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무실’ 주변 집회금지 검토…어디서부터 100미터?

입력 2022.04.06 (11:18) 수정 2022.04.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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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되는 국방부 신청사 인근 100미터에서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관저의 범위에 집무실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대통령 관저' 해석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으로, 집무실과 숙소가 분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국방부 신청사에는 현재 대통령이 숙소로 쓸 건물이 없습니다. 윤 당선인 측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숙소로 하고, 국방부 신청사로 출퇴근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 경찰 "관저,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하긴 어려워…입법 취지 고려해야"

KBS 취재를 종합하면, 집시법 소관 부처인 경찰청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되는 것으로 법을 해석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집시법 11조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공관의 <경계 지점>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여기서 관저를 사전적 의미인 '숙소'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집시법은 1962년에 제정됐고, 해당 조문은 대통령 집무실과 숙소가 같은 건물에 있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집시법 11조를 보면 국회의 경우, 국회의사당 건물과 국회의장 공관 건물이 보호 대상으로 각각 따로 규정돼 있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입법 취지를 볼 때 국회의사당과 법원 등을 보호 대상으로 하면서 대통령 집무실은 제외하는 것으로 11조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어디서부터 100미터? '경계 지점' 해석도 논란

집시법 11조에서 '경계 지점'이란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논란이 예상됩니다.

경찰이 국방부 신청사 주변의 100미터 이내에서 금지하더라도, 그 경계 지점을 신청사로 볼지, 아니면 국방부 터 외곽 담장으로 볼지 해석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2017년 행정법원 판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시 참여연대는 경찰이 청와대 연풍문 앞 집회에 대해 금지를 통고하자, 집회 자유에 관한 과도한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집시법 11조의 경계 지점을 청와대 외곽 담장으로 볼지, 아니면 청와대 경내의 대통령 숙소 담장으로 볼지도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집시법 11조의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에 대해 '청와대 부지 외곽 담장'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경찰이 이 같은 법 해석을 국방부 신청사에 적용할 경우, 국방부 부지 외곽 담장을 '경계 지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큽니다.

■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면 집회 가능한 공간 마련해야"

경찰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법 조문에 집무실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용산 집무실에 집시법 11조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관저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관저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과 병렬적으로 나열돼 있다는 점에서 공관과 같은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관저와 공관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집회가 금지되는 데 반해, 집무실에 해당하는 국회의사당과 법원에 대해서는 그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없을 때 집회를 허용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교수는 "당선인이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지가 있다면, 국방부 터 담장 밖에 소규모로 집회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맞다"며, 집시법을 개정하더라도 국회의사당과 법원처럼 집회가 가능한 예외를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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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 집무실’ 주변 집회금지 검토…어디서부터 100미터?
    • 입력 2022-04-06 11:18:58
    • 수정2022-04-06 12:46:56
    취재K

경찰이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되는 국방부 신청사 인근 100미터에서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관저의 범위에 집무실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대통령 관저' 해석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으로, 집무실과 숙소가 분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국방부 신청사에는 현재 대통령이 숙소로 쓸 건물이 없습니다. 윤 당선인 측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숙소로 하고, 국방부 신청사로 출퇴근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 경찰 "관저,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하긴 어려워…입법 취지 고려해야"

KBS 취재를 종합하면, 집시법 소관 부처인 경찰청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되는 것으로 법을 해석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집시법 11조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공관의 <경계 지점>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여기서 관저를 사전적 의미인 '숙소'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집시법은 1962년에 제정됐고, 해당 조문은 대통령 집무실과 숙소가 같은 건물에 있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집시법 11조를 보면 국회의 경우, 국회의사당 건물과 국회의장 공관 건물이 보호 대상으로 각각 따로 규정돼 있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입법 취지를 볼 때 국회의사당과 법원 등을 보호 대상으로 하면서 대통령 집무실은 제외하는 것으로 11조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어디서부터 100미터? '경계 지점' 해석도 논란

집시법 11조에서 '경계 지점'이란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논란이 예상됩니다.

경찰이 국방부 신청사 주변의 100미터 이내에서 금지하더라도, 그 경계 지점을 신청사로 볼지, 아니면 국방부 터 외곽 담장으로 볼지 해석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2017년 행정법원 판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시 참여연대는 경찰이 청와대 연풍문 앞 집회에 대해 금지를 통고하자, 집회 자유에 관한 과도한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집시법 11조의 경계 지점을 청와대 외곽 담장으로 볼지, 아니면 청와대 경내의 대통령 숙소 담장으로 볼지도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집시법 11조의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에 대해 '청와대 부지 외곽 담장'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경찰이 이 같은 법 해석을 국방부 신청사에 적용할 경우, 국방부 부지 외곽 담장을 '경계 지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큽니다.

■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면 집회 가능한 공간 마련해야"

경찰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법 조문에 집무실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용산 집무실에 집시법 11조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관저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관저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과 병렬적으로 나열돼 있다는 점에서 공관과 같은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관저와 공관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집회가 금지되는 데 반해, 집무실에 해당하는 국회의사당과 법원에 대해서는 그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없을 때 집회를 허용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교수는 "당선인이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지가 있다면, 국방부 터 담장 밖에 소규모로 집회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맞다"며, 집시법을 개정하더라도 국회의사당과 법원처럼 집회가 가능한 예외를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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