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얼마 전 한 패션 의류 판매 플랫폼에서도 짝퉁 논란이 일어 회사 측이 대응 마련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 적발된 불법 위조 상품은 12만여 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유통업체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데요. 수만 개에 달하는 물건들을 모두 확인하는 게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위조품이라는 판정을 받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판매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은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상황으로 비대면 구매가 늘어난 만큼, 인터넷 쇼핑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플랫폼 업체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 제공: 부산본부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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